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츠의 성공 비결…“뉴스도 상품입니다”

입력 2017.06.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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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 상품이잖아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의 뉴욕 본사를 찾은 자리. '프로덕트팀(product-team)이 대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쿼츠에는 프로덕트(상품)팀이라는 게 있다. 독자에게 전달될 뉴스를 웹이나 앱에 최적화시키는 팀이다. 이들은 에디토리얼(편집)팀과 함께 일한다. 편집팀 기자가 기사를 작성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포맷(형식)을 다양화한다. 다 쓴 기사를 가지고 이렇게 오렸다가 저렇게 붙였다가 하던 시대는 지났다.

케빈 편집장은 "저널리즘의 형태가 바뀌니 포맷도 바뀌어야 한다"며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에 접속하고 있는데 100년 동안 유지한 포맷이 통할 거라고 가정하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에 위치한 쿼츠 본사 입구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에 위치한 쿼츠 본사 입구

쿼츠는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전문 매체다. 150년 역사의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이 모회사다. 광고 매출 부진으로 돌파구를 찾던 애틀랜틱이 2012년 9월 디지털 바다에 띄운 구명정이 바로 쿼츠다.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편집국장 출신의 케빈이 선장을 맡았다.

그당시 대부분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그랬듯 쿼츠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살길을 모색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없이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만으로 뉴스를 유통한다거나 정치,경제,사회 등 기존 뉴스 분류에 얽매이지 않고 이슈 중심으로 기사를 분류하는 '옵세션(Obsession)' 개념도 도입했다.

'독특한 실험' 정도로만 여겨졌던 쿼츠는 이후 5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30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200명으로 6배 넘게 늘었고 월 평균 방문자 수는 2천만 명에 육박했다. 세계적인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1500만 명을 훨씬 넘는 수치다.

380만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2016년 3천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쿼츠의 기업 가치는 2015년 기준으로 1억 6,740만 달러 수준. 퓰리처상을 21번이나 수상한 141년 역사의 보스턴글로브의 매각가, 7천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에 위치한 쿼츠 본사 사무실 모습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에 위치한 쿼츠 본사 사무실 모습

이런 쿼츠의 성공은 선택과 집중, 혁신적이고 과감한 전략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쿼츠는 'SYBAW(Smart, Young and Boared At Work)'에 집중했다. 젊고 똑똑하지만 뉴스 볼 시간이 많은 관리자급 이상의 직장인 중에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을 목표 고객으로 잡은 것. 대상이 분명해지니 콘텐츠 범위도 비즈니스, 금융, 기술,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모두를 위한 매체가 아니라 특정 대상을 위한 매체로, 출발부터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된 셈이다.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도 적극 활용했다. 기존 방식대로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려서는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와의 경쟁에 승산이 없으리라 판단한 것.처음부터 홈페이지와 뉴스앱은 만들지도 않았다. 대신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모여 있는 SNS나 이메일을 활용했다. 흩어져있는 독자를 굳이 끌어 모으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다보니 당연히 포맷도 다양하게 가져갔다. 쿼츠는 웹사이트와 앱, 이메일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기자가 각각 다르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플랫폼에 따라 목소리와 톤을 다르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케빈은 "독자들이 기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한다.

쿼츠 곡선은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에 따르면 기사에는 아주 짧은 기사와 중간 기사, 아주 긴 기사 세 종류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기사는 아주 짧거나 아주 긴 기사다. 중간 길이의 기사는 잘 보지도 않고 공유도 하지 않는다. 짧지도 않고 그렇다고 깊이 있는 분석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쿼츠에는 그래서 이른바 '데스존'으로 불리는 500~800 단어 분량의 기사가 거의 없다. 대신 핵심만 전달하거나 깊이 분석하는 기사에만 집중한다. 케빈은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차트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는 만 단어 이상의 긴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띄는 건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쿼츠만의 기사 분류 방식인 '옵세션'도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쿼츠 기자들은 따로 출입처가 없다. 출입처발 기사를 쓰지 않으니 뉴스를 쫓아다닐 필요도 없다. 대신 AI(인공지능)나 중국 경제, 자율주행,금융의 미래 등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기사를 나눠 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다. 타사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명 의류업체의 실적 보고 기사를 패션 담당 기자가 맡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옵세션' 방식 덕분이다. 다양한 관점의 기사가 쏟아지니 독자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쿼츠는 시작부터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를 주요 광고 전략으로 삼았다. 애틀랜틱의 구명정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독자들이 싫어하고 수익성도 낮은 배너와 박스형 광고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품질을 높인 네이티브 광고에 승부를 걸었다. 기자 인력과 맞먹는 브랜디드 콘텐츠팀을 따로 꾸리고 클릭률(CTR) 대신 '상호작용 발생률'을 개발해 끊임 없이 광고주를 설득했다. 그 결과 초창기 4곳에 불과하던 광고주는 이제 180여 곳으로 늘었고, 계약 연장률도 90%를 넘어서고 있다. 케빈은 "오늘 아침에도 브랜디드 콘텐츠 팀에 금융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를 추가 채용해 보강하기로 결정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세일즈와 뉴스는 철저히 분리한다.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은 "최근 광고 담당 직원들에게 칠판에 적은 내용은 반드시 지우라"고 했다며 "편집국 기자들이 지나가다 보고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쿼츠는 최근 AI(인공지능) 업체인 인텔리젠시아를 인수했다. AI가 결합된 유료 리서치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다. 쿼츠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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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쿼츠의 성공 비결…“뉴스도 상품입니다”
    • 입력 2017-06-19 19:58:09
    국제
"뉴스도 상품이잖아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의 뉴욕 본사를 찾은 자리. '프로덕트팀(product-team)이 대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쿼츠에는 프로덕트(상품)팀이라는 게 있다. 독자에게 전달될 뉴스를 웹이나 앱에 최적화시키는 팀이다. 이들은 에디토리얼(편집)팀과 함께 일한다. 편집팀 기자가 기사를 작성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포맷(형식)을 다양화한다. 다 쓴 기사를 가지고 이렇게 오렸다가 저렇게 붙였다가 하던 시대는 지났다.

