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가짜뉴스’…어떻게 골라낼까?

입력 2017.06.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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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조되거나 혹은 사실 확인이 어려운 뉴스, 이른바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비용이 연간 30조9백원 억이라고 현대경제연구소가 최근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사회적비용만 7조3,200억 원이라고 한다.

지난달 9일에 끝난 우리나라의 대선 때도 가짜뉴스로 인해 대선후보와 유권자들의 피해가 크게 우려되기도 했다. 만약 가짜뉴스로 인해 안보 등 국가정책 이슈가 혼란에 빠질 경우 아찔하다. 그 피해는 수십조 원의 수준이 아니라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우리나라 대선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 치러졌던 프랑스 대선 때도 만연했다. 다행히 우리 대선과 프랑스에는 큰 영향은 없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트럼프와 힐러리가 팽팽하게 맞섰던 미국 대선에서는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대선을 전후로 확인되지 않은 날조된 뉴스를 대량 생산했던 트럼프는 최근 미국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 정부내에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진실 위원회’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과 유력 언론이 가짜뉴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언론의 유럽에 대한 정치 개입을 놓고 유럽과 러시아의 정치권이 가짜뉴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의 가짜뉴스 논쟁은 SNS상에서 개인의 신념이나 잘못된 정보를 기만적으로,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그런 류의 정의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허위 사실을 알고도 퍼뜨리는 경우에다 잘못된 저널리즘의 취재나 공표 방식에 의해 왜곡된 정보가 유통되는 오보의 형식도 포함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최근 언론계의 화두이자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를 통해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문.방송사의 발행인과 편집간부 등 2,000여 명의 언론인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IPI, 국제언론인협회에서도 최근 이 가짜뉴스와 관련된 세션을 열었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IPI 총회에서" How can truth stand out - 어떻게 사실을 밝혀낼 수 있나 ? " 세션을 통해 가짜뉴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사실과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기준, 가짜뉴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현직 중견 언론인들의 고심어린 토론이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독일 공영 ZDF방송의 요하네스 하노 뉴욕지국장은 최근 5~6년간 인터넷 웹사이트와 쇼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이 늘면서 ‘사실’과 ‘가짜뉴스’와의 구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화두를 제기했다. 요하네스 지국장은 ‘사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언론인들은 매일 '사실'이라는 것을 뒤쫓고 있지만, 확증적 측면에서 사실로 확인하기 힘든 내용이 상당 부분 유통되는 현실적인 딜레마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하노 지국장은 최근 어떤 종류의 대안적 사실들이 SNS 등에서 유통되면서 기존의 미디어가 보도한 사실을 수용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의 26~27% 정도 만이 기존의 미디어가 밝힌 사실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기존의 미디어들이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검증한 사실 이외에, 뭔가 다른 것을 믿고 싶어하는데 그 틈새를 가짜뉴스들이 파고들고 있다고 정리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의 편집자인 에드워드 루카스는 가짜뉴스 양산의 가장 큰 원인을 현대 사회의 양극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뉴스의 소비자들이 서로 다른 양 극단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경우, 하나의 사건이 서로 다른 사실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관점이 현실을 여러 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으며, 이 경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내용이 거짓뉴스인지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선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SNS 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루카스는 가짜뉴스를 줄이고 사실 보도를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안했다.

“ 각종 웹사이트나 SNS의 플랫폼의 유통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어떤 뉴스가 유통구조 내에서 익명의 출처나 익명의 얘기 속에 감춰져 있다면 그 사실에 대해서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혹은 그 사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정확한 위치의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았다면 이 뉴스를 사실로 심각하게 다뤄서는 안된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출처가 분명한 누군가에게서'가 밝혀져야 하고, 취재와 최종 보도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확인되야 한다.”

루카스는 또한 취재와 편집의 '팩트 체크 데스킹 과정'을 강조했다.

“ 기존의 미디어는 물론, SNS에서도 ‘Editorial Policy' 가 중요하다. 사실에 대한 팩트 체크와 보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편집자의 명확한 데스킹 과정이 중요하다" 라고 덧붙였다.

대선 직전 보도 의욕을 앞세운 SBS가 특종이라면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보도’를 해 한때 대선판을 흔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출처를 알아본 결과 세월호 인양 실무를 담당하지도 않고 언론지원반에서 잠깐 일한 3년차 7급공무원이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를 한 것을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없는 위치인데다,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얘기한 것도 아닌 그야말로 가짜뉴스에서 다룬 내용을 얘기한 것이다.

‘가짜뉴스’가 사실 뉴스로 둔갑해 지상파의 주요 뉴스로 나간 방송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 일로 SBS는 사과 방송을 하고 보도책임자가 문책을 당했다. 데스킹 과정에서 출처에 대해 명확히 파악했더라면 발생할 수 없는 사고였다.

최근 강경화 외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JTBC의 ‘기획부동산 의혹’ 보도도 현장을 가지 않고 ‘다음 로드뷰’ 영상을 캡쳐해 보도하는 등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취재,제작한 것이 드러나 사과방송을 하기도 했다. 사건의 현장에서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취재의 원칙을 벗어났고, 취재 내용과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데스킹 과정도 문제였다.

정확한 사실을 담고 있는 않은 '가짜뉴스'의 공급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식별해 내기도 쉽지 않고 해결할 방법도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가짜뉴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우리 언론인들이 나가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적인 중견 언론인들이 제안하고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취재의 원칙에 충실하고, 재차 삼차 확인에 확인을 거치는 보도 방법', 가짜뉴스에 대응한 유일한 대안인 듯싶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국제언론회의 참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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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후죽순 ‘가짜뉴스’…어떻게 골라낼까?
    • 입력 2017-06-06 09:04:42
    취재K
날조되거나 혹은 사실 확인이 어려운 뉴스, 이른바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비용이 연간 30조9백원 억이라고 현대경제연구소가 최근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사회적비용만 7조3,200억 원이라고 한다.

