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의존하는 미디어는 망한다…미디어의 미래는?

입력 2017.06.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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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트럼프가 저널리즘의 구원자라는 말을 제가 하게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 현장. 얼 윌킨슨 INMA 최고경영자(CEO)의 이 말에 미디어업계 종사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트럼프 당선을 전후해 가짜 뉴스 논란이 확대되면서 진짜 뉴스에 대한 수용자(audience)들의 요구(needs)에 불이 붙은 것. 지난 2월 "망해가는 언론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를 비난하자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NYT) 회장은 "대통령조차 가짜 뉴스에 현혹된 모양이다. 우리 구독자 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이 있었던 지난 1분기 NYT의 유료 온라인 구독자 증가수는 30만 8,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한해 증가분과 맞먹는 규모이자 NYT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덕분에 NYT의 매출은 5% 이상 늘었고 회사 순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마크 톰슨 회장은 이를 '구독자 효과(Subscription bump)'라고 불렀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를 기대해 주식 시장이 일시 상승했던 '트럼프 효과(Trump Bump)'에 빗댄 말이다.

지난달 22~23일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지난달 22~23일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

수익 추구 미디어들…‘광고’에서 ‘독자’로

미디어의 살길을 모색하는 INMA 세계 총회의 화두가 서서히 '광고'에서 다시 '독자'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뉴스의 소비와 유통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실상 독점하면서 언론사들의 광고 매출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미국 온라인 광고 성장의 85%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차지했다.

더구나 전 세계 4억 명의 모바일 이용자들은 광고를 삭제해주는 '애드 블러킹'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IT 전문 투자자인 매리 미커는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2017년) 모바일 이용자의 95%가 광고를 전혀 보지 않고 뉴스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NMA 총회의 주요 주제로 다뤄졌던 네이티브 광고(일종의 광고성 기사)도 올해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이번 총회 무대에 오른 90여 명의 연사 가운데 네이티브 광고를 주제로 고른 사람은 단 3명이었다.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든 데다 대부분의 매출을 네이티브 광고로 올리는 '쿼츠'같은 신생 미디어들의 급성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본격적으로 해보기도 전에 이미 '레드 오션(출혈 경쟁 시장)'이 된 셈이다.

마이클 프라이덴버그 IDG CEO는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미디어들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의자와 같다"며 광고 이외의 수익원을 찾지 않으면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NMA는 나머지 세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로 '(유료)구독자'를 추천했다.

얼 윌킨슨은 "많은 언론사들이 독자 기반(audience-based) 미디어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이제 미디어는 광고 비지니스가 아니라 독자 비지니스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마크 톰슨도 "좋은 신문을 만들고 싶다면 언론인 고용을 위해 신문값을 받아야 한다”며 ”1885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구독료'가 다시 뉴욕타임스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0년부터 온라인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벌려면 유료화도 다이나믹하게!

클릭이 더는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제 미디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직접 지갑을 열게 할 것이냐로 모이고 있다.

노르웨이 미디어그룹인 쉽스테드는 지지부진한 기존 유료화 방식 대신 '다이내믹 유료화'라는 정책을 들고 나와 총회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리 홀스타드 요한슨 쉽스테드 마케팅 책임자는 "기존 유료화 정책들 가운데 몇 가지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한 결과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자주 방문하는 독자에게는 유료 콘텐츠 노출을 줄이는 대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가끔 방문하는 독자에겐 오히려 유료 콘텐츠 노출을 늘려 궁금증을 유발했더니 지갑을 열더라"는 것이다.

또 "연예 기사를 많이 보는 사람에겐 스포츠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점심시간 이후에 주로 접속하는 독자는 오전 기사가 모두 공짜"같은 식이다. 이른바 독자별 맞춤형 전략이다.

쉽스테드의 온라인 구독료 수입이 광고 수입을 앞지른 것은 이처럼 철저한 독자 분석을 바탕으로 지불 장벽의 높낮이를 조절한 결과라는 게 시리 요한슨의 설명이다.

