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들개 떼, 전국 곳곳에 출몰…공포 확산

입력 2017.06.01 (21:29) 수정 2017.06.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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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냥한 닭을 물고 마을을 활보하는 들개 두 마리.

닭이 가까스로 달아나보지만 이내 붙잡힙니다.

한밤중 닭 20여마리를 물어 죽인 뒤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들개떼의 위협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충북 옥천에서는 암소를 물어 죽였고, 대전에서는 토종닭 70여 마리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제주에서는 초등학교 생태체험장까지 습격했습니다.

서울 도심 주택가는 물론 제주 한라산 산간 지역 등 서식 범위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날로 커지고 있는 들개떼의 위협을 이규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야생화 한 들개 떼…사람 물고 소 죽여▼

<리포트>

상처 입고 쓰러진 암소 한 마리.

체중이 250kg 에 달하지만 들개떼의 습격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인터뷰> 손윤수(피해 농장 주인) : "오후에 저녁 주려고 왔는데 개가 저걸 뜯어먹다 도망가더라고. 내가, 사람이 오니까. 깜짝 놀라고 벌벌 떨려서 전화도 못하고..."

닭과 염소 등 덩치가 작은 가축의 피해는 더욱 심합니다.

철망과 울타리를 뚫고 침입해 한번에 수십마리 씩 닥치는대로 물어 죽였습니다.

급기야 지난달 7일, 아이들이 생활하는 제주의 한 초등학교까지 습격했습니다.

사람도 공격합니다.

지난 2015년에는 산책중인 50대 여성이 유기견의 공격을 받아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신정관(들개 피해 농가) : "시골에는 솔직히 노약자들이 다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위험하죠. 사람도 해칠 정도가 되더라고요..."

사람 손을 벗어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유기견들이 대를 거듭하며 야생성이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나기정(충북야생동물보호센터장) :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생 생태계 속에서 아주 강한 능력들을 발휘를 해야합니다."

들개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개체수는 물론 피해 현황 등 제대로된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총쏴서 잡자” 유해야생동물 지정 건의까지

<기자 멘트>

들개들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포획틀과 마취총입니다.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생포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효과는 미미합니다.

경계심이 많은 들개들이 포획틀에 접근하지 않을 뿐더러 마취총 등의 유효 사정거리도 짧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옥천군도 최근 시장·군수협의회 명의로 들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했습니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맷돼지나 들고양이 처럼 총기나 덫을 이용해 들개를 포획하거나 사살하게 해 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동물단체는 반려견을 버려놓고 피해가 있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없애야할 것인지 보호해야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버려지는 개들 과연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들개의 시작은 유기견…악순환 끊어야▼

<리포트>

마취총을 메고 도심 야산을 누비는 사람, 야생동물 포획 전문갑니다.

들개를 잡아달란 주민들과 수시로 마주칩니다.

<녹취> "어떤 때는 저 지붕 위에 저쪽에 나무가 없거든요. 거기에 쪼르르 앉아있어 가지고..."

올들어 서울에서 잡은 들개만 30 마리가 넘습니다.

<인터뷰> 방기정(야생동물연구소 포획팀장) : "재개발 지역 근처로 많아요.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 번식하고 자꾸 세대를 거치다 보니까 야생화되는거죠."

이처럼 들개의 시작이 유기견인만큼 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녹취> "아이들이 커다란 카메라 보면 놀라서 짖을 수 있거든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자칫 들개가 될뻔한 대형견 10여 마리도 있습니다.

다행인 건, 이들 유기견들을 입양하겠단 사람들이 늘고 있단 점입니다.

<녹취> 이정아(유기견 입양 예정자) : "그걸(입양을) 되게 하고 싶대서 인터넷으로 찾다보니까 여기가 나와서... 저희가 경기도 양평에 살거든요. 여기까지."

유기동물 보호 켐페인에 들개 예방을 위한 중성화 수술 지원도 본격화됐습니다.

하지만 가장 우선돼야할 건 반려견을 키우는 책임있는 자셉니다.

경기도의 한 빌라에서 방치된 개 백여 마리가 구조되던 상황은 동물과 사람 모두 불행했던 현장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은일(구호동물입양센터 사무국장) : "한 생명을 잘 끝까지 돌보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가족이 병들었다고 버리진 않잖아요."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견은 8만여 마리, 반려견이 들개가 되는 악순환을 끊는 건 우리들의 몫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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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들개 떼, 전국 곳곳에 출몰…공포 확산
    • 입력 2017-06-01 21:33:39
    • 수정2017-06-01 21: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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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냥한 닭을 물고 마을을 활보하는 들개 두 마리.

