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생 ‘웜비어 사망한 날’…김정은은 뭘 했을까?

입력 2017.06.20 (17:48) 수정 2017.06.2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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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혼수상태’ 웜비어, 귀국 6일 만에 사망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났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현지시간) 숨졌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기원했던 가족을 뒤로하고 귀국 엿새 만에 숨진 것이다.

같은 날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 지은 치과용품공장을 시찰했다. 김정은은 "인민들의 무병장수를 위한 보람 있는 일을 또 하나 해놓고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자화자찬했다.

북한의 잔혹성이 온 천하에 드러나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는데도 김정은은 체제유지를 위한 대내행보를 이어가며 애민정신을 과시하고 있다.

'혼수상태 송환' 웜비어 엿새 만에 사망

6월 1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살)가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에 도착하고 있다.6월 1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살)가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에 도착하고 있다.

건강하게 미국을 떠났던 오토 웜비어... 지난 13일 밤 삭발을 하고 코에 산호호흡기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미국에 도착했다. 이 장면을 접한 전 세계인들은 북한의 잔혹성에 분노했다.

웜비어는 의료진의 지극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여행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같은 해 3월, 북한 당국은 '체제전복 혐의'를 씌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선고직후 웜비어는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이를 숨겨왔고, 지난 6일 갑자기 미국 측에 웜비어를 데려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귀국 후 치료한 미 의료진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증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웜비어가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 조직이 죽을 때 나타나는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됨에 따라 구타와 고문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된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 보고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美 대북여론 악화…'북한여행 금지론' 급물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웜비어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북한을 “잔혹한 정권(brutal regime)”이라고 비난했다.트럼프 미 대통령은 웜비어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북한을 “잔혹한 정권(brutal regime)”이라고 비난했다.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원비어가 숨지자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 한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돌아온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 아주 슬픈 뉴스"라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지 주목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북한 여행 금지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웜비어의 사망이 의회 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애덤 시프(캘리포니아)·공화당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관광 목적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그 이외의 방문객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북한여행은 ‘금단의 땅’을 밟는 것 자체를 매력적으로 여기고 이색경험을 추구하는관광 수요층이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경범죄만으로 북한 당국에 억류될 수 있다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북한여행은 ‘금단의 땅’을 밟는 것 자체를 매력적으로 여기고 이색경험을 추구하는관광 수요층이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경범죄만으로 북한 당국에 억류될 수 있다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서방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천 명 정도로 이 가운데 1천여 명이 미국인으로 추산된다. 여행객 외에 교육적·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최소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이 북한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韓美 정상회담, 악재로 작용하나?


웜비어의 사망은 당장 북미관계 악화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인권 유린국이라는 미국인과 미국 정부의 인식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문이나 학대의 여파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대북 압박의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당장 오는 29~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유화 메시지보다는 현재 가동 중인 대북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면서 북핵 문제의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미관계가 더 꼬이면 남북 간의 대화국면 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북한 정권의 잔혹성이 다시 드러나면서 한국의 대북여론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윔비어의 사망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北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정부 아는 것이 없다'

(왼쪽부터)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왼쪽부터)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은 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씨에 대해 2013년 10월 밀입북 혐의로 체포해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국기(2014년 10월 억류)와 최춘길(2014년 12월 억류) 선교사 등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억류중이다.

선교사 김국기씨가 2015년 3월 26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국기 선교사는 2003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탈북자쉼터를 운영하며 탈북자와 조선족 등을 지원해왔다.선교사 김국기씨가 2015년 3월 26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국기 선교사는 2003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탈북자쉼터를 운영하며 탈북자와 조선족 등을 지원해왔다.

북한은 2015년 3월 이들을 기자회견장에 끌어내 "미국과 괴뢰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 수뇌부를 어째 보려고 날뛴 테러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7월 억류사실이 공개된 고현철씨 등 탈북민 3명 등 현재 6명의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돼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어디에 억류돼 어떤 환경 속에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정부는 모든 채널을 총 동원해 억류된 우리 국민의 인권보호와 석방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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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학생 ‘웜비어 사망한 날’…김정은은 뭘 했을까?
    • 입력 2017-06-20 17: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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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혼수상태’ 웜비어, 귀국 6일 만에 사망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났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현지시간) 숨졌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기원했던 가족을 뒤로하고 귀국 엿새 만에 숨진 것이다. 같은 날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 지은 치과용품공장을 시찰했다. 김정은은 "인민들의 무병장수를 위한 보람 있는 일을 또 하나 해놓고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자화자찬했다. 북한의 잔혹성이 온 천하에 드러나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는데도 김정은은 체제유지를 위한 대내행보를 이어가며 애민정신을 과시하고 있다. '혼수상태 송환' 웜비어 엿새 만에 사망 6월 1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살)가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에 도착하고 있다. 건강하게 미국을 떠났던 오토 웜비어... 지난 13일 밤 삭발을 하고 코에 산호호흡기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미국에 도착했다. 이 장면을 접한 전 세계인들은 북한의 잔혹성에 분노했다. 웜비어는 의료진의 지극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여행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같은 해 3월, 북한 당국은 '체제전복 혐의'를 씌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선고직후 웜비어는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이를 숨겨왔고, 지난 6일 갑자기 미국 측에 웜비어를 데려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귀국 후 치료한 미 의료진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증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웜비어가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 조직이 죽을 때 나타나는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됨에 따라 구타와 고문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된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 보고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美 대북여론 악화…'북한여행 금지론' 급물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웜비어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북한을 “잔혹한 정권(brutal regime)”이라고 비난했다.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원비어가 숨지자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 한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돌아온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 아주 슬픈 뉴스"라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지 주목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북한 여행 금지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웜비어의 사망이 의회 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애덤 시프(캘리포니아)·공화당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관광 목적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그 이외의 방문객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북한여행은 ‘금단의 땅’을 밟는 것 자체를 매력적으로 여기고 이색경험을 추구하는관광 수요층이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경범죄만으로 북한 당국에 억류될 수 있다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서방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천 명 정도로 이 가운데 1천여 명이 미국인으로 추산된다. 여행객 외에 교육적·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최소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이 북한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韓美 정상회담, 악재로 작용하나? 웜비어의 사망은 당장 북미관계 악화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인권 유린국이라는 미국인과 미국 정부의 인식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문이나 학대의 여파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대북 압박의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당장 오는 29~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유화 메시지보다는 현재 가동 중인 대북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면서 북핵 문제의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미관계가 더 꼬이면 남북 간의 대화국면 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북한 정권의 잔혹성이 다시 드러나면서 한국의 대북여론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윔비어의 사망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北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정부 아는 것이 없다' (왼쪽부터)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은 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씨에 대해 2013년 10월 밀입북 혐의로 체포해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국기(2014년 10월 억류)와 최춘길(2014년 12월 억류) 선교사 등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억류중이다. 선교사 김국기씨가 2015년 3월 26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국기 선교사는 2003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탈북자쉼터를 운영하며 탈북자와 조선족 등을 지원해왔다. 북한은 2015년 3월 이들을 기자회견장에 끌어내 "미국과 괴뢰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 수뇌부를 어째 보려고 날뛴 테러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7월 억류사실이 공개된 고현철씨 등 탈북민 3명 등 현재 6명의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돼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어디에 억류돼 어떤 환경 속에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정부는 모든 채널을 총 동원해 억류된 우리 국민의 인권보호와 석방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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