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가 원금의 3배…매년 3만∼4만명 ‘빚독촉 연장전’

입력 2017.07.12 (07:52) 수정 2017.07.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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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연체 채무자를 상대로 매년 3만∼4만 명씩 '빚독촉 연장전'에 돌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채권·채무관계의 첫 소멸시효인 5년에 더해 10년 연장, 10년 재연장 등으로 경우에 따라선 사망할 때까지 연체자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국내 은행은 지난해 3만9천695명 대손상각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했다.

대손상각채권은 연체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은행 장부에 '손실'로 기록되고 충당금을 쌓은 채권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빚을 받아내려고 소송을 제기해 시효 완성을 미루는 것이다. 시효가 연장된 대손상각채권은 2014년 3만3천552명에 원리금 1조1천333억 원, 2015년 2만9천837명에 7천384억 원, 2016년 3만9천695명에 9천470억 원이다.

올해는 1분기 만에 1만5천459명, 원리금 3천143억 원 소멸시효가 연장됐다. 연간으로 따지면 6만명, 1조 원을 넘는 규모다. 10∼20년이 지나도 채무자가 "돈이 없어 못 갚겠다"고 버티면 은행은 연장을 포기한다. 이로써 소멸시효는 완성된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죽은 채권'으로 불리는 포기 채권은 2014년 1만3천581명(원리금 3천127억 원), 2015년 1만394명(1천606억 원), 2016년 1만1천536명(1천891억 원), 올해 1분기 2천801명(366억 원)이다. 이들은 빚 독촉에서 벗어났지만, 해당 은행은 연체 기록을 지우지 않는다. 은행이 시효 완성 채권을 소각해야 비로소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은행들 소각 규모는 2014년 1천732명에 원리금 174억 원, 2015년 2천131명에 125억 원에 그쳤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소각하지 않은 채 연체 기록을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그러던 게 지난해 2만9천249명(5천768억 원)으로 늘더니 올해 1분기에는 9만943명(1조4천675억 원), 2분기 1만5천665명(3천57억 원)으로 급증했다.

"소액·장기연체 채무의 과감한 정리"와 "죽은 채권의 관리 강화"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관련 대선 공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죽은 채권은 채무자 입장에선 사실상 갚는 게 불가능해진 빚이다. 올해 2분기 소각분 기준으로 원금이 722억 원, 이자가 2천335억 원이다. 이자가 원금의 3배를 웃돈 셈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1천만 원 이하)·장기(10년 이상) 연체 채권뿐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소액·장기 연체 채권까지 정부가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주문했다. 다만, 이 경우 부실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금액(액면가의 2∼4%)으로 사들이더라도 최소 수백억 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돼야 한다.

박용진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장기·소액 연체채권 소각 등 신용회복 방안,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관리 강화 등에 대해 정책적 소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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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가 원금의 3배…매년 3만∼4만명 ‘빚독촉 연장전’
    • 입력 2017-07-12 07:52:31
    • 수정2017-07-12 07:54:02
    경제
은행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연체 채무자를 상대로 매년 3만∼4만 명씩 '빚독촉 연장전'에 돌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채권·채무관계의 첫 소멸시효인 5년에 더해 10년 연장, 10년 재연장 등으로 경우에 따라선 사망할 때까지 연체자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국내 은행은 지난해 3만9천695명 대손상각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했다.

대손상각채권은 연체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은행 장부에 '손실'로 기록되고 충당금을 쌓은 채권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빚을 받아내려고 소송을 제기해 시효 완성을 미루는 것이다. 시효가 연장된 대손상각채권은 2014년 3만3천552명에 원리금 1조1천333억 원, 2015년 2만9천837명에 7천384억 원, 2016년 3만9천695명에 9천470억 원이다.

올해는 1분기 만에 1만5천459명, 원리금 3천143억 원 소멸시효가 연장됐다. 연간으로 따지면 6만명, 1조 원을 넘는 규모다. 10∼20년이 지나도 채무자가 "돈이 없어 못 갚겠다"고 버티면 은행은 연장을 포기한다. 이로써 소멸시효는 완성된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죽은 채권'으로 불리는 포기 채권은 2014년 1만3천581명(원리금 3천127억 원), 2015년 1만394명(1천606억 원), 2016년 1만1천536명(1천891억 원), 올해 1분기 2천801명(366억 원)이다. 이들은 빚 독촉에서 벗어났지만, 해당 은행은 연체 기록을 지우지 않는다. 은행이 시효 완성 채권을 소각해야 비로소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은행들 소각 규모는 2014년 1천732명에 원리금 174억 원, 2015년 2천131명에 125억 원에 그쳤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소각하지 않은 채 연체 기록을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그러던 게 지난해 2만9천249명(5천768억 원)으로 늘더니 올해 1분기에는 9만943명(1조4천675억 원), 2분기 1만5천665명(3천57억 원)으로 급증했다.

"소액·장기연체 채무의 과감한 정리"와 "죽은 채권의 관리 강화"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관련 대선 공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죽은 채권은 채무자 입장에선 사실상 갚는 게 불가능해진 빚이다. 올해 2분기 소각분 기준으로 원금이 722억 원, 이자가 2천335억 원이다. 이자가 원금의 3배를 웃돈 셈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1천만 원 이하)·장기(10년 이상) 연체 채권뿐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소액·장기 연체 채권까지 정부가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주문했다. 다만, 이 경우 부실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금액(액면가의 2∼4%)으로 사들이더라도 최소 수백억 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돼야 한다.

박용진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장기·소액 연체채권 소각 등 신용회복 방안,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관리 강화 등에 대해 정책적 소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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