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8년 만에 드러난 ‘노모’ 살인사건

입력 2017.06.29 (08:35) 수정 2017.06.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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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8년 전 한 40대 남성의 어머니가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남성의 동거녀도 실종 신고가 접수됩니다.

한 남성을 둘러싼 잇따른 실종.

이 수상한 실종 사건의 진실이 최근 밝혀집니다.

병든 노모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하고, 적금 통장과 기초연금까지 챙겼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말다툼 끝에 동거녀를 살해하고 바다에 유기했습니다.

모두 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는데요.

8년 만에 드러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납골당에서 유골함을 붙잡고 눈물을 흘립니다.

<녹취> "엄마… 엄마……."

이 남성,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48살 박 모 씨입니다.

박 씨에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1년 겨울, 한 여성이 자신의 딸이 실종됐다며 경찰서를 찾아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2011년도 12월쯤에 “딸이 연락이 안 된다. 석 달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가출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남성과 동거 중이던 딸은, 그해 여름, 추석 때 찾아가겠다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대신 동거남인 박 씨가 연락을 했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거남 말에 의하면 “딸이 불면증을 앓고 있었는데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절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잘 치료하고 있으니까 치료가 끝나면 같이 가겠다.” 그 전화를 두세 번 정도 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있었는데……."

그런데 얼마못가 박 씨조차 연락이 끊기자 어머니는 딸의 실종 신고를 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거남을 찾으려고 저희들이 백방으로 뛰었지만 그 시점에 동거남은 아무런 전화라든지 뭐 은행 이용이라든지 이런 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박 씨의 행방을 계속 수소문하던 경찰은 지난 2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박 씨의 주변인 중에 실종 상태인 사람이 더 있었던 건데요.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흔적이 없이 사라져버리니까 저희가 동거남 주변, 살았던 곳, 지인, 가족 이런 사람들부터 점점 (수사를) 넓히다 보니 동거남의 모친이 그 전에 이미 2009년도에 일정 시점부터 없어진 걸 알게 되었죠."

8년 전부터 박 씨의 어머니도 실종 상태였습니다.

어머니가 실종된 뒤, 박 씨의 행동에 수상한 점도 발견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한두 달 동안 집이 비어 있다가 아들이 와서 가재도구를 다 그냥 처분해버리고 엄마의 옷도 가져간다고 짐을 싸고 가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전세금만 빼서 갔다."

박 씨 어머니의 적금 통장은 해약이 된 뒤, 박 씨 앞으로 돈이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입금된 기초연금 천여만 원도 박 씨가 인출한 흔적이 발견됩니다.

경찰은 지난 1일, 경남 창원시의 한 교회 앞에서 박 씨를 체포합니다.

<녹취> "박OO 씨 되시죠? 체포영장 발부된 거 영장에 의해서 체포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그동안 심적 부담, 죄책감 그리고 항상 불안에 떨어 와서 딱 붙잡으니까 검거 현장에서 “자백하겠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박 씨는 모든 걸 체념한 듯,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 놓습니다.

실종됐던 어머니와 동거녀를 살해했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녹취> "(어머니가 숨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어머니 얼굴 색깔이 좀 변했습니다."

박 씨는 과거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로 척추를 심하게 다칩니다.

매달 1백50만 원 정도 산재 보험금을 받아 생활해왔는데요.

2006년을 마지막으로 이 보험금마저 끊겼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2009년쯤 되니까 그 돈도 다 떨어지고 생활비 걱정이 슬슬 시작되는데 엄마가 다리를 다쳐서 입원을 하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어머니의 병원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했던 상황.

그때 어머니는 박 씨에게 통장 하나를 내놓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아들이) 그 치료비를 어떻게 하나?" 이렇게 했는데 "내 적금이 있다. 그걸 해약해서 치료비로 써라."

천 8백만 원이 든 적금 통장을 본 박 씨는 딴 마음을 품게 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엄마만 없으면 앞으로 치료비 들어갈 일도 없고 천 8백만 원도 자기가 쓰게 되잖아요. 딱 그 생각이에요. 그래서 범행이 이루어진 거죠."

어머니의 퇴원 날.

다른 병원으로 간다며 어머니를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한 야산으로 데려갑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엄마를 딱 보니까 눈을 감고 손을 배에 올려놓고 계시더랍니다. 그래서 손으로 목을 졸랐는데 엄마가 아무런 반응을 안 하더래요."

이듬해 박 씨 어머니의 시신은 백골 상태로 발견됩니다.

시신 발견 당시 신원 확인이 안돼 무연고 시신 처리가 됐습니다.

박 씨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나오는 기초연금을 받아가며 동거녀와 생활해왔는데, 이것도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어머니의 기초연금이 매 달 한 20여만 원 나옵니다. 2011년도 여름쯤 돼서 그 돈이 바닥나 버려요. 그러니까 동거녀하고 부딪힐 수밖에 없는 거죠. (동거녀가) "왜 자기는 돈을 안 벌어오느냐." (박 씨는) "나는 돈 벌기가 싫다." 그 문제로 계속 다퉜던 거예요."

2011년 8월, 다툼 끝에 동거녀마저 살해합니다.

동거녀의 시신은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 앞바다에 유기했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죽은 거 확인하고 차에서 내려서 바로 앞에 바다에 그냥 버려버린 거예요. 그때부터 승합차를 타고 다니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한 거예요."

8년 만에 드러난 사건의 전말.

