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우주복 소재 육아용품?…‘호흡기·피부질환’ 유발

입력 2017.07.07 (11:37) 수정 2017.07.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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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우주복 소재 육아용품?…‘호흡기·피부질환’ 유발

[취재후] 우주복 소재 육아용품?…‘호흡기·피부질환’ 유발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주부 김 씨는 생후 6개월된 아이 엄마다. 아이에게는 태열이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이 오르내렸다. 맞는 육아용품을 찾던 중 아이의 적정 체온을 유지해주는 신소재 용품을 발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우주복 소재로 사용중인 '아웃라스트' 소재로 만든 육아용품이라고 했다. 우주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해주는 신소재 원단으로, 유아용품 뿐 아니라 아웃도어 용품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아이를 눕힐 수 있는 에어매트와 유모차에 깔 수 있는 유모차 시트를 구매했다. 에어매트에 아이를 매일 눕히고, 외출할 때마다 유모차 시트를 애용했다. 그런데 아이의 몸에 울긋불긋한 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피부가 부어올랐다.

아이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지만 매일 밤 기침에 시달렸다. 김 씨는 놀란 마음에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는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혹시 집안 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김 씨가 최근에 달라졌다고 느낀 점은 다름 아닌 바닥 청소. 예전에는 하루에 한 번만 청소기를 돌리면 깔끔했지만, 요즘엔 바닥에 하얀 가루가 날리고 미끌거려 몇 번이나 걸레질을 해야 했다.
원인은 다름 아닌 아이용품. 구입한 아이용품에서 하얀색 가루가 떨어져내린 것이다. 손톱으로 살짝만 긁어내도 밀가루 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나왔고, 심할 때는 털기만 해도 가루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 몸을 보자 하얀 가루가 달라붙어 있었다.

인터넷에는 김 씨와 같은 피해 사례자들이 개설한 카페가 있었다. 회원 수는 만 명. 모두 아이의 건강을 위해 '아웃라스트'소재가 들어간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국내 특정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피해자들이었다. 그들도 모두 아이의 피부질환과 호흡질환을 호소했다. 심한 경우에는 아이 피부에서 피가나고 껍질이 벗겨져 차마 볼 수 없는 피해 사진들도 올라왔다. 김 씨 등 피해자들을 만나고 온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며 하루 종일 잔기침에 시달렸다


한국소비자원 또한 이번달 기준 총 90여 건의 위해사례를 접수 받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국가기술표준원도 실질 검증에 들어갔다. 성분 테스트 등을 최근 마쳤지만, 이후 추가 검사를 할 예정이다.

업체는 검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초반에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현재 업체는 '아웃라스트' 성분이 들어간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 금지 조처 했고, 소비자들의 리콜 요청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도 제품의 위해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피해 소비자들 60여 명이 낸 고소장을 지난달 접수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가습기 피해 사건 이후 접수된 단일 영유아 피해 사례 중 최대 규모다. 혐의도 가습기 피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고소인 조사까지 마쳤으며 이후 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제품 성분 실질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테스트를 충분히 거쳐야 하는데, 이 제춤의 경우는 일단 가루가 흩날리는 등 물리적인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이미 검증된 공산품의 경우에도 이처럼 장기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도 자극에 취약한 아이들의 경우는 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관 기사] ‘호흡기·피부질환’ 유아용품 논란…검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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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우주복 소재 육아용품?…‘호흡기·피부질환’ 유발
    • 입력 2017-07-07 11:37:10
    • 수정2017-07-07 11:37:35
    취재후·사건후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주부 김 씨는 생후 6개월된 아이 엄마다. 아이에게는 태열이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이 오르내렸다. 맞는 육아용품을 찾던 중 아이의 적정 체온을 유지해주는 신소재 용품을 발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우주복 소재로 사용중인 '아웃라스트' 소재로 만든 육아용품이라고 했다. 우주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해주는 신소재 원단으로, 유아용품 뿐 아니라 아웃도어 용품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아이를 눕힐 수 있는 에어매트와 유모차에 깔 수 있는 유모차 시트를 구매했다. 에어매트에 아이를 매일 눕히고, 외출할 때마다 유모차 시트를 애용했다. 그런데 아이의 몸에 울긋불긋한 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피부가 부어올랐다.

아이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지만 매일 밤 기침에 시달렸다. 김 씨는 놀란 마음에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는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혹시 집안 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김 씨가 최근에 달라졌다고 느낀 점은 다름 아닌 바닥 청소. 예전에는 하루에 한 번만 청소기를 돌리면 깔끔했지만, 요즘엔 바닥에 하얀 가루가 날리고 미끌거려 몇 번이나 걸레질을 해야 했다.
원인은 다름 아닌 아이용품. 구입한 아이용품에서 하얀색 가루가 떨어져내린 것이다. 손톱으로 살짝만 긁어내도 밀가루 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나왔고, 심할 때는 털기만 해도 가루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 몸을 보자 하얀 가루가 달라붙어 있었다.

인터넷에는 김 씨와 같은 피해 사례자들이 개설한 카페가 있었다. 회원 수는 만 명. 모두 아이의 건강을 위해 '아웃라스트'소재가 들어간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국내 특정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피해자들이었다. 그들도 모두 아이의 피부질환과 호흡질환을 호소했다. 심한 경우에는 아이 피부에서 피가나고 껍질이 벗겨져 차마 볼 수 없는 피해 사진들도 올라왔다. 김 씨 등 피해자들을 만나고 온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며 하루 종일 잔기침에 시달렸다


한국소비자원 또한 이번달 기준 총 90여 건의 위해사례를 접수 받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국가기술표준원도 실질 검증에 들어갔다. 성분 테스트 등을 최근 마쳤지만, 이후 추가 검사를 할 예정이다.

업체는 검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초반에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현재 업체는 '아웃라스트' 성분이 들어간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 금지 조처 했고, 소비자들의 리콜 요청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도 제품의 위해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피해 소비자들 60여 명이 낸 고소장을 지난달 접수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가습기 피해 사건 이후 접수된 단일 영유아 피해 사례 중 최대 규모다. 혐의도 가습기 피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고소인 조사까지 마쳤으며 이후 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제품 성분 실질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테스트를 충분히 거쳐야 하는데, 이 제춤의 경우는 일단 가루가 흩날리는 등 물리적인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이미 검증된 공산품의 경우에도 이처럼 장기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도 자극에 취약한 아이들의 경우는 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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