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북미 성공 비결은?

입력 2017.06.03 (22: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관객으로 북적이는 극장, 무려 6년 동안이나 장기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는, 한국계 이민자 가정을 다룬 연극, 킴스 컨비니언스, 김씨네 편의점입니다.

과거 한국계 이민자 1세대가 가장 흔히 했던 일, 편의점 운영에 얽힌 이야기와, 1세대 부모와 2세대 자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전형적인 한국계 이야기입니다.

<녹취> 인스 최(‘킴스 컨비니언스’ 작가) : "편의점 같은, 뭔가 한국계 가족에 대한 걸 쓰고 싶었어요, 토론토에 있는 내 친구들 부모가 다 가게를 했거든요."

하지만 북미 연극영화계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아시아계 이야기, 대본은 대형기획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최 씨는 친구들과 가까스로 연극을 완성해 작은 연극제에 출품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전회 매진! 믿을 수 없는 성공이었습니다.

<인터뷰> 잔(연극 관객) : "오랜 시간에 걸친 가족들간의 상처, 갈등 이런 건 전 세계 모든 가족이 겪는 일이잖아요."

<녹취> 말그라(연극 관객) : "한국 얘기는 잘 모르니까 추측만 하는데도 아주 재밌어요."

각종 연극상을 휩쓸면서, 대형극장에도 올라갔습니다.

급기야 캐나다 최대방송인 공영방송 CBC가 드라마로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멋진 기독교인 한국남자 같은 건 없어. (무슨 말이야?) 멋진 기독교인 남자는 한국계가 아니야, 멋진 한국계 남자는 교회에 안 다녀 (멋진 기독교인 한국계는 여자야.)"

연극을 집필했던 최 씨가 TV에도 공동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일본을 싫어하는 아빠, 교회생활에만 열심인 엄마,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간 아들, 진로 문제로 부모와 갈등하는 딸 등 진짜 한국계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백인들 이야기에만 익숙했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녹취> 제인(시청자) : "저기 나오는 아빠가 정확히 우리 아빠가 했던 말을 해요. 동성애자, 알겠으니까 좀 조용히 좀 있으라고 해!"

<인터뷰> 제임스 나들러(캐나다 리아슨대학 교수) : "한국계뿐 아니라 유대계, 이탈리아계, 프랑스계 등 모든 이민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20회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CBC는 현재 시즌 2를 준비 중입니다.

한국 고유의 분위기를 계속 살릴 계획입니다.

<인터뷰> 미쉘 달리(CBC 드라마국 국장) : "한국 고유의 독특함이 시청자들에게 진짜 삶을 얘기한다고 느끼게 해줍니다."

킴스 컨비니언스의 성공은 오랫동안 주류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아시아계 배우들에게도 큰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킴스 컨비니언스에 출연하는 한국계 또는 아시아계 배우들 대부분이 연극이나 TV에서 이른바 주인공을 맡은 게 처음입니다.

<녹취> 폴 리(아빠 역) : "정말 좌절이 많았어요. 경험을 쌓을 수 없으니까 큰 역할에 도전할 수도 없었고요."

북미지역에서 아시아계를 중심에 둔 영화나 드라마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수백 개의 미국 드라마 가운데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한 작품은 프레쉬 오프더 보트와 닥터 켄 2개뿐입니다.

한국계 의사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닥터 켄'은 켄 정이란 걸출한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실제 의사였다가 배우가 된 켄 정은 직접 집필, 연출, 연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코믹하게 승화했습니다.

<녹취> "저 한국사람이에요."

<녹취> "의사 선생님, 한국분이라는데요."

<녹취> "말도 안돼. 나사가 좀 허술하게 빠져있는 것 같아."

그런데 켄 정이 오디션 등을 관장할 때면, 업계 관계자나 배우들조차도, 켄 정이 최종 결정자라는 걸 잘 믿지 않습니다.

<녹취> 켄 정('닥터 켄' 주연/작가/연출가) : "이것저것 다 내가 결정한다고 해도 잘 믿지를 않죠. '그래, 근데 네 뒤에 최종 결정을 하는 백인이 있는 거지?'라고 되묻습니다."

북미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주도해온 것은 백인 남자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푼 반두(북미아시아배우운동연합) : "정말 무의식적인 건데요, TV나 영화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을 못 보니까 자꾸 배제하게 되는 겁니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고스트 인더쉘과 닥터 스트레인지에선 원래 아시아인 역할을 백인에게 맡겼을 정돕니다.

<인터뷰> 제임스 나들러(캐나다 리아슨대학 교수) : "할리우드 시스템은 완전히 시장에 지배되기 때문에 변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백인 중심 관행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배우와 작가, 제작자들이 조직적으로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푼 반두(북미 아시아 배우 운동연합) : "이해 당사자들이 그런 주류의 경향에 반대한다고 계속 강하게 주장해야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2천만 명에 달하는 북미 지역 아시아인들의 엔터테인먼트산업 진출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미쉘 달리(CBC 드라마국 국장) : "다른 인종들이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우리 얘기도 하고 싶다고 느끼는데, 마치 문명화의 단계처럼 시간이 걸립니다."

아시아계 사회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나 작가, 감독 지망생들이 집안의 격렬한 반대로 꿈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폴 리(한국계 배우) : "아버지랑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실업자가 돼서 가난하게 죽게 될까 봐 정말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 인종을 비추는 가장 결정적인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인터뷰> 인스 최('킴스 컨비니언스' 작가) : "연극(드라마)을 보고 사람들이, 동네 편의점에서 봤던 한국계, 중국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을 때, 그게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킴스 컨비니언스의 성공은, 아시아계 특히 한국계 이야기도 세계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지배하는 북미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토론토에서 박에스더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북미 성공 비결은?
    • 입력 2017-06-03 22:14:55
    국제
 관객으로 북적이는 극장, 무려 6년 동안이나 장기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는, 한국계 이민자 가정을 다룬 연극, 킴스 컨비니언스, 김씨네 편의점입니다.

