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돼 폐기된 국가브랜드…“Creative Korea”의 비극

입력 2017.06.29 (14:51) 수정 2017.06.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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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돼 폐기된 국가브랜드…“Creative Korea”의 비극

1년도 안돼 폐기된 국가브랜드…“Creative Korea”의 비극


(상)정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 이미지​​​​​​​(2016년)         (하)프랑스 국가산업 브랜드 이미지(2015년부터 사용)(상)정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 이미지​​​​​​​(2016년) (하)프랑스 국가산업 브랜드 이미지(2015년부터 사용)


누구냐 넌?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딱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 이미지 Creative Korea.

영어와 프랑스어의 차이일 뿐 '창의적인'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똑같습니다. 그 뒤에 국가이름을 붙인 형식도 비슷합니다. 파란색과 빨간색은 순서만 바꿨네요.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위해 선정됐습니다.

표절 같으신가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손혜원 의원'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손혜원 의원


국회에서 시작된 진실 게임

표절 논란의 포문은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 무역투자진흥청(Business france)이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 캠페인을 표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브랜드들을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출신이죠.

문체부는 다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유사성에 대해서 사전에 전문가들과 검토를 해봤는데, 'creative'가 일반적인 형용사이기 때문에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꼭 프랑스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크리에이티브를 로고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많은 나라가 쓴 참신하지도 않은 브랜드를 또 써야 할까요?)

어머님이 누구니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터져 나오며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또다시 논란에 휩싸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문체부는 결국 지난해 11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해외 홍보 용도로만 일부 사용하는 등 국가 브랜드 예산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사실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주저앉힌 거죠.

여기까지 들어간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은 무려 35억 원에 이릅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사용예시. 참 크리에이티브한 예산 낭비.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사용예시. 참 크리에이티브한 예산 낭비.


탄생 1년도 되지 않아 '폐기'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늘(29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임 도종환 장관이 취임한 뒤 내려진 결정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등장한 지 361일만입니다.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여러 가지 논란으로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해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와함께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대신할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가브랜드는 슬로건이 아니라 한 국가의 국민성, 문화유적, 정부 정책 방향 등 총체적인 사회 문화적 가치에 의해 구축된다며, 국민들의 생활문화를 전반적으로 향상하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디갔니 다이나믹 코리아?어디갔니 다이나믹 코리아?


문체부 "표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등장한 다이나믹 코리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제 국가브랜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쓰지 않기로 한 것이 표절 때문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표절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발생한 만큼 사용 동력을 잃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겁니다. '정치적인' 변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사용하지 않게 된 배경과 앞으로 계획 등을 설명해달라는 KBS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수차례 요청에도 "그냥 좀 그렇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네요. 뭐가 켕기는 거라도 있는 걸까요? 아직도 숨길 게 있는 걸까요?

신임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사에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무원의 영혼이 돌아오지 않는 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같은 세금 잡아먹는 사업은 되풀이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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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9 14:51:51
    • 수정2017-06-29 14:51:51
    취재K

(상)정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 이미지​​​​​​​(2016년)         (하)프랑스 국가산업 브랜드 이미지(2015년부터 사용)

누구냐 넌?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딱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 이미지 Creative Korea.

영어와 프랑스어의 차이일 뿐 '창의적인'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똑같습니다. 그 뒤에 국가이름을 붙인 형식도 비슷합니다. 파란색과 빨간색은 순서만 바꿨네요.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위해 선정됐습니다.

표절 같으신가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손혜원 의원

국회에서 시작된 진실 게임

표절 논란의 포문은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 무역투자진흥청(Business france)이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 캠페인을 표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브랜드들을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출신이죠.

문체부는 다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유사성에 대해서 사전에 전문가들과 검토를 해봤는데, 'creative'가 일반적인 형용사이기 때문에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꼭 프랑스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크리에이티브를 로고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많은 나라가 쓴 참신하지도 않은 브랜드를 또 써야 할까요?)

어머님이 누구니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터져 나오며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또다시 논란에 휩싸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문체부는 결국 지난해 11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해외 홍보 용도로만 일부 사용하는 등 국가 브랜드 예산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사실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주저앉힌 거죠.

여기까지 들어간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은 무려 35억 원에 이릅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사용예시. 참 크리에이티브한 예산 낭비.

탄생 1년도 되지 않아 '폐기'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늘(29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임 도종환 장관이 취임한 뒤 내려진 결정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등장한 지 361일만입니다.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여러 가지 논란으로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해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와함께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대신할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가브랜드는 슬로건이 아니라 한 국가의 국민성, 문화유적, 정부 정책 방향 등 총체적인 사회 문화적 가치에 의해 구축된다며, 국민들의 생활문화를 전반적으로 향상하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디갔니 다이나믹 코리아?

문체부 "표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등장한 다이나믹 코리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제 국가브랜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쓰지 않기로 한 것이 표절 때문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표절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발생한 만큼 사용 동력을 잃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겁니다. '정치적인' 변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사용하지 않게 된 배경과 앞으로 계획 등을 설명해달라는 KBS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수차례 요청에도 "그냥 좀 그렇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네요. 뭐가 켕기는 거라도 있는 걸까요? 아직도 숨길 게 있는 걸까요?

신임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사에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무원의 영혼이 돌아오지 않는 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같은 세금 잡아먹는 사업은 되풀이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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