뒤늦게 어머니의 유골함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돌이킬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검찰은 존속 살해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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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8년 만에 드러난 ‘노모’ 살인사건
    • 입력 2017-06-29 08:36:37
    • 수정2017-06-29 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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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8년 전 한 40대 남성의 어머니가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남성의 동거녀도 실종 신고가 접수됩니다.

한 남성을 둘러싼 잇따른 실종.

이 수상한 실종 사건의 진실이 최근 밝혀집니다.

병든 노모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하고, 적금 통장과 기초연금까지 챙겼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말다툼 끝에 동거녀를 살해하고 바다에 유기했습니다.

모두 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는데요.

8년 만에 드러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납골당에서 유골함을 붙잡고 눈물을 흘립니다.

<녹취> "엄마… 엄마……."

이 남성,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48살 박 모 씨입니다.

박 씨에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1년 겨울, 한 여성이 자신의 딸이 실종됐다며 경찰서를 찾아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2011년도 12월쯤에 “딸이 연락이 안 된다. 석 달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가출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남성과 동거 중이던 딸은, 그해 여름, 추석 때 찾아가겠다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대신 동거남인 박 씨가 연락을 했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거남 말에 의하면 “딸이 불면증을 앓고 있었는데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절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잘 치료하고 있으니까 치료가 끝나면 같이 가겠다.” 그 전화를 두세 번 정도 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있었는데……."

그런데 얼마못가 박 씨조차 연락이 끊기자 어머니는 딸의 실종 신고를 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동거남을 찾으려고 저희들이 백방으로 뛰었지만 그 시점에 동거남은 아무런 전화라든지 뭐 은행 이용이라든지 이런 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박 씨의 행방을 계속 수소문하던 경찰은 지난 2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박 씨의 주변인 중에 실종 상태인 사람이 더 있었던 건데요.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흔적이 없이 사라져버리니까 저희가 동거남 주변, 살았던 곳, 지인, 가족 이런 사람들부터 점점 (수사를) 넓히다 보니 동거남의 모친이 그 전에 이미 2009년도에 일정 시점부터 없어진 걸 알게 되었죠."

8년 전부터 박 씨의 어머니도 실종 상태였습니다.

어머니가 실종된 뒤, 박 씨의 행동에 수상한 점도 발견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한두 달 동안 집이 비어 있다가 아들이 와서 가재도구를 다 그냥 처분해버리고 엄마의 옷도 가져간다고 짐을 싸고 가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전세금만 빼서 갔다."

박 씨 어머니의 적금 통장은 해약이 된 뒤, 박 씨 앞으로 돈이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입금된 기초연금 천여만 원도 박 씨가 인출한 흔적이 발견됩니다.

경찰은 지난 1일, 경남 창원시의 한 교회 앞에서 박 씨를 체포합니다.

<녹취> "박OO 씨 되시죠? 체포영장 발부된 거 영장에 의해서 체포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그동안 심적 부담, 죄책감 그리고 항상 불안에 떨어 와서 딱 붙잡으니까 검거 현장에서 “자백하겠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박 씨는 모든 걸 체념한 듯,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 놓습니다.

실종됐던 어머니와 동거녀를 살해했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녹취> "(어머니가 숨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어머니 얼굴 색깔이 좀 변했습니다."

박 씨는 과거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로 척추를 심하게 다칩니다.

매달 1백50만 원 정도 산재 보험금을 받아 생활해왔는데요.

2006년을 마지막으로 이 보험금마저 끊겼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2009년쯤 되니까 그 돈도 다 떨어지고 생활비 걱정이 슬슬 시작되는데 엄마가 다리를 다쳐서 입원을 하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어머니의 병원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했던 상황.

그때 어머니는 박 씨에게 통장 하나를 내놓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아들이) 그 치료비를 어떻게 하나?" 이렇게 했는데 "내 적금이 있다. 그걸 해약해서 치료비로 써라."

천 8백만 원이 든 적금 통장을 본 박 씨는 딴 마음을 품게 됩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엄마만 없으면 앞으로 치료비 들어갈 일도 없고 천 8백만 원도 자기가 쓰게 되잖아요. 딱 그 생각이에요. 그래서 범행이 이루어진 거죠."

어머니의 퇴원 날.

다른 병원으로 간다며 어머니를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한 야산으로 데려갑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엄마를 딱 보니까 눈을 감고 손을 배에 올려놓고 계시더랍니다. 그래서 손으로 목을 졸랐는데 엄마가 아무런 반응을 안 하더래요."

이듬해 박 씨 어머니의 시신은 백골 상태로 발견됩니다.

시신 발견 당시 신원 확인이 안돼 무연고 시신 처리가 됐습니다.

박 씨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나오는 기초연금을 받아가며 동거녀와 생활해왔는데, 이것도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어머니의 기초연금이 매 달 한 20여만 원 나옵니다. 2011년도 여름쯤 돼서 그 돈이 바닥나 버려요. 그러니까 동거녀하고 부딪힐 수밖에 없는 거죠. (동거녀가) "왜 자기는 돈을 안 벌어오느냐." (박 씨는) "나는 돈 벌기가 싫다." 그 문제로 계속 다퉜던 거예요."

2011년 8월, 다툼 끝에 동거녀마저 살해합니다.

동거녀의 시신은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 앞바다에 유기했습니다.

<인터뷰> 최해영(과장/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 "죽은 거 확인하고 차에서 내려서 바로 앞에 바다에 그냥 버려버린 거예요. 그때부터 승합차를 타고 다니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한 거예요."

8년 만에 드러난 사건의 전말.

뒤늦게 어머니의 유골함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돌이킬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검찰은 존속 살해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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