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미 서부, 치솟는 주거비…내 집 마련 고군분투

입력 2017.07.01 (22:17) 수정 2017.07.01 (22: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미국 서부에는 쾌적한 기후와 좋은 환경을 갖춘 주거지역들이 즐비합니다.

미국인들에겐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인데요,

하지만 치솟는 집값과 월세에 거주자들은 허덕이고 있고 노숙자 증가 등 사회문제도 심각합니다.

이러다 보니 주거비를 아껴보려는 온갖 아이디어가 총동원되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이동식 주택은 물론, 차량과 화장실 개조주택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웃 나라에서 중고주택을 통째로 들여와 재활용하기까지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김환주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민들의 큰 집에 대한 선호도는 넓은 국토만큼이나 높습니다.

<인터뷰> 알렉스(LA 주민) : "방 3개, 욕실 2개 해서 158제곱미터는 돼야겠죠, 최소 139제곱미터 정도요."

하지만 정원이 딸린 넉넉한 집에 살기 위해 미국 서부주민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꺾일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월세가 바로 그 것입니다.

<인터뷰> 라이언(LA주민) : "정말 비싸요. 안 그래도 이번 주부터 월세가 올라서 다른 집을 알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현재로써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인터뷰> 에스왈도(LA주민) :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텍사스주에 친척들이 살고 있는데, 이곳 LA에서 제가 내는 월세보다 70% 싸게 내고 있대요."

실제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주는 캘리포니압니다.

북서부 워싱턴주가 4위, 캘리포니아 바로 위인 오리건주는 5윕니다.

LA에서 방 한칸 원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우리 돈 250만 원에 육박합니다.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주거비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인터뷰> 쿠퍼(부동산 전문가) : "인구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고요, 집수요도 많고, 캘리포니아는 특히 날씨가 좋고, 경제 상황이 좋은 것도 (주거비가 오른) 이유가 되겠죠."

LA의 노숙자는 지난해 4만 6천여 명에서 1년 만에 5만 7천여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CSU, 즉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학생 10명 가운데 한 명이 머물 거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녹취> 나바로(대학생 노숙자) : "노숙자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희망에 부풀어서 왔는데 정말 힘드네요. 머물 집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워요."

고된 여건은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상식을 뛰어넘는 총력전에 불을 붙였습니다.

해질 무렵 부둣가로 바지선이 다가옵니다.

선상에는 집 한채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마운트 버넌 시애틀에서 배에 실려 북쪽으로 100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온 이 집은 1941년 지어진 76년 된 주택입니다.

보존가치가 있는 유물도 아닌 오래된 여염집을 어렵사리 옮겨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입니다.

<인터뷰> 바도르프 부부(집구매) : "이런 집을 새로 지으려면 30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 넘게 들었을 겁니다. 시애틀에서는 그 정도도 싼 거지만 저희한테는 재정적으로 부담되는 수준이죠."

중장비를 동원해 임시다리를 설치하고 버팀목을 댑니다.

트럭이 올라가 천천히 집을 배 밖으로 실어냅니다.

무게 30톤에 육박하는 목조주택이 땅을 밟기까지 2시간.

하역작업은 공병대의 군사작전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룻밤을 부둣가에서 보낸 재활용 주택이 새 집터로 향합니다.

미연의 사고를 막기 위해 걷는 것보다 느리게 서행합니다.

기존의 주택 바로 옆 비좁은 대지에 온전히 집을 내려놓는 것도 어려운 작업입니다.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진땀을 뺀 끝에 재활용 주택을 새 터에 올려놓았습니다.

기초를 다져 집을 고정하고 전기와 수도 연결 등을 마치면 절반 남짓 가격에 내 집 마련 하기 프로젝트는 끝납니다.

<인터뷰> 카펜터(주택재활용업체) : "가격 말고 또 다른 장점은 환경보호입니다. 원래 철거될 주택이었으니까, 목재를 비롯한 자재들이 매립될 처지에서 재활용되게 된 거죠."

최근 집값이 뛰고 있는 워싱턴주의 이 지역 일대에서만 한해 3백 내지 4백채 가량의 주택이 이런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400개가 넘는 섬들로 이뤄진 샌 후안 카운티.

섬이라서 집 짓는 비용이 비싼 데다 이주민이 늘면서 토박이들의 주택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재활용 주택에 주목해온 한 비영리단체는 더 값싼 집을 찾기 위해 아예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타운 외곽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의 여기 이 집 8채는 모두 이웃 캐나다에서 들여온 재활용주택입니다.