지난달 9일에 끝난 우리나라의 대선 때도 가짜뉴스로 인해 대선후보와 유권자들의 피해가 크게 우려되기도 했다. 만약 가짜뉴스로 인해 안보 등 국가정책 이슈가 혼란에 빠질 경우 아찔하다. 그 피해는 수십조 원의 수준이 아니라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우리나라 대선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 치러졌던 프랑스 대선 때도 만연했다. 다행히 우리 대선과 프랑스에는 큰 영향은 없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트럼프와 힐러리가 팽팽하게 맞섰던 미국 대선에서는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대선을 전후로 확인되지 않은 날조된 뉴스를 대량 생산했던 트럼프는 최근 미국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 정부내에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진실 위원회’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과 유력 언론이 가짜뉴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언론의 유럽에 대한 정치 개입을 놓고 유럽과 러시아의 정치권이 가짜뉴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의 가짜뉴스 논쟁은 SNS상에서 개인의 신념이나 잘못된 정보를 기만적으로,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그런 류의 정의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허위 사실을 알고도 퍼뜨리는 경우에다 잘못된 저널리즘의 취재나 공표 방식에 의해 왜곡된 정보가 유통되는 오보의 형식도 포함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최근 언론계의 화두이자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를 통해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문.방송사의 발행인과 편집간부 등 2,000여 명의 언론인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IPI, 국제언론인협회에서도 최근 이 가짜뉴스와 관련된 세션을 열었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IPI 총회에서" How can truth stand out - 어떻게 사실을 밝혀낼 수 있나 ? " 세션을 통해 가짜뉴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사실과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기준, 가짜뉴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현직 중견 언론인들의 고심어린 토론이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독일 공영 ZDF방송의 요하네스 하노 뉴욕지국장은 최근 5~6년간 인터넷 웹사이트와 쇼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이 늘면서 ‘사실’과 ‘가짜뉴스’와의 구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화두를 제기했다. 요하네스 지국장은 ‘사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언론인들은 매일 '사실'이라는 것을 뒤쫓고 있지만, 확증적 측면에서 사실로 확인하기 힘든 내용이 상당 부분 유통되는 현실적인 딜레마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하노 지국장은 최근 어떤 종류의 대안적 사실들이 SNS 등에서 유통되면서 기존의 미디어가 보도한 사실을 수용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의 26~27% 정도 만이 기존의 미디어가 밝힌 사실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기존의 미디어들이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검증한 사실 이외에, 뭔가 다른 것을 믿고 싶어하는데 그 틈새를 가짜뉴스들이 파고들고 있다고 정리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의 편집자인 에드워드 루카스는 가짜뉴스 양산의 가장 큰 원인을 현대 사회의 양극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뉴스의 소비자들이 서로 다른 양 극단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경우, 하나의 사건이 서로 다른 사실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관점이 현실을 여러 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으며, 이 경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내용이 거짓뉴스인지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선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SNS 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루카스는 가짜뉴스를 줄이고 사실 보도를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안했다.

“ 각종 웹사이트나 SNS의 플랫폼의 유통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어떤 뉴스가 유통구조 내에서 익명의 출처나 익명의 얘기 속에 감춰져 있다면 그 사실에 대해서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혹은 그 사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정확한 위치의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았다면 이 뉴스를 사실로 심각하게 다뤄서는 안된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출처가 분명한 누군가에게서'가 밝혀져야 하고, 취재와 최종 보도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확인되야 한다.”

루카스는 또한 취재와 편집의 '팩트 체크 데스킹 과정'을 강조했다.

“ 기존의 미디어는 물론, SNS에서도 ‘Editorial Policy' 가 중요하다. 사실에 대한 팩트 체크와 보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편집자의 명확한 데스킹 과정이 중요하다" 라고 덧붙였다.

대선 직전 보도 의욕을 앞세운 SBS가 특종이라면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보도’를 해 한때 대선판을 흔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출처를 알아본 결과 세월호 인양 실무를 담당하지도 않고 언론지원반에서 잠깐 일한 3년차 7급공무원이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를 한 것을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없는 위치인데다,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얘기한 것도 아닌 그야말로 가짜뉴스에서 다룬 내용을 얘기한 것이다.

‘가짜뉴스’가 사실 뉴스로 둔갑해 지상파의 주요 뉴스로 나간 방송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 일로 SBS는 사과 방송을 하고 보도책임자가 문책을 당했다. 데스킹 과정에서 출처에 대해 명확히 파악했더라면 발생할 수 없는 사고였다.

최근 강경화 외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JTBC의 ‘기획부동산 의혹’ 보도도 현장을 가지 않고 ‘다음 로드뷰’ 영상을 캡쳐해 보도하는 등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취재,제작한 것이 드러나 사과방송을 하기도 했다. 사건의 현장에서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취재의 원칙을 벗어났고, 취재 내용과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데스킹 과정도 문제였다.

정확한 사실을 담고 있는 않은 '가짜뉴스'의 공급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식별해 내기도 쉽지 않고 해결할 방법도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가짜뉴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우리 언론인들이 나가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적인 중견 언론인들이 제안하고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취재의 원칙에 충실하고, 재차 삼차 확인에 확인을 거치는 보도 방법', 가짜뉴스에 대응한 유일한 대안인 듯싶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국제언론회의 참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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