플랫폼에 따라 유료화 정책을 다르게 가져가는 언론사도 있다.

독일 빌트는 빌트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웹에서는 무료와 유료 기사가 혼재된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모바일 앱에서는 돈을 내야만 기사를 볼 수 있는 '완전 유료화' 정책을 쓰고 있다.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는 "독자가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플랫폼을 선택하는 만큼 플랫폼별로 유료화 정책을 달리 가져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까지만 해도 광고 수익이 대부분이고 콘텐츠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지금은 유료 콘텐츠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가 ‘플랫폼별 유료화 정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가 ‘플랫폼별 유료화 정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완전 유료화' 정책을 고수해왔던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24시간 기사 접근이 가능한 프리 패스를 제공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프리 패스 제공 이후 유료 기사 판매가 2배 이상 늘어난 것.

기사 개수에 따라 과금하는 '종량제'로 유명한 뉴욕타임스도 최근 다양한 '다이내믹 유료화'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마크 톰슨 회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일시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뒤 요금제를 원래대로 돌렸더니 유료 구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매주 요금제 모델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유료 구독자 수는 3월 말 현재 2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급증했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회장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유료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회장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유료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너희가 독자를 알아?”…이용자 분석은 필수

이런 '다이내믹 유료화'의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 독자 데이터 분석이다.

시리 요한슨 쉽스테드 마케팅 책임자는 "유료화의 기본은 이용자에 대한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쉽스테드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매주 요금제 모델을 수정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도 구체적인 모델 설명은 없었지만, 독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맞춤형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다.

로라 에번스 뉴욕 타임스 데이터 담당 선임 부사장은 "독자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찰력을 얻어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기계 학습을 통해 어떤 기사가 어떤 지역에서 많이 읽히고 있는지, 어떤 기사를 어떤 SNS에 올리면 많이 읽힐 것인지 같은 분석 자료를 수시로 뉴스 편집자들에게 제공하고 이것을 독자별 맞춤 유료화로 연결시키는 식이다.

얼 월킨슨은 "성공적인 독자 기반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CAO(Cheif Audience Officer) 즉, 최고독자 담당자를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독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최고독자 담당자로 두고 각각의 플랫폼에 따라 독자 성향을 분석해 콘텐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ICT 업체 '알리바바'에 인수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언론사 경험이 전혀 없는 33살의 젊은 소셜 뉴스 서비스 대표를 CEO로 영입해 독자 분석을 맡겼다.

게리 리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는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을 독자 데이터 분석에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용자를 찾아내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건 더이상 편집자가 아니라 알고리즘 속 기계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독자 데이터 분석을 설명하고 있는 게리 리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독자 데이터 분석을 설명하고 있는 게리 리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

마이클 프라이덴버그 IDG CEO는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독자 데이터가 새로운 (미디어)세계의 기축 통화가 될 것"이라고까지 자신했다.

“언제까지 남 탓만?…잠재고객을 확보하라”

하지만 독자 분석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려면 자체 플랫폼으로 독자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독자 대부분이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것.

이 때문인지 이번 총회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미디어들의 반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연사로 나선 페이스북 담당자에게는 "도대체 페이스북은 플랫폼이냐 뉴스공급자냐?"는 비아냥 섞인 질문이 쏟아졌고, "구글이 미디어 산업에 미친 영향이 뭐냐?"는 질문에 구글 담당자가 "파이를 키우고 있지 않냐"고 답변했다가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빌트는 오히려 페이스북을 활용해 구독자를 늘리고 있는 사례다.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는 "페이스북 내에서 기사를 다 보여주지 않고 더 많은 기사를 보려면 개별 결제를 하거나 앱을 내려받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더 적극적으로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는 미디어로는 '쿼츠'가 있다. 쿼츠는 자사 홈페이지 없이 SNS만으로 기사를 유통해 5년여 만에 직원을 30명에서 200명으로 7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특정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이메일을 활용해 뉴스를 전하는 '데일리 브리프'는 현재 가입자만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노력 덕분에 쿼츠 홈페이지 월평균 방문자 수는 2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뉴욕타임스도 플랫폼들과의 연계를 중요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마크 톰슨 회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건 매우 중요한 핵심 전략"이라며 "뉴욕타임스는 모든 플랫폼에서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플랫폼에 대해 불평하는 미디어들이 많은데, 내 생각엔 그들이 페이스북과 구글이 아니라 인터넷 존재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미디어의 살길이라는 게 마크 톰슨의 주장이다.

