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특별해? …그들이 남다른 이유는?

입력 2017.05.30 (17:41) 수정 2017.05.3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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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특별해?…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취재후]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특별해?…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그날의 가장 ‘핫’한 소식을 전해야하는 내게, ‘아이돌’은 계륵같은 존재였다. 백 명 넘는 지망생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오디션이 생중계될 만큼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스에서는 자칫 특정 기획사 그룹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기에도 충분하다.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 있지만, 최근 들어선 ‘한류’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돌에게 기획성, 수출용 이라는 비판의 시선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해외 진출’, ‘차트 1위’ ‘월드 투어’의 제목을 달고 대형 기획사에서 보내오는 일률적 보도자료는 이미 내 이메일함을 가득 채운 지 오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가려고 저금통을 채웠고, 공식 팬클럽에까지 가입했던 나로서도, 요즘의 ‘한류 아이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심성이 자리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한국어는 모르지만, 방탄소년단은 알아요”

EBS 세계테마기행EBS 세계테마기행

그러던 어느 날, 조금은 생뚱맞게도 EBS 교육방송에서 ‘BTS’를 만났다. 애청하는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에서, ‘타히티’에 사는 한 소녀가 한국에서 온 제작진에게, “BTS 팬이에요” 라고 대뜸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거다. 작은 섬마을에 ‘방탄소년단’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송됐을 리도 없을 터, 단순한 ‘한류 열풍’으로 치부하기엔 방탄소년단의 존재가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다.


‘무언가는 확실히 남다른’ 아이돌 그룹이었다. 현지 대형기획사나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쇼케이스를 했었다는 뉴스도 없고, 외국어가 유창한 교포 출신 멤버가 주목받으면서 현지에서 자리잡는 모습도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의 지망생들이 화려한 마케팅 속에 데뷔 전부터 이름을 알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 4개 앨범을 연달아 진입시켰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어로 노래와 랩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뉴욕 공연 2회를 전석 매진시켰나 ?”에 대한 현지에서의 궁금증도 극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관련 링크] 뉴욕타임스 기사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특별해?”


방탄소년단을 만나기 전, 아침뉴스를 통해 이 그룹의 행보를 세 번 전했었다. 지난 3월, 방탄소년단의 소식은 국내 연예매체가 아닌, ‘해외 발’로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대중문화 흐름의 척도라 불리는 ‘빌보드’와의 인터뷰 생중계가 대단했다.

인터뷰를 알리는 예고가 연이은 것은 물론이고, 인터뷰를 라이브로 보기 위한 SNS 동시 접속자만 만 7천 명이었다. 빌보드 역대 라이브 중계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이미 빌보드 앨범 차트로 입증한 음악성 외에, ‘방탄소년단’ 자체에 대한 관심은 이미 ‘월드 스타’ 싸이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놀랍게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시상식에 유일한 한국 가수로 후보가 되고, 수상 소식이 이어지면서 ‘방탄소년단’은 “그렇게 특별해?” 에서, “특별한가 보네” 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화젯거리’를 넘어 ‘뉴스’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연관기사]

[문화광장] ‘방탄소년단’ 빌보드 인터뷰…美에서 활약하는 K-POP
[문화광장] 방탄소년단, 빌보드 시상식 후보…韓 가수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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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과 진심이 최고의 콘텐츠”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빌보드 수상 소감을 한마디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른 건 없고, 꾸준함과 진심이라고. SNS를 통해 팬들에게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전략’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지만, 그 꾸준한 모습과 무대 위 진심이 조금씩 빛을 발해 어느 순간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냥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젊은 친구들의 얘기를 하겠다 라는 거였거든요. 근데 세계 어딜가도 젊은친구들이 공유하는 특정 동시대성 어떤 정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의 이야기가 그쪽에서도 같은 어떤 비슷한 정서로 적용이 되고, 멀리에서 온 이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이렇게 멋있는 무대로 자기들의 얘기를 또 이렇게 해주는구나. 그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고. "진심이 가장 최고의 컨텐츠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랩몬스터)”

