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문자 해고도 사치…통보없이 해고하면 어떻게 될까?

입력 2017.06.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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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문자 해고도 사치…통보없이 해고하면 어떻게 될까?

[취재후] 문자 해고도 사치…통보없이 해고하면 어떻게 될까?

"권고사직과 자택발령 둘 중에 선택해"

산업은행 고위 임원의 운전기사였던 A씨(39)는 지난해 3월 25일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A씨가 속한 차량 용역회사에서 원청인 산업은행과 계약이 해지됐다며 권고사직과 자택발령 중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근속 연수가 2년이 안 된 동료 운전기사 30여 명에게도 같은 통보가 이뤄졌다. 차량 용역 회사는 산업은행 행원들이 100% 출자한 업체로 대표이사 역시 산업은행 출신이다.



A씨는 8살과 6살 난 딸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다. 1년 4개월간 일해온 직장에서 갑자기 나가면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더구나 3일 앞으로 다가온 부인의 생일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전할 순 없었다.결국 어떻게든 회사에 남아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자택 발령을 택했다.

문자 메시지 하나 없이 … 통보도 없이 해고돼

마지막 희망은 회사에서 다시 근무지로 발령을 내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회사 전화를 기다리며 자택 대기를 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건강보험공단에서 메일 한 통이 왔다. A씨가 해고돼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는 내용이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메일이 오기 전까지 회사에선 전화는 물론 그 흔한 문자 메시지로도 해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대가는 통보조차 없는 일방적인 해고였다. A씨는 용역회사의 대표이사 B씨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노동청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해고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30일치 임금을 줘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 A씨의 휴일 근로수당 79,983원을 체불하고, A씨를 비롯해 10명의 운전기사와 서면으로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제17조)도 포함됐다.


용역업체 대표이사 … 결국 '벌금형'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용역회사 대표이사 B씨를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지난해 12월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고경섭 노무사는 "근로자가 해고되고 다른 직장을 찾을 때까지 30일이란 최소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근로 계약서를 서면으로 남기지 않으면 근로자들이 임금이나 근로시간, 근로 내용 등에 문제를 제대로 주장할 수 없고, 사용자 마음대로 판단할 여지가 있어 근로 계약서를 서면으로 남기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B씨에게 해고통보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서면 근로 계약서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묻자 "산업은행 직원들이 출자한 회사라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업무 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더는 운전기사로 일하고 싶지 않아"

A씨는 산업은행 고위 임원의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해당 임원은 아들이 입대를 한다며 A 씨에게 강원도까지 운전을 '부탁'했고, 주말에도 불러내 골프장까지 운전을 요구했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해고까지 당한 A씨는 취재진에게 "이제 더는 운전기사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직업 교육을 거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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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문자 해고도 사치…통보없이 해고하면 어떻게 될까?
    • 입력 2017-06-01 15:43:28
    취재후·사건후
"권고사직과 자택발령 둘 중에 선택해"

산업은행 고위 임원의 운전기사였던 A씨(39)는 지난해 3월 25일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A씨가 속한 차량 용역회사에서 원청인 산업은행과 계약이 해지됐다며 권고사직과 자택발령 중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근속 연수가 2년이 안 된 동료 운전기사 30여 명에게도 같은 통보가 이뤄졌다. 차량 용역 회사는 산업은행 행원들이 100% 출자한 업체로 대표이사 역시 산업은행 출신이다.



A씨는 8살과 6살 난 딸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다. 1년 4개월간 일해온 직장에서 갑자기 나가면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더구나 3일 앞으로 다가온 부인의 생일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전할 순 없었다.결국 어떻게든 회사에 남아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자택 발령을 택했다.

문자 메시지 하나 없이 … 통보도 없이 해고돼

마지막 희망은 회사에서 다시 근무지로 발령을 내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회사 전화를 기다리며 자택 대기를 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건강보험공단에서 메일 한 통이 왔다. A씨가 해고돼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는 내용이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메일이 오기 전까지 회사에선 전화는 물론 그 흔한 문자 메시지로도 해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대가는 통보조차 없는 일방적인 해고였다. A씨는 용역회사의 대표이사 B씨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노동청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해고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30일치 임금을 줘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 A씨의 휴일 근로수당 79,983원을 체불하고, A씨를 비롯해 10명의 운전기사와 서면으로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제17조)도 포함됐다.


용역업체 대표이사 … 결국 '벌금형'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용역회사 대표이사 B씨를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지난해 12월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고경섭 노무사는 "근로자가 해고되고 다른 직장을 찾을 때까지 30일이란 최소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근로 계약서를 서면으로 남기지 않으면 근로자들이 임금이나 근로시간, 근로 내용 등에 문제를 제대로 주장할 수 없고, 사용자 마음대로 판단할 여지가 있어 근로 계약서를 서면으로 남기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B씨에게 해고통보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서면 근로 계약서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묻자 "산업은행 직원들이 출자한 회사라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업무 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더는 운전기사로 일하고 싶지 않아"

A씨는 산업은행 고위 임원의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해당 임원은 아들이 입대를 한다며 A 씨에게 강원도까지 운전을 '부탁'했고, 주말에도 불러내 골프장까지 운전을 요구했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해고까지 당한 A씨는 취재진에게 "이제 더는 운전기사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직업 교육을 거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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