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첫술에 배부를까…핫라인 구축이 관건

입력 2017.06.23 (16:17) 수정 2017.06.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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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첫술에 배부를까…핫라인 구축이 관건

한미정상회담 첫술에 배부를까…핫라인 구축이 관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지런한 대통령이다. 백악관에서 보내주는 일정표에는 거의 매일 빈틈이 없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다. 근교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라도 다녀와야 한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미국 대통령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도 다녀왔다. 매달 두세 차례씩 대통령 특별기를 타고 가서 장거리 유세도 벌이고 있다. 70을 넘긴 나이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고령인 축에 속하지만, 활동적인 에너지는 훨씬 젊은 나이의 전임 오바마 대통령에 못지 않다.

트럼프 취임 후 정상 간 통화 93회, 백악관 정상회담 32회

그의 부지런함은 외교로도 직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백악관에 입성한 후 지금까지(2017. 6. 23) 다른 나라 정상들과 모두 93차례 통화를 했다. 한 달 평균 20차례 정도 통화 외교를 벌인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정상들을 직접 만나 벌인 정상회담 회수다. 다른 나라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벌인 정상회담만 모두 32차례다. 지난달 유럽을 방문해서 다자정상회의를 벌인 횟수는 뺀 수치다. 한 달 평균 6명의 외국 정상들이 백악관을 찾은 것이다.


트럼프는 정치 경험이 없고 국정 경험과 거리가 먼 상태에서 대통령이 됐지만, 이제는 과거의 그가 아니다. 앞에서 본 수치가 말해주듯 정상회담을 무수하게 경험했다. 회담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회담 전후에 벌어지는 일종의 기 싸움도 볼만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장사꾼 기질을 발동하는 트럼프 식의 유치한 힘겨루기라는 비판도 하고 있지만, 언론 등 관전자 입장에서는 재밋거리도 되고 회담 분위기를 유추할 소재가 되기도 한다. 메르켈과 마크롱, 튀르도 등 같이 기세를 올린 정상도 있고 아베나 시진핑처럼 동양식 점잖음으로 상대한 정상들도 있다.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을 맞는 트럼프의 회담 방식은 이제 정형화되다시피 했다. 대개의 경우 외국 정상이 백악관에 진입하면 집무실 빌딩인 웨스트 윙의 북쪽 문앞에 나가 환영인사를 하고 함께 건물로 입장한다. 이어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한다.

큰 현안이 없을 경우 이 자리에서 공개로 몇 마디 발언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는다. 중요한 현안이 있는 나라의 정상과는 단독회담에 이어 양국 장관 등이 참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기자회견을 한다. 이런 일정 사이에 점심 시간이 끼면 양국 정상들이 부인까지 합석한 가운데 정상 오찬을 한다.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면 시진핑 주석이나 아베 총리 때처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만찬도 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하면 중요한 현안이 있는 나라를 대우하는 방식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갖는 첫 정상회담이다. 주요 현안들에 대해 정책 방향을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북한의 비핵화는 당위적 정책 목표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에서 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 미국이 중시하고 한국의 새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위체계 사드에 대해서도 배치 여부, 시기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 트럼프가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 큰 파열음 없을 듯

하지만 비관은 금물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상식을 벗어나는 돌발 상황만 없는 한 외부에 파열음이 노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며칠 사이에 밝힌 대북한 핵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복안들과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중단하지 않고 핵무기 고도화를 진행할 경우 경제. 외교적 압박을 강력하게 강화해 나간다'는 핵심 정책에 양국 정상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비핵화 의향 확인을 위한 대북 대화를 갖는다거나 핵 해결을 동결과 폐기로 나눠 접근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줄 수 있는 당근을 검토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고 필요한 일이며 한미 양국의 당국자들 간에 구체적인 안을 짜면 되는 일이다.


정상 간 신뢰 쌓고 핫라인 구축해야

가장 관심사인 북핵은 정상 간에 큰 쟁점이 없을 듯한데 사드는 좀 분위기가 묘하다. 또 한미 FTA도 그렇다. 이런 상황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최종 결론을 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기자회견에서 당연 관련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한쪽 의견이 도드라지게 만들기보다는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나간다'는 외교 용어로 합의해 두면 엇박자가 나는 것보다는 파장이 적을 수 있다.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는 당연하지만 차분하고 상세하게 설명할 상황이 아니라면 때론 침묵이 설익은 답변보다 나을 수 있다.

