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달리는 불법 시술…승합차에 의료 장비 싣고

입력 2017.06.28 (08:33) 수정 2017.06.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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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수상한 승합차 한 대가 경찰에 포착됐습니다.

밖에서는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차량이었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의료 장비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레이저 수술 장비까지 있었는데요.

눈썹 문신과 미백, 검버섯 제거 등 온갖 미용 시술이 가능하다는 승합차였습니다.

승합차 안에서 이뤄지는 미용 시술.

감염 등 각종 부작용 위험이 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병원보다 싼 값에 시술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불법 미용 시술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승합차.

경찰이 이 차의 문을 두드립니다.

<녹취> 경찰 : “문 여세요. 문 여세요. 가만히 계세요.”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아무것도 안 했어요.”

문이 열리자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녹취> 경찰 : “가만히 계세요. 두 분 다 나오세요. 두 분은 나오시고 내리시고 이쪽에 잠깐 나오세요.”

차 안에선 레이저 기계와 각종 의료장비, 약품들이 발견됩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지금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잘못했어요.”

승합차 내부가 피부과 진료실을 방불케 합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의자가 승합차에 레이저 시술 치료기 등을 싣고 서울, 경기, 인천등 수도권 일대를 돌면서 불법으로 의료 시술 을 한 사건입니다.”

경찰은 지난달, 한 건의 제보를 접수합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승합차에서 의료장비를 싣고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승합차에 의료 장비를 설치해 두고 다니며, 레이저 시술, 눈썹 문신 등 불법 시술하고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승합차의 별칭은 '예쁜 얼굴'로 불렸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움직이는 승합차이기에 좀처럼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적 단서를 확보합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차량을 특정을 해서 주거지에서 잠복을 하고 있다가 차량 이동 동선을 조사한 겁니다. 자기 피시술자들 만나고 차량으로 데리고 들어간 것을 저희가 목격하고 검거를 한 겁니다.”

경찰이 들이닥친 현장에선 검버섯 제거 시술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불법 시술을 하다 검거된 피의자는 52살 박 모 씨.

의료 시술 자격증과 관련 경력이 전무한 무자격자였습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처음에는 눈썹 문신 시술을 배워서 하기 시작하다가 아무래도 잘 안 되니까 레이저 치료기를 사서 아는 사람 통해 레이저 치료기를 장착하고 불법시술 행위를 한 겁니다.”

박 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승합차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외부에선 차 안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쳐 놓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외부에서 불법 시술 현장이 보이지 않도록 내부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였습니다.”

또, 승합차 안에는 환자용 침대까지 마련하고, 의료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전원 장치를 별도로 장착해뒀습니다.

차량 내부를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 여느 피부과 진료실 못지않은 모습을 갖췄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병원 같은 데 가면 화사하게 꾸며놓지 않습니까? 꽃무늬 시트지라고 봐야겠죠. 그 부분을 이중으로 대어놨습니다. 그렇게 해서 했고요.”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알음알음 이곳을 소개해줬고, 은밀하게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승합차나 휴대전화도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해놓는 등 단속에 철저히 대비한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습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오면,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할까봐 곧바로 환불을 해주며 달랬습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가벼운 항의라도 하면 한, 두 번 더 시술을 해준다든지 피시술자가 원하면 금액이 5만 원, 10만 원 소액이니까 바로 돌려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무마했던 거죠.”

이런 식으로 4년 동안 승합차 불법 시술로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반영구 문신은 10~20만원 검버섯이나 기미 제거는 5~1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병원보다 40% 정도 저렴하고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4년 동안 수도권 일대에서 3백95명, 5백50여회에 걸쳐 불법 시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법 미용 시술 업소가 가게를 차려 놓고 사람들을 끌어 모아온 것과 달리, 박 씨는 승합차를 적극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타 다른 사건에 있어서 사무실 같은 경우나 이런 것은 쉽게 소문이 나서 노출이 많이 되는 편인데 이 차량은 소문으로 차량에서 한다는 말을 들었어도 차량을 찾지 못하면 실제 적발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건이다 보니까…….”

현행법상, 간단한 반영구 문신이나 레이저 시술 등도 의료 면허가 있는 의료인만 시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혹은 병원보다 편하다는 이유로 불법 시술이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녹취> 불법 시술 경험자(음성변조) : “눈썹 그리는데 못 그리니까 이걸로 하면 눈썹 안 그려도 되잖아요. 가정으로 와서 소개로 어떤 아줌마(가 해줬어.) 미용실에서도 많이 했어요. 옛날에.”

<녹취> 불법 시술 경험자(음성변조) : “단체로 가서 했죠. 병원보다 싸니까. 눈썹 양쪽 다 하려면 20만 원 가까이 되는데 불법 업체에서 하는 건 5만 원씩 차이가 나요.”

이런 불법 시술은 감염 등 부작용에 언제든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황지환(피부과 전문의) : “(의료기관에서는) 일회용 의료 기기를 사용한다든지 아주 철저한 멸균, 소독 과정을 거친 기계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동 차량에서 기구를 사용했을 때 그런 멸균 소독 과정을 거쳤을지 상당히 의심되고요.”

