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4년제大 귀금속 공예과…전문대 따라하기 왜?](/data/layer/602/2017/07/UxnrRAx8KSSTR.jpg)
[취재후] 4년제大 귀금속 공예과…전문대 따라하기 왜?
4년제大 장례지도학과? 귀금속보석공예과?
장례지도학과는 장례산업 전반의 위생 및 시신위생처리에 관한 교육을 합니다. 이를 통해 장례분야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입니다. 전문대에 4곳이 있는데, 의외로 4년제 일반대에도 1곳이 있습니다. 장례지도학과는 이색학과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한다는 일반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귀금속보석공예과는 어떤가요? 미술 소양과 기술력을 겸비시켜 창조적인 공예 디자이너를 육성한다는 학과입니다. 이같은 학과는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에 각각 3곳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대에서는 '전문대에서 육성해온 학과를 4년제 학과에서 뺏고 있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112개 대학 396개 학과가 '모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일반대에서 전문대학 특성화 학과를 설치한 곳은 112개 대학 396개 대학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4년제 일반대의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학과는 2015년 34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었습니다. 또, 항공 승무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항공운항서비스학과는 이전에는 대부분 전문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4년제 일반대에서도 속속 생겨, 2015년에 4곳이었다가 현재는 36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2004년에 일반대의 모방학과가 전국 8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충청 지역 사례를 볼까요. 올해 한 일반대학에 잇달아 3개 학과가 신설됐습니다. 주변 전문대에 2013년과 2011년 개설된 항공관광과·제약품질관리과·뷰티스타일리스트과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학과가 올해 개설됐습니다. 전문대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대 "직업교육 2년으로 충분, 실전 경력이 더 중요"
전문대학인 경인여자대학교 피부미용과를 찾았습니다. 93년에 개설된 이 학과는 1학년 때 주로 미용기술을 훈련하고, 2학년 중반부터는 현업과 연계해 실전경험을 익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취업률은 60% 이상 꾸준히 내고 있었습니다.
피부관리사로 진로를 정한 남효주 학생은 "배우면서 3~4년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면서 "졸업 후에 실제로 고객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학년 초'에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피부미용과 이성내 교수는 "독일도 미용관련 학과는 2년제로 운영한다"면서 "미용시장 구조 탓에 기술을 익혀 빨리 현업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에서 전문대 특성화학과가 설치되는 것에 불만입니다. 과도한 교육기간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제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입니다.
황보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반대학은 원래 심오한 학습 이론은 가르치도록 되어 있고, 이와 달리 전문대학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전문대와 비슷한 학과가 일반대에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이 때문에 초임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구조가 왜곡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계 수요 부응"...취업에 '올인'하는 4년제大
4년제 대학도 할 말은 있습니다. 차별화된 교육으로 전문대학과는 다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을지대학교 미용화장품과학과를 찾았습니다. 피부관리학과로 시작한 학과였지만, 2007년에 커리큘럼을 확장하고, 학문 영역을 대폭 끌어들였습니다. 미용 기술도 배우지만, 화장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쑥에서 미백성분을 추출해 유효성분을 만드는 실험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학년인 김민기 학생은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우고 있다"면서 "공대보다 화장품 회사로 취업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병조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는 "기능적인 교육을 넘어 원리를 가르치면 화장품 마케팅을 하더라도 차별화된 업무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기업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습성과=취업률?…대응 방향은 어떻게
대학의 학습성과를 취업률로 보려고 하는 정부 정책도 이런 현상을 만든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본래 설립 취지는 '학문 연구'라는 것을 따져본다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취업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문 중심의 일반대학을 직업교육 기관으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이렇다보니 인문·사회계열 학과 등은 취업률이 실용학문보다 낮다보니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타겟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 교육에 대한 기능과 역할, 기대가 이미 달라진 상황이라는 겁니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학과가 중첩되는 문제를 전문대나 일반대 중 어느 한 쪽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학교 체제간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학습환경을 구축해 변화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반대와 전문대 사이 학과경쟁이 더 심해지는 지금, 대학 교육이 변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장례지도학과는 장례산업 전반의 위생 및 시신위생처리에 관한 교육을 합니다. 