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훔쳐본다

입력 2017.06.25 (22:31) 수정 2017.06.2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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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무더위.

짧아지고 얇아진 옷차림.

그럴수록 자꾸만 찜찜하고 불안합니다.

몰카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녹취> "진짜 그렇게 하면 마음 놓고 놀 수도 없고 어디 가서 놀아야 되는지..."

심지어 이젠 내 집 안방까지도 몰카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은밀하게 내 모습을 엿보고 있는 건 아닐까.

거리의 CCTV부터 손안의 스마트폰까지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이 그대로 노출되는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 더 기승을 부리는 몰카 범죄,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한 여성이 집 안에서 뭘 하는지 그대로 나옵니다.

자세히 보니 '완강기'라는 우리말이 보입니다.

혼자 있는 여성을 찍은 또 다른 영상.

한글이 인쇄된 비닐봉투가 보입니다.

연출된 화면이 아니라 실제 국내의 원룸 내부에 설치된 가정용 CCTV를 해킹한 영상입니다.

해킹된 시기는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

중국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가정용 CCTV가 중국에서 대량 해킹된 사실이 국내 보안업체의 감시망에 걸려든 건 지난 4월.

중국 쪽 해커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과정에서 문제의 영상이 국내로 유입된 사실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최상명(하우리 보안대응실장) : "새로운 영상도 일부 있지만 보통 이전에 찍혔던 영상들이 음란 사이트에서 계속해서 돌고 돌면서 유포되고 있습니다. (중국 사이트에도 마찬가지로?) 중국 사이트에도 아직까지 계속 똑같은 영상들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공개된 영상은 10여 건.

하지만 누가, 얼마나 더 해킹을 당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인터뷰>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무차별적으로 해킹을 해서 녹화된 동영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수집을 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요주의 인물이 아니니까,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니까 안전지대에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 잘못된 거고요. 그냥 무차별적으로 취약한 웹캠들은 전부 다 공격을 받는다 라고 생각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해커들은 각 가정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어떻게 빼내 갔을까?

해킹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험해 보기 위해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한 대학 연구실.

한 남성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습니다.

천장에는 가정용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먼저 무선 인터넷을 검색해 표적으로 삼을 가정용 CCTV를 물색한 뒤,

제조사가 제품을 판매할 때 설정한 기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공격할 CCTV에 입력합니다.

그러자 잠시 후, CCTV 영상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해킹된 겁니다.

<인터뷰> 이지섭(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연구원) : "기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건 사실 해킹을 모르는 사람들도 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냥 해킹을 해보고 싶다 하는 사람들이 다 인터넷에서 쉽게 도구를 구해서 한 번 찔러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다들 하고 있고요."

실제로 가정용 CCTV를 해킹 당했다는 증언들이 최근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가정집에선 CCTV 카메라가 저절로 움직이며 사람을 쫓아다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가정용 CCTV 해킹 피해자(음성변조) : "(카메라가)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고 굉장히 소름 끼치면서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사실 주저앉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불법 해킹된 영상은 음란물로 포장돼 인터넷에 버젓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내가 필요해서 설치한 CCTV가 내 은밀한 모습을 찍는 '몰카'로 돌변한 겁니다.

<인터뷰> 최숙진(서울시 성북구) : "누군가가 염탐을 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모든... 너무 싫을 것 같아요."

이런 해킹은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TV나 노트북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를 피해를 막으려면 스스로 예방책을 세우는 게 최선입니다.

제품을 구입하자마자 비밀번호부터 바꾸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합니다.

또, 사용하지 않을 때는 테이프를 붙여 놓거나, 종이컵을 이용해 카메라를 가려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뷰>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또 더 큰 문제는 뭐냐 하면 이게 보통 영세한 업체들인 경우에는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에는 더 이상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럴 경우에는 사실은 쓰시던 웹캠을 버리시고 업데이트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웹캠을 구매하셔야 됩니다."

서울 도심의 한 지하철역.

복장을 갖춰 입은 두 사람이 역 안으로 들어섭니다.

