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대규모 정전에 또 드러난 승강기 비상벨 ‘먹통’

입력 2017.06.12 (17:03) 수정 2017.06.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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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대규모 정전에 또 드러난 승강기 비상벨 ‘먹통’

[취재후] 대규모 정전에 또 드러난 승강기 비상벨 ‘먹통’

초여름 날씨였던 일요일(11일) 오후, 결혼식에 참석하러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이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예식장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된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10여 명의 하객은 공포에 휩싸였다. 정전된 지 30분이 지나서야 예식장에는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힌 하객들은 소방대원들이 강제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 때까지 1시간이 넘도록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더운 날씨 탓에 일부 하객들은 탈진 증세를 보였고, 결국 고령의 하객 2명이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11일 하루에만 승강기 갇힘 사고 149건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 역시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은 119에 신고 전화를 걸었지만, 한꺼번에 전화가 폭주해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변전소 이상으로 서울 서남부 지역과 경기도 광명시 일대에 전기 공급이 일시에 끊기면서 곳곳에서 엘리베이터 사고가 속출했다. 서울·경기 지역 소방본부에 하루 동안 신고된 승강기 갇힘 사고는 모두 149건이었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89명을 구조했고, 일부 시민들은 스스로 승강기에서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어요”

겨우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온 시민들이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엘리베이터 내부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KBS는 지난 6일 "[현장추적]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먹통…‘이유 있었다’"의 보도를 통해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를 지적했다. 어떤 엘리베이터는 비상벨에 있는 '장난콜 방지' 기능 때문에 비상벨을 수차례 눌러야만 정상 작동했다. 다른 엘리베이터는 비상벨을 길게 눌러야 연결이 됐다. 비상벨이 아예 먹통인 엘리베이터도 많았다.

[연관기사] [현장추적]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먹통…‘이유 있었다’


승강기 비상통화장치 기준 제각각

국민안전처가 고시한 「승강기 안전검사기준」에 따르면, 승강기 내부에는 '쉽게 식별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비상통화장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호한 기준 때문에 비상벨마다 작동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비상벨 제조업체마다 다른 기능을 일반 시민들이 제대로 숙지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이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느낀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비상벨 짧게, 한번 눌러도 제대로 작동할까?


승강기 갇힘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4월 국민안전처는 비상통화버튼을 '짧게', '한 번' 누르면 경비실과 유지관리업체에 순차적으로 통화가 연결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 등을 배려한 조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비상통화장치 검사가 1년에 한 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승강기 갇힘 사고 등 엘리베이터 관련 중대 사고는 천 4백여 건, 하루 평균 4건꼴이다. 이런 가운데 어제와 같은 대규모 정전이 또 일어난다면 피해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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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대규모 정전에 또 드러난 승강기 비상벨 ‘먹통’
    • 입력 2017-06-12 17:03:59
    • 수정2017-06-12 17:04:37
    취재후·사건후
초여름 날씨였던 일요일(11일) 오후, 결혼식에 참석하러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이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예식장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된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10여 명의 하객은 공포에 휩싸였다. 정전된 지 30분이 지나서야 예식장에는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힌 하객들은 소방대원들이 강제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 때까지 1시간이 넘도록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더운 날씨 탓에 일부 하객들은 탈진 증세를 보였고, 결국 고령의 하객 2명이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11일 하루에만 승강기 갇힘 사고 149건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 역시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은 119에 신고 전화를 걸었지만, 한꺼번에 전화가 폭주해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변전소 이상으로 서울 서남부 지역과 경기도 광명시 일대에 전기 공급이 일시에 끊기면서 곳곳에서 엘리베이터 사고가 속출했다. 서울·경기 지역 소방본부에 하루 동안 신고된 승강기 갇힘 사고는 모두 149건이었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89명을 구조했고, 일부 시민들은 스스로 승강기에서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어요”

겨우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온 시민들이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엘리베이터 내부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KBS는 지난 6일 "[현장추적]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먹통…‘이유 있었다’"의 보도를 통해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를 지적했다. 어떤 엘리베이터는 비상벨에 있는 '장난콜 방지' 기능 때문에 비상벨을 수차례 눌러야만 정상 작동했다. 다른 엘리베이터는 비상벨을 길게 눌러야 연결이 됐다. 비상벨이 아예 먹통인 엘리베이터도 많았다.

[연관기사] [현장추적]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먹통…‘이유 있었다’


승강기 비상통화장치 기준 제각각

국민안전처가 고시한 「승강기 안전검사기준」에 따르면, 승강기 내부에는 '쉽게 식별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비상통화장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호한 기준 때문에 비상벨마다 작동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비상벨 제조업체마다 다른 기능을 일반 시민들이 제대로 숙지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이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느낀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비상벨 짧게, 한번 눌러도 제대로 작동할까?


승강기 갇힘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4월 국민안전처는 비상통화버튼을 '짧게', '한 번' 누르면 경비실과 유지관리업체에 순차적으로 통화가 연결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 등을 배려한 조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비상통화장치 검사가 1년에 한 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승강기 갇힘 사고 등 엘리베이터 관련 중대 사고는 천 4백여 건, 하루 평균 4건꼴이다. 이런 가운데 어제와 같은 대규모 정전이 또 일어난다면 피해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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