이를 통해 장례분야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입니다. 전문대에 4곳이 있는데, 의외로 4년제 일반대에도 1곳이 있습니다. 장례지도학과는 이색학과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한다는 일반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귀금속보석공예과는 어떤가요? 미술 소양과 기술력을 겸비시켜 창조적인 공예 디자이너를 육성한다는 학과입니다. 이같은 학과는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에 각각 3곳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대에서는 '전문대에서 육성해온 학과를 4년제 학과에서 뺏고 있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112개 대학 396개 학과가 '모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일반대에서 전문대학 특성화 학과를 설치한 곳은 112개 대학 396개 대학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4년제 일반대의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학과는 2015년 34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었습니다. 또, 항공 승무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항공운항서비스학과는 이전에는 대부분 전문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4년제 일반대에서도 속속 생겨, 2015년에 4곳이었다가 현재는 36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2004년에 일반대의 모방학과가 전국 8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충청 지역 사례를 볼까요. 올해 한 일반대학에 잇달아 3개 학과가 신설됐습니다. 주변 전문대에 2013년과 2011년 개설된 항공관광과·제약품질관리과·뷰티스타일리스트과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학과가 올해 개설됐습니다. 전문대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대 "직업교육 2년으로 충분, 실전 경력이 더 중요"
전문대학인 경인여자대학교 피부미용과를 찾았습니다. 93년에 개설된 이 학과는 1학년 때 주로 미용기술을 훈련하고, 2학년 중반부터는 현업과 연계해 실전경험을 익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취업률은 60% 이상 꾸준히 내고 있었습니다.
피부관리사로 진로를 정한 남효주 학생은 "배우면서 3~4년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면서 "졸업 후에 실제로 고객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학년 초'에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피부미용과 이성내 교수는 "독일도 미용관련 학과는 2년제로 운영한다"면서 "미용시장 구조 탓에 기술을 익혀 빨리 현업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에서 전문대 특성화학과가 설치되는 것에 불만입니다. 과도한 교육기간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제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입니다.
황보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반대학은 원래 심오한 학습 이론은 가르치도록 되어 있고, 이와 달리 전문대학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전문대와 비슷한 학과가 일반대에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이 때문에 초임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구조가 왜곡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계 수요 부응"...취업에 '올인'하는 4년제大
4년제 대학도 할 말은 있습니다. 차별화된 교육으로 전문대학과는 다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을지대학교 미용화장품과학과를 찾았습니다. 피부관리학과로 시작한 학과였지만, 2007년에 커리큘럼을 확장하고, 학문 영역을 대폭 끌어들였습니다. 미용 기술도 배우지만, 화장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쑥에서 미백성분을 추출해 유효성분을 만드는 실험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학년인 김민기 학생은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우고 있다"면서 "공대보다 화장품 회사로 취업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병조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는 "기능적인 교육을 넘어 원리를 가르치면 화장품 마케팅을 하더라도 차별화된 업무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기업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습성과=취업률?…대응 방향은 어떻게
대학의 학습성과를 취업률로 보려고 하는 정부 정책도 이런 현상을 만든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본래 설립 취지는 '학문 연구'라는 것을 따져본다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취업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문 중심의 일반대학을 직업교육 기관으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이렇다보니 인문·사회계열 학과 등은 취업률이 실용학문보다 낮다보니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타겟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 교육에 대한 기능과 역할, 기대가 이미 달라진 상황이라는 겁니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학과가 중첩되는 문제를 전문대나 일반대 중 어느 한 쪽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학교 체제간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학습환경을 구축해 변화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반대와 전문대 사이 학과경쟁이 더 심해지는 지금, 대학 교육이 변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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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4년제大 귀금속 공예과…전문대 따라하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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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7-07 10:35:46
4년제大 장례지도학과? 귀금속보석공예과?