목적지는 여자화장실.

이들은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즉, 몰카 단속반입니다.

먼저, 적외선 탐지기로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핍니다.

몰카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은 작은 틈새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광미(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 "환풍기라든가 아니면 요런 구멍, 그리고 여기 입구에. 요런데 요 문틈 사이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엔 전자파 탐지기로 한 번 더 세심하게 점검합니다.

<인터뷰> 김태성(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 "며칠 전에는 여기가 신고가 들어와가지고 굉장히 경찰분들도 많이 나오시고 그랬어요. 그래서 더 우리가 여기를 열심히 지금 봐 드려요."

계단과 승강장 등에선 경찰관들이 순찰에 나섰습니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는지 유심히 살핍니다.

실제로 지하철과 역, 대합실은 몰카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들입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남성이 앞의 여성에게 바짝 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치마 속을 몰래 찍고 있는 겁니다.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한 50대 남성.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사진을 찍힌 여성만 무려 400여 명이었습니다.

<녹취> 이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그냥 외롭고 호기심에... 핸드폰에 보관돼 있는 거예요. 한 번 보고 그냥 놔두는 거예요."

때문에 여성들은 계단을 오르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늘 불안합니다.

<인터뷰> 최지혜(서울시 강남구) : "지하철 화장실을 못 가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공공장소인데 공공장소마저 내가 불안해해야 한다는 게 너무 여자로서 솔직히 좀 힘든 거 같아요."

몰카 범죄는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2015년을 정점으로 지난해엔 적발 건수가 소폭 줄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지능화하는 몰카 범죄의 특성상 실제론 더 늘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몰카를 찍다 걸리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문제는 적발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 : "대면범죄는 형량이 높고, 예를 들면 강간이라든가 성추행 같은 것. 그런데 이런 몰카 같은 범죄는 거기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는 인식들이 크게 작용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은 정확히 이른바 법 집행자의 입장입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성추행을 당하는 것보다 자기의 동영상이 누구도 모르는 사람한테 떠돌아다니는 것이 사실은 정신적으로 크기가 엄청 더 크거든요."

갈수록 소형화, 첨단화되는 몰카는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의 한 전자제품 상가.

몰카를 사러 왔다고 하자 최신 제품을 소개합니다.

<녹취> 몰카 판매업자(음성변조) : "펜 타입은 아무래도 좀 길기 때문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고 이거 같은 경우에는 손에 들고 다니면서 찍을 수 있게, 증거 수집용으로..."

초소형 단추부터 자동차용 스마트키, 카드 지갑에 쏙 들어가는 것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만 100여 종.

<녹취> "요거는 이제 시계형 몰래카메라인데요."

워낙 작고 감쪽같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채기 힘듭니다.

<인터뷰> 이원업(몰카 탐지 전문가) : "실제적으로는 어렵죠. 어렵기 때문에 몰카의 피해자분들이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거고요. 또는 모르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늦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몰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면서 최근엔 탐지기에 안 걸리는 제품도 많습니다.

<인터뷰> 이원업(몰카 탐지 전문가) : "우리 상상 이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크기 자체도 제 엄지 손톱의 한 10분의 1 정도로 작은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곤충, 곤충을 갖다 몰래카메라로 쓰는 그런 시대까지 왔다 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급기야 몰카 범죄 예방을 위해 몰카 판매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입법 청원 사이트 '국회 톡톡'에선 지금까지 만 8천여 명이 몰카 판매 금지법에 서명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 : "그 자체가 범죄다, 이건 소유해서도 안 되고 유통해서도 안 되는 거다, 우리 같이 이것을 줄여야 한다 라는 식으로 가야 된다는 거죠. 저는 음란물이라는 규정 자체도 사실은 이건 좀 쓰면 안 된다는 거죠. 범죄물이죠, 범죄물. 범죄 결과물이죠."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건 물론 일상생활마저 파괴하는 몰카와 카메라 해킹 범죄.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단속과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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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나를 훔쳐본다
    • 입력 2017-06-25 22:31:38
    • 수정2017-06-25 23:16:18
    취재파일K
찌는 듯한 무더위.

