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보는 ‘축구 대표팀 감독 잔혹사’

입력 2017.06.18 (09:15) 수정 2017.06.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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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보는 ‘축구 대표팀 감독 잔혹사’

영상으로 보는 ‘축구 대표팀 감독 잔혹사’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진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진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축구 대표팀의 감독 잔혹사가 또 한 장 쓰였다. 주인공이 슈틸리케 감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홍명보 전 감독도 피하지 못한 결말이다. 누가 감독직을 맡으면 비극을 재현하지 않을까. 고민의 해답을 얻기도 전에 축구협회는 시간에 쫓겨 새 감독을 선임하고, 실수는 반복된다. 슬픈 역사를 영상으로 돌아봤다.


월드컵 중간에 경질된 차범근 감독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공격수도 희생양이 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감독을 맡았던 차범근 감독이다. 대표팀은 6월 20일에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에 5골이나 내주며 무기력하게 졌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날(21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패전의 책임을 물어 차 감독을 경질했다.

차 감독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한국 축구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중간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차 감독은 귀국 현장에서도 날카로운 취재진의 질문과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귀가해야 했다.


히딩크 감독에 이어 선임된 포르투갈 출신의 코엘류 감독은 오만 쇼크와 몰디브 참사로 아시아는 물론 한국 축구팬까지 놀라게 했다.

오만 쇼크와 몰디브 참사로 경질된 코엘류 감독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던 코엘류 감독은 아시아는 물론 한국 축구팬까지 자지러지게 했다. 2003년 10월 오만에서 열린 2004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약체 베트남에 1대 0으로 진 데 이어 오만에 3대 1로 역전패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영광에 도취해있던 한국 축구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코엘류 감독의 충격요법(?)은 오만에서 멈추지 않았다. 2004년 3월 31일 몰디브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최약체 몰디브와 0대 0으로 비기는 처방을 시전했다. 물론 한국 축구팬의 눈은 낮춰지지 않았고, 대신 잘못된 처방을 한 죄(?)로 코엘류 감독이 옷을 벗어야 했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만든 본프레레 감독

대한축구협회는 포르투갈 출신 감독을 보내고, 히딩크와 같은 네덜란드 출신 감독을 선임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다. 그렇지만 히딩크와 같은 나라 출신이라고 실력이나 운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축구팬과 언론은 경기 내용을 문제 삼으며 비판했고, 예선 마지막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대 0으로 지자 비난이 극에 달했다.

결국, 본프레레 감독은 취임 1년여 만에 한국 축구의 총제적 부실까지 짊어지고 자진 사임했다. 당시 독일월드컵 공식 홈페이지는 본프레레의 경질 소식을 전하며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다.


축구팬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던 히딩크의 제자 베어벡

대한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 이후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 감독을 기용해 2006 독일월드컵을 치렀다. 그리고 다시 히딩크와 아드보카트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핌 베어벡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을 이끈 지한파 지도자기 때문에 기대는 컸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팬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지도자였다. 2006 아시안컵에 스스로 사퇴 기준으로 삼았던 4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경질설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베어벡은 '한국 팬들은 매우 경쟁적'이라고 소회를 밝혔고, 계약기간을 1년여 남긴 채 자진 사퇴했다.


꺾여버린 만화 축구의 꿈, 조광래 감독

외국인 감독으로 재미를 못 본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인 감독으로 선회했다. 허정무 감독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하자 후임도 한국인인 조광래 감독이 맡았다. 조 감독은 K리그에서 숱한 유망주를 키워내며 실력을 인정받은 명장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특히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처럼 정교한 패스 전술과 수준 높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축구팬에게 보는 재미를 주는 이른바 '만화 축구'를 지향했다.

하지만 그런 운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됐고, 선수 기용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2011년 11월 15일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2대 1로 지자 조 감독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악에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조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소년등과(少年登科)의 비극, 홍명보 감독

옛말에 사람의 3가지 불행을 꼽을 때 첫 번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이다. 너무 일찍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내려갈 일만 남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그랬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바람을 타고, 프로축구팀 감독도 한 번 해보지 않은 그가 덜컥 축구 대표팀 감독에 앉았다. 리그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르며 부침을 겪어야 위기관리가 되고, 전술과 선수 기용의 다양성이 커질 텐데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채 등 떠밀려 부담이 큰 자리를 맡았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앉힌 조직도 잘못이고, 받은 사람도 잘못이었다. 결국,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 조 하위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경험만 하고 돌아왔다. 귀국 뒤에도 사적인 문제까지 노출되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홍 감독은 유임 결정 1주일 만에 사퇴했다. 그렇게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을 소비해버렸다.

