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국가 선포 3년, 일상적 테러 공포 전세계로 확산

입력 2017.06.29 (14:46) 수정 2017.06.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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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3년 전인 2014년 6월 29일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인 ISIS는 나라를 세웠다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2001년 알카에다의 9.11테러의 영향을 받아 태동한 ISIS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권력을 박탈당한 사담 후세인 정부의 관료, 군인, 경찰들이 합류하면서 세력을 키워오다 스스로 국가를 선포할 만큼 강력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ISIS는 국가를 선포한 이후 한때 이라크 영토의 13%를 점령하고 또 다른 거점 지역인 시리아 영토의 25%를 점령할 만큼 성장했지만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 정부와 시리아 정부의 ISIS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로 지금은 세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세력이 위축된 ISIS는 국제 동맹군의 작전이 계속되면서 이라크에서는 6개월 안에, 시리아에서는 1년 6개월 뒤인 2018년 말쯤이면 평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ISIS는 약화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의 테러 공포는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지하철역, 대형 공연장, 유명 관광 휴양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어느 지역도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운전면허증 한 장만 있으면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는 정도로 테러 방법도 다양해졌다.

ISIS 국가 선포 3년을 맞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28일 내놓은 'ISIS 3년, 현황과 전망:테러 확산의 불안한 전조' 보고서를 중심으로 ISIS의 국가 선포 이후 중동 상황과 전망,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를 진단해본다.

☞ [내려받기] ISIS 3년, 테러 확산의 불안한 전조 [PDF]

세계 29개국에서 170차례 이상 테러, 2000명 이상 사망

국가를 선포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ISIS는 3년 동안 폭력적 극단주의의 대표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시리아에서는 비극적인 내전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됐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와 ISIS 간의 교전, 그리고 다양한 저항 세력 간의 복잡한 갈등으로 2017년 상반기까지 40만 명이 숨졌고 400만 명의 난민과 700만 명의 피난민이 생겨났다.

ISIS는 또 시리아와 이라크를 제외한 세계 29개 나라에서 170차례가 넘는 테러를 일으켜 2,0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ISIS의 테러가 계속되면서 국제 사회의 공세도 강화돼 ISIS의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토는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해외출신 지하디스트들이 유입이 지속하고 있다. 현재 120개국에서 4만 명 이상의 해외 지하디스트들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전략 거점이 붕괴하면서 ISIS 핵심 지도부는 대테러전에 참가하는 국제 동맹군의 집중력을 약화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가 아닌 다른 지역의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점이다.ISIS가 이른바 '공포의 확산'을 통해 국제 연대의 균열을 시도하고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을 부추겨 테러 세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5월 영국 맨체스트 아레나 공연장 테러, 2016년 7월 니스 테러처럼 이제 유럽 주요 도시의 테러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2017년 상반기에만 세계적으로 596차례의 크고 작은 테러 공격이 일어나 4천 명 이상이 숨졌을 정도로 테러의 빈도와 사상자 수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의 일상을 노리는 이른바 '소프트타깃' 테러는 콘서트장, 클럽에서 즐기다가 또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다가 테러로 한순간에 희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2015년 9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 현장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AP)2015년 9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 현장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AP)

이처럼 테러 위협은 확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 공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고립주의 대외 정책을 천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유럽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극우 정당의 약진 등 일련의 상황 전개는 대테러 공조를 어렵게 한 요인들이다. 세상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앞으로 ISIS가 악화해 거점이 이동하고 해외 지하디스트들의 세계적인 확산이 일어나면 국제 사회에 새로운 테러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역시 테러 세력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는 게 보고서를 쓴 국립외교원 인남식 미주연구부장의 진단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인남식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인남식 교수는 우선 한국이 중동, 이슬람권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군사 동맹국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위험 요인을 꼽고 있다. 또 한국의 개신교 선교사 파견 숫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통계(171개국, 2만 7천여 명 추산, 2015년 말 한국 세계선교협의회)는 이슬람 전통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어 극단주의자들이 이를 구실로 삼아 한국 사람을 테러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이슬람권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류 열풍'도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류 열풍이 젊은 세대들의 한국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시선으로 보면 한류 현상이 젊은 세대를 유혹하는 일종의 타락문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 교수는 따라서 해외 교민과 주재원 등에 대한 보호 계획 재점검, 대테러 센터 역량 강화와 대국민 서비스 효율화,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 그리고 대테러 국제 공조 참여 등 테러 위협 가능성에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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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IS 국가 선포 3년, 일상적 테러 공포 전세계로 확산
    • 입력 2017-06-29 14:46:26
    • 수정2017-06-29 14:49:16
    취재K
지금으로부터 꼭 3년 전인 2014년 6월 29일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인 ISIS는 나라를 세웠다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2001년 알카에다의 9.11테러의 영향을 받아 태동한 ISIS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권력을 박탈당한 사담 후세인 정부의 관료, 군인, 경찰들이 합류하면서 세력을 키워오다 스스로 국가를 선포할 만큼 강력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ISIS는 국가를 선포한 이후 한때 이라크 영토의 13%를 점령하고 또 다른 거점 지역인 시리아 영토의 25%를 점령할 만큼 성장했지만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 정부와 시리아 정부의 ISIS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로 지금은 세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세력이 위축된 ISIS는 국제 동맹군의 작전이 계속되면서 이라크에서는 6개월 안에, 시리아에서는 1년 6개월 뒤인 2018년 말쯤이면 평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ISIS는 약화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의 테러 공포는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지하철역, 대형 공연장, 유명 관광 휴양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어느 지역도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운전면허증 한 장만 있으면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는 정도로 테러 방법도 다양해졌다.