짧아지고 얇아진 옷차림.

그럴수록 자꾸만 찜찜하고 불안합니다.

몰카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녹취> "진짜 그렇게 하면 마음 놓고 놀 수도 없고 어디 가서 놀아야 되는지..."

심지어 이젠 내 집 안방까지도 몰카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은밀하게 내 모습을 엿보고 있는 건 아닐까.

거리의 CCTV부터 손안의 스마트폰까지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이 그대로 노출되는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 더 기승을 부리는 몰카 범죄,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한 여성이 집 안에서 뭘 하는지 그대로 나옵니다.

자세히 보니 '완강기'라는 우리말이 보입니다.

혼자 있는 여성을 찍은 또 다른 영상.

한글이 인쇄된 비닐봉투가 보입니다.

연출된 화면이 아니라 실제 국내의 원룸 내부에 설치된 가정용 CCTV를 해킹한 영상입니다.

해킹된 시기는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

중국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가정용 CCTV가 중국에서 대량 해킹된 사실이 국내 보안업체의 감시망에 걸려든 건 지난 4월.

중국 쪽 해커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과정에서 문제의 영상이 국내로 유입된 사실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최상명(하우리 보안대응실장) : "새로운 영상도 일부 있지만 보통 이전에 찍혔던 영상들이 음란 사이트에서 계속해서 돌고 돌면서 유포되고 있습니다. (중국 사이트에도 마찬가지로?) 중국 사이트에도 아직까지 계속 똑같은 영상들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공개된 영상은 10여 건.

하지만 누가, 얼마나 더 해킹을 당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인터뷰>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무차별적으로 해킹을 해서 녹화된 동영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수집을 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요주의 인물이 아니니까,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니까 안전지대에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 잘못된 거고요. 그냥 무차별적으로 취약한 웹캠들은 전부 다 공격을 받는다 라고 생각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해커들은 각 가정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어떻게 빼내 갔을까?

해킹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험해 보기 위해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한 대학 연구실.

한 남성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습니다.

천장에는 가정용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먼저 무선 인터넷을 검색해 표적으로 삼을 가정용 CCTV를 물색한 뒤,

제조사가 제품을 판매할 때 설정한 기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공격할 CCTV에 입력합니다.

그러자 잠시 후, CCTV 영상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해킹된 겁니다.

<인터뷰> 이지섭(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연구원) : "기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건 사실 해킹을 모르는 사람들도 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냥 해킹을 해보고 싶다 하는 사람들이 다 인터넷에서 쉽게 도구를 구해서 한 번 찔러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다들 하고 있고요."

실제로 가정용 CCTV를 해킹 당했다는 증언들이 최근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가정집에선 CCTV 카메라가 저절로 움직이며 사람을 쫓아다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가정용 CCTV 해킹 피해자(음성변조) : "(카메라가)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고 굉장히 소름 끼치면서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사실 주저앉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불법 해킹된 영상은 음란물로 포장돼 인터넷에 버젓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내가 필요해서 설치한 CCTV가 내 은밀한 모습을 찍는 '몰카'로 돌변한 겁니다.

<인터뷰> 최숙진(서울시 성북구) : "누군가가 염탐을 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모든... 너무 싫을 것 같아요."

이런 해킹은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TV나 노트북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를 피해를 막으려면 스스로 예방책을 세우는 게 최선입니다.

제품을 구입하자마자 비밀번호부터 바꾸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합니다.

또, 사용하지 않을 때는 테이프를 붙여 놓거나, 종이컵을 이용해 카메라를 가려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뷰>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또 더 큰 문제는 뭐냐 하면 이게 보통 영세한 업체들인 경우에는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에는 더 이상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럴 경우에는 사실은 쓰시던 웹캠을 버리시고 업데이트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웹캠을 구매하셔야 됩니다."

서울 도심의 한 지하철역.

