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폭탄 제조 대학원생, 교수와는 어떤 관계?

입력 2017.06.14 (20:09) 수정 2017.06.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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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폭탄 제조 대학원생, 교수와는 어떤 관계?

사제폭탄 제조 대학원생, 교수와는 어떤 관계?

"연세대에서 폭탄 테러가요?"

어쩐지 아침부터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연락받고 잡아탄 택시는 오늘따라 왜 이리 굼뜬지. 연세대 정문에 도착했을 땐 제1 공학관은 이미 북새통이었다. 건물 주위로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둘러쳐져 있고, 여기저기서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기자들로 가득했다. 정신없긴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놀란 학생들은 건물을 바라보며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관심은 하나였다. "도대체 누가 학교에서 왜 폭탄을 터트렸을까?"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범인은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밝혀졌다. 다름 아닌 김 교수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김 모(25) 씨였다. 김 교수에게 지도받는 대학원생 9명 중 한 명인 김 씨는 학부 때부터 김 교수를 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정황상 김 씨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김 교수 개인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연구실 동료들의 말에 비춰볼 때, 원한 관계가 생길 만한 무언가는 결국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범행동기가 피해 교수의 명예훼손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경찰이 "여러 가지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것은 이를 반증한다.

누구보다 길었던 12시간

'텀블러 폭탄'은 이미 10일에 완성됐다. 김 씨는 3일을 고민했다. 결국 범행을 결심한 김 씨는 치밀하게 계획을 실행해나갔다. 13일 오전 2시 37분, 김 씨는 하숙집을 나서 10분 거리의 연세대 제1 공학관에 도착했다. 연구실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연구실에서 또 다른 학생을 마주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3D 프린터를 작동시켰다. 알리바이를 위해서였다.

4시간 뒤인 오전 7시 40분. 김 씨는 제1 공학관의 4층의 CCTV에서 포착됐다. 피해자 김모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곳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이때 사제폭발물이 든 쇼핑백을 연구실 문 앞에 놓고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 쉬고 있던 김 씨는 오전 8시 40분, 김 교수의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야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CCTV를 확보한 경찰의 추궁에 김 씨는 "3D 프린터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 학교에 갔다"며 "잠을 깨기 위해 돌아다닌 것"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하숙집 주변에서 발견된 수술용 장갑에서 폭발물에 들어간 화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김 씨의 알리바이는 물거품이 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김 씨를 폭발물 사용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의 참혹한 기억

2017년 4월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발생한 폭발로 14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은 철제, 유리 파편으로 가득 찬 소화기와 쇠 구슬을 잔뜩 담은 사제폭탄 가방이었다. 김 씨는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에 착안했다. 폭발과 함께 파편을 흩뿌리는 이른바 '못 폭탄' 방식. 쉽게 만들 수 있고, 작은 크기로도 큰 피해를 일으켜 최근 IS 등 테러 단체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폭발물이었다.


폭발물을 만들기로 한 김 씨는 자신의 하숙방에서 '실험'에 매진했다. 건전지를 구입해 점화 장치를 만들어 보는 등 공학도로서 가진 지식을 총동원했다. 초보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뇌관과 기폭장치, 화약 등 기본요소가 갖춰진 폭발물이 만들어져갔다. 그렇게 한 달여, 지난 10일 김 씨의 '텀블러 폭탄'이 완성됐다, 완벽해 보이는 계획과 함께.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 미수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폭발물 사용죄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실패한 미수범'에게는 더 낮은 형량이 적용된다. 이에 반해 '폭발물 사용죄'는 살인 여부를 전제하지 않는다. '폭발물을 사용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해를 끼치거나 공안을 문란하게 한 자'에게 형량 하한은 징역 7년, 상한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살인 미수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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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4 20:09:09
    • 수정2017-06-15 11:08:41
    취재K
"연세대에서 폭탄 테러가요?" 어쩐지 아침부터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연락받고 잡아탄 택시는 오늘따라 왜 이리 굼뜬지. 연세대 정문에 도착했을 땐 제1 공학관은 이미 북새통이었다. 건물 주위로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둘러쳐져 있고, 여기저기서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기자들로 가득했다. 정신없긴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놀란 학생들은 건물을 바라보며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관심은 하나였다. "도대체 누가 학교에서 왜 폭탄을 터트렸을까?"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범인은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밝혀졌다. 다름 아닌 김 교수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김 모(25) 씨였다. 김 교수에게 지도받는 대학원생 9명 중 한 명인 김 씨는 학부 때부터 김 교수를 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정황상 김 씨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김 교수 개인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연구실 동료들의 말에 비춰볼 때, 원한 관계가 생길 만한 무언가는 결국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범행동기가 피해 교수의 명예훼손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경찰이 "여러 가지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것은 이를 반증한다. 누구보다 길었던 12시간 '텀블러 폭탄'은 이미 10일에 완성됐다. 김 씨는 3일을 고민했다. 결국 범행을 결심한 김 씨는 치밀하게 계획을 실행해나갔다. 13일 오전 2시 37분, 김 씨는 하숙집을 나서 10분 거리의 연세대 제1 공학관에 도착했다. 연구실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연구실에서 또 다른 학생을 마주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3D 프린터를 작동시켰다. 알리바이를 위해서였다. 4시간 뒤인 오전 7시 40분. 김 씨는 제1 공학관의 4층의 CCTV에서 포착됐다. 피해자 김모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곳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이때 사제폭발물이 든 쇼핑백을 연구실 문 앞에 놓고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 쉬고 있던 김 씨는 오전 8시 40분, 김 교수의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야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CCTV를 확보한 경찰의 추궁에 김 씨는 "3D 프린터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 학교에 갔다"며 "잠을 깨기 위해 돌아다닌 것"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하숙집 주변에서 발견된 수술용 장갑에서 폭발물에 들어간 화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김 씨의 알리바이는 물거품이 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김 씨를 폭발물 사용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의 참혹한 기억 2017년 4월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발생한 폭발로 14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은 철제, 유리 파편으로 가득 찬 소화기와 쇠 구슬을 잔뜩 담은 사제폭탄 가방이었다. 김 씨는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에 착안했다. 폭발과 함께 파편을 흩뿌리는 이른바 '못 폭탄' 방식. 쉽게 만들 수 있고, 작은 크기로도 큰 피해를 일으켜 최근 IS 등 테러 단체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폭발물이었다. 폭발물을 만들기로 한 김 씨는 자신의 하숙방에서 '실험'에 매진했다. 건전지를 구입해 점화 장치를 만들어 보는 등 공학도로서 가진 지식을 총동원했다. 초보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뇌관과 기폭장치, 화약 등 기본요소가 갖춰진 폭발물이 만들어져갔다. 그렇게 한 달여, 지난 10일 김 씨의 '텀블러 폭탄'이 완성됐다, 완벽해 보이는 계획과 함께.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 미수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폭발물 사용죄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실패한 미수범'에게는 더 낮은 형량이 적용된다. 이에 반해 '폭발물 사용죄'는 살인 여부를 전제하지 않는다. '폭발물을 사용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해를 끼치거나 공안을 문란하게 한 자'에게 형량 하한은 징역 7년, 상한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살인 미수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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