ISIS 국가 선포 3년을 맞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28일 내놓은 'ISIS 3년, 현황과 전망:테러 확산의 불안한 전조' 보고서를 중심으로 ISIS의 국가 선포 이후 중동 상황과 전망,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를 진단해본다.

☞ [내려받기] ISIS 3년, 테러 확산의 불안한 전조 [PDF]

세계 29개국에서 170차례 이상 테러, 2000명 이상 사망

국가를 선포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ISIS는 3년 동안 폭력적 극단주의의 대표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시리아에서는 비극적인 내전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됐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와 ISIS 간의 교전, 그리고 다양한 저항 세력 간의 복잡한 갈등으로 2017년 상반기까지 40만 명이 숨졌고 400만 명의 난민과 700만 명의 피난민이 생겨났다.

ISIS는 또 시리아와 이라크를 제외한 세계 29개 나라에서 170차례가 넘는 테러를 일으켜 2,0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ISIS의 테러가 계속되면서 국제 사회의 공세도 강화돼 ISIS의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토는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해외출신 지하디스트들이 유입이 지속하고 있다. 현재 120개국에서 4만 명 이상의 해외 지하디스트들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전략 거점이 붕괴하면서 ISIS 핵심 지도부는 대테러전에 참가하는 국제 동맹군의 집중력을 약화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가 아닌 다른 지역의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점이다.ISIS가 이른바 '공포의 확산'을 통해 국제 연대의 균열을 시도하고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을 부추겨 테러 세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5월 영국 맨체스트 아레나 공연장 테러, 2016년 7월 니스 테러처럼 이제 유럽 주요 도시의 테러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2017년 상반기에만 세계적으로 596차례의 크고 작은 테러 공격이 일어나 4천 명 이상이 숨졌을 정도로 테러의 빈도와 사상자 수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의 일상을 노리는 이른바 '소프트타깃' 테러는 콘서트장, 클럽에서 즐기다가 또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다가 테러로 한순간에 희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2015년 9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 현장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AP)
이처럼 테러 위협은 확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 공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고립주의 대외 정책을 천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유럽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극우 정당의 약진 등 일련의 상황 전개는 대테러 공조를 어렵게 한 요인들이다. 세상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앞으로 ISIS가 악화해 거점이 이동하고 해외 지하디스트들의 세계적인 확산이 일어나면 국제 사회에 새로운 테러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역시 테러 세력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는 게 보고서를 쓴 국립외교원 인남식 미주연구부장의 진단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인남식 교수는 우선 한국이 중동, 이슬람권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군사 동맹국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위험 요인을 꼽고 있다. 또 한국의 개신교 선교사 파견 숫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통계(171개국, 2만 7천여 명 추산, 2015년 말 한국 세계선교협의회)는 이슬람 전통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어 극단주의자들이 이를 구실로 삼아 한국 사람을 테러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이슬람권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류 열풍'도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류 열풍이 젊은 세대들의 한국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시선으로 보면 한류 현상이 젊은 세대를 유혹하는 일종의 타락문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 교수는 따라서 해외 교민과 주재원 등에 대한 보호 계획 재점검, 대테러 센터 역량 강화와 대국민 서비스 효율화,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 그리고 대테러 국제 공조 참여 등 테러 위협 가능성에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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