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잡혀있다” 감금 성매매 태국 여성, 쪽지로 구출 요청

입력 2017.07.05 (08:35) 수정 2017.09.06 (09: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부산의 한 슈퍼마켓 점원이 손님으로 온 외국인 여성들에게 받은 쪽지입니다.

서툰 한국어와 영어, 태국어가 적혀 있는데요.

누군가에 속았고, 지금 붙잡혀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쪽지를 받은 점원의 적극적인 대처 덕분에 여성이 갇혀 있다는 곳을 경찰이 찾아냅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철학관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성매매 업소였습니다.

태국인 여성을 불법 입국시켜 감금한 채 성매매로 내몬 브로커와 업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새벽 시간, 부산의 한 슈퍼마켓에 태국 여성 4명이 들어왔습니다.

각자 물건을 고르는 사이 한 여성이 점원에게 다가와 쪽지 하나를 건넵니다.

쪽지엔 서툰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태국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건물 4층에 잡혀있다. 속아서 왔다. 나는 태국인이다.‘

여성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원은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일단 여성한테 바로 신고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메모해서 물어봤는데 여성이 감시자가 있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한 것 같고요.”

점원이 쪽지 아래에 '112에 전화를 하겠다'고 적어서 보여주자, 이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합니다.

태국 여성들은 물건을 고르면서도 밖에 서 있는 남성의 눈치를 살피는 듯 했습니다.

점원은 태국 여성 일행이 일단 돌아간 뒤, 아침 일찍 쪽지를 들고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점원은 쪽지에 중요한 단서 하나를 더 남겼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물건을 사고 나면 포인트 적립을 하는데 적립하는 전화번호를 기억해놨다가 메모지를 제출할 때 같이 적어놓아서 저희가 수사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죠.”

태국여성 일행이 계산을 한 후, 포인트를 적립하면서 말한 전화번호를 받아 적어 뒀던 겁니다.

전화번호의 명의자는 강 모 씨.

유사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전력이 있던 사람입니다.

경찰은 우선 슈퍼마켓 주변 CCTV를 분석해, 태국 여성 일행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슈퍼마켓 앞에 있던 남성과 어디론가 가는 것까진 확인했지만, 최종 목적지는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막상 주변 CCTV를 확인해 봐도 그 사람들이 어느 건물로 들어갔는지 특정이 안 됐어요. 높은 건물의 4층인지 아니면 4층 건물의 4층인지 이런 것 자체가 특정이 안 돼서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었어요.”

탐문수사를 이어가던 중 한 건물이 경찰의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4층 건물의 4층을 철학관으로 운영하던 곳이 아무래도 좀 의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철문으로 막혀 있고 불빛은 새어 나오지 않고 인기척도 없어서 그 상태에선 신고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쪽지를 건넨 이틀 뒤, 같은 여성이 SNS를 통해 한 외국인근로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겁니다.

<녹취> 외국인 근로자 센터 관계자 :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고 그 메시지가 좀 긴급하게 와 닿았던 (거예요.)”

여성은 본인이 갇혀 있다는 마사지 업소의 주소를 남겼습니다.

<녹취> 외국인 근로자 센터 관계자 :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주소를 우리에게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택배 받은 주소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고 거주하고 있는 건물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여성이 보낸 주소는 다름 아닌 철학원이 있던 건물.

경찰이 의심스럽게 봤던 바로 그 건물입니다.

경찰은 굳게 닫혀있는 철문을 뚫고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경찰 : “왜 문 안열어줘요? 그대로 있어요. 그대로.”

인기척이 없던 가게 내부에 한 남성이 앉아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자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작은 방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 중 방 하나에 20대 태국 여성들이 여럿 모여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성매매를 하는지 모르고 단순히 마시지만 하는 줄 알고 왔다가 성매매를 강요해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줄로만 알고 결심했던 한국행.

하지만 여권을 빼앗긴 채 두 달 동안 감금되다 시피하며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들을 한국에 데려온 건 브로커 김 모 씨.

한 명당 3백~5백 만원 씩을 받고 태국 여성을 성매매 업자 강 씨에게 소개해 왔습니다.

강 씨는 매우 은밀하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왔는데요.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학생 같으면 학생증, 회사원 같으면 회사원증, 아니면 월급 명세표 그런 걸 가지고 인증 절차를 거친 후에 이 사람들이 (성매매를) 단속하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면……”

주변 상인들 역시 철학원 간판이 달린 곳에 이런 업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주변 상인(음성변조) : “그냥 사람들 왔다 갔다 하길래 그냥 철학관에서 볼일 있나 보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지 태국 여성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전혀 못 봤거든요.”

가까스로 풀려난 태국 여성들,

하지만 이렇게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왔다가 성매매에 내몰리는 여성들은 한 둘이 아닙니다.

지난 3월, 해외 도피 끝에 9년 만에 경찰에 붙잡힌 남 모 씨.

태국에서 여성들을 데려 온 뒤, 성매매 업소로 내몬 혐의를 받았습니다.

여성들이 불법 체류로 계속 적발되자, 한국인 남성의 이름을 빌려 위장 결혼까지 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20대, 30대 정도의 연령에 있는 태국 여성들이 한창 마사지사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그런 시기거든요. 결혼을 위장해서 태국 여성을 국내로 밀입국시킨 혐의입니다.”

