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을과 을의 싸움’ 최저임금…상생의 해법은?

입력 2017.07.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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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과 을의 싸움


현재 시급 6470원(월급으론 약135만원)인 최저임금을 단박에 만원으로 대폭 올리자.
자영업자, 중소기업들 다 망하는 꼴 보고싶나? 올해보다 155원 오른 6625원 정도 까지만
올리자.

올 해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노동자측, 경영자측 양쪽의 주장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올 해도 합의대신 양측을 중재하는 최저임금 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인상폭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 간사를 맡았던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애초에 합의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잘라말합니다. 왜냐고요?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직장인 중에서 최저임금 받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 알바나 2, 3차 영세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입니다. 우리 사회 '을 중의 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최저임금을 주는 쪽은 어떨까요?
영세한 중소기업 사장님, 치킨 집, 편의점 사장님들입니다. 역시 대기업에 치이고, 높은 임대료, 정글 같은 동네 상권에 치이는,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최저임금을 주는 쪽역시 을 중의 을입니다. 최저임금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최약자 계층입니다. 을과 을의 싸움이죠.

노동자 중에 가장 약자 층과 사장님들 중에 가장 약자 층, 이 둘보고 너희 둘이 알아서 합의보라고 하니 사생결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장님들이 적정한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인데, 그건 정글같은 상태로 방치해두면서 액수만 정하라고 하니 앞,뒤가 바뀌었다는겁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수익을 내서 먹고살게 해주고, 또 하청을 받았을 때 적정한 수준의 인건비를 지불할 수 있게끔 하청 단가를 현실화 해주고, 누가 봐도 이런 게 먼저 개선된 다음에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 건지 논의를 해야 할 텐데, 이런 쪽은 뭐 동반성장해야 된다, 원하청 상생해야 된다... 구호만 요란하지 개선되는 게 없어요.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아무리 최저임금 인상률을 우리가 높이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데, 먼저 줄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주는게 우선이죠."

대기업 다니는 정규직 직원 중에 최저임금 받는 근로자는 없으니 엄밀히 말해서 대기업은 최저임금하고 상관없습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측 대표단에 전경련과 경총(한국경영자 총협회)이 참여하고 있고, 늘 최저임금 임상에 앞장서서 반대합니다.

대기업의 수익구조에 하청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건비가 작용하고 있거든요. 자연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대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죠.

동네 치킨집, 피자집 하루 수백, 수천 개씩 새로 생기고, 또 매일 그만큼 망해서 문 닫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알바생들 인건비가 높아서 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짜 자영업자들의 목을 죄는 것은 따로 있죠. 과도한 건물 임대료, 착취적인 프랜차이즈 계약, 대기업의 무차별적 동네상권 진입 등등...

이런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현실은 그냥 놔둔 상태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는 얼마를 올려야 한다, 논의를 해봤자 서로 합의가 되겠습니까? 을과 을 양측 모두에게 애초에 합의를 바라는 게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흔히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말할 때 ‘근로자들에게는 매우 불만족스럽고, 동시에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올려주기 힘든 근본적 구조를 먼저 개선하기 전엔 모두가 만족하는 최저임금이 나오기란 불가능합니다. 앞서 인터뷰한 이장원 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한가지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임금위원회’로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 자를 떼버리고 ‘임금위원회’라는 새로운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자, 그래서 최저임금만이 아닌 전체 임금 구조에 대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줘서 임금과 관련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강제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기자는 겁니다.


"강력한 ‘임금위원회’로 개편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할지 목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고, 대기업의 임금이 올라갈 때 하청기업의 임금도 목표로 설정한 가이드라인 이내로 격차가 줄어들게끔 간섭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임금위원회를 통해서 하청 단가나 하청 중소기업들의 임률(시간당 인건비)이 개선이 되고 있는지, 또 자영업자들에 대한 프랜차이즈 계약에 불공정한 부분은 없는지, 상가 임대료는 적정하게 설정돼 있는지, 또 카드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은 건 아닌지 등등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제도와 정책을 총괄하게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거죠.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라야 되고, 이게 올라가면 전체적으로 영세 중소기업이 지불능력은 되는지 이제 조감도가 마련되는 거죠."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너무 강한 기구가 돼버리는 것 아니야? 말이 쉽지 실제로 그게 작동하겠나? 지난해 경영자 측과 근로자 측 모두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큰 틀에 있어선 양측 모두 ‘임금위원회’가 전체적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구조 불평등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는 왜곡된 임금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강력한 기구, 정말 ‘혹’하지 않나요?