케빈 편집장은 "저널리즘의 형태가 바뀌니 포맷도 바뀌어야 한다"며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에 접속하고 있는데 100년 동안 유지한 포맷이 통할 거라고 가정하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에 위치한 쿼츠 본사 입구
쿼츠는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전문 매체다. 150년 역사의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이 모회사다. 광고 매출 부진으로 돌파구를 찾던 애틀랜틱이 2012년 9월 디지털 바다에 띄운 구명정이 바로 쿼츠다.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편집국장 출신의 케빈이 선장을 맡았다.

그당시 대부분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그랬듯 쿼츠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살길을 모색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없이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만으로 뉴스를 유통한다거나 정치,경제,사회 등 기존 뉴스 분류에 얽매이지 않고 이슈 중심으로 기사를 분류하는 '옵세션(Obsession)' 개념도 도입했다.

'독특한 실험' 정도로만 여겨졌던 쿼츠는 이후 5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30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200명으로 6배 넘게 늘었고 월 평균 방문자 수는 2천만 명에 육박했다. 세계적인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1500만 명을 훨씬 넘는 수치다.

380만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2016년 3천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쿼츠의 기업 가치는 2015년 기준으로 1억 6,740만 달러 수준. 퓰리처상을 21번이나 수상한 141년 역사의 보스턴글로브의 매각가, 7천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에 위치한 쿼츠 본사 사무실 모습
이런 쿼츠의 성공은 선택과 집중, 혁신적이고 과감한 전략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쿼츠는 'SYBAW(Smart, Young and Boared At Work)'에 집중했다. 젊고 똑똑하지만 뉴스 볼 시간이 많은 관리자급 이상의 직장인 중에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을 목표 고객으로 잡은 것. 대상이 분명해지니 콘텐츠 범위도 비즈니스, 금융, 기술,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모두를 위한 매체가 아니라 특정 대상을 위한 매체로, 출발부터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된 셈이다.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도 적극 활용했다. 기존 방식대로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려서는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와의 경쟁에 승산이 없으리라 판단한 것.처음부터 홈페이지와 뉴스앱은 만들지도 않았다. 대신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모여 있는 SNS나 이메일을 활용했다. 흩어져있는 독자를 굳이 끌어 모으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다보니 당연히 포맷도 다양하게 가져갔다. 쿼츠는 웹사이트와 앱, 이메일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기자가 각각 다르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플랫폼에 따라 목소리와 톤을 다르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케빈은 "독자들이 기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한다.

쿼츠 곡선은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에 따르면 기사에는 아주 짧은 기사와 중간 기사, 아주 긴 기사 세 종류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기사는 아주 짧거나 아주 긴 기사다. 중간 길이의 기사는 잘 보지도 않고 공유도 하지 않는다. 짧지도 않고 그렇다고 깊이 있는 분석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쿼츠에는 그래서 이른바 '데스존'으로 불리는 500~800 단어 분량의 기사가 거의 없다. 대신 핵심만 전달하거나 깊이 분석하는 기사에만 집중한다. 케빈은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차트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는 만 단어 이상의 긴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띄는 건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쿼츠만의 기사 분류 방식인 '옵세션'도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쿼츠 기자들은 따로 출입처가 없다. 출입처발 기사를 쓰지 않으니 뉴스를 쫓아다닐 필요도 없다. 대신 AI(인공지능)나 중국 경제, 자율주행,금융의 미래 등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기사를 나눠 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다. 타사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명 의류업체의 실적 보고 기사를 패션 담당 기자가 맡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옵세션' 방식 덕분이다. 다양한 관점의 기사가 쏟아지니 독자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쿼츠는 시작부터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를 주요 광고 전략으로 삼았다. 애틀랜틱의 구명정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독자들이 싫어하고 수익성도 낮은 배너와 박스형 광고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품질을 높인 네이티브 광고에 승부를 걸었다. 기자 인력과 맞먹는 브랜디드 콘텐츠팀을 따로 꾸리고 클릭률(CTR) 대신 '상호작용 발생률'을 개발해 끊임 없이 광고주를 설득했다. 그 결과 초창기 4곳에 불과하던 광고주는 이제 180여 곳으로 늘었고, 계약 연장률도 90%를 넘어서고 있다. 케빈은 "오늘 아침에도 브랜디드 콘텐츠 팀에 금융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를 추가 채용해 보강하기로 결정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세일즈와 뉴스는 철저히 분리한다.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은 "최근 광고 담당 직원들에게 칠판에 적은 내용은 반드시 지우라"고 했다며 "편집국 기자들이 지나가다 보고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쿼츠는 최근 AI(인공지능) 업체인 인텔리젠시아를 인수했다. AI가 결합된 유료 리서치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다. 쿼츠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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