복장을 갖춰 입은 두 사람이 역 안으로 들어섭니다.

목적지는 여자화장실.

이들은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즉, 몰카 단속반입니다.

먼저, 적외선 탐지기로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핍니다.

몰카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은 작은 틈새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광미(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 "환풍기라든가 아니면 요런 구멍, 그리고 여기 입구에. 요런데 요 문틈 사이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엔 전자파 탐지기로 한 번 더 세심하게 점검합니다.

<인터뷰> 김태성(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 "며칠 전에는 여기가 신고가 들어와가지고 굉장히 경찰분들도 많이 나오시고 그랬어요. 그래서 더 우리가 여기를 열심히 지금 봐 드려요."

계단과 승강장 등에선 경찰관들이 순찰에 나섰습니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는지 유심히 살핍니다.

실제로 지하철과 역, 대합실은 몰카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들입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남성이 앞의 여성에게 바짝 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치마 속을 몰래 찍고 있는 겁니다.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한 50대 남성.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사진을 찍힌 여성만 무려 400여 명이었습니다.

<녹취> 이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그냥 외롭고 호기심에... 핸드폰에 보관돼 있는 거예요. 한 번 보고 그냥 놔두는 거예요."

때문에 여성들은 계단을 오르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늘 불안합니다.

<인터뷰> 최지혜(서울시 강남구) : "지하철 화장실을 못 가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공공장소인데 공공장소마저 내가 불안해해야 한다는 게 너무 여자로서 솔직히 좀 힘든 거 같아요."

몰카 범죄는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2015년을 정점으로 지난해엔 적발 건수가 소폭 줄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지능화하는 몰카 범죄의 특성상 실제론 더 늘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몰카를 찍다 걸리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문제는 적발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 : "대면범죄는 형량이 높고, 예를 들면 강간이라든가 성추행 같은 것. 그런데 이런 몰카 같은 범죄는 거기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는 인식들이 크게 작용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은 정확히 이른바 법 집행자의 입장입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성추행을 당하는 것보다 자기의 동영상이 누구도 모르는 사람한테 떠돌아다니는 것이 사실은 정신적으로 크기가 엄청 더 크거든요."

갈수록 소형화, 첨단화되는 몰카는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의 한 전자제품 상가.

몰카를 사러 왔다고 하자 최신 제품을 소개합니다.

<녹취> 몰카 판매업자(음성변조) : "펜 타입은 아무래도 좀 길기 때문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고 이거 같은 경우에는 손에 들고 다니면서 찍을 수 있게, 증거 수집용으로..."

초소형 단추부터 자동차용 스마트키, 카드 지갑에 쏙 들어가는 것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만 100여 종.

<녹취> "요거는 이제 시계형 몰래카메라인데요."

워낙 작고 감쪽같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채기 힘듭니다.

<인터뷰> 이원업(몰카 탐지 전문가) : "실제적으로는 어렵죠. 어렵기 때문에 몰카의 피해자분들이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거고요. 또는 모르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늦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몰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면서 최근엔 탐지기에 안 걸리는 제품도 많습니다.

<인터뷰> 이원업(몰카 탐지 전문가) : "우리 상상 이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크기 자체도 제 엄지 손톱의 한 10분의 1 정도로 작은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곤충, 곤충을 갖다 몰래카메라로 쓰는 그런 시대까지 왔다 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급기야 몰카 범죄 예방을 위해 몰카 판매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입법 청원 사이트 '국회 톡톡'에선 지금까지 만 8천여 명이 몰카 판매 금지법에 서명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 : "그 자체가 범죄다, 이건 소유해서도 안 되고 유통해서도 안 되는 거다, 우리 같이 이것을 줄여야 한다 라는 식으로 가야 된다는 거죠. 저는 음란물이라는 규정 자체도 사실은 이건 좀 쓰면 안 된다는 거죠. 범죄물이죠, 범죄물. 범죄 결과물이죠."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건 물론 일상생활마저 파괴하는 몰카와 카메라 해킹 범죄.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단속과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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