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우”…일본 기상청의 대응

입력 2017.07.07 (10: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특파원리포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우”…일본 기상청의 대응

[특파원리포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우”…일본 기상청의 대응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우가 될 것입니다. 중대한 위기 상황이 닥치고 있습니다. 비상사태입니다. 산사태나 침수에 의한 중대한 재해 상황이 바로 발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디서 흘러나온 멘트일까? 이처럼 긴박감을 조성하는 발표문을 쏟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일본 기상청이다.

5일과 6일 일본 남부를 강타한 집중 호우에 대처하는 일본 기상청의 자세는 한마디로 '적극적'이었다. 규슈에 엄청난 양의 비구름이 덮치자 5일 아침 7시부터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예보과장이 직접 나서서는 이번 호우의 위험성을 전했다.


기자회견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집중호우 특별경계 발령 지역이 늘어날 때마다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서 국민들을 상대로 주의를 촉구했다. 5일 하루 동안만 3차례, 6일 2차례 기자회견을 했고, 그때마다 NHK는 생중계를 통해 이를 전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일본의 총력 태세를 보여준다.

일본 기상청은 사전적인 준비 태세와 정확한 예보로 명성이 높지만, 지난해 동북부 지역을 덮친 수차례의 태풍으로 큰 피해를 내면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피난을 미처 하지 못한 노인요양시설을 범람한 강물이 덮치면서 9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 기상청은 시스템 개선으로 묵묵히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을 바꿔나갔다. 지난해 큰 인명 피해 후 기상청이 처음으로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해 대응에 나선 것이 이번 규슈 지역 집중 호우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해 피해 이후 '호우특별경계'라는 위기 경계 발령 단계를 새로 만들었다. 집중적인 호우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되는 것으로 이번 규슈 호우에 이를 처음 발령한 일본 기상청은 매번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이를 전하면서 주민들의 피난과 주의를 직접 호소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3.11 대지진 피해 이후 국민들이 위험의 정도를 체감할 수 있도록 발표문에 있어 직접 화법을 사용하고 긴박성을 강조한다. 그 결과가 기상청의 발표문에서 사용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닥치고 있습니다. 비상사태입니다." 등의 멘트이다.

'호우특별경계' 발령 기자회견은 매번 이와 같은 호소문으로 시작했다.


NHK 또한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 라고 밝혔습니다."라는 간접 인용문이 아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주의와 피난을 호소하는 화법을 사용해 경계심을 높였다.

"수십 년간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즉시 안전을 확보해 주십시오"

5일 저녁 메인 뉴스 내내 앵커가 가장 많이 말한 문장이다.

바뀐 것은 이것뿐 아니다. '피난 지시', '피난 권고', '피난준비정보' 3단계로 나뉘어 있는 피난 관련 경보 가운데 '피난준비정보'의 경우 노약자의 경우 피난을 시작하라는 의미이지만 '준비정보'라는 표현이 피난을 하지 않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자 '피난 준비·고령자 등 피난 개시'로 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이를 수정했다.
('피난준비정보' → '피난 준비·고령자 등 피난 개시')

기상청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공영방송 NHK의 24시간 이어진 재난재해 방송으로 52만 명이 사전 대피해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틀간 이어진 호우는 사망 6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내고, 강이 범람해 마을이 온통 진흙으로 뒤덮이는가 하면 철교가 강물에 휩쓸려가는 등의 상처를 남겼지만, 각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니었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더 커졌을지 모를 일이다.



재난 재해 현장에 '만약에….'는 없다.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고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일본 기상청은 보여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우”…일본 기상청의 대응
    • 입력 2017-07-07 10:43:06
    특파원 리포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우가 될 것입니다. 중대한 위기 상황이 닥치고 있습니다. 비상사태입니다. 산사태나 침수에 의한 중대한 재해 상황이 바로 발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디서 흘러나온 멘트일까? 이처럼 긴박감을 조성하는 발표문을 쏟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일본 기상청이다.

5일과 6일 일본 남부를 강타한 집중 호우에 대처하는 일본 기상청의 자세는 한마디로 '적극적'이었다. 규슈에 엄청난 양의 비구름이 덮치자 5일 아침 7시부터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예보과장이 직접 나서서는 이번 호우의 위험성을 전했다.


기자회견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집중호우 특별경계 발령 지역이 늘어날 때마다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서 국민들을 상대로 주의를 촉구했다. 5일 하루 동안만 3차례, 6일 2차례 기자회견을 했고, 그때마다 NHK는 생중계를 통해 이를 전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일본의 총력 태세를 보여준다.

일본 기상청은 사전적인 준비 태세와 정확한 예보로 명성이 높지만, 지난해 동북부 지역을 덮친 수차례의 태풍으로 큰 피해를 내면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피난을 미처 하지 못한 노인요양시설을 범람한 강물이 덮치면서 9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 기상청은 시스템 개선으로 묵묵히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을 바꿔나갔다. 지난해 큰 인명 피해 후 기상청이 처음으로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해 대응에 나선 것이 이번 규슈 지역 집중 호우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해 피해 이후 '호우특별경계'라는 위기 경계 발령 단계를 새로 만들었다. 집중적인 호우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되는 것으로 이번 규슈 호우에 이를 처음 발령한 일본 기상청은 매번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이를 전하면서 주민들의 피난과 주의를 직접 호소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3.11 대지진 피해 이후 국민들이 위험의 정도를 체감할 수 있도록 발표문에 있어 직접 화법을 사용하고 긴박성을 강조한다. 그 결과가 기상청의 발표문에서 사용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닥치고 있습니다. 비상사태입니다." 등의 멘트이다.

'호우특별경계' 발령 기자회견은 매번 이와 같은 호소문으로 시작했다.


NHK 또한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 라고 밝혔습니다."라는 간접 인용문이 아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주의와 피난을 호소하는 화법을 사용해 경계심을 높였다.

"수십 년간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즉시 안전을 확보해 주십시오"

5일 저녁 메인 뉴스 내내 앵커가 가장 많이 말한 문장이다.

바뀐 것은 이것뿐 아니다. '피난 지시', '피난 권고', '피난준비정보' 3단계로 나뉘어 있는 피난 관련 경보 가운데 '피난준비정보'의 경우 노약자의 경우 피난을 시작하라는 의미이지만 '준비정보'라는 표현이 피난을 하지 않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자 '피난 준비·고령자 등 피난 개시'로 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이를 수정했다.
('피난준비정보' → '피난 준비·고령자 등 피난 개시')

기상청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공영방송 NHK의 24시간 이어진 재난재해 방송으로 52만 명이 사전 대피해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틀간 이어진 호우는 사망 6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내고, 강이 범람해 마을이 온통 진흙으로 뒤덮이는가 하면 철교가 강물에 휩쓸려가는 등의 상처를 남겼지만, 각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니었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더 커졌을지 모를 일이다.



재난 재해 현장에 '만약에….'는 없다.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고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일본 기상청은 보여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