경찰은 성매매 업소와 마시지 업소에서 일하던 태국 여성 17명을 본국으로 돌려 보내고, 성매수 남성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잡혀있다” 감금 성매매 태국 여성, 쪽지로 구출 요청
    • 입력 2017-07-05 08:45:47
    • 수정2017-09-06 09:27:49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부산의 한 슈퍼마켓 점원이 손님으로 온 외국인 여성들에게 받은 쪽지입니다.

서툰 한국어와 영어, 태국어가 적혀 있는데요.

누군가에 속았고, 지금 붙잡혀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쪽지를 받은 점원의 적극적인 대처 덕분에 여성이 갇혀 있다는 곳을 경찰이 찾아냅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철학관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성매매 업소였습니다.

태국인 여성을 불법 입국시켜 감금한 채 성매매로 내몬 브로커와 업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새벽 시간, 부산의 한 슈퍼마켓에 태국 여성 4명이 들어왔습니다.

각자 물건을 고르는 사이 한 여성이 점원에게 다가와 쪽지 하나를 건넵니다.

쪽지엔 서툰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태국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건물 4층에 잡혀있다. 속아서 왔다. 나는 태국인이다.‘

여성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원은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일단 여성한테 바로 신고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메모해서 물어봤는데 여성이 감시자가 있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한 것 같고요.”

점원이 쪽지 아래에 '112에 전화를 하겠다'고 적어서 보여주자, 이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합니다.

태국 여성들은 물건을 고르면서도 밖에 서 있는 남성의 눈치를 살피는 듯 했습니다.

점원은 태국 여성 일행이 일단 돌아간 뒤, 아침 일찍 쪽지를 들고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점원은 쪽지에 중요한 단서 하나를 더 남겼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물건을 사고 나면 포인트 적립을 하는데 적립하는 전화번호를 기억해놨다가 메모지를 제출할 때 같이 적어놓아서 저희가 수사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죠.”

태국여성 일행이 계산을 한 후, 포인트를 적립하면서 말한 전화번호를 받아 적어 뒀던 겁니다.

전화번호의 명의자는 강 모 씨.

유사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전력이 있던 사람입니다.

경찰은 우선 슈퍼마켓 주변 CCTV를 분석해, 태국 여성 일행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슈퍼마켓 앞에 있던 남성과 어디론가 가는 것까진 확인했지만, 최종 목적지는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막상 주변 CCTV를 확인해 봐도 그 사람들이 어느 건물로 들어갔는지 특정이 안 됐어요. 높은 건물의 4층인지 아니면 4층 건물의 4층인지 이런 것 자체가 특정이 안 돼서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었어요.”

탐문수사를 이어가던 중 한 건물이 경찰의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4층 건물의 4층을 철학관으로 운영하던 곳이 아무래도 좀 의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철문으로 막혀 있고 불빛은 새어 나오지 않고 인기척도 없어서 그 상태에선 신고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쪽지를 건넨 이틀 뒤, 같은 여성이 SNS를 통해 한 외국인근로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겁니다.

<녹취> 외국인 근로자 센터 관계자 :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고 그 메시지가 좀 긴급하게 와 닿았던 (거예요.)”

여성은 본인이 갇혀 있다는 마사지 업소의 주소를 남겼습니다.

<녹취> 외국인 근로자 센터 관계자 :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주소를 우리에게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택배 받은 주소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고 거주하고 있는 건물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여성이 보낸 주소는 다름 아닌 철학원이 있던 건물.

경찰이 의심스럽게 봤던 바로 그 건물입니다.

경찰은 굳게 닫혀있는 철문을 뚫고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경찰 : “왜 문 안열어줘요? 그대로 있어요. 그대로.”

인기척이 없던 가게 내부에 한 남성이 앉아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자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작은 방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 중 방 하나에 20대 태국 여성들이 여럿 모여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성매매를 하는지 모르고 단순히 마시지만 하는 줄 알고 왔다가 성매매를 강요해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줄로만 알고 결심했던 한국행.

하지만 여권을 빼앗긴 채 두 달 동안 감금되다 시피하며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들을 한국에 데려온 건 브로커 김 모 씨.

한 명당 3백~5백 만원 씩을 받고 태국 여성을 성매매 업자 강 씨에게 소개해 왔습니다.

강 씨는 매우 은밀하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왔는데요.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학생 같으면 학생증, 회사원 같으면 회사원증, 아니면 월급 명세표 그런 걸 가지고 인증 절차를 거친 후에 이 사람들이 (성매매를) 단속하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면……”

주변 상인들 역시 철학원 간판이 달린 곳에 이런 업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주변 상인(음성변조) : “그냥 사람들 왔다 갔다 하길래 그냥 철학관에서 볼일 있나 보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지 태국 여성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전혀 못 봤거든요.”

가까스로 풀려난 태국 여성들,

하지만 이렇게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왔다가 성매매에 내몰리는 여성들은 한 둘이 아닙니다.

지난 3월, 해외 도피 끝에 9년 만에 경찰에 붙잡힌 남 모 씨.

태국에서 여성들을 데려 온 뒤, 성매매 업소로 내몬 혐의를 받았습니다.

여성들이 불법 체류로 계속 적발되자, 한국인 남성의 이름을 빌려 위장 결혼까지 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20대, 30대 정도의 연령에 있는 태국 여성들이 한창 마사지사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그런 시기거든요. 결혼을 위장해서 태국 여성을 국내로 밀입국시킨 혐의입니다.”

경찰은 성매매 업소와 마시지 업소에서 일하던 태국 여성 17명을 본국으로 돌려 보내고, 성매수 남성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