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점심 때는 쉽니다”…택배노동자에 휴식을

입력 2017.06.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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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인터넷 상거래의 증가와 함께 물량이 폭증하면서 배달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늦게까지 거리를 누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 최대 택배 업체가 배달 시간을 줄이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초과노동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자 사회적 합의마저 필요해 보이는 이번 결정의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점심 때는 배달 안합니다"

검은 고양이 브랜드로 유명한 야마토 택배가 지난 19일부터 일부 서비스를 축소해 시행하고 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배달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지정 배달 시간의 축소다. 일본의 경우 택배 서비스의 일종으로 배달 시간을 지정해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관리사무소가 있는 경우보다는 소규모 연립이나 개인 주택이 많아 수령자를 직접 만나야 해 배달 시간을 정한 뒤 그 시간에 배송해 달라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애초 6개 대역으로 나뉘어 정하던 배달 시간 가운데 점심시간 2시간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택배 배달원들의 휴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야마토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야마토의 회사 이념은 '이익보다는 서비스가 먼저'. 여기에 맞춰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배달 서비스를 추구해왔지만 능력과 이상이 일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과도한 서비스 확대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야마토 택배가 지난해인 2016년 취급한 택배 수만 약 18억 7천 개에 이른다. 2015년보다 8% 증가했고 10년간 60%나 증가했다. 당연히 노동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기준감독 관청의 시정 권고에 따라 사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어도 4만 7천 명에게 약 1,900억 원의 잔업수당을 지급하기에 이른 것도 야마토의 근무 환경이 그동안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배달 지연과 가격 상승...소비자 이해 필요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배달해야 할 양은 같은데, 배달 시간을 줄인다면? 당연히 배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야마토 택배가 배달 방침을 전하면서 야마토를 이용하는 소매점들도 방침을 바꾸기 시작했다. '조조타운','로하코' 등의 브랜드는 당일 배송을 없애며 이용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리고 일부 배달 가격 인상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야마토 택배로서는 배달원의 만성적인 부족 속에서 소비자의 이해와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속해서 성장하는 경제사회가 아닌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심각한 근로 인구 감소에 직면한 일본 사회의 문제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다.

경쟁적인 서비스 개선에만 익숙해져 온 소비자로서는 일견 서비스 후퇴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나의 편리를 위해 누군가의 근로 조건이 희생되는 악순환을 막자는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모색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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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점심 때는 쉽니다”…택배노동자에 휴식을
    • 입력 2017-06-24 17:36:52
    특파원 리포트
택배 기사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인터넷 상거래의 증가와 함께 물량이 폭증하면서 배달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늦게까지 거리를 누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 최대 택배 업체가 배달 시간을 줄이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초과노동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자 사회적 합의마저 필요해 보이는 이번 결정의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점심 때는 배달 안합니다"

검은 고양이 브랜드로 유명한 야마토 택배가 지난 19일부터 일부 서비스를 축소해 시행하고 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배달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지정 배달 시간의 축소다. 일본의 경우 택배 서비스의 일종으로 배달 시간을 지정해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관리사무소가 있는 경우보다는 소규모 연립이나 개인 주택이 많아 수령자를 직접 만나야 해 배달 시간을 정한 뒤 그 시간에 배송해 달라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애초 6개 대역으로 나뉘어 정하던 배달 시간 가운데 점심시간 2시간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택배 배달원들의 휴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야마토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야마토의 회사 이념은 '이익보다는 서비스가 먼저'. 여기에 맞춰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배달 서비스를 추구해왔지만 능력과 이상이 일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과도한 서비스 확대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야마토 택배가 지난해인 2016년 취급한 택배 수만 약 18억 7천 개에 이른다. 2015년보다 8% 증가했고 10년간 60%나 증가했다. 당연히 노동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기준감독 관청의 시정 권고에 따라 사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어도 4만 7천 명에게 약 1,900억 원의 잔업수당을 지급하기에 이른 것도 야마토의 근무 환경이 그동안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배달 지연과 가격 상승...소비자 이해 필요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배달해야 할 양은 같은데, 배달 시간을 줄인다면? 당연히 배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야마토 택배가 배달 방침을 전하면서 야마토를 이용하는 소매점들도 방침을 바꾸기 시작했다. '조조타운','로하코' 등의 브랜드는 당일 배송을 없애며 이용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리고 일부 배달 가격 인상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야마토 택배로서는 배달원의 만성적인 부족 속에서 소비자의 이해와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속해서 성장하는 경제사회가 아닌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심각한 근로 인구 감소에 직면한 일본 사회의 문제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다.

경쟁적인 서비스 개선에만 익숙해져 온 소비자로서는 일견 서비스 후퇴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나의 편리를 위해 누군가의 근로 조건이 희생되는 악순환을 막자는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모색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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