[연관기사] [시사기획 창] ‘최저임금, 상생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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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을과 을의 싸움’ 최저임금…상생의 해법은?
    • 입력 2017-07-03 11:35:02
    취재후·사건후
을과 을의 싸움


현재 시급 6470원(월급으론 약135만원)인 최저임금을 단박에 만원으로 대폭 올리자.
자영업자, 중소기업들 다 망하는 꼴 보고싶나? 올해보다 155원 오른 6625원 정도 까지만
올리자.

올 해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노동자측, 경영자측 양쪽의 주장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올 해도 합의대신 양측을 중재하는 최저임금 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인상폭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 간사를 맡았던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애초에 합의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잘라말합니다. 왜냐고요?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직장인 중에서 최저임금 받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 알바나 2, 3차 영세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입니다. 우리 사회 '을 중의 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최저임금을 주는 쪽은 어떨까요?
영세한 중소기업 사장님, 치킨 집, 편의점 사장님들입니다. 역시 대기업에 치이고, 높은 임대료, 정글 같은 동네 상권에 치이는,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최저임금을 주는 쪽역시 을 중의 을입니다. 최저임금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최약자 계층입니다. 을과 을의 싸움이죠.

노동자 중에 가장 약자 층과 사장님들 중에 가장 약자 층, 이 둘보고 너희 둘이 알아서 합의보라고 하니 사생결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장님들이 적정한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인데, 그건 정글같은 상태로 방치해두면서 액수만 정하라고 하니 앞,뒤가 바뀌었다는겁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수익을 내서 먹고살게 해주고, 또 하청을 받았을 때 적정한 수준의 인건비를 지불할 수 있게끔 하청 단가를 현실화 해주고, 누가 봐도 이런 게 먼저 개선된 다음에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 건지 논의를 해야 할 텐데, 이런 쪽은 뭐 동반성장해야 된다, 원하청 상생해야 된다... 구호만 요란하지 개선되는 게 없어요.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아무리 최저임금 인상률을 우리가 높이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데, 먼저 줄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주는게 우선이죠."

대기업 다니는 정규직 직원 중에 최저임금 받는 근로자는 없으니 엄밀히 말해서 대기업은 최저임금하고 상관없습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측 대표단에 전경련과 경총(한국경영자 총협회)이 참여하고 있고, 늘 최저임금 임상에 앞장서서 반대합니다.

대기업의 수익구조에 하청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건비가 작용하고 있거든요. 자연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대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죠.

동네 치킨집, 피자집 하루 수백, 수천 개씩 새로 생기고, 또 매일 그만큼 망해서 문 닫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알바생들 인건비가 높아서 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짜 자영업자들의 목을 죄는 것은 따로 있죠. 과도한 건물 임대료, 착취적인 프랜차이즈 계약, 대기업의 무차별적 동네상권 진입 등등...

이런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현실은 그냥 놔둔 상태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는 얼마를 올려야 한다, 논의를 해봤자 서로 합의가 되겠습니까? 을과 을 양측 모두에게 애초에 합의를 바라는 게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흔히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말할 때 ‘근로자들에게는 매우 불만족스럽고, 동시에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올려주기 힘든 근본적 구조를 먼저 개선하기 전엔 모두가 만족하는 최저임금이 나오기란 불가능합니다. 앞서 인터뷰한 이장원 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한가지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임금위원회’로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 자를 떼버리고 ‘임금위원회’라는 새로운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자, 그래서 최저임금만이 아닌 전체 임금 구조에 대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줘서 임금과 관련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강제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기자는 겁니다.


"강력한 ‘임금위원회’로 개편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할지 목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고, 대기업의 임금이 올라갈 때 하청기업의 임금도 목표로 설정한 가이드라인 이내로 격차가 줄어들게끔 간섭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임금위원회를 통해서 하청 단가나 하청 중소기업들의 임률(시간당 인건비)이 개선이 되고 있는지, 또 자영업자들에 대한 프랜차이즈 계약에 불공정한 부분은 없는지, 상가 임대료는 적정하게 설정돼 있는지, 또 카드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은 건 아닌지 등등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제도와 정책을 총괄하게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거죠.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라야 되고, 이게 올라가면 전체적으로 영세 중소기업이 지불능력은 되는지 이제 조감도가 마련되는 거죠."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너무 강한 기구가 돼버리는 것 아니야? 말이 쉽지 실제로 그게 작동하겠나? 지난해 경영자 측과 근로자 측 모두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큰 틀에 있어선 양측 모두 ‘임금위원회’가 전체적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구조 불평등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는 왜곡된 임금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강력한 기구, 정말 ‘혹’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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