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숨겨왔던 흥이 폭발했다!…쉽고 재밌는 설법 속으로

입력 2017.06.01 (20:19) 수정 2017.06.0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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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숨겨왔던 흥이 폭발했다!…쉽고 재밌는 설법 속으로

스님의 숨겨왔던 흥이 폭발했다!…쉽고 재밌는 설법 속으로

"저도 출가 전에는 노래방에서 좀 놀았습니다."

범상치 않은 끼가 엿보이는 스님 한 분이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출가 전에 좀 놀았다는 스님. 그 동안 단정하게 차려입은 가사장삼 속에 숨겨왔던 흥이 한 순간에 폭발했습니다.


유행가 '네 박자'를 개사해 만든 이른바 '깨달음의 노래'.

'네 박자 속에 생사도 있고 번뇌도 있고 보리도 있네~♬' 유행가로 깨달음을 전하는 이런 설법, 상상이나 해 보셨나요?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설법의 고정관념을 깨다

6월 1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제 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가 열렸습니다. 불교 교육기관에 재학중인 학인 스님들이 설법 능력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설법'이라는 말만 들으면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젊은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설법도 변해야 한다는 불교계의 생각이 담겼습니다.

17개 불교 교육기관의 학인 스님 39팀이 참가해 예선을 거친 뒤, 그 중 12팀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올라왔습니다. 동료 스님과 일반 대중 등 6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펼쳐진 설법대회.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세대 스님들 답게 참신하고 개성 넘치는 설법의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토크콘서트부터 영어 설법까지

일광, 용인 스님의 토크콘서트일광, 용인 스님의 토크콘서트

이른바 '일광 스님의 토크콘서트'. 요즘 유행하는 토크콘서트의 형식을 본따 스님이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설법이 진행됐습니다.

부처님 역시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마침내 성불하실 수 있었다며, 취업준비생 등 2030 세대에게 간절함을 잃지 말고 노력하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 앞에서는 언어와 국적의 장벽도 없습니다.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설법을 선보이는가 하면 체코 국적의 외국인 스님은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님들의 고민과 경험담도 아낌없이 풀어놓았습니다. 늦게 출가해 나이 어린 선배 스님들이 괴롭힐 때면 화가 났다는 솔직한 이야기부터,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 직전에서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까지. 스님들의 이야기 속에 부처님의 깨달음이 녹아있어서일까요? 설법을 듣는 제게도 부처님의 뜻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동료 학인 스님들의 응원전동료 학인 스님들의 응원전

동료 학인스님들의 열띤 응원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님들은 모두 점잖고 조용하신 줄만 알았는데, 대회에 참여한 동료를 응원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열띤 박수와 환호는 물론, 정성스레 준비한 현수막까지 선보이며 응원전을 펼친 스님들. 개성 넘치는 설법과 어우러져 대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습니다.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불교, 더 젊어질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058만 8천 명이었던 불교 인구는 2015년에는 761만 9천 명으로 290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불교계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은 지난 2014년부터 염불시연대회와 외국어 스피치대회, 토론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스님들의 전법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염불대회에서는 이른바 '랩 하는 스님'이 등장해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열린 설법 대회 역시 전통적인 불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한층 더 젊어지고자 노력하는 불교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이번 대회에서 보여진 쉽고 친근한 설법을 통해 대중들이 부처님의 뜻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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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님의 숨겨왔던 흥이 폭발했다!…쉽고 재밌는 설법 속으로
    • 입력 2017-06-01 20:19:43
    • 수정2017-06-02 08:38:07
    취재K
"저도 출가 전에는 노래방에서 좀 놀았습니다." 범상치 않은 끼가 엿보이는 스님 한 분이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출가 전에 좀 놀았다는 스님. 그 동안 단정하게 차려입은 가사장삼 속에 숨겨왔던 흥이 한 순간에 폭발했습니다. 유행가 '네 박자'를 개사해 만든 이른바 '깨달음의 노래'. '네 박자 속에 생사도 있고 번뇌도 있고 보리도 있네~♬' 유행가로 깨달음을 전하는 이런 설법, 상상이나 해 보셨나요?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설법의 고정관념을 깨다 6월 1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제 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가 열렸습니다. 불교 교육기관에 재학중인 학인 스님들이 설법 능력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설법'이라는 말만 들으면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젊은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설법도 변해야 한다는 불교계의 생각이 담겼습니다. 17개 불교 교육기관의 학인 스님 39팀이 참가해 예선을 거친 뒤, 그 중 12팀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올라왔습니다. 동료 스님과 일반 대중 등 6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펼쳐진 설법대회.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세대 스님들 답게 참신하고 개성 넘치는 설법의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토크콘서트부터 영어 설법까지 일광, 용인 스님의 토크콘서트 이른바 '일광 스님의 토크콘서트'. 요즘 유행하는 토크콘서트의 형식을 본따 스님이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설법이 진행됐습니다. 부처님 역시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마침내 성불하실 수 있었다며, 취업준비생 등 2030 세대에게 간절함을 잃지 말고 노력하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 앞에서는 언어와 국적의 장벽도 없습니다.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설법을 선보이는가 하면 체코 국적의 외국인 스님은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님들의 고민과 경험담도 아낌없이 풀어놓았습니다. 늦게 출가해 나이 어린 선배 스님들이 괴롭힐 때면 화가 났다는 솔직한 이야기부터,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 직전에서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까지. 스님들의 이야기 속에 부처님의 깨달음이 녹아있어서일까요? 설법을 듣는 제게도 부처님의 뜻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동료 학인 스님들의 응원전 동료 학인스님들의 열띤 응원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님들은 모두 점잖고 조용하신 줄만 알았는데, 대회에 참여한 동료를 응원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열띤 박수와 환호는 물론, 정성스레 준비한 현수막까지 선보이며 응원전을 펼친 스님들. 개성 넘치는 설법과 어우러져 대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습니다.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불교, 더 젊어질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058만 8천 명이었던 불교 인구는 2015년에는 761만 9천 명으로 290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불교계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은 지난 2014년부터 염불시연대회와 외국어 스피치대회, 토론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스님들의 전법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염불대회에서는 이른바 '랩 하는 스님'이 등장해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열린 설법 대회 역시 전통적인 불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한층 더 젊어지고자 노력하는 불교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이번 대회에서 보여진 쉽고 친근한 설법을 통해 대중들이 부처님의 뜻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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