스타 또는 외국인 감독 돌려막기는 그만

차범근 전 감독부터 슈틸리케 전 감독까지 잔혹사의 주인공은 크게 2가지 유형이다. 한국 축구가 낳은 스타거나 그럴듯한 외국인 감독이다. 히딩크와 허정무라는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럴 때 마다 축구계는 항상 쓸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투자는 게을리하면서 선수 시절 스타거나 이름값 있는 외국인 감독으로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자도 잔혹사에서 벗어날 확률은 낮다. 그렇다면 멀리 보고 이제라도 지도자 육성을 위한 투자와 시스템 개선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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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으로 보는 ‘축구 대표팀 감독 잔혹사’
    • 입력 2017-06-18 09:15:04
    • 수정2017-06-18 15:04:38
    취재K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진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축구 대표팀의 감독 잔혹사가 또 한 장 쓰였다. 주인공이 슈틸리케 감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홍명보 전 감독도 피하지 못한 결말이다. 누가 감독직을 맡으면 비극을 재현하지 않을까. 고민의 해답을 얻기도 전에 축구협회는 시간에 쫓겨 새 감독을 선임하고, 실수는 반복된다. 슬픈 역사를 영상으로 돌아봤다.


월드컵 중간에 경질된 차범근 감독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공격수도 희생양이 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감독을 맡았던 차범근 감독이다. 대표팀은 6월 20일에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에 5골이나 내주며 무기력하게 졌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날(21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패전의 책임을 물어 차 감독을 경질했다.

차 감독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한국 축구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중간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차 감독은 귀국 현장에서도 날카로운 취재진의 질문과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귀가해야 했다.


히딩크 감독에 이어 선임된 포르투갈 출신의 코엘류 감독은 오만 쇼크와 몰디브 참사로 아시아는 물론 한국 축구팬까지 놀라게 했다.

오만 쇼크와 몰디브 참사로 경질된 코엘류 감독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던 코엘류 감독은 아시아는 물론 한국 축구팬까지 자지러지게 했다. 2003년 10월 오만에서 열린 2004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약체 베트남에 1대 0으로 진 데 이어 오만에 3대 1로 역전패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영광에 도취해있던 한국 축구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코엘류 감독의 충격요법(?)은 오만에서 멈추지 않았다. 2004년 3월 31일 몰디브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최약체 몰디브와 0대 0으로 비기는 처방을 시전했다. 물론 한국 축구팬의 눈은 낮춰지지 않았고, 대신 잘못된 처방을 한 죄(?)로 코엘류 감독이 옷을 벗어야 했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만든 본프레레 감독

대한축구협회는 포르투갈 출신 감독을 보내고, 히딩크와 같은 네덜란드 출신 감독을 선임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다. 그렇지만 히딩크와 같은 나라 출신이라고 실력이나 운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축구팬과 언론은 경기 내용을 문제 삼으며 비판했고, 예선 마지막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대 0으로 지자 비난이 극에 달했다.

결국, 본프레레 감독은 취임 1년여 만에 한국 축구의 총제적 부실까지 짊어지고 자진 사임했다. 당시 독일월드컵 공식 홈페이지는 본프레레의 경질 소식을 전하며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다.


축구팬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던 히딩크의 제자 베어벡

대한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 이후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 감독을 기용해 2006 독일월드컵을 치렀다. 그리고 다시 히딩크와 아드보카트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핌 베어벡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을 이끈 지한파 지도자기 때문에 기대는 컸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팬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지도자였다. 2006 아시안컵에 스스로 사퇴 기준으로 삼았던 4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경질설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베어벡은 '한국 팬들은 매우 경쟁적'이라고 소회를 밝혔고, 계약기간을 1년여 남긴 채 자진 사퇴했다.


꺾여버린 만화 축구의 꿈, 조광래 감독

외국인 감독으로 재미를 못 본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인 감독으로 선회했다. 허정무 감독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하자 후임도 한국인인 조광래 감독이 맡았다. 조 감독은 K리그에서 숱한 유망주를 키워내며 실력을 인정받은 명장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특히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처럼 정교한 패스 전술과 수준 높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축구팬에게 보는 재미를 주는 이른바 '만화 축구'를 지향했다.

하지만 그런 운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됐고, 선수 기용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2011년 11월 15일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2대 1로 지자 조 감독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악에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조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소년등과(少年登科)의 비극, 홍명보 감독

옛말에 사람의 3가지 불행을 꼽을 때 첫 번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이다. 너무 일찍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내려갈 일만 남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그랬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바람을 타고, 프로축구팀 감독도 한 번 해보지 않은 그가 덜컥 축구 대표팀 감독에 앉았다. 리그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르며 부침을 겪어야 위기관리가 되고, 전술과 선수 기용의 다양성이 커질 텐데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채 등 떠밀려 부담이 큰 자리를 맡았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앉힌 조직도 잘못이고, 받은 사람도 잘못이었다. 결국,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 조 하위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경험만 하고 돌아왔다. 귀국 뒤에도 사적인 문제까지 노출되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홍 감독은 유임 결정 1주일 만에 사퇴했다. 그렇게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을 소비해버렸다.

스타 또는 외국인 감독 돌려막기는 그만

차범근 전 감독부터 슈틸리케 전 감독까지 잔혹사의 주인공은 크게 2가지 유형이다. 한국 축구가 낳은 스타거나 그럴듯한 외국인 감독이다. 히딩크와 허정무라는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럴 때 마다 축구계는 항상 쓸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투자는 게을리하면서 선수 시절 스타거나 이름값 있는 외국인 감독으로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자도 잔혹사에서 벗어날 확률은 낮다. 그렇다면 멀리 보고 이제라도 지도자 육성을 위한 투자와 시스템 개선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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