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대문이 열린다?!”…‘정릉 교수 마을’

입력 2017.06.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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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 오면 집집이 대문을 활짝 여는 마을이 있다. 문턱을 낮추고 낯선 이를 반기며 내 집 마당까지 아낌없이 내주는 마을.

각박한 세상, 남들은 걸어 잠그기 바쁜 대문을 애써 열어두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을 나누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네, 정릉 교수 마을 사람들을 만나 본다.

대문을 열어 두고 사는 마을이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 교수 마을의 봄 풍경은 각별하다. 이른 아침이면 길가 화단에 물주는 이웃들의 모습은 예사고, 오가는 이들과 함께 즐기겠다며 내 집 화초까지 길가에 심는 이들도 있다. 골목을 내 집 마당쯤으로 여기니 대문을 열고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 대문 사이로 가끔 정원 구경 좀 해도 되느냐며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동네 견공이 이집 저집 드나드는 것도 정겹다.


이 오래된 주택단지에서 가장 신기한 풍경은 열쇠를 서너 개나 달고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담장 너머로 먹을거리가 오가고,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 정도로 주민들은 옛 골목 풍경의 미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정릉 교수 마을 주민들이 이웃 간 정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작은 한 송이 꽃


10여 년 전, 이 마을에 이사를 왔다는 한 주민은 이 마을 덕분에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원래 그는 개인생활을 중시하던 여행 마니아였다.

각종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주말이면 언제나 여행을 떠났고, 몇 년 동안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동네 일은 관심 밖이었다.

마당에 잡초가 무성해도 방치해 뒀던 그가 좋아하던 여행도 포기하고 정원에서 살다시피 하게 된 건 바로 이웃이 선물로 준 야생화 덕분이다. 이제야 비로소 마을 사람이 됐다는이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봄바람 따사로운 어느 날! 드디어 ‘그 분’이 오신다


또 다른 주민은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이팔청춘처럼 가슴이 설렌다. 환갑이 코앞이라는 이 마을 주민을 꽃처녀처럼 떨리게 하는 '그 분'은 누구일까.

따사로운 훈풍이 불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은 정원을 아름다운 색채로 물들이고, 정릉마을의 골목까지 채색하는 것은 물론, 이웃 주민들에게는 백세까지 사셨던 시아버지와의 추억까지 떠오르게 한다.

게다가 15년 넘게 한 마을에 살았지만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단짝으로 만들어 준다는 '그 분'은 도대체 누구일까.

내 인생의 놀이터, ‘정원’ 그리고 ‘축제’


아이들은 장성하고 남편과는 서먹서먹하고 세월까지 야속한 인생의 황혼기.

'안티에이징(anti-aging)'을 외치는 시대지만 이들은 외롭지 않다.

주민들은 "자식들 다 키우고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라며 "황혼이야말로 인생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정원에서 인생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며 그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매년 축제까지 여는 정릉 교수 마을의 당찬 황혼들을 만나본다.


서울 정릉 교수마을의 이야기는 6월 21일(수) 저녁 7시 35분 KBS 1TV '사람과 사람들-우리 동네, 대문 열리는 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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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년에 한 번 대문이 열린다?!”…‘정릉 교수 마을’
    • 입력 2017-06-20 16:01:54
    방송·연예
매년 봄이 오면 집집이 대문을 활짝 여는 마을이 있다. 문턱을 낮추고 낯선 이를 반기며 내 집 마당까지 아낌없이 내주는 마을.

각박한 세상, 남들은 걸어 잠그기 바쁜 대문을 애써 열어두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을 나누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네, 정릉 교수 마을 사람들을 만나 본다.

대문을 열어 두고 사는 마을이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 교수 마을의 봄 풍경은 각별하다. 이른 아침이면 길가 화단에 물주는 이웃들의 모습은 예사고, 오가는 이들과 함께 즐기겠다며 내 집 화초까지 길가에 심는 이들도 있다. 골목을 내 집 마당쯤으로 여기니 대문을 열고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 대문 사이로 가끔 정원 구경 좀 해도 되느냐며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동네 견공이 이집 저집 드나드는 것도 정겹다.


이 오래된 주택단지에서 가장 신기한 풍경은 열쇠를 서너 개나 달고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담장 너머로 먹을거리가 오가고,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 정도로 주민들은 옛 골목 풍경의 미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정릉 교수 마을 주민들이 이웃 간 정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작은 한 송이 꽃


10여 년 전, 이 마을에 이사를 왔다는 한 주민은 이 마을 덕분에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원래 그는 개인생활을 중시하던 여행 마니아였다.

각종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주말이면 언제나 여행을 떠났고, 몇 년 동안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동네 일은 관심 밖이었다.

마당에 잡초가 무성해도 방치해 뒀던 그가 좋아하던 여행도 포기하고 정원에서 살다시피 하게 된 건 바로 이웃이 선물로 준 야생화 덕분이다. 이제야 비로소 마을 사람이 됐다는이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봄바람 따사로운 어느 날! 드디어 ‘그 분’이 오신다


또 다른 주민은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이팔청춘처럼 가슴이 설렌다. 환갑이 코앞이라는 이 마을 주민을 꽃처녀처럼 떨리게 하는 '그 분'은 누구일까.

따사로운 훈풍이 불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은 정원을 아름다운 색채로 물들이고, 정릉마을의 골목까지 채색하는 것은 물론, 이웃 주민들에게는 백세까지 사셨던 시아버지와의 추억까지 떠오르게 한다.

게다가 15년 넘게 한 마을에 살았지만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단짝으로 만들어 준다는 '그 분'은 도대체 누구일까.

내 인생의 놀이터, ‘정원’ 그리고 ‘축제’


아이들은 장성하고 남편과는 서먹서먹하고 세월까지 야속한 인생의 황혼기.

'안티에이징(anti-aging)'을 외치는 시대지만 이들은 외롭지 않다.

주민들은 "자식들 다 키우고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라며 "황혼이야말로 인생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정원에서 인생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며 그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매년 축제까지 여는 정릉 교수 마을의 당찬 황혼들을 만나본다.


서울 정릉 교수마을의 이야기는 6월 21일(수) 저녁 7시 35분 KBS 1TV '사람과 사람들-우리 동네, 대문 열리는 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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