<인터뷰> 드보(홈트러스트) : "들어오세요. 이 집은 1939년에 지어진 집인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시에서 바지선에 실어서 가지고 왔죠."

환경보호에 공감한 독지가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집터를 마련했습니다.

철거 대상이었던 집을 개수하는데 적잖은 돈이 들지만 비용의 절반 안팎 가격에 판매합니다.

최초 구매자들에게 융자를 지원하고 이들이 집을 팔 때는 비싼 값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합니다.

<인터뷰> 드보(샌후안 카운티 홈트러스트) : "우선 이 구역에 4채를 더 들여오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저 아래 택지가 4만 4백여 제곱미터 정도 더 확보돼 있는데 거기에는 아마 80채 정도 들어설 수 있을 겁니다."

거주자들은 가격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만족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인터뷰> 브루스(재활용주택 거주) :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새 집을 사러 돌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집값도 정말 비쌌고, 은행은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행사장 등 야외에 설치하는 이동식 화장실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은 더 넓다는 사실에 착안해 집으로 개조했습니다.

단열재를 사용해 벽을 보강하고 집기 대부분을 벽에 접어 넣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열을 이용하도록 고안했습니다.

<인터뷰> 드바인(화장실 주택 개발) : "태양열 구동 펌프로 하수를 재활용해서 지붕 위 식물에 물을 주게 되고요, 그리고 화장실의 경우에도 오물을 소각하고 진공 청소하는 옵션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등 노숙자들을 위해 개발했습니다.

기부나 모금을 통해 화장실 주택을 들여놓을 땅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인터뷰> 드바인(화장실주택 개발) : "건설 비용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창고 이용료 등을 모두 합쳐서 2만 달러(약 2천만 원)가 채 안 들었어요."

일반주택과 여건이 비슷하지만 유지비는 싼 이동식 주택은 여전히 인기있는 대안입니다.

<인터뷰> 맥도날드(모빌홈 관리자) : "자동차 세금만 내면 되거든요. 한해 최고 136달러(약 15만 원) 정도 세금 내는 걸 봤는데 이건 70년대 차량이어서 한해 36달러 정도만 냅니다."

스쿨버스를 개조한 주택, 유리 컨테이너를 이용한 집 등 주택난 완화를 위한 도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상승분을 뛰어넘는 주거비의 고공행진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김환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스페셜] 미 서부, 치솟는 주거비…내 집 마련 고군분투
    • 입력 2017-07-01 22:32:14
    • 수정2017-07-01 22:46:57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미국 서부에는 쾌적한 기후와 좋은 환경을 갖춘 주거지역들이 즐비합니다.

미국인들에겐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인데요,

하지만 치솟는 집값과 월세에 거주자들은 허덕이고 있고 노숙자 증가 등 사회문제도 심각합니다.

이러다 보니 주거비를 아껴보려는 온갖 아이디어가 총동원되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이동식 주택은 물론, 차량과 화장실 개조주택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웃 나라에서 중고주택을 통째로 들여와 재활용하기까지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김환주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민들의 큰 집에 대한 선호도는 넓은 국토만큼이나 높습니다.

<인터뷰> 알렉스(LA 주민) : "방 3개, 욕실 2개 해서 158제곱미터는 돼야겠죠, 최소 139제곱미터 정도요."

하지만 정원이 딸린 넉넉한 집에 살기 위해 미국 서부주민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꺾일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월세가 바로 그 것입니다.

<인터뷰> 라이언(LA주민) : "정말 비싸요. 안 그래도 이번 주부터 월세가 올라서 다른 집을 알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현재로써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인터뷰> 에스왈도(LA주민) :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텍사스주에 친척들이 살고 있는데, 이곳 LA에서 제가 내는 월세보다 70% 싸게 내고 있대요."

실제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주는 캘리포니압니다.

북서부 워싱턴주가 4위, 캘리포니아 바로 위인 오리건주는 5윕니다.

LA에서 방 한칸 원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우리 돈 250만 원에 육박합니다.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주거비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인터뷰> 쿠퍼(부동산 전문가) : "인구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고요, 집수요도 많고, 캘리포니아는 특히 날씨가 좋고, 경제 상황이 좋은 것도 (주거비가 오른) 이유가 되겠죠."

LA의 노숙자는 지난해 4만 6천여 명에서 1년 만에 5만 7천여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CSU, 즉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학생 10명 가운데 한 명이 머물 거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녹취> 나바로(대학생 노숙자) : "노숙자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희망에 부풀어서 왔는데 정말 힘드네요. 머물 집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워요."

고된 여건은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상식을 뛰어넘는 총력전에 불을 붙였습니다.

