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운전 기사는 ‘머슴’?…산업은행 임원의 갑질

입력 2017.05.30 (15:13) 수정 2017.05.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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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운전 기사는 ‘머슴’?…산업은행 임원의 갑질

[취재후] 운전 기사는 ‘머슴’?…산업은행 임원의 갑질

계약에 없는 임원의 사적 지시

차량 용역업체 계약직 직원 A씨(39)는 2014년 12월부터 보직 해임된 지난해 3월까지 산업은행 고위 임원 B 씨의 전담 운전기사로 일했다.

금융 공기업인 산업은행이 차량 용역업체인 두레비즈와 맺은 용역 계약서엔 A씨가 해야 할 업무 범위가 명확했다.


하지만 '갑'에 속한 B 임원은 '을'에 속한 A씨에게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사적인 업무를 지시했다.


아들 군 입대한다며 강원도까지 운전 '부탁'

2015년 12월 1일에 자신의 아들이 강원도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로 입소한다며 B임원은 A씨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그날은 화요일로 일과 중이었다. A씨는 임원의 부인과 아들까지 태우고 입소식에 참석하고, 다시 임원 집에 돌아왔다.

한달 뒤인 지난해 1월 7일 목요일, B임원은 A씨에게 또 다시 강원도 홍천까지 운전을 요구했다. 이번엔 아들의 신병 교육대 퇴소식에 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또다시 임원 일가를 태우고 일과 중에 강원도를 다녀왔다.


B임원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행사가 있다며 주말에 A씨를 불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집근처에 사는 교수 2명을 태워 행사가 열리는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으로 운전을 '부탁'했다.

"지점장 구두 닦아 오는 심부름 시켜"

전직 운전 기사들은 임직원들의 이러한 '갑질'이 이게 다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2012년 2월부터 4년간 일선 대리점에서 근무했던 장 모 씨(38)도 수시로 지점장의 심부름을 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지점장의 구두를 받아 구둣방에 맡기고 받아오는 일을 해야했다는 거다. 구둣방 주인은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장 씨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며, 장 씨가 매주 지점장의 구두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공사(共私)를 구분 못한 산업은행 임원

산업은행 관계자는 운전기사와 임원 사이는 "남편과 아내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그만큼 친밀하고 가깝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사적인 일을 부탁했다는 거다. B임원 역시 개인 차량이 없어 부득이하게 아들 군 입대 과정에서 운전을 '부탁'한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장이 바뀌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공기업 고위급 임원과 정규직 지점장의 '부탁'은 파견업체 비정규직 운전기사에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된다. '갑'과 '을'의 관계가 계약서 밖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친밀함을 가장한 '갑질'이 시작된다.

'가족'같은 관계라는 A씨는 지난해 3월 갑자기 보직해임돼 자택 발령을 받았고, 제대로 된 통보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연관 기사] [뉴스12] 운전기사에 ‘개인 심부름’…산은 임직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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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운전 기사는 ‘머슴’?…산업은행 임원의 갑질
    • 입력 2017-05-30 15:13:07
    • 수정2017-05-30 15:30:01
    취재후·사건후
계약에 없는 임원의 사적 지시

차량 용역업체 계약직 직원 A씨(39)는 2014년 12월부터 보직 해임된 지난해 3월까지 산업은행 고위 임원 B 씨의 전담 운전기사로 일했다.

금융 공기업인 산업은행이 차량 용역업체인 두레비즈와 맺은 용역 계약서엔 A씨가 해야 할 업무 범위가 명확했다.


하지만 '갑'에 속한 B 임원은 '을'에 속한 A씨에게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사적인 업무를 지시했다.


아들 군 입대한다며 강원도까지 운전 '부탁'

2015년 12월 1일에 자신의 아들이 강원도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로 입소한다며 B임원은 A씨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그날은 화요일로 일과 중이었다. A씨는 임원의 부인과 아들까지 태우고 입소식에 참석하고, 다시 임원 집에 돌아왔다.

한달 뒤인 지난해 1월 7일 목요일, B임원은 A씨에게 또 다시 강원도 홍천까지 운전을 요구했다. 이번엔 아들의 신병 교육대 퇴소식에 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또다시 임원 일가를 태우고 일과 중에 강원도를 다녀왔다.


B임원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행사가 있다며 주말에 A씨를 불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집근처에 사는 교수 2명을 태워 행사가 열리는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으로 운전을 '부탁'했다.

"지점장 구두 닦아 오는 심부름 시켜"

전직 운전 기사들은 임직원들의 이러한 '갑질'이 이게 다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2012년 2월부터 4년간 일선 대리점에서 근무했던 장 모 씨(38)도 수시로 지점장의 심부름을 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지점장의 구두를 받아 구둣방에 맡기고 받아오는 일을 해야했다는 거다. 구둣방 주인은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장 씨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며, 장 씨가 매주 지점장의 구두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공사(共私)를 구분 못한 산업은행 임원

산업은행 관계자는 운전기사와 임원 사이는 "남편과 아내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그만큼 친밀하고 가깝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사적인 일을 부탁했다는 거다. B임원 역시 개인 차량이 없어 부득이하게 아들 군 입대 과정에서 운전을 '부탁'한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장이 바뀌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공기업 고위급 임원과 정규직 지점장의 '부탁'은 파견업체 비정규직 운전기사에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된다. '갑'과 '을'의 관계가 계약서 밖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친밀함을 가장한 '갑질'이 시작된다.

'가족'같은 관계라는 A씨는 지난해 3월 갑자기 보직해임돼 자택 발령을 받았고, 제대로 된 통보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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