사실 대부분의 미디어들은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토우센터가 주요 언론사 14곳의 소셜 플랫폼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적게는 11개에서 많게는 24개의 각기 다른 소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NN이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규모가 큰 미디어일수록 더 많은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토우 센터가 조사한 지난 1년간 14개 주요 미디어의 16개 소셜 플랫폼 활용 정도 (2017.5.4 발표 자료)토우 센터가 조사한 지난 1년간 14개 주요 미디어의 16개 소셜 플랫폼 활용 정도 (2017.5.4 발표 자료)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의 미래

"최근의 유료 구독자 증가 현상이 혹시 일시적인 것은 아닐까?"

천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마크 톰슨 회장의 선언에 한 참석자가 던진 질문이다. 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마크 톰슨은 "우리 목표는 절대로 미친 생각이 아니"라며 "매달 1억 5천만 명이 NYT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있기 때문에 천만 명은 충분히 현실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목표 설정의 근거로 그가 든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공짜 콘텐츠를 즐겼던 X세대(1965~1976년 출생)와 달리 넷플릭스(유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1982년~2000년 출생)는 돈을 내고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밀레니얼 세대가 최대 인구 계층으로 떠오르면 유료 구독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마크 톰슨의 설명이다.

실제로 유료 콘텐츠가 많은 버즈피드나 믹(Mic) 같은 신생 온라인 매체는 독자의 60%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다.

하지만 마크 톰슨은 끝없는 혁신 없이는 이 밀레니얼 세대를 독자로 끌어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이 바꾸다 망했다는 언론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며 "위기를 맞고 있는 많은 언론사들은 사실 충분히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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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 의존하는 미디어는 망한다…미디어의 미래는?
    • 입력 2017-06-14 13:34:02
    취재K
"여러분, 트럼프가 저널리즘의 구원자라는 말을 제가 하게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 현장. 얼 윌킨슨 INMA 최고경영자(CEO)의 이 말에 미디어업계 종사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트럼프 당선을 전후해 가짜 뉴스 논란이 확대되면서 진짜 뉴스에 대한 수용자(audience)들의 요구(needs)에 불이 붙은 것. 지난 2월 "망해가는 언론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를 비난하자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NYT) 회장은 "대통령조차 가짜 뉴스에 현혹된 모양이다. 우리 구독자 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이 있었던 지난 1분기 NYT의 유료 온라인 구독자 증가수는 30만 8,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한해 증가분과 맞먹는 규모이자 NYT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덕분에 NYT의 매출은 5% 이상 늘었고 회사 순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마크 톰슨 회장은 이를 '구독자 효과(Subscription bump)'라고 불렀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를 기대해 주식 시장이 일시 상승했던 '트럼프 효과(Trump Bump)'에 빗댄 말이다.

지난달 22~23일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
수익 추구 미디어들…‘광고’에서 ‘독자’로

미디어의 살길을 모색하는 INMA 세계 총회의 화두가 서서히 '광고'에서 다시 '독자'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뉴스의 소비와 유통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실상 독점하면서 언론사들의 광고 매출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미국 온라인 광고 성장의 85%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차지했다.

더구나 전 세계 4억 명의 모바일 이용자들은 광고를 삭제해주는 '애드 블러킹'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IT 전문 투자자인 매리 미커는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2017년) 모바일 이용자의 95%가 광고를 전혀 보지 않고 뉴스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NMA 총회의 주요 주제로 다뤄졌던 네이티브 광고(일종의 광고성 기사)도 올해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이번 총회 무대에 오른 90여 명의 연사 가운데 네이티브 광고를 주제로 고른 사람은 단 3명이었다.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든 데다 대부분의 매출을 네이티브 광고로 올리는 '쿼츠'같은 신생 미디어들의 급성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본격적으로 해보기도 전에 이미 '레드 오션(출혈 경쟁 시장)'이 된 셈이다.

