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지정’…정부로 공 넘겨

입력 2017.06.28 (15:37) 수정 2017.06.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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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서울 자사·외고 폐지 ‘일단 멈춤’…“폐지는 정부 몫”

외고와 자사고의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올해 재지정 심사 대상인 외고와 자사고 4곳을 모두 재지정했다. 아울러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외고·자사고 폐지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던 서울시교육청의 이같은 결정은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고·자사고 재평가 결과 등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외고·자사고 재평가 결과 등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운영 성과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2년 지정취소 유예’ 조치를 받은 서울외고와 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 등 자사고에 대한 재평가 결과, 지정 취소 기준점수인 60점 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학교는 2020년까지 외고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재평가는 2015년 당시 평가 지표와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 신뢰도와 타당성 등 행정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유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을 통해서는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도움을 호소했다. 즉, 시도교육청이 평가를 통해 점수가 미달된 학교를 개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기보다는 중앙 정부가 나서서 고교 체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정부가 법령상에서 제도적으로 외고와 자사고 유형을 없애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 외고·자사고 교장협의회전국 외고·자사고 교장협의회

2014년 취임 후 줄곧 '자사고 폐지'를 외쳐온 조 교육감이 4개 외고·자사고를 재지정하고 사실상 공을 정부로 넘긴 것은 교육 현장의 반발과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시·도별로 추진할 때의 혼란상 등을 고려해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고교 체제 단순화 실행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5년 단위로 진행되는 평가를 통해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지역별·학교별로 혼란이 되풀이될 수 있고, 또 대부분 학교의 재지정 평가가 내년 교육감 선거 이후인 2019∼2020년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서울시교육청이 총대를 메고 외고·자사고 폐지에 앞장서는 것보다는 여론 수렴과 정책 집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중앙 정부의 결정을 따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결정으로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 역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일괄 폐지보다는 단계적 폐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외고·자사고 제도를 폐지한 뒤 기존 학교에 대해서는 5년 주기 평가 시기에 맞춰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식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교 교육정책 규탄 집회를 하는 외고·자사고 학부모들고교 교육정책 규탄 집회를 하는 외고·자사고 학부모들

당초 예상보다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반발이 크고 거셈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교 성취평가제·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등 주요 정책이 외고·자사고 폐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취평가제는 석차로 상대평가를 하는 대신, 학생이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교과목별로 성취도 점수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따라서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외고·자사고의 내신 성적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워져 우수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고·자사고 폐지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수능 절대평가 역시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외고·자사고 폐지가 선행되어야 특정 고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고·자사고 폐지라는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차질을 빚을 경우 다른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생기거나 교육 현장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런 상황과 최근 교육현장의 혼란을 의식한 듯 정책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29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 후보자는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도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서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를) 2021학년도에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므로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서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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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6-28 22:08:58
    취재K
[연관 기사] [뉴스9] 서울 자사·외고 폐지 ‘일단 멈춤’…“폐지는 정부 몫” 외고와 자사고의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올해 재지정 심사 대상인 외고와 자사고 4곳을 모두 재지정했다. 아울러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외고·자사고 폐지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던 서울시교육청의 이같은 결정은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고·자사고 재평가 결과 등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운영 성과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2년 지정취소 유예’ 조치를 받은 서울외고와 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 등 자사고에 대한 재평가 결과, 지정 취소 기준점수인 60점 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학교는 2020년까지 외고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재평가는 2015년 당시 평가 지표와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 신뢰도와 타당성 등 행정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유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을 통해서는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도움을 호소했다. 즉, 시도교육청이 평가를 통해 점수가 미달된 학교를 개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기보다는 중앙 정부가 나서서 고교 체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정부가 법령상에서 제도적으로 외고와 자사고 유형을 없애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 외고·자사고 교장협의회 2014년 취임 후 줄곧 '자사고 폐지'를 외쳐온 조 교육감이 4개 외고·자사고를 재지정하고 사실상 공을 정부로 넘긴 것은 교육 현장의 반발과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시·도별로 추진할 때의 혼란상 등을 고려해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고교 체제 단순화 실행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5년 단위로 진행되는 평가를 통해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지역별·학교별로 혼란이 되풀이될 수 있고, 또 대부분 학교의 재지정 평가가 내년 교육감 선거 이후인 2019∼2020년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서울시교육청이 총대를 메고 외고·자사고 폐지에 앞장서는 것보다는 여론 수렴과 정책 집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중앙 정부의 결정을 따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결정으로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 역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일괄 폐지보다는 단계적 폐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외고·자사고 제도를 폐지한 뒤 기존 학교에 대해서는 5년 주기 평가 시기에 맞춰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식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교 교육정책 규탄 집회를 하는 외고·자사고 학부모들 당초 예상보다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반발이 크고 거셈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교 성취평가제·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등 주요 정책이 외고·자사고 폐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취평가제는 석차로 상대평가를 하는 대신, 학생이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교과목별로 성취도 점수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따라서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외고·자사고의 내신 성적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워져 우수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고·자사고 폐지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수능 절대평가 역시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외고·자사고 폐지가 선행되어야 특정 고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고·자사고 폐지라는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차질을 빚을 경우 다른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생기거나 교육 현장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런 상황과 최근 교육현장의 혼란을 의식한 듯 정책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29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 후보자는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도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서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를) 2021학년도에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므로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서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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