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강원국 “글 잘 쓰려면 책 목차 보는 것 즐겨라”

입력 2017.06.27 (17:18) 수정 2017.06.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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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예능감이 좀 있어요. 욕심도 있고요. 학창시절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이 제 주변으로 모여들었어요. 제가 이야기를 재밌게 잘했거든요. 우리 집 지하에 팬텀기가 있다는 말을 애들이 다 믿었죠."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났던 강원국(55) 작가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재밌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의무감으로 출연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제가 나올 때 웃음이 터졌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신스틸러(주목받는 조연)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 같아요. '노무현입니다'를 통해 어릴 적 꿈이었던 배우도 해보고, 저는 다 이뤘습니다(웃음)."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강원국 작가를 만나 영화 출연 이후의 근황과 글 잘 쓰는 비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관기사] [인터뷰①] 강원국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의 차이는 감성”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유시민의 조언 무책임해”

강 작가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책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발언으로 또 한 번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강 작가는 해당 방송에서 "그분은 워낙 재능이 뛰어나 우리 사정을 잘 모른다"며 "유시민 작가의 책을 보면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되어 있다.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라고 말해 웃음과 공감을 샀다.

'유시민 작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강 작가는 "국내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중 한 분"이라고 답했다.

"유시민 작가의 글을 굉장히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논리가 탄탄하고, 글에 군더더기가 없어요. 감동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은데(웃음), 글을 굉장히 잘 쓰시죠. 글을 잘 쓰시긴 하는데 글쓰기 책은 그다지…(웃음). 글쓰기 책은 역시 '대통령의 글쓰기'죠."

지난 2014년 2월 출간된 '대통령의 글쓰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판매 부수가 급격히 늘었고 지금까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등에서 스테디셀러에 올라있다.

강 작가는 "출간일부터 국정농단 사태까지 2년 반 동안 팔린 책의 양과 지난 8개월간 팔린 부수가 비슷하다"며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시절을 겪어서 제 책이 잘 팔린 것 같은데 책 좀 덜 팔리더라도 이런 세상이 온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글쓰기’ 쓰는 데 한 달도 안 걸려”

강 작가에게 '대통령의 글쓰기' 집필 과정과 글쓰기 아이템을 찾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많이 팔렸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잘 썼다는 거겠죠(웃음). '대통령의 글쓰기'를 술술 읽었다는 분들이 많아요. 말하듯이 써서 그런 것 같아요. 2008년 청와대에서 나온 후로 5년 동안 술자리에서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이 책을 쓰는데 한 달도 안 걸렸어요. 그동안 계속 말을 해왔기 때문이에요. 말을 하면서 저절로 정리가 된 거예요. 노 대통령은 5년 내내 말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막 말씀 하시다가 '자, 됐다. 이렇게 쓰자'라고 하셨죠. 이런 상태가 올 때까지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시는 거죠. 말하듯이 쓴 글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잖아요."

강 작가는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쓰기에 대한 단상 1,600개를 적어두었다. 강 작가는 "하루에 3번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이 글들이 강연을 하고 책을 쓰는 데 좋은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글쓰기를 주제로 1,600개나 쓸 수 있을지 몰랐다"며 "눈덩이가 구를수록 커지듯이, 100개 정도 글이 쌓이니까 그때부터 관련 생각들이 막 달라붙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쓴 자신의 세 번째 책 '강원국의 글쓰기'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사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 '강원국의 글쓰기'를 다 썼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 보니까 내용이 허접한 거예요. 7~8개월 사이에 제 생각이 그만큼 성장한 거예요. 글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쓸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몇 개월 후에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쓴 걸까' 싶은 거죠. 그때 쓴 글들을 보완하고 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해요."


“글 잘 쓰려면 온라인 서점에서 책 목차 보는 것을 즐겨라”

강 작가는 처음부터 글쓰기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을까. 강 작가는 "제가 저를 잘 안다. 제게 과분한 일을 했고,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 4년 내내 놀다가 덜컥 대우증권에 취직이 됐어요. '신문 읽으면서 기자 시험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입사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맡은 게 기업의 20년사를 정리하는 것이었죠. 이걸 쓰면서 공부를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기자를 포기하고 글쓰기에 몰두했고, 20년사 정리 작업 후 '글 잘 쓰는 놈'이 되어버렸어요. 사보와 사내방송 일을 담당하다가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연설문 작성 업무를 맡게 됐죠. 국민의 정부로부터 대통령 연설문을 써보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것도 이 경험 덕분이었어요.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역량도 안 되는 제가 운 좋게 두 대통령을 모시게 됐죠.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아, 자랑할 거 하나는 있어요. 좀 성실하긴 해요(웃음)."