마이클 프라이덴버그 IDG CEO는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미디어들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의자와 같다"며 광고 이외의 수익원을 찾지 않으면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NMA는 나머지 세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로 '(유료)구독자'를 추천했다.

얼 윌킨슨은 "많은 언론사들이 독자 기반(audience-based) 미디어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이제 미디어는 광고 비지니스가 아니라 독자 비지니스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마크 톰슨도 "좋은 신문을 만들고 싶다면 언론인 고용을 위해 신문값을 받아야 한다”며 ”1885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구독료'가 다시 뉴욕타임스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0년부터 온라인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벌려면 유료화도 다이나믹하게!

클릭이 더는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제 미디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직접 지갑을 열게 할 것이냐로 모이고 있다.

노르웨이 미디어그룹인 쉽스테드는 지지부진한 기존 유료화 방식 대신 '다이내믹 유료화'라는 정책을 들고 나와 총회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리 홀스타드 요한슨 쉽스테드 마케팅 책임자는 "기존 유료화 정책들 가운데 몇 가지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한 결과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자주 방문하는 독자에게는 유료 콘텐츠 노출을 줄이는 대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가끔 방문하는 독자에겐 오히려 유료 콘텐츠 노출을 늘려 궁금증을 유발했더니 지갑을 열더라"는 것이다.

또 "연예 기사를 많이 보는 사람에겐 스포츠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점심시간 이후에 주로 접속하는 독자는 오전 기사가 모두 공짜"같은 식이다. 이른바 독자별 맞춤형 전략이다.

쉽스테드의 온라인 구독료 수입이 광고 수입을 앞지른 것은 이처럼 철저한 독자 분석을 바탕으로 지불 장벽의 높낮이를 조절한 결과라는 게 시리 요한슨의 설명이다.

플랫폼에 따라 유료화 정책을 다르게 가져가는 언론사도 있다.

독일 빌트는 빌트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웹에서는 무료와 유료 기사가 혼재된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모바일 앱에서는 돈을 내야만 기사를 볼 수 있는 '완전 유료화' 정책을 쓰고 있다.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는 "독자가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플랫폼을 선택하는 만큼 플랫폼별로 유료화 정책을 달리 가져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까지만 해도 광고 수익이 대부분이고 콘텐츠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지금은 유료 콘텐츠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가 ‘플랫폼별 유료화 정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완전 유료화' 정책을 고수해왔던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24시간 기사 접근이 가능한 프리 패스를 제공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프리 패스 제공 이후 유료 기사 판매가 2배 이상 늘어난 것.

기사 개수에 따라 과금하는 '종량제'로 유명한 뉴욕타임스도 최근 다양한 '다이내믹 유료화'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마크 톰슨 회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일시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뒤 요금제를 원래대로 돌렸더니 유료 구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매주 요금제 모델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유료 구독자 수는 3월 말 현재 2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급증했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회장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유료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너희가 독자를 알아?”…이용자 분석은 필수

이런 '다이내믹 유료화'의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 독자 데이터 분석이다.

시리 요한슨 쉽스테드 마케팅 책임자는 "유료화의 기본은 이용자에 대한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쉽스테드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매주 요금제 모델을 수정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도 구체적인 모델 설명은 없었지만, 독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맞춤형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다.

로라 에번스 뉴욕 타임스 데이터 담당 선임 부사장은 "독자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찰력을 얻어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기계 학습을 통해 어떤 기사가 어떤 지역에서 많이 읽히고 있는지, 어떤 기사를 어떤 SNS에 올리면 많이 읽힐 것인지 같은 분석 자료를 수시로 뉴스 편집자들에게 제공하고 이것을 독자별 맞춤 유료화로 연결시키는 식이다.

