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호국 보훈의 달, 군복의 의미를 찍는다

입력 2017.06.03 (08:21) 수정 2017.06.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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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저희도 그래서 이렇게 가슴에 나라사랑 큰나무 배지를 달고 있죠?

네. 우리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는데요.

특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 군 장병들이 우선 떠오르네요.

그런데 우리 군 장병들은 험하고 바쁜 군 생활 속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기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이런 군 장병들의 군복에 담긴 헌신의 의미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벌써 4년째라는데요.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수도권 최전방 수호의 임무를 맡고 있는 육군 1사단.

이른 아침 이곳에 야외 스튜디오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도착해 조금은 들뜬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장병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자 어느새 늠름한 수색대원의 모습이 묻어나는데요.

<녹취>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녹취> “(멋있다니까, 본인.) 고생하셨습니다.”

군복을 갖춰 입고 사진을 찍으며 자신 안에 감춰진 당당함과 자신감을 확인한 장병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녹취> “사진 진짜 잘 찍는 것 같습니다.”

<녹취> “진짜 잘 나온 것 같아”

<녹취> “사투리 나오게 하네~”

군복 안에 깃든 장병들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포착하는 이 사람.

사진작가 라미 현씨인데요, 현재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후방,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국군 장병들.

하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요.

라미 현 작가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4년 째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초, 강원도 강릉과 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

진화를 위해 4천여 명의 군 병력이 투입됐습니다.

라미 현 씨는 그 때 자진해서 현장으로 달려가 화마와 싸우는 장병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는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15L 물통과 장비를 들고 가파른 비탈을 오르내린 국군 장병들의 모습은 고스란히 그의 사진에 담겼습니다.

<인터뷰> 라미 현(본명: 현효제/사진작가) : “땅이 뜨겁고 앞에 보면 전투화가 녹고 있고. 전투화에 불붙은 게 보여요. 약간 지옥 같은 느낌이에요. 대단하구나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뿌듯했죠.내가 그 현장에 있어서 최소한 그들을 기록해서 정말 다행이다...”

산불 같은 특별한 사건 현장 뿐만 아니라 이렇게 부대를 찾아가거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가 오늘 이곳을 찾은 건 박선일 원사가 쓴 손 편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선일(원사/국군 1사단) : “새로운 장병들이 오면은 이런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한번 여기에 찍히고... 모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가지고 작가님한테 직접 편지를 쓴 겁니다. ”

부대에 새로 배치된 후배 장병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박 원사의 마음에 기꺼이 시간을 내 달려온 건데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작업.

이렇게 찍은 사진 파일은 군 당국과 장병들에게 모두 무료로 나눠줍니다.

<녹취> “고생하셨습니다.”

<녹취> “감사합니다.”

사례는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면 충분하다는데요.

그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걸까요?

주로 광고 사진을 찍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군부대 홍보 영상 제작을 맡아 50여 명의 장병들을 인터뷰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원사님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GOP에 3년 계셨는데 3년이면 천 일, 천 일 동안 집에 간 날이 2백 일이 안 되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학생 아들 둘이 있는데 어렸을 때 놀러간 적이 없기 때문에 사진첩이 하나가 안 된다는 거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라미 현 씨가 결심한 일은 그들을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군부대 50여 곳을 찾아다니는 등 군복 입은 장병 2천 여 명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현역 군인 뿐 아니라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남북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외국군도 찍었는데요.

군복을 입고 렌즈 앞에 선 그들에게선 조국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헌신,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은 매번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손녀니까 ‘할아버지 웃어요, 밝게 한 번 찍어요.’그랬더니 계속 ‘할아버지 웃으세요. 한번 웃어주세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야 이놈아’ 그러는 거예요. ‘군인은 근엄해야 돼. 어디다 대고 웃으라 그래?’ (라고.) 전쟁을 경험했고 그때의 군인으로서 카메라에 서고 싶었기 때문에 웃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처음엔 한 달에 한 번만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었지만 다섯 번, 여섯 번으로 횟수가 점차 늘었고 그럴수록 수입은 줄어들었는데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때 대한민국의 육해공군, 해병대와 우리를 도와줬던 21개 국가의 참전용사들 이렇게 (사진을) 전시하는 게 그때까지가 지금 저의 프로젝트 계획입니다.”

이 사진은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 당시 군인정신과 강한 전우애를 보여 준 수색대원들의 모습인데요.

라미 현 작가는 조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군인들을 만나면서 안보와 통일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오늘은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 팀장으로 대원들의 신속한 대처를 이끌었던 수색대 정교성 팀장이 다시 그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전역을 이십 여일 앞둔 동료 이승환 중위가 그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건데요.

<인터뷰> 정교성(중사/육군 1사단) : “나가서 잘 살고... 다시 입대하려면 빨리 들어오십시오. 제가 잘 봐드릴게...”

두 사나이의 전우애, 그리고 이들이 함께 지킨 평화의 소중함도 사진 속에 담아 봅니다.

통일의 그날을 꿈꾸며 조국 수호의 사명에 매진하고 있는 국군장병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사진을 통해서 그들 스스로 거울처럼 그들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봤을 때 그들도 감동하는 거죠. 아, 내가 멋있구나. 내가 군인이구나.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최전방 철책선 앞에서도 화마와 싸워야하는 산불 현장에서도 군복의 의미를 일깨우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에게 평화로운 일상이 있다는 것을 작가의 사진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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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호국 보훈의 달, 군복의 의미를 찍는다
    • 입력 2017-06-03 07:50:25
    • 수정2017-06-19 13: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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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저희도 그래서 이렇게 가슴에 나라사랑 큰나무 배지를 달고 있죠?