‘학교 3부작’, ‘청춘 3부작’의 뮤직비디오와 노래를 몇 번이라도 들어본 ‘어른’들은 안다. 이 이야기가 내게도 있었던 젊은 시절의 꿈과 당시의 생각들을 노래해 준다는 걸 말이다. 귀에 쏙쏙박히는 후크송들을 기획적으로 내놓는 여타 그룹들과 달리, 음악적 범위를 세계적으로 넓히는 데에는 그 무엇보다 ‘우리의 사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음악에 풀어넣는 서사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넘어 ‘방탄소년단’ 자체에 대한 공감과 관심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KBS 메인뉴스를 통해 이들이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른 점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 방탄소년단의 입국 직전 연락이 닿아 잠깐의 시간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진심’이 통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대가 좋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참 이 시대가 굉장히 좋아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게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트윗을 하고 이제 어떤 말을 했을때 그게 즉각즉각 번역이 되고 이제 그런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컨텐츠가 좋으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슈가)"


‘톱 소셜 아티스트’부문이 생기고, 또 직접 무대에서 수상을 하는 부문으로 그 위상이 높아진 뒤 첫번째 수상자. 현재 전 세계 SNS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아티스트 1위. 이 모든 게 ‘시대가 좋아진 덕분’이라는 멤버들의 겸손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세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인이 언어의 장벽, 시간의 장벽을 깨고 소통할 수 있고, 생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 대형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물량공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그 소셜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음악과 콘텐츠로 어느 때고 팬들을 찾아간다. ‘글로벌 팬덤’은 그 어떤 자본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트위터’ 팔로워 수는 6백 만을 넘겼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수백 만 팔로워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무대 뒤 이야기들 속에서, 기계적인 우상이 아닌 ‘만나고 싶은 친구’로 다가간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활력의 장을 방탄소년단이 제공한 것이다.

“KBS 뉴스 등장을 예고해볼까요?"


“우리 BTS! 몇 시 뉴스에 나오나요?” 어제 포털사이트 궁금증 해결 코너(!)를 달군데 이어,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가 폭주했다. ‘방탄소년단 KBS뉴스 출연 예고’ 라는 기사까지 떴던 어제의 일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1개의 뉴스 리포트에 주어진 시간은 1분 20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성, 콘텐츠, 멤버들의 일화 등 다양한 것을 이야기하기엔 부족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K-pop의 전통적인 진입 경로를 깨고, 어떻게 SNS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돼 빌보드 트로피를 안게 됐는지에 집중해야만 했다.

저희 팬들을 자랑하고 싶은 게, 저희가 한국어로 올려도 너무나 번역을 해주시는 감사한 팬분들이 전 세계에 진짜 많이 계셔요. 그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거예요.(랩몬스터)”


‘방탄소년단'이 SNS를 통해 뉴스 출연이 예고됐을 때, 어떻게 소식이 퍼져나갈까. 방탄소년단 취재를 기다리며 촬영기자와 함께 팔로워, 글로벌 팬들의 영향력을 이야기했던 게 생각났다. 인터뷰 말미에, 정국군이 흔쾌히 이 ‘실험’에 즐겁게 동의해줬다.


수십만 명이 넘는 글로벌 팬덤이, ‘좋아요’, ‘공유’ 버튼을 누르는데 그치지 않고, 각 국의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로 소식을 나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야말로,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한국에서만 활동해도’ 글로벌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방탄소년단이 한 눈에 보여준 것이다.

“한국어로 노래할 거예요. 그래도 언어를 공부하죠."

흔히 ‘현지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 이 역시 ‘글로벌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거라 생각했던 필수 조건이었다. ‘좋은 음악’과 ‘든든한 글로벌 지원군’이 있다 해도 월드투어를 하면서 만나는 팬들과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 등에서 언어가 아쉬운 상황이 있지 않을까.


“저희는 일단은 한국에서 계속해서 앨범을 낼 꺼고, 한국어가 주가된 노래를 계속해서 할 거고 지금 하던 대로 할 거에요. 지금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까 어떻게 다른 행보를 취해야지 라기보다는 좋은 음악을 하는데 집중해야죠.(슈가)"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는 멤버 ‘랩몬스터’의 사뭇 진지한 답변이 이어졌다.