경찰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하고, 추가 피해자가 없을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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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달리는 불법 시술…승합차에 의료 장비 싣고
    • 입력 2017-06-28 08:34:05
    • 수정2017-06-28 08: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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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수상한 승합차 한 대가 경찰에 포착됐습니다.

밖에서는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차량이었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의료 장비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레이저 수술 장비까지 있었는데요.

눈썹 문신과 미백, 검버섯 제거 등 온갖 미용 시술이 가능하다는 승합차였습니다.

승합차 안에서 이뤄지는 미용 시술.

감염 등 각종 부작용 위험이 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병원보다 싼 값에 시술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불법 미용 시술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승합차.

경찰이 이 차의 문을 두드립니다.

<녹취> 경찰 : “문 여세요. 문 여세요. 가만히 계세요.”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아무것도 안 했어요.”

문이 열리자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녹취> 경찰 : “가만히 계세요. 두 분 다 나오세요. 두 분은 나오시고 내리시고 이쪽에 잠깐 나오세요.”

차 안에선 레이저 기계와 각종 의료장비, 약품들이 발견됩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지금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잘못했어요.”

승합차 내부가 피부과 진료실을 방불케 합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의자가 승합차에 레이저 시술 치료기 등을 싣고 서울, 경기, 인천등 수도권 일대를 돌면서 불법으로 의료 시술 을 한 사건입니다.”

경찰은 지난달, 한 건의 제보를 접수합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승합차에서 의료장비를 싣고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승합차에 의료 장비를 설치해 두고 다니며, 레이저 시술, 눈썹 문신 등 불법 시술하고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승합차의 별칭은 '예쁜 얼굴'로 불렸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움직이는 승합차이기에 좀처럼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적 단서를 확보합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차량을 특정을 해서 주거지에서 잠복을 하고 있다가 차량 이동 동선을 조사한 겁니다. 자기 피시술자들 만나고 차량으로 데리고 들어간 것을 저희가 목격하고 검거를 한 겁니다.”

경찰이 들이닥친 현장에선 검버섯 제거 시술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불법 시술을 하다 검거된 피의자는 52살 박 모 씨.

의료 시술 자격증과 관련 경력이 전무한 무자격자였습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처음에는 눈썹 문신 시술을 배워서 하기 시작하다가 아무래도 잘 안 되니까 레이저 치료기를 사서 아는 사람 통해 레이저 치료기를 장착하고 불법시술 행위를 한 겁니다.”

박 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승합차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외부에선 차 안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쳐 놓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외부에서 불법 시술 현장이 보이지 않도록 내부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였습니다.”

또, 승합차 안에는 환자용 침대까지 마련하고, 의료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전원 장치를 별도로 장착해뒀습니다.

차량 내부를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 여느 피부과 진료실 못지않은 모습을 갖췄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병원 같은 데 가면 화사하게 꾸며놓지 않습니까? 꽃무늬 시트지라고 봐야겠죠. 그 부분을 이중으로 대어놨습니다. 그렇게 해서 했고요.”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알음알음 이곳을 소개해줬고, 은밀하게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승합차나 휴대전화도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해놓는 등 단속에 철저히 대비한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습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오면,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할까봐 곧바로 환불을 해주며 달랬습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가벼운 항의라도 하면 한, 두 번 더 시술을 해준다든지 피시술자가 원하면 금액이 5만 원, 10만 원 소액이니까 바로 돌려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무마했던 거죠.”

이런 식으로 4년 동안 승합차 불법 시술로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반영구 문신은 10~20만원 검버섯이나 기미 제거는 5~1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병원보다 40% 정도 저렴하고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4년 동안 수도권 일대에서 3백95명, 5백50여회에 걸쳐 불법 시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법 미용 시술 업소가 가게를 차려 놓고 사람들을 끌어 모아온 것과 달리, 박 씨는 승합차를 적극 이용했습니다.

<인터뷰> 전우철(서울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타 다른 사건에 있어서 사무실 같은 경우나 이런 것은 쉽게 소문이 나서 노출이 많이 되는 편인데 이 차량은 소문으로 차량에서 한다는 말을 들었어도 차량을 찾지 못하면 실제 적발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건이다 보니까…….”

현행법상, 간단한 반영구 문신이나 레이저 시술 등도 의료 면허가 있는 의료인만 시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혹은 병원보다 편하다는 이유로 불법 시술이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녹취> 불법 시술 경험자(음성변조) : “눈썹 그리는데 못 그리니까 이걸로 하면 눈썹 안 그려도 되잖아요. 가정으로 와서 소개로 어떤 아줌마(가 해줬어.) 미용실에서도 많이 했어요. 옛날에.”

<녹취> 불법 시술 경험자(음성변조) : “단체로 가서 했죠. 병원보다 싸니까. 눈썹 양쪽 다 하려면 20만 원 가까이 되는데 불법 업체에서 하는 건 5만 원씩 차이가 나요.”

이런 불법 시술은 감염 등 부작용에 언제든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황지환(피부과 전문의) : “(의료기관에서는) 일회용 의료 기기를 사용한다든지 아주 철저한 멸균, 소독 과정을 거친 기계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동 차량에서 기구를 사용했을 때 그런 멸균 소독 과정을 거쳤을지 상당히 의심되고요.”

경찰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하고, 추가 피해자가 없을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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