장례지도학과는 장례산업 전반의 위생 및 시신위생처리에 관한 교육을 합니다. 이를 통해 장례분야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입니다. 전문대에 4곳이 있는데, 의외로 4년제 일반대에도 1곳이 있습니다. 장례지도학과는 이색학과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한다는 일반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귀금속보석공예과는 어떤가요? 미술 소양과 기술력을 겸비시켜 창조적인 공예 디자이너를 육성한다는 학과입니다. 이같은 학과는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에 각각 3곳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대에서는 '전문대에서 육성해온 학과를 4년제 학과에서 뺏고 있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112개 대학 396개 학과가 '모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일반대에서 전문대학 특성화 학과를 설치한 곳은 112개 대학 396개 대학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4년제 일반대의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학과는 2015년 34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었습니다. 또, 항공 승무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항공운항서비스학과는 이전에는 대부분 전문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4년제 일반대에서도 속속 생겨, 2015년에 4곳이었다가 현재는 36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2004년에 일반대의 모방학과가 전국 8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충청 지역 사례를 볼까요. 올해 한 일반대학에 잇달아 3개 학과가 신설됐습니다. 주변 전문대에 2013년과 2011년 개설된 항공관광과·제약품질관리과·뷰티스타일리스트과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학과가 올해 개설됐습니다. 전문대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대 "직업교육 2년으로 충분, 실전 경력이 더 중요"
전문대학인 경인여자대학교 피부미용과를 찾았습니다. 93년에 개설된 이 학과는 1학년 때 주로 미용기술을 훈련하고, 2학년 중반부터는 현업과 연계해 실전경험을 익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취업률은 60% 이상 꾸준히 내고 있었습니다.
피부관리사로 진로를 정한 남효주 학생은 "배우면서 3~4년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면서 "졸업 후에 실제로 고객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학년 초'에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피부미용과 이성내 교수는 "독일도 미용관련 학과는 2년제로 운영한다"면서 "미용시장 구조 탓에 기술을 익혀 빨리 현업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에서 전문대 특성화학과가 설치되는 것에 불만입니다. 과도한 교육기간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제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입니다.
황보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반대학은 원래 심오한 학습 이론은 가르치도록 되어 있고, 이와 달리 전문대학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전문대와 비슷한 학과가 일반대에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이 때문에 초임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구조가 왜곡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계 수요 부응"...취업에 '올인'하는 4년제大
4년제 대학도 할 말은 있습니다. 차별화된 교육으로 전문대학과는 다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을지대학교 미용화장품과학과를 찾았습니다. 피부관리학과로 시작한 학과였지만, 2007년에 커리큘럼을 확장하고, 학문 영역을 대폭 끌어들였습니다. 미용 기술도 배우지만, 화장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쑥에서 미백성분을 추출해 유효성분을 만드는 실험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학년인 김민기 학생은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우고 있다"면서 "공대보다 화장품 회사로 취업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병조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는 "기능적인 교육을 넘어 원리를 가르치면 화장품 마케팅을 하더라도 차별화된 업무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기업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습성과=취업률?…대응 방향은 어떻게
대학의 학습성과를 취업률로 보려고 하는 정부 정책도 이런 현상을 만든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본래 설립 취지는 '학문 연구'라는 것을 따져본다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취업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문 중심의 일반대학을 직업교육 기관으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이렇다보니 인문·사회계열 학과 등은 취업률이 실용학문보다 낮다보니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타겟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 교육에 대한 기능과 역할, 기대가 이미 달라진 상황이라는 겁니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학과가 중첩되는 문제를 전문대나 일반대 중 어느 한 쪽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학교 체제간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학습환경을 구축해 변화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반대와 전문대 사이 학과경쟁이 더 심해지는 지금, 대학 교육이 변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장례지도학과는 장례산업 전반의 위생 및 시신위생처리에 관한 교육을 합니다. 