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 ‘기폭제’…이한열 열사가 남긴 것

입력 2017.06.08 (10:00) 수정 2017.06.08 (22: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기폭제’…이한열 열사가 남긴 것

1987년 6월 항쟁 ‘기폭제’…이한열 열사가 남긴 것


[연관 기사] [뉴스9] 이한열 열사 30주기…그가 남기고 간 것들

고 이한열 열사 피격 직후/ 네이선 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고 이한열 열사 피격 직후/ 네이선 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희뿌연 연기 가득한 학교 안 도로 위에 두 대학생이 남았습니다. 그 가운데 한 학생은 고통스러운 듯 바닥에 엎드린 채로, 다른 학생은 그를 부축하고 있습니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바로 뒤 백양로 위의 풍경입니다. 반독재 시위에 참가했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피격 직후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로 한국에 왔던 '네이선 벤' 씨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피격 직후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부축하고 있던 연세대 86학번 이종창 씨는 그 날,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뿌연 최루가스 속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되돌아 가봤습니다." "가보니 사람이(이 열사가) 쓰러져 있어서 일단 전경들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안고 학교 안으로 계속 들어갔습니다."

네이선 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네이선 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피격 직전 연세대 정문 근처에서 파란 마스크를 쓰고 흰 현수막 뒤에 있는 이 열사의 모습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두 장의 사진 모두 네이선 벤 씨가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제공한 자료들입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故)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됐습니다.

이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이한열기념사업회는 '2017이 1987에게'라는 주제로 오는 7월 8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기획전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분출했던 민주화의 열기와 긴박했던 상황을 증언하는 희귀 사진과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7년 7월 9일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호외/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1987년 7월 9일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호외/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 중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피격 전후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 외에 눈에 띄는 자료는 바로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이한열 장례 특집 호외입니다. 연세대 85학번 임종규 씨가 기증한 자료로, 이한열기념사업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 호외는 연세대 학술정보원도 소장하지 않은 희귀자료입니다.

30년 만에 다시 빛을 본, 두 면으로 된 한 장짜리 호외의 헤드라인은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라는 글귀로 시작됩니다.

1면에는 빈소에 분향하는 시민의 사진과 장례식, 빈소 조문, 추도 기간 일정, 부검 결과 등의 소식이 적혀 있고, '책임 소재 철저 규명되어야'라는 안세희 당시 연세대 총장의 추도 글과 연세대 대학원 학생회의 애도사 등이 실렸습니다. 2면은 이 열사가 남긴 편지와 시를 비롯해 병세 일지, 약력, 주변 이야기 등으로 채워져있는데, 호외 속엔 당시 이한열 열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17이 1987에게’ 특별기획전‘2017이 1987에게’ 특별기획전

이한열기념관 문영미 학예연구실장은 고(故)이한열 열사에 대해 "평범한 학생들이 이렇게 '사회와 민주주의와 역사를 위해 나섰다'라는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사람인것 같다"며 "그걸 우리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이한열문화제 및 장례행렬 재연 행사'가 열립니다. 1987년 7월 열린 당시 장례를 재연해 이한열 영정차와 만장을 앞세운 행진과 함께 이애주 전 서울대 교수가 춤 공연을 진행합니다.

더불어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ㆍ16합창단과 연세대 1980년대 학번들을 중심으로 동문 200여명이 결성한 이한열합창단이 무대에 오릅니다. 이한열 열사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배우 박철민 씨가 사회를 맡을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987년 6월 항쟁 ‘기폭제’…이한열 열사가 남긴 것
    • 입력 2017-06-08 10:00:36
    • 수정2017-06-08 22:23:55
    취재K
[연관 기사] [뉴스9] 이한열 열사 30주기…그가 남기고 간 것들 고 이한열 열사 피격 직후/ 네이선 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희뿌연 연기 가득한 학교 안 도로 위에 두 대학생이 남았습니다. 그 가운데 한 학생은 고통스러운 듯 바닥에 엎드린 채로, 다른 학생은 그를 부축하고 있습니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바로 뒤 백양로 위의 풍경입니다. 반독재 시위에 참가했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피격 직후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로 한국에 왔던 '네이선 벤' 씨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피격 직후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부축하고 있던 연세대 86학번 이종창 씨는 그 날,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뿌연 최루가스 속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되돌아 가봤습니다." "가보니 사람이(이 열사가) 쓰러져 있어서 일단 전경들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안고 학교 안으로 계속 들어갔습니다." 네이선 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피격 직전 연세대 정문 근처에서 파란 마스크를 쓰고 흰 현수막 뒤에 있는 이 열사의 모습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두 장의 사진 모두 네이선 벤 씨가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제공한 자료들입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故)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됐습니다. 이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이한열기념사업회는 '2017이 1987에게'라는 주제로 오는 7월 8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기획전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분출했던 민주화의 열기와 긴박했던 상황을 증언하는 희귀 사진과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7년 7월 9일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호외/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 중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피격 전후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 외에 눈에 띄는 자료는 바로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이한열 장례 특집 호외입니다. 연세대 85학번 임종규 씨가 기증한 자료로, 이한열기념사업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 호외는 연세대 학술정보원도 소장하지 않은 희귀자료입니다. 30년 만에 다시 빛을 본, 두 면으로 된 한 장짜리 호외의 헤드라인은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라는 글귀로 시작됩니다. 1면에는 빈소에 분향하는 시민의 사진과 장례식, 빈소 조문, 추도 기간 일정, 부검 결과 등의 소식이 적혀 있고, '책임 소재 철저 규명되어야'라는 안세희 당시 연세대 총장의 추도 글과 연세대 대학원 학생회의 애도사 등이 실렸습니다. 2면은 이 열사가 남긴 편지와 시를 비롯해 병세 일지, 약력, 주변 이야기 등으로 채워져있는데, 호외 속엔 당시 이한열 열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17이 1987에게’ 특별기획전 이한열기념관 문영미 학예연구실장은 고(故)이한열 열사에 대해 "평범한 학생들이 이렇게 '사회와 민주주의와 역사를 위해 나섰다'라는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사람인것 같다"며 "그걸 우리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이한열문화제 및 장례행렬 재연 행사'가 열립니다. 1987년 7월 열린 당시 장례를 재연해 이한열 영정차와 만장을 앞세운 행진과 함께 이애주 전 서울대 교수가 춤 공연을 진행합니다. 더불어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ㆍ16합창단과 연세대 1980년대 학번들을 중심으로 동문 200여명이 결성한 이한열합창단이 무대에 오릅니다. 이한열 열사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배우 박철민 씨가 사회를 맡을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