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섬 ‘죽굴도’…24년 차 부부의 ‘신혼생활’

입력 2017.07.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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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죽굴도'. '땅끝' 해남보다 멀고 여객선도 들어가지 않는 외딴 섬이다. 한때 50여 명이 거주하던 섬인데 지금은 두 가구, 4명만 산다. 김일호(59), 소정숙(54) 씨 부부가 이 곳에 살겠다고 들어간 게 7년 전이다.

조그마한 가게 하나 없지만 부지런하기만 하면 해초며 물고기며 먹을 것은 지천이다. 섬에서 부부는 마음껏 잡고, 먹고, 사랑한다. 결혼 24년 차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죽굴도에 들어오기까지 부부에겐 사연도 많았고, 파란도 깊었다. 꽃다운 스무 살, 죽굴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노화도'로 시집온 정숙 씨. 먹이고 입힐 시동생들은 많은데, 시부모님 병시중까지 해야 했다. 고생고생하며 살림을 일궜건만, 어느 날 남편은 2억 원이라는 큰돈을 사기당했다.

이후 부부 갈등은 깊어졌다. 일호 씨는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 떠돌이 생활을 했다. 꼬박 1년을 고생한 일호 씨는 무릎 꿇고 정숙 씨를 찾아왔다. 다시 손을 잡은 부부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부부는 죽굴도에 들어왔다.


척박한 섬에서 부부는 둘만의 힘으로 집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고생이 시작됐다. 섬이 고향인 부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올해 섬 생활도 만만치 않다. 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 탓에 생명줄이던 큰 우물이 마르고, 음식재료로 쓰던 텃밭 작물들은 바싹 말라 죽었다. 물을 구하러 섬 뒤쪽 절벽에도 매달리고, 아침 이슬도 받고, 버려진 우물 앞을 기웃거린다.

지칠 만도 한데, 희한하게도 부부는 죽굴도에 있는 게 즐겁다. 머무는 시간도 며칠에서 몇 주로 점점 길어졌다. 지금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쭉 섬에 눌러산다.


바닷가에서 아무 돌이나 뒤집어 보면 자연산 전복, 해삼, 고동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배고프면 반찬거리를 구해다 먹고, 저녁엔 멋진 노을을 보는 단순한 삶의 방식. 인생이라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지쳐버린 부부에게 죽굴도는 치유의 섬이 됐다.

부부는 죽굴도에서 깨 볶는 신혼을 보낸다. 방해할 사람도 없겠다, 외딴섬에서 사랑이 무르익는 중이다. 바닷가에 앉아 도란도란 모래 장난도 하고, 붉은 노을 앞에서 영화 속 배우처럼 분위기도 잡아 본다.


그런 부부를 보며 웃어주는 좋은 이웃도 있다. 바로 토박이 김녹산(70), 소복단(66) 부부로, 죽굴도에 1년 먼저 들어왔다. 왕래하는 옆집이 있으니 외로운 섬에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일호 씨는 거친 파도를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즐긴다. 하지만 언젠가 죽굴도 선착장이 큰 파도 때문에 휩쓸렸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 기억은 여전히 뚜렷하다.


지난 6월, 노화도에서 부모님 제사를 지내고 돌아온 부부. 앞으로 섬을 단장할 생각이란다. 높은 언덕에 대나무 의자를 만들고 전망대를 구상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 섬, 죽굴도에서 당신과 둘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

'인간극장-죽굴도, 그대와 둘이서'는 7월 3일(월)~7일(금) 오전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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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유의 섬 ‘죽굴도’…24년 차 부부의 ‘신혼생활’
    • 입력 2017-07-03 0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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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죽굴도'. '땅끝' 해남보다 멀고 여객선도 들어가지 않는 외딴 섬이다. 한때 50여 명이 거주하던 섬인데 지금은 두 가구, 4명만 산다. 김일호(59), 소정숙(54) 씨 부부가 이 곳에 살겠다고 들어간 게 7년 전이다.

조그마한 가게 하나 없지만 부지런하기만 하면 해초며 물고기며 먹을 것은 지천이다. 섬에서 부부는 마음껏 잡고, 먹고, 사랑한다. 결혼 24년 차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죽굴도에 들어오기까지 부부에겐 사연도 많았고, 파란도 깊었다. 꽃다운 스무 살, 죽굴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노화도'로 시집온 정숙 씨. 먹이고 입힐 시동생들은 많은데, 시부모님 병시중까지 해야 했다. 고생고생하며 살림을 일궜건만, 어느 날 남편은 2억 원이라는 큰돈을 사기당했다.

이후 부부 갈등은 깊어졌다. 일호 씨는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 떠돌이 생활을 했다. 꼬박 1년을 고생한 일호 씨는 무릎 꿇고 정숙 씨를 찾아왔다. 다시 손을 잡은 부부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부부는 죽굴도에 들어왔다.


척박한 섬에서 부부는 둘만의 힘으로 집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고생이 시작됐다. 섬이 고향인 부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올해 섬 생활도 만만치 않다. 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 탓에 생명줄이던 큰 우물이 마르고, 음식재료로 쓰던 텃밭 작물들은 바싹 말라 죽었다. 물을 구하러 섬 뒤쪽 절벽에도 매달리고, 아침 이슬도 받고, 버려진 우물 앞을 기웃거린다.

지칠 만도 한데, 희한하게도 부부는 죽굴도에 있는 게 즐겁다. 머무는 시간도 며칠에서 몇 주로 점점 길어졌다. 지금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쭉 섬에 눌러산다.


바닷가에서 아무 돌이나 뒤집어 보면 자연산 전복, 해삼, 고동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배고프면 반찬거리를 구해다 먹고, 저녁엔 멋진 노을을 보는 단순한 삶의 방식. 인생이라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지쳐버린 부부에게 죽굴도는 치유의 섬이 됐다.

부부는 죽굴도에서 깨 볶는 신혼을 보낸다. 방해할 사람도 없겠다, 외딴섬에서 사랑이 무르익는 중이다. 바닷가에 앉아 도란도란 모래 장난도 하고, 붉은 노을 앞에서 영화 속 배우처럼 분위기도 잡아 본다.


그런 부부를 보며 웃어주는 좋은 이웃도 있다. 바로 토박이 김녹산(70), 소복단(66) 부부로, 죽굴도에 1년 먼저 들어왔다. 왕래하는 옆집이 있으니 외로운 섬에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일호 씨는 거친 파도를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즐긴다. 하지만 언젠가 죽굴도 선착장이 큰 파도 때문에 휩쓸렸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 기억은 여전히 뚜렷하다.


지난 6월, 노화도에서 부모님 제사를 지내고 돌아온 부부. 앞으로 섬을 단장할 생각이란다. 높은 언덕에 대나무 의자를 만들고 전망대를 구상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 섬, 죽굴도에서 당신과 둘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

'인간극장-죽굴도, 그대와 둘이서'는 7월 3일(월)~7일(금) 오전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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