과거 한국계 이민자 1세대가 가장 흔히 했던 일, 편의점 운영에 얽힌 이야기와, 1세대 부모와 2세대 자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전형적인 한국계 이야기입니다.

<녹취> 인스 최(‘킴스 컨비니언스’ 작가) : "편의점 같은, 뭔가 한국계 가족에 대한 걸 쓰고 싶었어요, 토론토에 있는 내 친구들 부모가 다 가게를 했거든요."

하지만 북미 연극영화계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아시아계 이야기, 대본은 대형기획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최 씨는 친구들과 가까스로 연극을 완성해 작은 연극제에 출품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전회 매진! 믿을 수 없는 성공이었습니다.

<인터뷰> 잔(연극 관객) : "오랜 시간에 걸친 가족들간의 상처, 갈등 이런 건 전 세계 모든 가족이 겪는 일이잖아요."

<녹취> 말그라(연극 관객) : "한국 얘기는 잘 모르니까 추측만 하는데도 아주 재밌어요."

각종 연극상을 휩쓸면서, 대형극장에도 올라갔습니다.

급기야 캐나다 최대방송인 공영방송 CBC가 드라마로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멋진 기독교인 한국남자 같은 건 없어. (무슨 말이야?) 멋진 기독교인 남자는 한국계가 아니야, 멋진 한국계 남자는 교회에 안 다녀 (멋진 기독교인 한국계는 여자야.)"

연극을 집필했던 최 씨가 TV에도 공동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일본을 싫어하는 아빠, 교회생활에만 열심인 엄마,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간 아들, 진로 문제로 부모와 갈등하는 딸 등 진짜 한국계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백인들 이야기에만 익숙했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녹취> 제인(시청자) : "저기 나오는 아빠가 정확히 우리 아빠가 했던 말을 해요. 동성애자, 알겠으니까 좀 조용히 좀 있으라고 해!"

<인터뷰> 제임스 나들러(캐나다 리아슨대학 교수) : "한국계뿐 아니라 유대계, 이탈리아계, 프랑스계 등 모든 이민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20회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CBC는 현재 시즌 2를 준비 중입니다.

한국 고유의 분위기를 계속 살릴 계획입니다.

<인터뷰> 미쉘 달리(CBC 드라마국 국장) : "한국 고유의 독특함이 시청자들에게 진짜 삶을 얘기한다고 느끼게 해줍니다."

킴스 컨비니언스의 성공은 오랫동안 주류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아시아계 배우들에게도 큰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킴스 컨비니언스에 출연하는 한국계 또는 아시아계 배우들 대부분이 연극이나 TV에서 이른바 주인공을 맡은 게 처음입니다.

<녹취> 폴 리(아빠 역) : "정말 좌절이 많았어요. 경험을 쌓을 수 없으니까 큰 역할에 도전할 수도 없었고요."

북미지역에서 아시아계를 중심에 둔 영화나 드라마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수백 개의 미국 드라마 가운데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한 작품은 프레쉬 오프더 보트와 닥터 켄 2개뿐입니다.

한국계 의사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닥터 켄'은 켄 정이란 걸출한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실제 의사였다가 배우가 된 켄 정은 직접 집필, 연출, 연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코믹하게 승화했습니다.

<녹취> "저 한국사람이에요."

<녹취> "의사 선생님, 한국분이라는데요."

<녹취> "말도 안돼. 나사가 좀 허술하게 빠져있는 것 같아."

그런데 켄 정이 오디션 등을 관장할 때면, 업계 관계자나 배우들조차도, 켄 정이 최종 결정자라는 걸 잘 믿지 않습니다.

<녹취> 켄 정('닥터 켄' 주연/작가/연출가) : "이것저것 다 내가 결정한다고 해도 잘 믿지를 않죠. '그래, 근데 네 뒤에 최종 결정을 하는 백인이 있는 거지?'라고 되묻습니다."

북미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주도해온 것은 백인 남자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푼 반두(북미아시아배우운동연합) : "정말 무의식적인 건데요, TV나 영화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을 못 보니까 자꾸 배제하게 되는 겁니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고스트 인더쉘과 닥터 스트레인지에선 원래 아시아인 역할을 백인에게 맡겼을 정돕니다.

<인터뷰> 제임스 나들러(캐나다 리아슨대학 교수) : "할리우드 시스템은 완전히 시장에 지배되기 때문에 변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백인 중심 관행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배우와 작가, 제작자들이 조직적으로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푼 반두(북미 아시아 배우 운동연합) : "이해 당사자들이 그런 주류의 경향에 반대한다고 계속 강하게 주장해야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2천만 명에 달하는 북미 지역 아시아인들의 엔터테인먼트산업 진출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미쉘 달리(CBC 드라마국 국장) : "다른 인종들이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우리 얘기도 하고 싶다고 느끼는데, 마치 문명화의 단계처럼 시간이 걸립니다."

아시아계 사회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나 작가, 감독 지망생들이 집안의 격렬한 반대로 꿈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폴 리(한국계 배우) : "아버지랑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실업자가 돼서 가난하게 죽게 될까 봐 정말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 인종을 비추는 가장 결정적인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인터뷰> 인스 최('킴스 컨비니언스' 작가) : "연극(드라마)을 보고 사람들이, 동네 편의점에서 봤던 한국계, 중국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을 때, 그게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킴스 컨비니언스의 성공은, 아시아계 특히 한국계 이야기도 세계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지배하는 북미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토론토에서 박에스더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