얼 월킨슨은 "성공적인 독자 기반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CAO(Cheif Audience Officer) 즉, 최고독자 담당자를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독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최고독자 담당자로 두고 각각의 플랫폼에 따라 독자 성향을 분석해 콘텐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ICT 업체 '알리바바'에 인수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언론사 경험이 전혀 없는 33살의 젊은 소셜 뉴스 서비스 대표를 CEO로 영입해 독자 분석을 맡겼다.

게리 리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는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을 독자 데이터 분석에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용자를 찾아내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건 더이상 편집자가 아니라 알고리즘 속 기계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INMA World Congress 2017)에서 독자 데이터 분석을 설명하고 있는 게리 리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
마이클 프라이덴버그 IDG CEO는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독자 데이터가 새로운 (미디어)세계의 기축 통화가 될 것"이라고까지 자신했다.

“언제까지 남 탓만?…잠재고객을 확보하라”

하지만 독자 분석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려면 자체 플랫폼으로 독자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독자 대부분이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것.

이 때문인지 이번 총회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미디어들의 반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연사로 나선 페이스북 담당자에게는 "도대체 페이스북은 플랫폼이냐 뉴스공급자냐?"는 비아냥 섞인 질문이 쏟아졌고, "구글이 미디어 산업에 미친 영향이 뭐냐?"는 질문에 구글 담당자가 "파이를 키우고 있지 않냐"고 답변했다가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빌트는 오히려 페이스북을 활용해 구독자를 늘리고 있는 사례다. 토비아스 헤닝 빌트 유료화 총괄 책임자는 "페이스북 내에서 기사를 다 보여주지 않고 더 많은 기사를 보려면 개별 결제를 하거나 앱을 내려받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더 적극적으로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는 미디어로는 '쿼츠'가 있다. 쿼츠는 자사 홈페이지 없이 SNS만으로 기사를 유통해 5년여 만에 직원을 30명에서 200명으로 7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특정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이메일을 활용해 뉴스를 전하는 '데일리 브리프'는 현재 가입자만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노력 덕분에 쿼츠 홈페이지 월평균 방문자 수는 2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뉴욕타임스도 플랫폼들과의 연계를 중요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마크 톰슨 회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건 매우 중요한 핵심 전략"이라며 "뉴욕타임스는 모든 플랫폼에서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플랫폼에 대해 불평하는 미디어들이 많은데, 내 생각엔 그들이 페이스북과 구글이 아니라 인터넷 존재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미디어의 살길이라는 게 마크 톰슨의 주장이다.

사실 대부분의 미디어들은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토우센터가 주요 언론사 14곳의 소셜 플랫폼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적게는 11개에서 많게는 24개의 각기 다른 소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NN이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규모가 큰 미디어일수록 더 많은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토우 센터가 조사한 지난 1년간 14개 주요 미디어의 16개 소셜 플랫폼 활용 정도 (2017.5.4 발표 자료)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의 미래

"최근의 유료 구독자 증가 현상이 혹시 일시적인 것은 아닐까?"

천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마크 톰슨 회장의 선언에 한 참석자가 던진 질문이다. 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마크 톰슨은 "우리 목표는 절대로 미친 생각이 아니"라며 "매달 1억 5천만 명이 NYT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있기 때문에 천만 명은 충분히 현실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목표 설정의 근거로 그가 든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공짜 콘텐츠를 즐겼던 X세대(1965~1976년 출생)와 달리 넷플릭스(유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1982년~2000년 출생)는 돈을 내고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밀레니얼 세대가 최대 인구 계층으로 떠오르면 유료 구독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마크 톰슨의 설명이다.

실제로 유료 콘텐츠가 많은 버즈피드나 믹(Mic) 같은 신생 온라인 매체는 독자의 60%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다.

하지만 마크 톰슨은 끝없는 혁신 없이는 이 밀레니얼 세대를 독자로 끌어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이 바꾸다 망했다는 언론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며 "위기를 맞고 있는 많은 언론사들은 사실 충분히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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