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친 ‘행복팀’ 사기 사건의 전말

입력 2017.06.28 (16:39) 수정 2017.06.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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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 60대 장애인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함께 살던 가족조차 예상치 못한 죽음이었다. 평소 다정하고 밝았던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도 모르게 매일같이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해왔다는 임성재(가명) 씨. 혹시 그가 통화했던 휴대전화에 죽음에 대한 단서가 남아 있지 않을까.


생전 임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에는 이상한 내용의 영상과 문자가 포함돼 있었다. 기괴한 가면과 망토 차림의 남성이 수화로 무언가를 말하는 영상, 거액의 빚을 갚으라며 독촉하는 문자들이 그것이다.

임 씨가 죽기 사흘 전, 그를 만났다는 한 지인은 임 씨가 금전적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당시 임 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쪽지에는 대부업체 이름, 금액이 적혀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의 접점에 '행복팀'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있다.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은 왜 '행복팀'의 노예가 됐나

최근까지 '행복팀'의 중간 간부로 있었다는 장효주(가명) 씨. 장애인인 그녀는 애초 '행복팀'의 취지가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건물도 빨리 지을 수 있고 보상도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이 이런 말에 속아 전 재산은 물론 각종 대출을 받아 행복팀에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을 보호하고 침묵하라, 배신하지 말라"는 강령부터, 대표에 대한 일종의 충성맹세서까지. 행복팀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장 높으신 분'의 비밀


"진짜 부자가 되는 길을 인도해 주시는 분이 누구입니까?
'가장 높으신 분' 한 분입니다"
-'행복팀' 총괄 대표 한유미(가명) 씨의 수화 영상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가장 높으신 분'이 있었다. '행복팀' 회원들은 그가 90대 고령의 재력가로 청각 및 언어 장애인들을 사랑하는 비장애인(청인)이라고 했다.

교육 영상 속 한 연설자는 '가장 높으신 분'이 장애인들을 어둠 속에서 구해줬으니 그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회원들은 함께 합숙훈련을 하며 단체 불빛으로 감사를 표현하는가 하면, 수화로 응원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높으신 분'을 만났다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유력한 단서는 수상한 상자를 어디론가 나르는 한 간부의 모습이 포착된 CCTV다. 매주 2~3회씩 이 간부가 특정 인물과 함께 해당 장소에서 무언가를 주고받았다는 목격자도 나타났다.

마침내 베일이 벗겨진 '행복팀'의 수장, '가장 높으신 분'은 충격적이게도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왜 그들은 '행복팀'을 여전히 믿고 있나


현재까지 경찰이 밝혀낸 이 사건의 피해자는 약 5백 명, 피해액은 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실제로 피해 신고를 접수한 사람이 146명, 피해액이 102억 원 남짓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행복팀'을 믿는 사람들을 만나 봤다. '행복팀'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하고도, 이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네가 장애인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한다고 그래.
너는 청인(비장애인)이잖아, 청인이랑 우리는 다르다고"
-'행복팀' 사건 피해자의 딸



청각 및 언어장애인 사회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리는 '행복팀' 사기 사건의 전말은 6월 28일(수) 밤 11시 10분, KBS 2TV '추적 60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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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등친 ‘행복팀’ 사기 사건의 전말
    • 입력 2017-06-28 16:39:32
    • 수정2017-06-28 17: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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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 60대 장애인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함께 살던 가족조차 예상치 못한 죽음이었다. 평소 다정하고 밝았던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도 모르게 매일같이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해왔다는 임성재(가명) 씨. 혹시 그가 통화했던 휴대전화에 죽음에 대한 단서가 남아 있지 않을까.


생전 임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에는 이상한 내용의 영상과 문자가 포함돼 있었다. 기괴한 가면과 망토 차림의 남성이 수화로 무언가를 말하는 영상, 거액의 빚을 갚으라며 독촉하는 문자들이 그것이다.

임 씨가 죽기 사흘 전, 그를 만났다는 한 지인은 임 씨가 금전적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당시 임 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쪽지에는 대부업체 이름, 금액이 적혀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의 접점에 '행복팀'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있다.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은 왜 '행복팀'의 노예가 됐나

최근까지 '행복팀'의 중간 간부로 있었다는 장효주(가명) 씨. 장애인인 그녀는 애초 '행복팀'의 취지가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건물도 빨리 지을 수 있고 보상도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이 이런 말에 속아 전 재산은 물론 각종 대출을 받아 행복팀에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을 보호하고 침묵하라, 배신하지 말라"는 강령부터, 대표에 대한 일종의 충성맹세서까지. 행복팀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장 높으신 분'의 비밀


"진짜 부자가 되는 길을 인도해 주시는 분이 누구입니까?
'가장 높으신 분' 한 분입니다"
-'행복팀' 총괄 대표 한유미(가명) 씨의 수화 영상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가장 높으신 분'이 있었다. '행복팀' 회원들은 그가 90대 고령의 재력가로 청각 및 언어 장애인들을 사랑하는 비장애인(청인)이라고 했다.

교육 영상 속 한 연설자는 '가장 높으신 분'이 장애인들을 어둠 속에서 구해줬으니 그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회원들은 함께 합숙훈련을 하며 단체 불빛으로 감사를 표현하는가 하면, 수화로 응원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높으신 분'을 만났다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유력한 단서는 수상한 상자를 어디론가 나르는 한 간부의 모습이 포착된 CCTV다. 매주 2~3회씩 이 간부가 특정 인물과 함께 해당 장소에서 무언가를 주고받았다는 목격자도 나타났다.

마침내 베일이 벗겨진 '행복팀'의 수장, '가장 높으신 분'은 충격적이게도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왜 그들은 '행복팀'을 여전히 믿고 있나


현재까지 경찰이 밝혀낸 이 사건의 피해자는 약 5백 명, 피해액은 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실제로 피해 신고를 접수한 사람이 146명, 피해액이 102억 원 남짓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행복팀'을 믿는 사람들을 만나 봤다. '행복팀'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하고도, 이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네가 장애인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한다고 그래.
너는 청인(비장애인)이잖아, 청인이랑 우리는 다르다고"
-'행복팀' 사건 피해자의 딸



청각 및 언어장애인 사회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리는 '행복팀' 사기 사건의 전말은 6월 28일(수) 밤 11시 10분, KBS 2TV '추적 60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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