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수파, 로하니 대통령 면전서 비판…SNS서는 지지 확산

입력 2017.06.27 (18:46) 수정 2017.06.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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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내에서 열린 '쿠드스의 날'(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슬람권 기념일) 행사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행사에 참가한 수십 명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면전에서 그를 비판하는 구호를 크게 외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로하니 정부의 개혁 정책과 핵합의를 반대하는 강경 보수파로 추정됐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차에 타는 로하니 대통령을 향해 "로하니는 바니사드르와 내통했다", "타협꾼(서방과 핵협상)은 사라져라"라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압둘하산 바니사드르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과도 정부에서 외무장관 등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로, 이란의 신정일치 통치를 비판하고 서방 문물을 받아들여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1981년 의회에서 탄핵당한 뒤 반정부 단체의 도움으로 몰래 이란을 빠져나가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란 보수파엔 '배신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다.

시기적으로 로하니 대통령과 바니사드르가 정치적으로 '결탁'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로하니 대통령을 이슬람 통치 체제를 부정하는 인사와 엮어 강하게 공격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보수파의 불만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란에서 고위 정치인을 바로 앞에 두고 일반 시민이 비판 구호를 외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보수 세력의 이런 돌출 행동에 이란 원로 인사들이 자제를 요청할 만큼 시선을 끄는 사건이었다.

공교롭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로하니 대통령의 불화설이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유포된 터라 이날 기습 시위의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달 대선에서 개혁·중도 세력의 지지를 업은 로하니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로 압승하자 보수파의 불안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보수파 사이에선 친서방 정책을 표방하는 로하니 정부가 여성이 반드시 써야 하는 히잡을 없앨 것이라든지,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이달 초 벌어진 테헤란 연쇄 테러로 로하니 정부의 안보·치안 능력에 대한 보수파의 불신이 커진 것도 이런 이례적인 항의한 이유로 꼽힌다.

로하니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소식에 그의 지지자들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개혁 성향의 이란 네티즌은 '로하니,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글과 로하니 대통령 옆에 트위터 로고를 합성한 사진을 공유하면서 인터넷에서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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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보수파, 로하니 대통령 면전서 비판…SNS서는 지지 확산
    • 입력 2017-06-27 18:46:01
    • 수정2017-06-27 19:42:14
    국제
이달 23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내에서 열린 '쿠드스의 날'(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슬람권 기념일) 행사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행사에 참가한 수십 명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면전에서 그를 비판하는 구호를 크게 외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로하니 정부의 개혁 정책과 핵합의를 반대하는 강경 보수파로 추정됐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차에 타는 로하니 대통령을 향해 "로하니는 바니사드르와 내통했다", "타협꾼(서방과 핵협상)은 사라져라"라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압둘하산 바니사드르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과도 정부에서 외무장관 등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로, 이란의 신정일치 통치를 비판하고 서방 문물을 받아들여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1981년 의회에서 탄핵당한 뒤 반정부 단체의 도움으로 몰래 이란을 빠져나가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란 보수파엔 '배신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다.

시기적으로 로하니 대통령과 바니사드르가 정치적으로 '결탁'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로하니 대통령을 이슬람 통치 체제를 부정하는 인사와 엮어 강하게 공격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보수파의 불만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란에서 고위 정치인을 바로 앞에 두고 일반 시민이 비판 구호를 외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보수 세력의 이런 돌출 행동에 이란 원로 인사들이 자제를 요청할 만큼 시선을 끄는 사건이었다.

공교롭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로하니 대통령의 불화설이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유포된 터라 이날 기습 시위의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달 대선에서 개혁·중도 세력의 지지를 업은 로하니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로 압승하자 보수파의 불안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보수파 사이에선 친서방 정책을 표방하는 로하니 정부가 여성이 반드시 써야 하는 히잡을 없앨 것이라든지,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이달 초 벌어진 테헤란 연쇄 테러로 로하니 정부의 안보·치안 능력에 대한 보수파의 불신이 커진 것도 이런 이례적인 항의한 이유로 꼽힌다.

로하니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소식에 그의 지지자들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개혁 성향의 이란 네티즌은 '로하니,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글과 로하니 대통령 옆에 트위터 로고를 합성한 사진을 공유하면서 인터넷에서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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