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②] ‘결손가정’묻는 경찰…소년범 가정은 결손가정?

입력 2017.06.22 (16:14) 수정 2017.06.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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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가면 여성 청소년계라는 곳이 있습니다. 흔히 여청계라 불리는 이곳은 범죄를 저지를 소년들을 전담합니다. 단골질문은 이렇습니다. “아버지는 뭐하시나?” “엄마는 집에 계시고?” 여기에는 편견이 뿌리박혀있습니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문제아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이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범죄통계가 작성됩니다.

경찰과 검찰의 범죄통계에는 가정조사 항목이 세세합니다.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 계모인지, 계부인지, 생활 수준과 소년범의 학력은 어느 정도인지 가정의 외형적 형식을 낱낱이 조사해 범죄 분석과 예방에 활용한다는 목적입니다.

통계로 나타난 결과는 어땠을까요? 과연 결손가정과 범죄 발생이 유의미한 관계가 있었을까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여성가족부의 대한민국 가족실태조사와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서 나타난 소년범 부모관계 조사를 비교해봤습니다.

소년범의 부모관계 vs. 대한민국 가족실태 차이가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가족구성에서 58.2%는 2세대가 함께 사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녀는 48.4%, 한부모 가정은 7.3%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 조사에서는 2세대 가구가 56.4%로 다소 줄어든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녀 가구는 44.2%, 한부모 가정은 9.4%로 집계됐습니다. 5년 동안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녀 가구는 4% 포인트 가량 줄어든 반면, 한부모 가정은 2% 포인트 가량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소년범의 가족구성조사도 이와 비슷한 형태를 보입니다.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의 소년범은 2010년 81.4%에서 2015년 79.5%로 다소 줄어든 반면, 한부모 가정의 소년범은 2010년 15.9%에서 2015년 17.9%로 늘었습니다. 대한민국 가족구성의 변화와 소년범 가족관계 조사가 비슷한 추세로 변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부모 가족의 자녀라고 해서 범죄를 더 저지른다는 뚜렷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습니다.

멀쩡해 보이는 가정의 ‘기능적 결손’

문제는 엄마 아빠가 없는 결손이 아니라 가정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기능적 결손’입니다.

"김 양의 부모는 피해 초등학생의 신발이 현관에 있다는 것을 밤 9시가 다 된 시각에 경찰이 조사하러 올 때까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현관에 있는 신발 사진을 보여줬는데 현관에 방치된 신발이었다. 누구나 자기 집 낯선 신발이 있으면 알아야 할 텐데 식구들도 모른다는 게 이상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인천 여아 살인 사건의 진실) 중

최근 인천 여아 살해 사건을 파헤친 <그것이 알고싶다>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17살 김양의 집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중산층 가정이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딸은 집에 없는 상황에서 낯선 신발이 현관에 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무관심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가족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박사는 “정상적 형태의 가정에서 기능적 결손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과거에 비하면 부모의 학력 수준도 높고 경제적 수준도 풍요로워졌지만, 부모는 아이의 지적 욕구를 채우는 데만 급급해서 정서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어나는 가족 간의 불화,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불만, 무관심, 아이의 일탈 등이 쌓이면서 기능적 결손”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공범으로 추정되는 박 양의 부모는 부장검사와 판사 출신 12명을 모아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합니다. 변호사비가 얼마나 들지... 삼성 이재용의 변호인단이 13명이에요.”
<그것이 알고싶다> 中


인터넷에는 인천 여아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알려진 박 양의 부모에 대한 궁금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가해자 학부모들이 변호인 12명을 선임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변호하는 데 대해 맞서달라는 피해자 부모의 탄원서에는 22일 현재 20만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자녀의 비뚤어진 행각을 돈으로 막으려는 부모의 행동이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검경 <범죄통계> 가족관계조사 왜 하는 걸까?


한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모여 살던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는 급격히 변화해왔습니다. 핵가족에 이어 이젠 나홀로 가족이라 불리는 1인 가족의 비중이 2015년 기준, 20%가 넘습니다. 이혼이나 사별, 재혼처럼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검찰과 경찰에서는 범죄를 저질러 붙잡혀 온 소년범들에게 여전히 엄마 아버지가 친부모인지, 계모인지, 혹은 있는지 없는지 만을 세세하게 묻고 체크합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대화를 하는지, 부모와 관계는 어떠한지, 가정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30년 간 똑같은 질문을 묻는 ‘범죄통계’ 가족관계조사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사법기관도 동의합니다. 특히 10대들이 벌이는 범죄는 개인의 차원보다는 가정과 사회의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검찰도 경찰도 의견이 일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소년범에 대한 사법체계를 여전히 가정에 맡기고 있습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일차적 책임은 여전히 가정에만 지워집니다. 경찰에서 훈방조치하면 바로 가정으로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그 가정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박사는 일침을 놓습니다. “부모가 친부모인지, 계부인지”만을 묻는, 같이 사는지 여부도 묻지 않는 범죄통계로 소년범죄의 배경을 밝히고, 막을 수 있을까요.

