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재개발 조합과 철거 업체 비리…유착 끊을 방법은?

입력 2017.06.30 (17:18) 수정 2017.06.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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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재개발 조합과 철거 업체 비리…유착 끊을 방법은?

[취재후] 재개발 조합과 철거 업체 비리…유착 끊을 방법은?

조합원 수 1700여 명, 공사 규모가 1조 원에 이르는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지난 2010년 5월, 140억여 원이 넘는 매머드급 철거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합원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조합 임원들과 철거업체 간의 검은 뒷거래다.


국내 최대 규모로 떠오른 이 철거업체는 용역을 따내기 위해 재개발 조합에 접근했다. 철거업체 회장 등이 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당시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3명에게 건넨 돈은 모두 1억 7천여만 원. 조합은 단순히 철거 용역을 업체에 맡기는데 그치지 않고 철거 면적까지 부풀려줬다. 실제 면적은 만2천여 제곱미터~만 3천여 제곱미터 정도. 하지만 조합의 요청대로 계약서 상에는 만6천여 제곱미터로 면적을 넓혀 추가로 25억 원을 업체에 몰아줬다.

한 조합원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조합과 철거업체 간의 뒷돈이 오고간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조합 임원들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조합원들은 그대로 조합장의 결정에 대부분 동의를 해준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나 관계자의 폭로가 없으면 이같은 검은돈을 조합원들이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재개발 비리도 검찰의 수사로 조합원들에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김도균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철거업체 회장 신모(54)씨 등 업체 임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최모(59) 씨 등 재개발조합 임원 6명은 뇌물수수 혐의로, 철거공사 알선 브로커 김모(62)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최모(71)씨 등 3천만원 미만의 뇌물을 챙긴 재개발조합 임원 16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철거업체 1곳에서 뇌물을 받은 서울, 수원, 부산 등 전국의 재개발 조합은 모두 18곳, 20여 명의 재개발 조합 임원들이 기소된 것이다.

철거업체 회장 신 씨는 2009년부터 지난 4월까지 직원들의 급여를 명목으로 장부를 조작해 법인자금 78억원을 횡령해 뇌물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합과 철거업체 간의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해 법, 제도적인 뒷받침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강제 철거로 6명이 숨진 용산 참사 이후로 재개발과 재건축의 근간이 되는 '도시및주거환경 관리법'(이하 도정법)이 개정됐다. 조합과 철거업체 간의 직접 계약을 막기 위해 시공사에서 철거공사를 사업에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합이 시공사에 특정 업체를 철거용역업체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시공사가 이를 무시하기 힘들고, 철거용역이 시공사에 포함됐지만 이밖에 이주 관리, 범죄 예방, 석면 해체와 같은 다른 용역이 남아있기 때문에 철거업체는 이 용역들을 별도 계약으로 수주하기도 했다.

정비구역으로 확정되는 순간, 시공사와 철거업체 등에서 조합과 접촉해 뇌물을 챙겨주는 악습이 끊이지 않고 있는거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가 참여하는 '공공관리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시공사를 종전 조합설립인가 이후가 아닌, 사업시행인가 후에 선정해 대폭 늦어지면서 자금 운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협력업체의 검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십년째 끊이지 않는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 조합과 시공사, 철거업체 등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성과 감시를, 공공에서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조합원들과 소통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연관 기사] [뉴스7] 법까지 바꿨지만…계속되는 재개발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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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재개발 조합과 철거 업체 비리…유착 끊을 방법은?
    • 입력 2017-06-30 17:18:27
    • 수정2017-06-30 17:26:43
    취재후·사건후
조합원 수 1700여 명, 공사 규모가 1조 원에 이르는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지난 2010년 5월, 140억여 원이 넘는 매머드급 철거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합원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조합 임원들과 철거업체 간의 검은 뒷거래다.


국내 최대 규모로 떠오른 이 철거업체는 용역을 따내기 위해 재개발 조합에 접근했다. 철거업체 회장 등이 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당시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3명에게 건넨 돈은 모두 1억 7천여만 원. 조합은 단순히 철거 용역을 업체에 맡기는데 그치지 않고 철거 면적까지 부풀려줬다. 실제 면적은 만2천여 제곱미터~만 3천여 제곱미터 정도. 하지만 조합의 요청대로 계약서 상에는 만6천여 제곱미터로 면적을 넓혀 추가로 25억 원을 업체에 몰아줬다.

한 조합원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조합과 철거업체 간의 뒷돈이 오고간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조합 임원들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조합원들은 그대로 조합장의 결정에 대부분 동의를 해준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나 관계자의 폭로가 없으면 이같은 검은돈을 조합원들이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재개발 비리도 검찰의 수사로 조합원들에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김도균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철거업체 회장 신모(54)씨 등 업체 임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최모(59) 씨 등 재개발조합 임원 6명은 뇌물수수 혐의로, 철거공사 알선 브로커 김모(62)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최모(71)씨 등 3천만원 미만의 뇌물을 챙긴 재개발조합 임원 16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철거업체 1곳에서 뇌물을 받은 서울, 수원, 부산 등 전국의 재개발 조합은 모두 18곳, 20여 명의 재개발 조합 임원들이 기소된 것이다.

철거업체 회장 신 씨는 2009년부터 지난 4월까지 직원들의 급여를 명목으로 장부를 조작해 법인자금 78억원을 횡령해 뇌물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합과 철거업체 간의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해 법, 제도적인 뒷받침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강제 철거로 6명이 숨진 용산 참사 이후로 재개발과 재건축의 근간이 되는 '도시및주거환경 관리법'(이하 도정법)이 개정됐다. 조합과 철거업체 간의 직접 계약을 막기 위해 시공사에서 철거공사를 사업에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합이 시공사에 특정 업체를 철거용역업체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시공사가 이를 무시하기 힘들고, 철거용역이 시공사에 포함됐지만 이밖에 이주 관리, 범죄 예방, 석면 해체와 같은 다른 용역이 남아있기 때문에 철거업체는 이 용역들을 별도 계약으로 수주하기도 했다.

정비구역으로 확정되는 순간, 시공사와 철거업체 등에서 조합과 접촉해 뇌물을 챙겨주는 악습이 끊이지 않고 있는거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가 참여하는 '공공관리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시공사를 종전 조합설립인가 이후가 아닌, 사업시행인가 후에 선정해 대폭 늦어지면서 자금 운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협력업체의 검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십년째 끊이지 않는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 조합과 시공사, 철거업체 등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성과 감시를, 공공에서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조합원들과 소통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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