이를 통해 장례분야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입니다. 전문대에 4곳이 있는데, 의외로 4년제 일반대에도 1곳이 있습니다. 장례지도학과는 이색학과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한다는 일반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귀금속보석공예과는 어떤가요? 미술 소양과 기술력을 겸비시켜 창조적인 공예 디자이너를 육성한다는 학과입니다. 이같은 학과는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에 각각 3곳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대에서는 '전문대에서 육성해온 학과를 4년제 학과에서 뺏고 있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112개 대학 396개 학과가 '모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일반대에서 전문대학 특성화 학과를 설치한 곳은 112개 대학 396개 대학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4년제 일반대의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학과는 2015년 34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었습니다. 또, 항공 승무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항공운항서비스학과는 이전에는 대부분 전문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4년제 일반대에서도 속속 생겨, 2015년에 4곳이었다가 현재는 36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2004년에 일반대의 모방학과가 전국 8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충청 지역 사례를 볼까요. 올해 한 일반대학에 잇달아 3개 학과가 신설됐습니다. 주변 전문대에 2013년과 2011년 개설된 항공관광과·제약품질관리과·뷰티스타일리스트과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학과가 올해 개설됐습니다. 전문대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대 "직업교육 2년으로 충분, 실전 경력이 더 중요"
전문대학인 경인여자대학교 피부미용과를 찾았습니다. 93년에 개설된 이 학과는 1학년 때 주로 미용기술을 훈련하고, 2학년 중반부터는 현업과 연계해 실전경험을 익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취업률은 60% 이상 꾸준히 내고 있었습니다.
피부관리사로 진로를 정한 남효주 학생은 "배우면서 3~4년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면서 "졸업 후에 실제로 고객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학년 초'에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피부미용과 이성내 교수는 "독일도 미용관련 학과는 2년제로 운영한다"면서 "미용시장 구조 탓에 기술을 익혀 빨리 현업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에서 전문대 특성화학과가 설치되는 것에 불만입니다. 과도한 교육기간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제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입니다.
황보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반대학은 원래 심오한 학습 이론은 가르치도록 되어 있고, 이와 달리 전문대학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전문대와 비슷한 학과가 일반대에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이 때문에 초임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구조가 왜곡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계 수요 부응"...취업에 '올인'하는 4년제大
4년제 대학도 할 말은 있습니다. 차별화된 교육으로 전문대학과는 다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을지대학교 미용화장품과학과를 찾았습니다. 피부관리학과로 시작한 학과였지만, 2007년에 커리큘럼을 확장하고, 학문 영역을 대폭 끌어들였습니다. 미용 기술도 배우지만, 화장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쑥에서 미백성분을 추출해 유효성분을 만드는 실험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학년인 김민기 학생은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우고 있다"면서 "공대보다 화장품 회사로 취업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병조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는 "기능적인 교육을 넘어 원리를 가르치면 화장품 마케팅을 하더라도 차별화된 업무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기업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습성과=취업률?…대응 방향은 어떻게
대학의 학습성과를 취업률로 보려고 하는 정부 정책도 이런 현상을 만든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본래 설립 취지는 '학문 연구'라는 것을 따져본다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취업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문 중심의 일반대학을 직업교육 기관으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이렇다보니 인문·사회계열 학과 등은 취업률이 실용학문보다 낮다보니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타겟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 교육에 대한 기능과 역할, 기대가 이미 달라진 상황이라는 겁니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학과가 중첩되는 문제를 전문대나 일반대 중 어느 한 쪽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학교 체제간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학습환경을 구축해 변화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반대와 전문대 사이 학과경쟁이 더 심해지는 지금, 대학 교육이 변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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