닭이 가까스로 달아나보지만 이내 붙잡힙니다.

한밤중 닭 20여마리를 물어 죽인 뒤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들개떼의 위협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충북 옥천에서는 암소를 물어 죽였고, 대전에서는 토종닭 70여 마리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제주에서는 초등학교 생태체험장까지 습격했습니다.

서울 도심 주택가는 물론 제주 한라산 산간 지역 등 서식 범위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날로 커지고 있는 들개떼의 위협을 이규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야생화 한 들개 떼…사람 물고 소 죽여▼

<리포트>

상처 입고 쓰러진 암소 한 마리.

체중이 250kg 에 달하지만 들개떼의 습격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인터뷰> 손윤수(피해 농장 주인) : "오후에 저녁 주려고 왔는데 개가 저걸 뜯어먹다 도망가더라고. 내가, 사람이 오니까. 깜짝 놀라고 벌벌 떨려서 전화도 못하고..."

닭과 염소 등 덩치가 작은 가축의 피해는 더욱 심합니다.

철망과 울타리를 뚫고 침입해 한번에 수십마리 씩 닥치는대로 물어 죽였습니다.

급기야 지난달 7일, 아이들이 생활하는 제주의 한 초등학교까지 습격했습니다.

사람도 공격합니다.

지난 2015년에는 산책중인 50대 여성이 유기견의 공격을 받아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신정관(들개 피해 농가) : "시골에는 솔직히 노약자들이 다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위험하죠. 사람도 해칠 정도가 되더라고요..."

사람 손을 벗어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유기견들이 대를 거듭하며 야생성이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나기정(충북야생동물보호센터장) :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생 생태계 속에서 아주 강한 능력들을 발휘를 해야합니다."

들개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개체수는 물론 피해 현황 등 제대로된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총쏴서 잡자” 유해야생동물 지정 건의까지

<기자 멘트>

들개들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포획틀과 마취총입니다.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생포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효과는 미미합니다.

경계심이 많은 들개들이 포획틀에 접근하지 않을 뿐더러 마취총 등의 유효 사정거리도 짧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옥천군도 최근 시장·군수협의회 명의로 들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했습니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맷돼지나 들고양이 처럼 총기나 덫을 이용해 들개를 포획하거나 사살하게 해 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동물단체는 반려견을 버려놓고 피해가 있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없애야할 것인지 보호해야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버려지는 개들 과연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들개의 시작은 유기견…악순환 끊어야▼

<리포트>

마취총을 메고 도심 야산을 누비는 사람, 야생동물 포획 전문갑니다.

들개를 잡아달란 주민들과 수시로 마주칩니다.

<녹취> "어떤 때는 저 지붕 위에 저쪽에 나무가 없거든요. 거기에 쪼르르 앉아있어 가지고..."

올들어 서울에서 잡은 들개만 30 마리가 넘습니다.

<인터뷰> 방기정(야생동물연구소 포획팀장) : "재개발 지역 근처로 많아요.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 번식하고 자꾸 세대를 거치다 보니까 야생화되는거죠."

이처럼 들개의 시작이 유기견인만큼 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녹취> "아이들이 커다란 카메라 보면 놀라서 짖을 수 있거든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자칫 들개가 될뻔한 대형견 10여 마리도 있습니다.

다행인 건, 이들 유기견들을 입양하겠단 사람들이 늘고 있단 점입니다.

<녹취> 이정아(유기견 입양 예정자) : "그걸(입양을) 되게 하고 싶대서 인터넷으로 찾다보니까 여기가 나와서... 저희가 경기도 양평에 살거든요. 여기까지."

유기동물 보호 켐페인에 들개 예방을 위한 중성화 수술 지원도 본격화됐습니다.

하지만 가장 우선돼야할 건 반려견을 키우는 책임있는 자셉니다.

경기도의 한 빌라에서 방치된 개 백여 마리가 구조되던 상황은 동물과 사람 모두 불행했던 현장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은일(구호동물입양센터 사무국장) : "한 생명을 잘 끝까지 돌보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가족이 병들었다고 버리진 않잖아요."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견은 8만여 마리, 반려견이 들개가 되는 악순환을 끊는 건 우리들의 몫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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