네. 우리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는데요.

특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 군 장병들이 우선 떠오르네요.

그런데 우리 군 장병들은 험하고 바쁜 군 생활 속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기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이런 군 장병들의 군복에 담긴 헌신의 의미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벌써 4년째라는데요.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수도권 최전방 수호의 임무를 맡고 있는 육군 1사단.

이른 아침 이곳에 야외 스튜디오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도착해 조금은 들뜬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장병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자 어느새 늠름한 수색대원의 모습이 묻어나는데요.

<녹취>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녹취> “(멋있다니까, 본인.) 고생하셨습니다.”

군복을 갖춰 입고 사진을 찍으며 자신 안에 감춰진 당당함과 자신감을 확인한 장병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녹취> “사진 진짜 잘 찍는 것 같습니다.”

<녹취> “진짜 잘 나온 것 같아”

<녹취> “사투리 나오게 하네~”

군복 안에 깃든 장병들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포착하는 이 사람.

사진작가 라미 현씨인데요, 현재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후방,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국군 장병들.

하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요.

라미 현 작가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4년 째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초, 강원도 강릉과 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

진화를 위해 4천여 명의 군 병력이 투입됐습니다.

라미 현 씨는 그 때 자진해서 현장으로 달려가 화마와 싸우는 장병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는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15L 물통과 장비를 들고 가파른 비탈을 오르내린 국군 장병들의 모습은 고스란히 그의 사진에 담겼습니다.

<인터뷰> 라미 현(본명: 현효제/사진작가) : “땅이 뜨겁고 앞에 보면 전투화가 녹고 있고. 전투화에 불붙은 게 보여요. 약간 지옥 같은 느낌이에요. 대단하구나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뿌듯했죠.내가 그 현장에 있어서 최소한 그들을 기록해서 정말 다행이다...”

산불 같은 특별한 사건 현장 뿐만 아니라 이렇게 부대를 찾아가거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가 오늘 이곳을 찾은 건 박선일 원사가 쓴 손 편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선일(원사/국군 1사단) : “새로운 장병들이 오면은 이런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한번 여기에 찍히고... 모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가지고 작가님한테 직접 편지를 쓴 겁니다. ”

부대에 새로 배치된 후배 장병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박 원사의 마음에 기꺼이 시간을 내 달려온 건데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작업.

이렇게 찍은 사진 파일은 군 당국과 장병들에게 모두 무료로 나눠줍니다.

<녹취> “고생하셨습니다.”

<녹취> “감사합니다.”

사례는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면 충분하다는데요.

그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걸까요?

주로 광고 사진을 찍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군부대 홍보 영상 제작을 맡아 50여 명의 장병들을 인터뷰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원사님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GOP에 3년 계셨는데 3년이면 천 일, 천 일 동안 집에 간 날이 2백 일이 안 되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학생 아들 둘이 있는데 어렸을 때 놀러간 적이 없기 때문에 사진첩이 하나가 안 된다는 거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라미 현 씨가 결심한 일은 그들을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군부대 50여 곳을 찾아다니는 등 군복 입은 장병 2천 여 명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현역 군인 뿐 아니라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남북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외국군도 찍었는데요.

군복을 입고 렌즈 앞에 선 그들에게선 조국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헌신,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은 매번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손녀니까 ‘할아버지 웃어요, 밝게 한 번 찍어요.’그랬더니 계속 ‘할아버지 웃으세요. 한번 웃어주세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야 이놈아’ 그러는 거예요. ‘군인은 근엄해야 돼. 어디다 대고 웃으라 그래?’ (라고.) 전쟁을 경험했고 그때의 군인으로서 카메라에 서고 싶었기 때문에 웃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처음엔 한 달에 한 번만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었지만 다섯 번, 여섯 번으로 횟수가 점차 늘었고 그럴수록 수입은 줄어들었는데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때 대한민국의 육해공군, 해병대와 우리를 도와줬던 21개 국가의 참전용사들 이렇게 (사진을) 전시하는 게 그때까지가 지금 저의 프로젝트 계획입니다.”

이 사진은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 당시 군인정신과 강한 전우애를 보여 준 수색대원들의 모습인데요.

라미 현 작가는 조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군인들을 만나면서 안보와 통일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오늘은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 팀장으로 대원들의 신속한 대처를 이끌었던 수색대 정교성 팀장이 다시 그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전역을 이십 여일 앞둔 동료 이승환 중위가 그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건데요.

<인터뷰> 정교성(중사/육군 1사단) : “나가서 잘 살고... 다시 입대하려면 빨리 들어오십시오. 제가 잘 봐드릴게...”

두 사나이의 전우애, 그리고 이들이 함께 지킨 평화의 소중함도 사진 속에 담아 봅니다.

통일의 그날을 꿈꾸며 조국 수호의 사명에 매진하고 있는 국군장병들.

<인터뷰> 라미 현(사진작가) : “사진을 통해서 그들 스스로 거울처럼 그들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봤을 때 그들도 감동하는 거죠. 아, 내가 멋있구나. 내가 군인이구나.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최전방 철책선 앞에서도 화마와 싸워야하는 산불 현장에서도 군복의 의미를 일깨우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에게 평화로운 일상이 있다는 것을 작가의 사진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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