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 베를린 구상’…북한 호응 이끌어낼까?

입력 2017.07.07 (17:18) 수정 2017.07.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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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신 베를린 구상’…북한 호응 이끌어낼까?

문 대통령 ‘신 베를린 구상’…북한 호응 이끌어낼까?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신(新) 베를린 구상’이 남북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에서 한반도 통일 관련 구상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진보·보수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대북정책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분단국가였다가 통일을 이뤄낸 독일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남북화해·협력의 물꼬를 튼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었다.

DJ ‘베를린 선언’과 닮은 ‘신(新) 베를린 구상’


문 대통령은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우리 정부의 5대 정책 기조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 재개 등을 제안했다.

이는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밝힌 ‘베를린 선언’과 유사한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을 통해 대규모 대북경제지원과 남북 당국 간 대화, 이산가족 상봉, 남북 특사 교환 등을 제안했다. 남북이 한반도 냉전 종식과 평화정착에 대해 협의·협력할 것을 촉구한 내용이었다.

이는 곧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베를린 선언’ 3개월 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 협력을 골자로 한 6·15 공동선언이 이뤄졌다.


북한 반발 부른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제안과 선언'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이뤄진 대북 제안과 선언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선언’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깜짝 제안을 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듬해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이에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핵 포기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미국과 함께 북침야망을 실현해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며 “남한을 세계최대의 핵전쟁 전초기지로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그 무슨 핵수뇌자회의 개최라고 나대는 것도 가관”이라고 맹비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구상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공동 번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며 남북 주민 간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북 3대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고 연설에서 나온 “지금도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다”, “핵을 포기해 진정 주민들의 삶을 돌보길 바란다” 등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집권자가 통일 구상이니 뭐니 하며 우리를 마구 비방한 것은 동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모독”이라면서 “박근혜가 추구하는 통일은 우리의 존엄 높은 사상과 제도를 해치기 위한 반민족적인 체제통일”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신 베를린 구상’에 북한은 ‘묵묵부답’


문 대통령의 ‘신 베를린 구상’은 김대중 정부 ‘베를린 선언’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같은 난제는 뒤로 미루고 우선 정치적 부담이 적은 민간 교류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통일보다는 평화 정착이 먼저라며 북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대중 정권 때와는 여러 측면에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할 때부터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특히 ‘베를린 선언’ 발표 하루 전에 선언문을 북한에 보내줄 정도로 사전교감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대북 정책 구상을 밝혔고 독일 출국 하루 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걸 보면 남북이 사전에 교감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분위기가 더욱 강화된 건 북한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베를린 구상’ 이행 계획 마련에 착수한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유진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과 군사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실무회담 등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남북 간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우리의 적극적 제안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평화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구상이 과거 김대중 정권 때처럼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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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7-07 17: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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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신(新) 베를린 구상’이 남북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에서 한반도 통일 관련 구상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진보·보수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대북정책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분단국가였다가 통일을 이뤄낸 독일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남북화해·협력의 물꼬를 튼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었다.

DJ ‘베를린 선언’과 닮은 ‘신(新) 베를린 구상’


문 대통령은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우리 정부의 5대 정책 기조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 재개 등을 제안했다.

이는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밝힌 ‘베를린 선언’과 유사한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을 통해 대규모 대북경제지원과 남북 당국 간 대화, 이산가족 상봉, 남북 특사 교환 등을 제안했다. 남북이 한반도 냉전 종식과 평화정착에 대해 협의·협력할 것을 촉구한 내용이었다.

이는 곧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베를린 선언’ 3개월 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 협력을 골자로 한 6·15 공동선언이 이뤄졌다.


북한 반발 부른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제안과 선언'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이뤄진 대북 제안과 선언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선언’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깜짝 제안을 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듬해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이에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핵 포기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미국과 함께 북침야망을 실현해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며 “남한을 세계최대의 핵전쟁 전초기지로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그 무슨 핵수뇌자회의 개최라고 나대는 것도 가관”이라고 맹비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구상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공동 번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며 남북 주민 간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북 3대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고 연설에서 나온 “지금도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다”, “핵을 포기해 진정 주민들의 삶을 돌보길 바란다” 등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집권자가 통일 구상이니 뭐니 하며 우리를 마구 비방한 것은 동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모독”이라면서 “박근혜가 추구하는 통일은 우리의 존엄 높은 사상과 제도를 해치기 위한 반민족적인 체제통일”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신 베를린 구상’에 북한은 ‘묵묵부답’


문 대통령의 ‘신 베를린 구상’은 김대중 정부 ‘베를린 선언’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같은 난제는 뒤로 미루고 우선 정치적 부담이 적은 민간 교류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통일보다는 평화 정착이 먼저라며 북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대중 정권 때와는 여러 측면에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할 때부터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특히 ‘베를린 선언’ 발표 하루 전에 선언문을 북한에 보내줄 정도로 사전교감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대북 정책 구상을 밝혔고 독일 출국 하루 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걸 보면 남북이 사전에 교감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분위기가 더욱 강화된 건 북한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베를린 구상’ 이행 계획 마련에 착수한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유진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과 군사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실무회담 등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남북 간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우리의 적극적 제안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평화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구상이 과거 김대중 정권 때처럼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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