[뉴스 따라잡기] “술 취한 듯 몽롱”…20초 마약 ‘해피 풍선’ 위험

입력 2017.05.30 (08:34) 수정 2017.05.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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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혹시 '해피풍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요즘 유흥가나 대학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선입니다.

풍선 한 개 가격이 4~5천 원 정도인데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풍선 속에 들어있는 가스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른바 '해피풍선', '20초 마약'으로 불리며 팔리고 있습니다.

풍선 속에 든 가스의 정체는 아산화질소인데, 원래는 마취나 휘핑크림 제조 등에 쓰는 겁니다.

마약류로 분류돼 있진 않지만, 잘못 흡입할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마땅한 규제가 없는데요.

해피풍선에 취한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유흥가의 밤거리.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해피풍선 하세요. 해피풍선!"

행인들이 한곳에 모여 풍선을 불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풍선인데, 한 개에 4천 원이나 합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한번 하고 가세요. 해피풍선. 다 경험이고 기회예요. 해피풍선 하세요. 해피풍선! 해롭지 않아요. 몸에 안 좋으면 어떻게 팔아요. 그것도 길거리에서. 경찰이 잡아가죠."

두 남성이 모여 풍선을 입에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어지러운 듯 얼굴을 손으로 감싸더니 그대로 주저앉습니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합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남성도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다 주저앉아버립니다.

일어나보려 하지만,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립니다.

그러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풍선이 어떤 작용을 한 걸까요.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생크림 만들 때 쓰는 거. 이게 마취 효과도 있고 기분 살짝 좋아지게. 술 취한 것처럼 몇십 초 동안 확 올라와요."

가스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일명 '해피풍선'으로 불리는 풍선입니다.

풍선 안에 든 가스는 아산화질소입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이거 아산화질소가 있어요. 보시면 이게 아산화질소가 100% 들어 있는 것."

아산화질소는 주로 병원에서 마취보조제로 사용되는 가스입니다.

최근 유흥가를 중심으로 이 가스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즉, 환각 효과 있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흡입 손님(음성변조) : "막 멍해. 되게 해롱해롱해."

'20초 마약'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원래 클럽 같은 데서 많이 써요. 갑자기 유행 타서 지금 다 있을 거예요. 웬만한 곳엔 다 있을 거예요. 서울 쪽은."

해피 풍선을 판매하는 업자들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구매자들을 안심시킵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아직 불법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하는 거죠. 마약은 불법이니까 뒤에서 하고 이거는 아직은 합법이니까."

클럽과 술집 등을 중심으로 해피풍선은 빠르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해피풍선을 팔고 있다는 한 대학가의 술집을 찾았습니다.

메뉴판에 해피풍선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직원이 해피풍선을 흡입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 주점 직원(음성변조) : "이게 코로 숨을 쉬면 빠져나가요. 그러면 이 안에 있는 가스가 다 새버리니까. 코를 웬만해선 막으셔야 해요."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며 나름대로의 팁도 설명합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 주점 직원(음성변조) : "되게 기분 좋은 어지러움이라서. 꼭 이거 할 때 이 안에다 같이 숨을 넣어줘야 해요. 그러니까 너무 꽉 잡으면 숨이 안 들어가요. 중간에 끊지 말고 숨찰 때 까지. 더 이상 못할 때까지."

이런 해피 풍선을 흡입하는 손님이 주점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녹취> 해피풍선 흡입 손님(음성변조) : "되게 몽롱하고요.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느낌? 트램펄린에서 뛰고 있지만 제 몸이 제어가 안 되는 느낌이에요."

강한 환각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손님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흡입 손님(음성변조) : "일단은 엄청 싸고 한 10초 동안 술 취한 기분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 약간 마약 하는 게 이런 느낌인가 하는 느낌? 근데 위험하진 않은 것 같아요."

클럽이나 술집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이런 해피풍선을 판다는 곳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해피풍선을 살 수 있는지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인터넷 판매자(음성변조) : "(해피풍선 사려고 하는데) 저희는 50개에 5만 원부터 시작이에요."

돈만 입금하면 어디든 바로 배송해주겠다고 합니다.

몸에 해롭지 않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며 구매를 부추깁니다.

<녹취> 해피풍선 인터넷 판매자(음성변조) : "위험한 거 없어요. 인터넷에서는 어쩐다 하는데 절대 없어요. 해 보시면 알아요. 오죽하면 100개, 200개씩 가져가거든요. 근데 그런 분이 또 주문하세요."

인체에 해가 없다는 판매업자들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가스를 잘못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정용훈(중앙대학교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아산화질소는 마취과에서 쓰는 마취 보조제입니다. 농도가 높아지면 일단 흡수되었다가 배출되면서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아산화질소가 산소보다 빨리 배출되기 때문에 폐포 내에 산소의 농도가 확 떨어 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가 저산소증에 빠지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되겠죠. 그런 위험성이 있는 약품입니다."

특히 술에 취한 채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경우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관계 당국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음성변조) : "마약류에는 아직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마약류로 처벌하는 규정은 아직 없습니다. 마약류에 포함이 안 되니까. 원래 휘핑크림에다가 넣어서 사용하라고 했는데 목적 외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그런 거를 관리할 것인가를 내부 협의 중에 있습니다."