"감사함에 부응하기 위해서 현지 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제가 2014년에 로이터통신과 처음 인터뷰를 했을때 두마디를 두시간 동안 외워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근데 계속 하다 보니까, 더 잘하고 싶고 빌보드 시상식에서 혹시 무대에 오르게 되면 어버버 할 수는 없으니 책임감도 생겨요.(랩몬스터)”

천 만 팔로워, 흙수저의 반란, 빌보드… 다양한 수식어들과 함께 한 방탄소년단.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넘어 보편적인 이야기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든 이들의 행보를 또 다시 KBS뉴스로 전하는 날을 ‘진심’을 담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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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특별해? …그들이 남다른 이유는?
    • 입력 2017-05-30 17:41:08
    • 수정2017-05-31 13:26:25
    취재후·사건후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그날의 가장 ‘핫’한 소식을 전해야하는 내게, ‘아이돌’은 계륵같은 존재였다. 백 명 넘는 지망생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오디션이 생중계될 만큼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스에서는 자칫 특정 기획사 그룹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기에도 충분하다.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 있지만, 최근 들어선 ‘한류’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돌에게 기획성, 수출용 이라는 비판의 시선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해외 진출’, ‘차트 1위’ ‘월드 투어’의 제목을 달고 대형 기획사에서 보내오는 일률적 보도자료는 이미 내 이메일함을 가득 채운 지 오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가려고 저금통을 채웠고, 공식 팬클럽에까지 가입했던 나로서도, 요즘의 ‘한류 아이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심성이 자리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한국어는 모르지만, 방탄소년단은 알아요”

EBS 세계테마기행
그러던 어느 날, 조금은 생뚱맞게도 EBS 교육방송에서 ‘BTS’를 만났다. 애청하는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에서, ‘타히티’에 사는 한 소녀가 한국에서 온 제작진에게, “BTS 팬이에요” 라고 대뜸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거다. 작은 섬마을에 ‘방탄소년단’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송됐을 리도 없을 터, 단순한 ‘한류 열풍’으로 치부하기엔 방탄소년단의 존재가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다.


‘무언가는 확실히 남다른’ 아이돌 그룹이었다. 현지 대형기획사나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쇼케이스를 했었다는 뉴스도 없고, 외국어가 유창한 교포 출신 멤버가 주목받으면서 현지에서 자리잡는 모습도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의 지망생들이 화려한 마케팅 속에 데뷔 전부터 이름을 알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 4개 앨범을 연달아 진입시켰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어로 노래와 랩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뉴욕 공연 2회를 전석 매진시켰나 ?”에 대한 현지에서의 궁금증도 극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관련 링크] 뉴욕타임스 기사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특별해?”


방탄소년단을 만나기 전, 아침뉴스를 통해 이 그룹의 행보를 세 번 전했었다. 지난 3월, 방탄소년단의 소식은 국내 연예매체가 아닌, ‘해외 발’로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대중문화 흐름의 척도라 불리는 ‘빌보드’와의 인터뷰 생중계가 대단했다.

인터뷰를 알리는 예고가 연이은 것은 물론이고, 인터뷰를 라이브로 보기 위한 SNS 동시 접속자만 만 7천 명이었다. 빌보드 역대 라이브 중계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이미 빌보드 앨범 차트로 입증한 음악성 외에, ‘방탄소년단’ 자체에 대한 관심은 이미 ‘월드 스타’ 싸이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놀랍게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시상식에 유일한 한국 가수로 후보가 되고, 수상 소식이 이어지면서 ‘방탄소년단’은 “그렇게 특별해?” 에서, “특별한가 보네” 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화젯거리’를 넘어 ‘뉴스’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연관기사]

[문화광장] ‘방탄소년단’ 빌보드 인터뷰…美에서 활약하는 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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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과 진심이 최고의 콘텐츠”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빌보드 수상 소감을 한마디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른 건 없고, 꾸준함과 진심이라고. SNS를 통해 팬들에게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전략’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지만, 그 꾸준한 모습과 무대 위 진심이 조금씩 빛을 발해 어느 순간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냥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젊은 친구들의 얘기를 하겠다 라는 거였거든요. 근데 세계 어딜가도 젊은친구들이 공유하는 특정 동시대성 어떤 정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의 이야기가 그쪽에서도 같은 어떤 비슷한 정서로 적용이 되고, 멀리에서 온 이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이렇게 멋있는 무대로 자기들의 얘기를 또 이렇게 해주는구나. 그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고. "진심이 가장 최고의 컨텐츠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랩몬스터)”

