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소탄 원료 생산 능력 보유”…미국, 북한과 만나야

입력 2017.06.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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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소탄 원료 생산 능력 보유”…미국, 북한과 만나야

“북한, 수소탄 원료 생산 능력 보유”…미국, 북한과 만나야

"제네바 합의(1994년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약속한 기본 합의문)는 실패가 아니다”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 연구원은 오늘(2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북핵 문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제네바 회의는 실패가 아니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파괴한 것"이라며 “제네바 합의는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린 연구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 외교는 실패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바마와 부시 전 정부의 16년 동안 대북 외교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 진중한 대화가 없었다. 그 결과 북한 핵은 현재 큰 위기 상태로 수렁에 빠져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지만 미국도 북한이 잘못한 방향으로 가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칼린 연구원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도 정권이 바뀌면서 대북 정책의 기조가 자주 바뀌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은 “이제라도 미국은 북한과 대면해 진실성은 갖고 대화를 해야 한다. 물론 양측의 대화는 어려움이 항상 따른다”며 “협상 초기 단계부터 이행 전문가가 참여해 이행을 담보하도록 합의를 구성해야 한다. 간단하고 단순한 것부터 이행하는 식으로 시작해야 차차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한 나로서는 결국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칼린 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함께 참석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칼린 연구원은 제네바 합의의 실패를 두고 미국 측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인데 이 말에 동감할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의 근본은 북한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칼린 연구원의 주장은 너무 이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북한 수소탄원료 '3중수소' 생산 능력 있어 보여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핵 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 "북한이 수소탄의 원료 가운데 하나인 3중수소(tritium)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커 교수는 “지난해 북한이 3중수소의 핵심 원료가 되는 리튬-6를 판매하려고 시도했다는 증거가 나왔는데, 이에 비춰보면 북한이 3중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영변을 찍은)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많은 시설들이 건설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새로운 원자로 시설의 하나가 리튬-6에서 3중수소를 추출하는 용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커 교수는 다만 "수소탄을 실제 무기화하는 것에는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아직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헤커 교수는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다 합치면 (핵무기) 20∼25기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것에 더해 1년에 6∼7개를 더(생산할)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산의 근거로 "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플루토늄의 경우 20∼40kg을, 고농축우라늄의 경우 200∼450kg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예상치의 범위가 넓은 것은 사실"이라고 북핵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도 짚었다.


그동안 '3NO'(추가생산·성능향상·수출 금지) 원칙을 주장해온 그는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져 이것으로 안 된다"며 "이제는 북핵과 관련해 하나의 큰 'NO'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절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No use)"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내부의 혼란 때문이든, 사고 때문이든 (핵무기) 사용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이뤄지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헤커 교수는 그러면서 "제가 제안하는 것은 미국에서 북한에 특사가 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물론 이 특사는 (북한에 가기 전에) 먼저 한국에 와야 한다. 한미동맹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로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한편 오늘 학술회의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참석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오늘 나는 사회자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발언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문 특보는 칼린 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북한의 책임뿐만 아니라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 핵은 준비를 잘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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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수소탄 원료 생산 능력 보유”…미국, 북한과 만나야
    • 입력 2017-06-27 17:06:17
    취재K
"제네바 합의(1994년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약속한 기본 합의문)는 실패가 아니다”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 연구원은 오늘(2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북핵 문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제네바 회의는 실패가 아니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파괴한 것"이라며 “제네바 합의는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린 연구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 외교는 실패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바마와 부시 전 정부의 16년 동안 대북 외교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 진중한 대화가 없었다. 그 결과 북한 핵은 현재 큰 위기 상태로 수렁에 빠져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지만 미국도 북한이 잘못한 방향으로 가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칼린 연구원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도 정권이 바뀌면서 대북 정책의 기조가 자주 바뀌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은 “이제라도 미국은 북한과 대면해 진실성은 갖고 대화를 해야 한다. 물론 양측의 대화는 어려움이 항상 따른다”며 “협상 초기 단계부터 이행 전문가가 참여해 이행을 담보하도록 합의를 구성해야 한다. 간단하고 단순한 것부터 이행하는 식으로 시작해야 차차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한 나로서는 결국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칼린 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함께 참석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칼린 연구원은 제네바 합의의 실패를 두고 미국 측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인데 이 말에 동감할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의 근본은 북한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칼린 연구원의 주장은 너무 이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북한 수소탄원료 '3중수소' 생산 능력 있어 보여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핵 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 "북한이 수소탄의 원료 가운데 하나인 3중수소(tritium)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커 교수는 “지난해 북한이 3중수소의 핵심 원료가 되는 리튬-6를 판매하려고 시도했다는 증거가 나왔는데, 이에 비춰보면 북한이 3중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영변을 찍은)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많은 시설들이 건설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새로운 원자로 시설의 하나가 리튬-6에서 3중수소를 추출하는 용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커 교수는 다만 "수소탄을 실제 무기화하는 것에는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아직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헤커 교수는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다 합치면 (핵무기) 20∼25기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것에 더해 1년에 6∼7개를 더(생산할)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산의 근거로 "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플루토늄의 경우 20∼40kg을, 고농축우라늄의 경우 200∼450kg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예상치의 범위가 넓은 것은 사실"이라고 북핵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도 짚었다.


그동안 '3NO'(추가생산·성능향상·수출 금지) 원칙을 주장해온 그는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져 이것으로 안 된다"며 "이제는 북핵과 관련해 하나의 큰 'NO'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절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No use)"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내부의 혼란 때문이든, 사고 때문이든 (핵무기) 사용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이뤄지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헤커 교수는 그러면서 "제가 제안하는 것은 미국에서 북한에 특사가 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물론 이 특사는 (북한에 가기 전에) 먼저 한국에 와야 한다. 한미동맹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로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한편 오늘 학술회의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참석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오늘 나는 사회자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발언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문 특보는 칼린 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북한의 책임뿐만 아니라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 핵은 준비를 잘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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