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 기관이 본 한국의 언론 상황은?

입력 2017.06.07 (09:00) 수정 2017.06.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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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언론 기관이 본 한국의 언론 상황은?

국제언론 기관이 본 한국의 언론 상황은?

국제언론기관들은 한국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 참석해 이 기관에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총회 마지막날인 5월20일 IPI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바바라 트리온피(Barbara Trionfi) IPI 사무국장이 직접 인터뷰에 응해줬다. 바바라 사무국장은 국제관계와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을 주제로 연구활동을 하다 지난 2000년부터 IPI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언론 자유에 대한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중국의 언론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언론에 대해서도 매우 친밀하며 한국의 주요 일간지의 활동에 대해서도 그 내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바바라 사무국장은 최근의 한국 정치와 연관된 언론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대신 한국 언론과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우선 한국 언론의 자유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냐고 질문했다. 바바라 국장은 최근까지의 한국 언론의 상황에 대해 지극히 조심스럽고 일반적인 얘기만을 해주었다. 따로 다룰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이 부분은 여기서 생략한다. 대신 한국 언론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기자) “한국의 미디어가 언론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필요한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는 지요?”

(바바라 사무국장)
“ 일반적이고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때 한국에는 미디어의 자유와 보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 있는데 바로 ‘명예훼손법’입니다. 이 명예훼손법이 언론에 적용되는 한 어느 비판적인 언론 기사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 명예훼손법과 관련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걸로 알고 있고요. 한국 언론자유도를 논하면서 명예훼손법을 특별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 ”

(바바라 사무국장)
“ 제가 언급한 명예훼손은 일반 시민들 사이의 명예훼손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문제를 삼는 명예훼손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언론의 비판을 수용하고 이를 검토해 정책적 측면에서 언론의 조언을 반영해야 할 입장이지 이에 맞서서 명예훼손을 제기해서는 안됩니다. 많은 선진국가들은 명예훼손법을 이미 폐지했고, 전세계적으로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명예훼손이 언론의 정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는 것에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상황을 보면 정부가 언론의 비판이 되는 업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 관련 소송에서 국가기관이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여러 판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혹은 정부기관에 일하는 담당자가 명예 훼손을 당했다는 이유로 언론에 대해서 명예훼손 소송을 계속 청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고 있음에도 정부가 소송을 지속하는 이유는 문제 제기를 한 언론들의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나 공적기관의 명예훼손이 '언론 입막음 소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이명박 정부 5년 사이에 정부 관리들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은 39건이었으며, 박근혜 정부 2년 반(2013년 2월~2015년 8월) 사이에만 22건으로 그 건수는 IPI의 지적대로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노무현 정부때이다. 노무현 정부나 정부 관계자가 언론사에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은 민사와 형사를 합쳐 26건이었다. 그 전 김대중 정부 때만 해도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로 조선일보 등 주요 보수 언론지 등을 향한 소송이 제기됐고, 이런 관행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진보 언론이나 인터넷 언론 등으로 점차 확산돼 온 셈이다.

IPI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언론자유의 위축을 우려해 명예훼손법을 폐기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해 온 바 있다.

(바바라 사무국장)
“한국과 같은 수준의 국가에서 명예훼손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유감입니다. 때문에 IPI는 지속적으로 명예훼손법 폐지를 요구할 것입니다, 한국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언론 자유가 보다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정의를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언론 입막음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명예훼손 소송이 과연 줄어들지 두고 볼 일이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국제언론회의 참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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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언론 기관이 본 한국의 언론 상황은?
    • 입력 2017-06-07 09:00:41
    • 수정2017-06-07 09:03:25
    취재K
국제언론기관들은 한국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 참석해 이 기관에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총회 마지막날인 5월20일 IPI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바바라 트리온피(Barbara Trionfi) IPI 사무국장이 직접 인터뷰에 응해줬다. 바바라 사무국장은 국제관계와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을 주제로 연구활동을 하다 지난 2000년부터 IPI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언론 자유에 대한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중국의 언론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언론에 대해서도 매우 친밀하며 한국의 주요 일간지의 활동에 대해서도 그 내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바바라 사무국장은 최근의 한국 정치와 연관된 언론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대신 한국 언론과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우선 한국 언론의 자유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냐고 질문했다. 바바라 국장은 최근까지의 한국 언론의 상황에 대해 지극히 조심스럽고 일반적인 얘기만을 해주었다. 따로 다룰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이 부분은 여기서 생략한다. 대신 한국 언론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기자) “한국의 미디어가 언론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필요한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는 지요?”

(바바라 사무국장)
“ 일반적이고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때 한국에는 미디어의 자유와 보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 있는데 바로 ‘명예훼손법’입니다. 이 명예훼손법이 언론에 적용되는 한 어느 비판적인 언론 기사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 명예훼손법과 관련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걸로 알고 있고요. 한국 언론자유도를 논하면서 명예훼손법을 특별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 ”

(바바라 사무국장)
“ 제가 언급한 명예훼손은 일반 시민들 사이의 명예훼손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문제를 삼는 명예훼손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언론의 비판을 수용하고 이를 검토해 정책적 측면에서 언론의 조언을 반영해야 할 입장이지 이에 맞서서 명예훼손을 제기해서는 안됩니다. 많은 선진국가들은 명예훼손법을 이미 폐지했고, 전세계적으로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명예훼손이 언론의 정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는 것에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상황을 보면 정부가 언론의 비판이 되는 업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 관련 소송에서 국가기관이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여러 판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혹은 정부기관에 일하는 담당자가 명예 훼손을 당했다는 이유로 언론에 대해서 명예훼손 소송을 계속 청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고 있음에도 정부가 소송을 지속하는 이유는 문제 제기를 한 언론들의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나 공적기관의 명예훼손이 '언론 입막음 소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이명박 정부 5년 사이에 정부 관리들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은 39건이었으며, 박근혜 정부 2년 반(2013년 2월~2015년 8월) 사이에만 22건으로 그 건수는 IPI의 지적대로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노무현 정부때이다. 노무현 정부나 정부 관계자가 언론사에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은 민사와 형사를 합쳐 26건이었다. 그 전 김대중 정부 때만 해도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로 조선일보 등 주요 보수 언론지 등을 향한 소송이 제기됐고, 이런 관행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진보 언론이나 인터넷 언론 등으로 점차 확산돼 온 셈이다.

IPI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언론자유의 위축을 우려해 명예훼손법을 폐기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해 온 바 있다.

(바바라 사무국장)
“한국과 같은 수준의 국가에서 명예훼손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유감입니다. 때문에 IPI는 지속적으로 명예훼손법 폐지를 요구할 것입니다, 한국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언론 자유가 보다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정의를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언론 입막음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명예훼손 소송이 과연 줄어들지 두고 볼 일이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국제언론회의 참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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