‘학교 3부작’, ‘청춘 3부작’의 뮤직비디오와 노래를 몇 번이라도 들어본 ‘어른’들은 안다. 이 이야기가 내게도 있었던 젊은 시절의 꿈과 당시의 생각들을 노래해 준다는 걸 말이다. 귀에 쏙쏙박히는 후크송들을 기획적으로 내놓는 여타 그룹들과 달리, 음악적 범위를 세계적으로 넓히는 데에는 그 무엇보다 ‘우리의 사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음악에 풀어넣는 서사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넘어 ‘방탄소년단’ 자체에 대한 공감과 관심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KBS 메인뉴스를 통해 이들이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른 점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 방탄소년단의 입국 직전 연락이 닿아 잠깐의 시간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진심’이 통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대가 좋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참 이 시대가 굉장히 좋아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게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트윗을 하고 이제 어떤 말을 했을때 그게 즉각즉각 번역이 되고 이제 그런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컨텐츠가 좋으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슈가)"


‘톱 소셜 아티스트’부문이 생기고, 또 직접 무대에서 수상을 하는 부문으로 그 위상이 높아진 뒤 첫번째 수상자. 현재 전 세계 SNS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아티스트 1위. 이 모든 게 ‘시대가 좋아진 덕분’이라는 멤버들의 겸손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세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인이 언어의 장벽, 시간의 장벽을 깨고 소통할 수 있고, 생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 대형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물량공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그 소셜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음악과 콘텐츠로 어느 때고 팬들을 찾아간다. ‘글로벌 팬덤’은 그 어떤 자본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트위터’ 팔로워 수는 6백 만을 넘겼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수백 만 팔로워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무대 뒤 이야기들 속에서, 기계적인 우상이 아닌 ‘만나고 싶은 친구’로 다가간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활력의 장을 방탄소년단이 제공한 것이다.

“KBS 뉴스 등장을 예고해볼까요?"


“우리 BTS! 몇 시 뉴스에 나오나요?” 어제 포털사이트 궁금증 해결 코너(!)를 달군데 이어,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가 폭주했다. ‘방탄소년단 KBS뉴스 출연 예고’ 라는 기사까지 떴던 어제의 일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1개의 뉴스 리포트에 주어진 시간은 1분 20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성, 콘텐츠, 멤버들의 일화 등 다양한 것을 이야기하기엔 부족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K-pop의 전통적인 진입 경로를 깨고, 어떻게 SNS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돼 빌보드 트로피를 안게 됐는지에 집중해야만 했다.

저희 팬들을 자랑하고 싶은 게, 저희가 한국어로 올려도 너무나 번역을 해주시는 감사한 팬분들이 전 세계에 진짜 많이 계셔요. 그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거예요.(랩몬스터)”


‘방탄소년단'이 SNS를 통해 뉴스 출연이 예고됐을 때, 어떻게 소식이 퍼져나갈까. 방탄소년단 취재를 기다리며 촬영기자와 함께 팔로워, 글로벌 팬들의 영향력을 이야기했던 게 생각났다. 인터뷰 말미에, 정국군이 흔쾌히 이 ‘실험’에 즐겁게 동의해줬다.


수십만 명이 넘는 글로벌 팬덤이, ‘좋아요’, ‘공유’ 버튼을 누르는데 그치지 않고, 각 국의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로 소식을 나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야말로,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한국에서만 활동해도’ 글로벌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방탄소년단이 한 눈에 보여준 것이다.

“한국어로 노래할 거예요. 그래도 언어를 공부하죠."

흔히 ‘현지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 이 역시 ‘글로벌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거라 생각했던 필수 조건이었다. ‘좋은 음악’과 ‘든든한 글로벌 지원군’이 있다 해도 월드투어를 하면서 만나는 팬들과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 등에서 언어가 아쉬운 상황이 있지 않을까.


“저희는 일단은 한국에서 계속해서 앨범을 낼 꺼고, 한국어가 주가된 노래를 계속해서 할 거고 지금 하던 대로 할 거에요. 지금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까 어떻게 다른 행보를 취해야지 라기보다는 좋은 음악을 하는데 집중해야죠.(슈가)"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는 멤버 ‘랩몬스터’의 사뭇 진지한 답변이 이어졌다.


"감사함에 부응하기 위해서 현지 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제가 2014년에 로이터통신과 처음 인터뷰를 했을때 두마디를 두시간 동안 외워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근데 계속 하다 보니까, 더 잘하고 싶고 빌보드 시상식에서 혹시 무대에 오르게 되면 어버버 할 수는 없으니 책임감도 생겨요.(랩몬스터)”

천 만 팔로워, 흙수저의 반란, 빌보드… 다양한 수식어들과 함께 한 방탄소년단.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넘어 보편적인 이야기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든 이들의 행보를 또 다시 KBS뉴스로 전하는 날을 ‘진심’을 담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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