두 대통령과 그룹 회장의 연설문을 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를 쓴 강 작가는 올 하반기,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강원국의 글쓰기'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강 작가에게 '다독(多讀) 다상(多想)'을 제외한 글 잘 쓰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우문을 던졌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목차 보는 것을 즐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목차를 꾸준히 보는 것만으로도 글의 구성 능력과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출판사에서 책을 낼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목차 정리예요. 목차를 열심히 보면 뇌가 '말과 글을 이렇게 전개하는 게 좋겠구나'하고 패턴을 만들어내요.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목차는 그렇지 않아요. 목차를 열심히 보세요."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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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6-27 17: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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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예능감이 좀 있어요. 욕심도 있고요. 학창시절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이 제 주변으로 모여들었어요. 제가 이야기를 재밌게 잘했거든요. 우리 집 지하에 팬텀기가 있다는 말을 애들이 다 믿었죠."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났던 강원국(55) 작가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재밌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의무감으로 출연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제가 나올 때 웃음이 터졌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신스틸러(주목받는 조연)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 같아요. '노무현입니다'를 통해 어릴 적 꿈이었던 배우도 해보고, 저는 다 이뤘습니다(웃음)."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강원국 작가를 만나 영화 출연 이후의 근황과 글 잘 쓰는 비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관기사] [인터뷰①] 강원국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의 차이는 감성”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유시민의 조언 무책임해”

강 작가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책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발언으로 또 한 번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강 작가는 해당 방송에서 "그분은 워낙 재능이 뛰어나 우리 사정을 잘 모른다"며 "유시민 작가의 책을 보면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되어 있다.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라고 말해 웃음과 공감을 샀다.

'유시민 작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강 작가는 "국내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중 한 분"이라고 답했다.

"유시민 작가의 글을 굉장히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논리가 탄탄하고, 글에 군더더기가 없어요. 감동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은데(웃음), 글을 굉장히 잘 쓰시죠. 글을 잘 쓰시긴 하는데 글쓰기 책은 그다지…(웃음). 글쓰기 책은 역시 '대통령의 글쓰기'죠."

지난 2014년 2월 출간된 '대통령의 글쓰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판매 부수가 급격히 늘었고 지금까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등에서 스테디셀러에 올라있다.

강 작가는 "출간일부터 국정농단 사태까지 2년 반 동안 팔린 책의 양과 지난 8개월간 팔린 부수가 비슷하다"며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시절을 겪어서 제 책이 잘 팔린 것 같은데 책 좀 덜 팔리더라도 이런 세상이 온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글쓰기’ 쓰는 데 한 달도 안 걸려”

강 작가에게 '대통령의 글쓰기' 집필 과정과 글쓰기 아이템을 찾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많이 팔렸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잘 썼다는 거겠죠(웃음). '대통령의 글쓰기'를 술술 읽었다는 분들이 많아요. 말하듯이 써서 그런 것 같아요. 2008년 청와대에서 나온 후로 5년 동안 술자리에서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이 책을 쓰는데 한 달도 안 걸렸어요. 그동안 계속 말을 해왔기 때문이에요. 말을 하면서 저절로 정리가 된 거예요. 노 대통령은 5년 내내 말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막 말씀 하시다가 '자, 됐다. 이렇게 쓰자'라고 하셨죠. 이런 상태가 올 때까지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시는 거죠. 말하듯이 쓴 글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잖아요."

강 작가는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쓰기에 대한 단상 1,600개를 적어두었다. 강 작가는 "하루에 3번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이 글들이 강연을 하고 책을 쓰는 데 좋은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글쓰기를 주제로 1,600개나 쓸 수 있을지 몰랐다"며 "눈덩이가 구를수록 커지듯이, 100개 정도 글이 쌓이니까 그때부터 관련 생각들이 막 달라붙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쓴 자신의 세 번째 책 '강원국의 글쓰기'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사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 '강원국의 글쓰기'를 다 썼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 보니까 내용이 허접한 거예요. 7~8개월 사이에 제 생각이 그만큼 성장한 거예요. 글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쓸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몇 개월 후에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쓴 걸까' 싶은 거죠. 그때 쓴 글들을 보완하고 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해요."


“글 잘 쓰려면 온라인 서점에서 책 목차 보는 것을 즐겨라”

강 작가는 처음부터 글쓰기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을까. 강 작가는 "제가 저를 잘 안다. 제게 과분한 일을 했고,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 4년 내내 놀다가 덜컥 대우증권에 취직이 됐어요. '신문 읽으면서 기자 시험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입사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맡은 게 기업의 20년사를 정리하는 것이었죠. 이걸 쓰면서 공부를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기자를 포기하고 글쓰기에 몰두했고, 20년사 정리 작업 후 '글 잘 쓰는 놈'이 되어버렸어요. 사보와 사내방송 일을 담당하다가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연설문 작성 업무를 맡게 됐죠. 국민의 정부로부터 대통령 연설문을 써보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것도 이 경험 덕분이었어요.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역량도 안 되는 제가 운 좋게 두 대통령을 모시게 됐죠.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아, 자랑할 거 하나는 있어요. 좀 성실하긴 해요(웃음)."

두 대통령과 그룹 회장의 연설문을 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를 쓴 강 작가는 올 하반기,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강원국의 글쓰기'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강 작가에게 '다독(多讀) 다상(多想)'을 제외한 글 잘 쓰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우문을 던졌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목차 보는 것을 즐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목차를 꾸준히 보는 것만으로도 글의 구성 능력과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출판사에서 책을 낼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목차 정리예요. 목차를 열심히 보면 뇌가 '말과 글을 이렇게 전개하는 게 좋겠구나'하고 패턴을 만들어내요.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목차는 그렇지 않아요. 목차를 열심히 보세요."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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