해질 무렵 부둣가로 바지선이 다가옵니다.

선상에는 집 한채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마운트 버넌 시애틀에서 배에 실려 북쪽으로 100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온 이 집은 1941년 지어진 76년 된 주택입니다.

보존가치가 있는 유물도 아닌 오래된 여염집을 어렵사리 옮겨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입니다.

<인터뷰> 바도르프 부부(집구매) : "이런 집을 새로 지으려면 30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 넘게 들었을 겁니다. 시애틀에서는 그 정도도 싼 거지만 저희한테는 재정적으로 부담되는 수준이죠."

중장비를 동원해 임시다리를 설치하고 버팀목을 댑니다.

트럭이 올라가 천천히 집을 배 밖으로 실어냅니다.

무게 30톤에 육박하는 목조주택이 땅을 밟기까지 2시간.

하역작업은 공병대의 군사작전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룻밤을 부둣가에서 보낸 재활용 주택이 새 집터로 향합니다.

미연의 사고를 막기 위해 걷는 것보다 느리게 서행합니다.

기존의 주택 바로 옆 비좁은 대지에 온전히 집을 내려놓는 것도 어려운 작업입니다.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진땀을 뺀 끝에 재활용 주택을 새 터에 올려놓았습니다.

기초를 다져 집을 고정하고 전기와 수도 연결 등을 마치면 절반 남짓 가격에 내 집 마련 하기 프로젝트는 끝납니다.

<인터뷰> 카펜터(주택재활용업체) : "가격 말고 또 다른 장점은 환경보호입니다. 원래 철거될 주택이었으니까, 목재를 비롯한 자재들이 매립될 처지에서 재활용되게 된 거죠."

최근 집값이 뛰고 있는 워싱턴주의 이 지역 일대에서만 한해 3백 내지 4백채 가량의 주택이 이런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400개가 넘는 섬들로 이뤄진 샌 후안 카운티.

섬이라서 집 짓는 비용이 비싼 데다 이주민이 늘면서 토박이들의 주택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재활용 주택에 주목해온 한 비영리단체는 더 값싼 집을 찾기 위해 아예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타운 외곽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의 여기 이 집 8채는 모두 이웃 캐나다에서 들여온 재활용주택입니다.

<인터뷰> 드보(홈트러스트) : "들어오세요. 이 집은 1939년에 지어진 집인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시에서 바지선에 실어서 가지고 왔죠."

환경보호에 공감한 독지가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집터를 마련했습니다.

철거 대상이었던 집을 개수하는데 적잖은 돈이 들지만 비용의 절반 안팎 가격에 판매합니다.

최초 구매자들에게 융자를 지원하고 이들이 집을 팔 때는 비싼 값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합니다.

<인터뷰> 드보(샌후안 카운티 홈트러스트) : "우선 이 구역에 4채를 더 들여오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저 아래 택지가 4만 4백여 제곱미터 정도 더 확보돼 있는데 거기에는 아마 80채 정도 들어설 수 있을 겁니다."

거주자들은 가격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만족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인터뷰> 브루스(재활용주택 거주) :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새 집을 사러 돌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집값도 정말 비쌌고, 은행은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행사장 등 야외에 설치하는 이동식 화장실입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은 더 넓다는 사실에 착안해 집으로 개조했습니다.

단열재를 사용해 벽을 보강하고 집기 대부분을 벽에 접어 넣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열을 이용하도록 고안했습니다.

<인터뷰> 드바인(화장실 주택 개발) : "태양열 구동 펌프로 하수를 재활용해서 지붕 위 식물에 물을 주게 되고요, 그리고 화장실의 경우에도 오물을 소각하고 진공 청소하는 옵션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등 노숙자들을 위해 개발했습니다.

기부나 모금을 통해 화장실 주택을 들여놓을 땅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인터뷰> 드바인(화장실주택 개발) : "건설 비용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창고 이용료 등을 모두 합쳐서 2만 달러(약 2천만 원)가 채 안 들었어요."

일반주택과 여건이 비슷하지만 유지비는 싼 이동식 주택은 여전히 인기있는 대안입니다.

<인터뷰> 맥도날드(모빌홈 관리자) : "자동차 세금만 내면 되거든요. 한해 최고 136달러(약 15만 원) 정도 세금 내는 걸 봤는데 이건 70년대 차량이어서 한해 36달러 정도만 냅니다."

스쿨버스를 개조한 주택, 유리 컨테이너를 이용한 집 등 주택난 완화를 위한 도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상승분을 뛰어넘는 주거비의 고공행진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김환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