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술 팔아요’…신고한 그녀가 구속된 이유

입력 2017.05.31 (15: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에 술 팔아요’…신고한 그녀가 구속된 이유

‘미성년자에 술 팔아요’…신고한 그녀가 구속된 이유

부산시 금정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51·여)가 지난 2일 새벽 1시에 거리를 지나던 고등학생 3명을 불러 세웠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술을 파는 마트가 있다더라. 내가 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저 앞 B마트에 가서 술을 사다줄 수 있겠냐"며 1만 원을 쥐어줬다.

학생들이 1만원을 받고 술을 사러 들어간 B마트에는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 유학생이 근무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술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술을 파는 모습을 확인한 A씨는 지체없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업소가 있다"고 112에 신고를 했다. 그녀는 가게에 CCTV가 있으니 술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B마트 앞으로 지구대 경찰이 출동했을 때 정작 술을 샀다는 학생들은 사라지고, 학생들이 술을 사는 모습을 봤다는 A씨만 남아있었다. 술을 샀다는 당사자가 없으니 당장 조사를 하기 어려웠다. 이후 지구대 교대 근무 등으로 마트에 대한 조사가 지체됐고, 경찰의 대응이 늦어지자 A씨는 수시로 직접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B마트에 대한 조사를 독촉했다.

왜 A씨는 이렇게 B마트에 집착했을까.

A씨가 만 원을 들여 학생들을 사주하면서까지 B마트를 신고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지난달 말 B마트에서 술을 훔치다 적발됐다. 술 3병을 가방에 몰래 넣고, 1병값만 결제하려다 가게에 설치된 CCTV에 딱 걸렸던 것. B마트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전과가 많았던 A씨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A씨가 앙심을 품고 일을 꾸민 것이다.

A씨의 '함정 제보'는 목격자 진술을 하러 간 A씨가 지구대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밟혔다. 지구대는 신고자 A씨의 주민번호 도용 사실까지 상세히 기재해 단속보고서를 올렸고, 이를 수상하게 본 경찰은 B마트 주인에게 물어 A씨가 술을 훔치다 걸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사서명위조와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A(51·여) 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사적인 앙심을 품고 공권력을 악용하려 하는 등 죄질이 나빴고, 전과도 많았기 때문에 지난 25일 구속됐다"며 "B마트의 경우 취약시간대에 한국어가 서툰 알바생이 판매했던 점 등 고의성이 없었다고 봐 불기소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성년자에 술 팔아요’…신고한 그녀가 구속된 이유
    • 입력 2017-05-31 15:52:27
    사회
부산시 금정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51·여)가 지난 2일 새벽 1시에 거리를 지나던 고등학생 3명을 불러 세웠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술을 파는 마트가 있다더라. 내가 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저 앞 B마트에 가서 술을 사다줄 수 있겠냐"며 1만 원을 쥐어줬다.

학생들이 1만원을 받고 술을 사러 들어간 B마트에는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 유학생이 근무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술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술을 파는 모습을 확인한 A씨는 지체없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업소가 있다"고 112에 신고를 했다. 그녀는 가게에 CCTV가 있으니 술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B마트 앞으로 지구대 경찰이 출동했을 때 정작 술을 샀다는 학생들은 사라지고, 학생들이 술을 사는 모습을 봤다는 A씨만 남아있었다. 술을 샀다는 당사자가 없으니 당장 조사를 하기 어려웠다. 이후 지구대 교대 근무 등으로 마트에 대한 조사가 지체됐고, 경찰의 대응이 늦어지자 A씨는 수시로 직접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B마트에 대한 조사를 독촉했다.

왜 A씨는 이렇게 B마트에 집착했을까.

A씨가 만 원을 들여 학생들을 사주하면서까지 B마트를 신고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지난달 말 B마트에서 술을 훔치다 적발됐다. 술 3병을 가방에 몰래 넣고, 1병값만 결제하려다 가게에 설치된 CCTV에 딱 걸렸던 것. B마트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전과가 많았던 A씨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A씨가 앙심을 품고 일을 꾸민 것이다.

A씨의 '함정 제보'는 목격자 진술을 하러 간 A씨가 지구대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밟혔다. 지구대는 신고자 A씨의 주민번호 도용 사실까지 상세히 기재해 단속보고서를 올렸고, 이를 수상하게 본 경찰은 B마트 주인에게 물어 A씨가 술을 훔치다 걸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사서명위조와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A(51·여) 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사적인 앙심을 품고 공권력을 악용하려 하는 등 죄질이 나빴고, 전과도 많았기 때문에 지난 25일 구속됐다"며 "B마트의 경우 취약시간대에 한국어가 서툰 알바생이 판매했던 점 등 고의성이 없었다고 봐 불기소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