[연관기사] [소년범 ①] 10대 형사범 줄고, 경제범 증가…“전과 9범 이상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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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범②] ‘결손가정’묻는 경찰…소년범 가정은 결손가정?
    • 입력 2017-06-22 16:14:26
    • 수정2017-06-22 16: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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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가면 여성 청소년계라는 곳이 있습니다. 흔히 여청계라 불리는 이곳은 범죄를 저지를 소년들을 전담합니다. 단골질문은 이렇습니다. “아버지는 뭐하시나?” “엄마는 집에 계시고?” 여기에는 편견이 뿌리박혀있습니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문제아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이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범죄통계가 작성됩니다.

경찰과 검찰의 범죄통계에는 가정조사 항목이 세세합니다.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 계모인지, 계부인지, 생활 수준과 소년범의 학력은 어느 정도인지 가정의 외형적 형식을 낱낱이 조사해 범죄 분석과 예방에 활용한다는 목적입니다.

통계로 나타난 결과는 어땠을까요? 과연 결손가정과 범죄 발생이 유의미한 관계가 있었을까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여성가족부의 대한민국 가족실태조사와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서 나타난 소년범 부모관계 조사를 비교해봤습니다.

소년범의 부모관계 vs. 대한민국 가족실태 차이가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가족구성에서 58.2%는 2세대가 함께 사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녀는 48.4%, 한부모 가정은 7.3%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 조사에서는 2세대 가구가 56.4%로 다소 줄어든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녀 가구는 44.2%, 한부모 가정은 9.4%로 집계됐습니다. 5년 동안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녀 가구는 4% 포인트 가량 줄어든 반면, 한부모 가정은 2% 포인트 가량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소년범의 가족구성조사도 이와 비슷한 형태를 보입니다.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의 소년범은 2010년 81.4%에서 2015년 79.5%로 다소 줄어든 반면, 한부모 가정의 소년범은 2010년 15.9%에서 2015년 17.9%로 늘었습니다. 대한민국 가족구성의 변화와 소년범 가족관계 조사가 비슷한 추세로 변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부모 가족의 자녀라고 해서 범죄를 더 저지른다는 뚜렷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습니다.

멀쩡해 보이는 가정의 ‘기능적 결손’

문제는 엄마 아빠가 없는 결손이 아니라 가정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기능적 결손’입니다.

"김 양의 부모는 피해 초등학생의 신발이 현관에 있다는 것을 밤 9시가 다 된 시각에 경찰이 조사하러 올 때까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현관에 있는 신발 사진을 보여줬는데 현관에 방치된 신발이었다. 누구나 자기 집 낯선 신발이 있으면 알아야 할 텐데 식구들도 모른다는 게 이상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인천 여아 살인 사건의 진실) 중

최근 인천 여아 살해 사건을 파헤친 <그것이 알고싶다>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17살 김양의 집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중산층 가정이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딸은 집에 없는 상황에서 낯선 신발이 현관에 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무관심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가족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박사는 “정상적 형태의 가정에서 기능적 결손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과거에 비하면 부모의 학력 수준도 높고 경제적 수준도 풍요로워졌지만, 부모는 아이의 지적 욕구를 채우는 데만 급급해서 정서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어나는 가족 간의 불화,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불만, 무관심, 아이의 일탈 등이 쌓이면서 기능적 결손”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공범으로 추정되는 박 양의 부모는 부장검사와 판사 출신 12명을 모아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합니다. 변호사비가 얼마나 들지... 삼성 이재용의 변호인단이 13명이에요.”
<그것이 알고싶다> 中


인터넷에는 인천 여아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알려진 박 양의 부모에 대한 궁금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가해자 학부모들이 변호인 12명을 선임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변호하는 데 대해 맞서달라는 피해자 부모의 탄원서에는 22일 현재 20만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자녀의 비뚤어진 행각을 돈으로 막으려는 부모의 행동이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검경 <범죄통계> 가족관계조사 왜 하는 걸까?


한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모여 살던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는 급격히 변화해왔습니다. 핵가족에 이어 이젠 나홀로 가족이라 불리는 1인 가족의 비중이 2015년 기준, 20%가 넘습니다. 이혼이나 사별, 재혼처럼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검찰과 경찰에서는 범죄를 저질러 붙잡혀 온 소년범들에게 여전히 엄마 아버지가 친부모인지, 계모인지, 혹은 있는지 없는지 만을 세세하게 묻고 체크합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대화를 하는지, 부모와 관계는 어떠한지, 가정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30년 간 똑같은 질문을 묻는 ‘범죄통계’ 가족관계조사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사법기관도 동의합니다. 특히 10대들이 벌이는 범죄는 개인의 차원보다는 가정과 사회의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검찰도 경찰도 의견이 일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소년범에 대한 사법체계를 여전히 가정에 맡기고 있습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일차적 책임은 여전히 가정에만 지워집니다. 경찰에서 훈방조치하면 바로 가정으로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그 가정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박사는 일침을 놓습니다. “부모가 친부모인지, 계부인지”만을 묻는, 같이 사는지 여부도 묻지 않는 범죄통계로 소년범죄의 배경을 밝히고, 막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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