해외에서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사람이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한 만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해피풍선에 대한 대책이 하루빨리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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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술 취한 듯 몽롱”…20초 마약 ‘해피 풍선’ 위험
    • 입력 2017-05-30 08:36:55
    • 수정2017-05-30 09:30:58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혹시 '해피풍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요즘 유흥가나 대학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선입니다.

풍선 한 개 가격이 4~5천 원 정도인데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풍선 속에 들어있는 가스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른바 '해피풍선', '20초 마약'으로 불리며 팔리고 있습니다.

풍선 속에 든 가스의 정체는 아산화질소인데, 원래는 마취나 휘핑크림 제조 등에 쓰는 겁니다.

마약류로 분류돼 있진 않지만, 잘못 흡입할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마땅한 규제가 없는데요.

해피풍선에 취한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유흥가의 밤거리.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해피풍선 하세요. 해피풍선!"

행인들이 한곳에 모여 풍선을 불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풍선인데, 한 개에 4천 원이나 합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한번 하고 가세요. 해피풍선. 다 경험이고 기회예요. 해피풍선 하세요. 해피풍선! 해롭지 않아요. 몸에 안 좋으면 어떻게 팔아요. 그것도 길거리에서. 경찰이 잡아가죠."

두 남성이 모여 풍선을 입에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어지러운 듯 얼굴을 손으로 감싸더니 그대로 주저앉습니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합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남성도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다 주저앉아버립니다.

일어나보려 하지만,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립니다.

그러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풍선이 어떤 작용을 한 걸까요.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생크림 만들 때 쓰는 거. 이게 마취 효과도 있고 기분 살짝 좋아지게. 술 취한 것처럼 몇십 초 동안 확 올라와요."

가스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일명 '해피풍선'으로 불리는 풍선입니다.

풍선 안에 든 가스는 아산화질소입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이거 아산화질소가 있어요. 보시면 이게 아산화질소가 100% 들어 있는 것."

아산화질소는 주로 병원에서 마취보조제로 사용되는 가스입니다.

최근 유흥가를 중심으로 이 가스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즉, 환각 효과 있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흡입 손님(음성변조) : "막 멍해. 되게 해롱해롱해."

'20초 마약'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원래 클럽 같은 데서 많이 써요. 갑자기 유행 타서 지금 다 있을 거예요. 웬만한 곳엔 다 있을 거예요. 서울 쪽은."

해피 풍선을 판매하는 업자들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구매자들을 안심시킵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자(음성변조) : "아직 불법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하는 거죠. 마약은 불법이니까 뒤에서 하고 이거는 아직은 합법이니까."

클럽과 술집 등을 중심으로 해피풍선은 빠르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해피풍선을 팔고 있다는 한 대학가의 술집을 찾았습니다.

메뉴판에 해피풍선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직원이 해피풍선을 흡입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 주점 직원(음성변조) : "이게 코로 숨을 쉬면 빠져나가요. 그러면 이 안에 있는 가스가 다 새버리니까. 코를 웬만해선 막으셔야 해요."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며 나름대로의 팁도 설명합니다.

<녹취> 해피풍선 판매 주점 직원(음성변조) : "되게 기분 좋은 어지러움이라서. 꼭 이거 할 때 이 안에다 같이 숨을 넣어줘야 해요. 그러니까 너무 꽉 잡으면 숨이 안 들어가요. 중간에 끊지 말고 숨찰 때 까지. 더 이상 못할 때까지."

이런 해피 풍선을 흡입하는 손님이 주점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녹취> 해피풍선 흡입 손님(음성변조) : "되게 몽롱하고요.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느낌? 트램펄린에서 뛰고 있지만 제 몸이 제어가 안 되는 느낌이에요."

강한 환각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손님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흡입 손님(음성변조) : "일단은 엄청 싸고 한 10초 동안 술 취한 기분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 약간 마약 하는 게 이런 느낌인가 하는 느낌? 근데 위험하진 않은 것 같아요."

클럽이나 술집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이런 해피풍선을 판다는 곳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해피풍선을 살 수 있는지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 해피풍선 인터넷 판매자(음성변조) : "(해피풍선 사려고 하는데) 저희는 50개에 5만 원부터 시작이에요."

돈만 입금하면 어디든 바로 배송해주겠다고 합니다.

몸에 해롭지 않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며 구매를 부추깁니다.

<녹취> 해피풍선 인터넷 판매자(음성변조) : "위험한 거 없어요. 인터넷에서는 어쩐다 하는데 절대 없어요. 해 보시면 알아요. 오죽하면 100개, 200개씩 가져가거든요. 근데 그런 분이 또 주문하세요."

인체에 해가 없다는 판매업자들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가스를 잘못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정용훈(중앙대학교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아산화질소는 마취과에서 쓰는 마취 보조제입니다. 농도가 높아지면 일단 흡수되었다가 배출되면서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아산화질소가 산소보다 빨리 배출되기 때문에 폐포 내에 산소의 농도가 확 떨어 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가 저산소증에 빠지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되겠죠. 그런 위험성이 있는 약품입니다."

특히 술에 취한 채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경우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관계 당국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음성변조) : "마약류에는 아직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마약류로 처벌하는 규정은 아직 없습니다. 마약류에 포함이 안 되니까. 원래 휘핑크림에다가 넣어서 사용하라고 했는데 목적 외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그런 거를 관리할 것인가를 내부 협의 중에 있습니다."

해외에서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사람이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한 만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해피풍선에 대한 대책이 하루빨리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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