우리 말에 있지만 '한술에 배부르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 반군 문제로 트럼프와 이견이 생겼을 때 본인이 회담 후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했지만, 오히려 트럼프가 덮어주는 모양새를 취해줬다. 트럼프는 아베나 시진핑 회담 시에도 봤듯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상대나 자신을 존중하는 상대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미 간 이견 표출은 곧바로 북한과 중국에 빈틈을 내주게 된다는 점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국내 정치하는 방식으로 막무가내식 접근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확인하고 정상 간 신뢰를 쌓는 데까지만 성공하면 그다음은 정상 간에 핫라인을 구축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통화 외교에 능하다는 측면을 한국이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이 다시 만날 기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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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지런한 대통령이다. 백악관에서 보내주는 일정표에는 거의 매일 빈틈이 없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다. 근교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라도 다녀와야 한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미국 대통령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도 다녀왔다. 매달 두세 차례씩 대통령 특별기를 타고 가서 장거리 유세도 벌이고 있다. 70을 넘긴 나이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고령인 축에 속하지만, 활동적인 에너지는 훨씬 젊은 나이의 전임 오바마 대통령에 못지 않다.

트럼프 취임 후 정상 간 통화 93회, 백악관 정상회담 32회

그의 부지런함은 외교로도 직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백악관에 입성한 후 지금까지(2017. 6. 23) 다른 나라 정상들과 모두 93차례 통화를 했다. 한 달 평균 20차례 정도 통화 외교를 벌인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정상들을 직접 만나 벌인 정상회담 회수다. 다른 나라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벌인 정상회담만 모두 32차례다. 지난달 유럽을 방문해서 다자정상회의를 벌인 횟수는 뺀 수치다. 한 달 평균 6명의 외국 정상들이 백악관을 찾은 것이다.


트럼프는 정치 경험이 없고 국정 경험과 거리가 먼 상태에서 대통령이 됐지만, 이제는 과거의 그가 아니다. 앞에서 본 수치가 말해주듯 정상회담을 무수하게 경험했다. 회담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회담 전후에 벌어지는 일종의 기 싸움도 볼만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장사꾼 기질을 발동하는 트럼프 식의 유치한 힘겨루기라는 비판도 하고 있지만, 언론 등 관전자 입장에서는 재밋거리도 되고 회담 분위기를 유추할 소재가 되기도 한다. 메르켈과 마크롱, 튀르도 등 같이 기세를 올린 정상도 있고 아베나 시진핑처럼 동양식 점잖음으로 상대한 정상들도 있다.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을 맞는 트럼프의 회담 방식은 이제 정형화되다시피 했다. 대개의 경우 외국 정상이 백악관에 진입하면 집무실 빌딩인 웨스트 윙의 북쪽 문앞에 나가 환영인사를 하고 함께 건물로 입장한다. 이어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한다.

큰 현안이 없을 경우 이 자리에서 공개로 몇 마디 발언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는다. 중요한 현안이 있는 나라의 정상과는 단독회담에 이어 양국 장관 등이 참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기자회견을 한다. 이런 일정 사이에 점심 시간이 끼면 양국 정상들이 부인까지 합석한 가운데 정상 오찬을 한다.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면 시진핑 주석이나 아베 총리 때처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만찬도 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하면 중요한 현안이 있는 나라를 대우하는 방식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갖는 첫 정상회담이다. 주요 현안들에 대해 정책 방향을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북한의 비핵화는 당위적 정책 목표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에서 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 미국이 중시하고 한국의 새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위체계 사드에 대해서도 배치 여부, 시기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 트럼프가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 큰 파열음 없을 듯

하지만 비관은 금물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상식을 벗어나는 돌발 상황만 없는 한 외부에 파열음이 노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며칠 사이에 밝힌 대북한 핵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복안들과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중단하지 않고 핵무기 고도화를 진행할 경우 경제. 외교적 압박을 강력하게 강화해 나간다'는 핵심 정책에 양국 정상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비핵화 의향 확인을 위한 대북 대화를 갖는다거나 핵 해결을 동결과 폐기로 나눠 접근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줄 수 있는 당근을 검토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고 필요한 일이며 한미 양국의 당국자들 간에 구체적인 안을 짜면 되는 일이다.


정상 간 신뢰 쌓고 핫라인 구축해야

가장 관심사인 북핵은 정상 간에 큰 쟁점이 없을 듯한데 사드는 좀 분위기가 묘하다. 또 한미 FTA도 그렇다. 이런 상황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최종 결론을 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기자회견에서 당연 관련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한쪽 의견이 도드라지게 만들기보다는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나간다'는 외교 용어로 합의해 두면 엇박자가 나는 것보다는 파장이 적을 수 있다.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는 당연하지만 차분하고 상세하게 설명할 상황이 아니라면 때론 침묵이 설익은 답변보다 나을 수 있다.

우리 말에 있지만 '한술에 배부르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 반군 문제로 트럼프와 이견이 생겼을 때 본인이 회담 후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했지만, 오히려 트럼프가 덮어주는 모양새를 취해줬다. 트럼프는 아베나 시진핑 회담 시에도 봤듯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상대나 자신을 존중하는 상대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미 간 이견 표출은 곧바로 북한과 중국에 빈틈을 내주게 된다는 점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국내 정치하는 방식으로 막무가내식 접근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확인하고 정상 간 신뢰를 쌓는 데까지만 성공하면 그다음은 정상 간에 핫라인을 구축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통화 외교에 능하다는 측면을 한국이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이 다시 만날 기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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