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음란물 만화 영상, 처벌 대상일까 아닐까?

입력 2017.06.21 (15:53) 수정 2017.06.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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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음란물 만화 영상, 처벌 대상일까 아닐까?

여고생 음란물 만화 영상, 처벌 대상일까 아닐까?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성행위 모습을 담은 음란물을 만들었다 적발되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21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구속된 20대 대학생도 그런 경우다. 이 대학생은 스마트폰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여고생에게 "음란 행위를 촬영해 보내주면 30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4월 24∼26일 사흘간 5∼6개의 영상을 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했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한 IP 주소 등을 추적해 피의자 신원을 확인,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혐으로 대학생을 검거, 구속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여고생이 주인공인 음란물을 실제 모습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면 달라질까? 진짜 여고생이 아닌 만화로 여고생의 성행위를 그렸을 경우다.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논쟁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처벌 대상이 어디까지 포함될지 여부다.

이 법 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선고 하한이 징역 5년에 달하는 중범죄다.

문제는 실제 여고생 모습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여고생의 성행위를 묘사했다면 달라질지 여부다.


사건은 A(72)모씨가 2013년 2월과 5월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2건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애니메이션이 물의를 빚자 검찰은 박 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여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 2심은 기소된 혐의를 인정했다. 즉 1, 2심 재판부는 "애니메이션 등장 인물의 외관이 19세 미만인 것으로 보이고, 극 중 설정도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피고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법리 검토를 시작한 후 2년 3개월 동안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허구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고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 모습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 모습

대법원은 통상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되는 합의부에서 사건을 처리한다. 대법관 중 한 명이 주심, 또 다른 한명이 재판관을 맡아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사건이 합의부에서 처리된다. 예외적으로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로 넘어가는 경우도 았다.

3명의 대법관 사이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거나, 또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재판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이유는 뭘까.


법 규정을 한번 보자.

아청법 2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한다. 11조에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1, 2심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외관이 19세 미만인 것으로 보이고, 극 중 설정도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문제는 4호 규정이다. 여기에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이용한 성 유형을 열거하면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으로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법의 자구 규정을 충실히 할 경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되기 위해서는 실재하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해야 한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제작이나 배포에 관여한 음란물만 법적 처벌대상이고, 실제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 음란물은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대법원은 논란 끝에 대법관 전원이 사안을 심층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시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6월 아청법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사건에서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할 수 있거나 이들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을 일으켜 성범죄를 유발한 우려가 있다”며 “허구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애니메이션 제작·유통업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애니메이션이 포함되는 지에 대해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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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1 15:53:10
    • 수정2017-06-21 18:09:42
    취재K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성행위 모습을 담은 음란물을 만들었다 적발되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21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구속된 20대 대학생도 그런 경우다. 이 대학생은 스마트폰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여고생에게 "음란 행위를 촬영해 보내주면 30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4월 24∼26일 사흘간 5∼6개의 영상을 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했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한 IP 주소 등을 추적해 피의자 신원을 확인,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혐으로 대학생을 검거, 구속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여고생이 주인공인 음란물을 실제 모습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면 달라질까? 진짜 여고생이 아닌 만화로 여고생의 성행위를 그렸을 경우다.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논쟁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처벌 대상이 어디까지 포함될지 여부다.

이 법 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선고 하한이 징역 5년에 달하는 중범죄다.

문제는 실제 여고생 모습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여고생의 성행위를 묘사했다면 달라질지 여부다.


사건은 A(72)모씨가 2013년 2월과 5월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2건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애니메이션이 물의를 빚자 검찰은 박 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여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 2심은 기소된 혐의를 인정했다. 즉 1, 2심 재판부는 "애니메이션 등장 인물의 외관이 19세 미만인 것으로 보이고, 극 중 설정도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피고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법리 검토를 시작한 후 2년 3개월 동안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허구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고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 모습
대법원은 통상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되는 합의부에서 사건을 처리한다. 대법관 중 한 명이 주심, 또 다른 한명이 재판관을 맡아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사건이 합의부에서 처리된다. 예외적으로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로 넘어가는 경우도 았다.

3명의 대법관 사이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거나, 또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재판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이유는 뭘까.


법 규정을 한번 보자.

아청법 2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한다. 11조에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1, 2심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외관이 19세 미만인 것으로 보이고, 극 중 설정도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문제는 4호 규정이다. 여기에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이용한 성 유형을 열거하면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으로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법의 자구 규정을 충실히 할 경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되기 위해서는 실재하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해야 한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제작이나 배포에 관여한 음란물만 법적 처벌대상이고, 실제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 음란물은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대법원은 논란 끝에 대법관 전원이 사안을 심층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시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6월 아청법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사건에서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할 수 있거나 이들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을 일으켜 성범죄를 유발한 우려가 있다”며 “허구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애니메이션 제작·유통업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애니메이션이 포함되는 지에 대해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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