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설비 투자 안하고 돈버는 애플 방식”으로

입력 2017.06.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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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설비 투자 안하고 돈버는 애플 방식”으로

삼성 “설비 투자 안하고 돈버는 애플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애플처럼 설비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업 구조로 삼성을 바꿔 놓겠다."

"삼성을 다음 세대로 넘겨 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면담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2일 법조계 및 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지난 21일 이 부회장 31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이 부회장과 나눈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결정을 사흘 앞 둔 지난 2015년 7월 7일 삼성을 방문한다. 여기서 그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을 만나 합병 이후 청사진을 들었다.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던 시점이어서 삼성 측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이때 국민연금이 정리한 '최고경영자(CEO) 면담 내용'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을 잘해야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삼성을) 장악하거나 다음 세대로 넘겨 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오너 3세인 자신에서 경영권 승계가 끝나고 4세에게는 기업을 물려주기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관심을 모은다. 이 부회장에게는 이혼한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의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출석해 "언제든지 훌륭한 분이 있으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언급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제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저보다 우수한 분을 찾아서 회사로 모시고 오는 일이다. 저보다 우수한 분 계시면 다 넘기겠다"고 답한 바도 있다.

이날 국민연금과의 이날 면담에서 이 부회장은 순환 출자로 이뤄진 삼성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주사 전환으로 큰 방향을 정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도 애플웨이로 간다"

면담에서는 경영권 승계 외에도 향후 삼성의 전략을 소개한 발언들이 나와 주목을 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른바 애플웨이(Apple Way)를 따르겠다는 부분.

이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애플처럼 설비 투자는 많이 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업 구조로 삼성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 보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낮지만 3배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올린다. 애플의 독특한 경영 방식인 '애플웨이' 덕인데 가장 큰 특징은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직영 생산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아웃소싱 위주의 철저한 외주 생산 시스템을 유지한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의 경우 대만 업체인 홍하이에게 대부분을 맡기는 데 생산 공장은 중국에 있다.


하지만 이런 '애플웨이'는 영업이익을 많이 남기는 데는 유리하지만 자국의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비판을 받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홍하이가 일부 생산라인을 미국에 옮기기로 한 것도 그런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부품 생산과 조립을 자체 공장에서 하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뜻대로 애플 방식을 따를 경우 국내 투자는 줄고, 국내 고용 인원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오른쪽)박영수 특별검사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오른쪽)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국민연금과의 면담에서 계열사 매각 작업을 계속할 뜻도 비쳤다.

그는 "앞으로 전자와 금융 같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한편으로는 계열사 정리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매각시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PEF) 같은 곳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과감하게 비주력 계열사를 팔아왔다. 2014년 삼성 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방위사업 부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했으며, 롯데에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BP화학을 매각한 바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의 면담에서 계열사 추가 매각 의향까지 언급하면서 현재 시장에 나돌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각설 등도 추후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전자 부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상 최대(9조3000억원) 규모의 하만을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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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설비 투자 안하고 돈버는 애플 방식”으로
    • 입력 2017-06-22 15:54:52
    취재K
"장기적으로 애플처럼 설비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업 구조로 삼성을 바꿔 놓겠다."

"삼성을 다음 세대로 넘겨 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면담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2일 법조계 및 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지난 21일 이 부회장 31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이 부회장과 나눈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결정을 사흘 앞 둔 지난 2015년 7월 7일 삼성을 방문한다. 여기서 그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을 만나 합병 이후 청사진을 들었다.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던 시점이어서 삼성 측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이때 국민연금이 정리한 '최고경영자(CEO) 면담 내용'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을 잘해야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삼성을) 장악하거나 다음 세대로 넘겨 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오너 3세인 자신에서 경영권 승계가 끝나고 4세에게는 기업을 물려주기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관심을 모은다. 이 부회장에게는 이혼한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의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출석해 "언제든지 훌륭한 분이 있으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언급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제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저보다 우수한 분을 찾아서 회사로 모시고 오는 일이다. 저보다 우수한 분 계시면 다 넘기겠다"고 답한 바도 있다.

이날 국민연금과의 이날 면담에서 이 부회장은 순환 출자로 이뤄진 삼성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주사 전환으로 큰 방향을 정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도 애플웨이로 간다"

면담에서는 경영권 승계 외에도 향후 삼성의 전략을 소개한 발언들이 나와 주목을 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른바 애플웨이(Apple Way)를 따르겠다는 부분.

이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애플처럼 설비 투자는 많이 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업 구조로 삼성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 보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낮지만 3배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올린다. 애플의 독특한 경영 방식인 '애플웨이' 덕인데 가장 큰 특징은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직영 생산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아웃소싱 위주의 철저한 외주 생산 시스템을 유지한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의 경우 대만 업체인 홍하이에게 대부분을 맡기는 데 생산 공장은 중국에 있다.


하지만 이런 '애플웨이'는 영업이익을 많이 남기는 데는 유리하지만 자국의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비판을 받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홍하이가 일부 생산라인을 미국에 옮기기로 한 것도 그런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부품 생산과 조립을 자체 공장에서 하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뜻대로 애플 방식을 따를 경우 국내 투자는 줄고, 국내 고용 인원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오른쪽)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국민연금과의 면담에서 계열사 매각 작업을 계속할 뜻도 비쳤다.

그는 "앞으로 전자와 금융 같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한편으로는 계열사 정리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매각시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PEF) 같은 곳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과감하게 비주력 계열사를 팔아왔다. 2014년 삼성 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방위사업 부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했으며, 롯데에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BP화학을 매각한 바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의 면담에서 계열사 추가 매각 의향까지 언급하면서 현재 시장에 나돌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각설 등도 추후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전자 부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상 최대(9조3000억원) 규모의 하만을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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