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신생아 80명 잠복결핵…부모들 분통

입력 2017.07.12 (08:34) 수정 2017.07.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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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80명이 '잠복 결핵'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핵에 걸린 신생아실 간호사와 '접촉'이 의심되는 아기 8백 명 가운데, 일부를 검사한 결과인데요.

결핵균에 감염된 아기는 앞으로, 길게는 아홉 달 동안, 매일 치료제를 먹어야 합니다.

현재 아기 110명에 대한 역학조사도 진행되고 있어서, 감염 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는데요.

어제 피해 아기 부모들이 모여 병원과 보건당국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아기를 안은 엄마, 아빠들이 항의의 뜻으로 산부인과 앞에 모였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결핵균에 감염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혜경(피해 아기 어머니) : "누가 우리 아이가 받지 않아도 될 힘든 검사를 받게 하고 결핵에 감염 노출이라는 위협에 빠트린 걸까요."

평판이 좋은 병원을 일부러 찾아가서 아기를 낳았는데, 아이가 결핵 보균자가 돼 버린 겁니다.

<인터뷰> 이경란(피해 아기 어머니) : "소중한 아이가 결핵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그 누구도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현 상황에서 피해 가족들은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 병원에서 올해 2월, 아들을 낳은 민혜린 씨.

지난달 말, 청천벽력 같은 문자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민혜린(피해 아기 어머니) :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결핵으로 확진돼서 지금 그때 접촉했던 신생아들 검사 예정이니 보건소에서 연락이 오면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

영문을 모를 내용에, 병원에 여러 차례 확인 전화를 해 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도 접속이 안 되는 상황.

그제야 민 씨는 허둥지둥 아들을 안고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자지러지는 아이를 달래며 X레이를 찍고, 피부 반응 검사를 한 결과는 잠복결핵 양성.

<인터뷰> 민혜린(피해 아기 어머니) : "한 달에 한 번씩 채혈해서 간 수치를 본다고 들었어요. 무조건 9개월 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거로 들었어요."

최지욱 씨의 아내는 29일 전, 문제의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는 아예 검사도 못 해 보고 약 처방부터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지욱(피해 아기 아버지) :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4주 미만이기 때문에 약을 3개월 동안 무조건 먹여야 한다."

신생아에게 약을 먹이는 게 걱정됐지만, 어디서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지욱(피해 아기 아버지) : "좀 생각해볼 수 없냐. 약 같은 거를 안 먹였을 때는 어떻게 되냐 했을 때 (보건소에서) 부모님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부모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약간 그런 느낌이었죠."

이번 사태는 이 병원 신생아실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사가 결핵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간호사가 몸에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은 건 지난달 23일.

검사 나흘 만에 결핵이 확진되자, 이 간호사가 일했던 일곱 달 동안 신생아실에 있었던 아기 약 800명이 검사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아기는 530명 가량.

결핵 진단을 받은 신생아는 다행히 없었지만, 80명은 잠복 결핵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심태선(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 "감염된 이후에 체내에 균이 아주 소수만 살아 있는 경우에는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X-ray를 찍어도 깨끗하고. 다만 몸 안에 숨어서 거의 동면하듯이 숨어 있는 작은 결핵균이 존재하고 있을 때 그런 경우는 잠복 결핵 감염이라고 얘기를 하죠."

잠복결핵은 증상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성인의 경우 10%만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지만, 영유아는 발병 가능성이 최대 50%에 이른다는 겁니다.

<인터뷰> 심태선(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 "2세 미만의 신생아, 영유아들은 감염되면 발병의 위험도 높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신생아, 영유아에서 결핵이 발생하면 중증 결핵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결핵성 내막염이나 아니면 손입성 결핵같이 중증 계열이 발생해서……"

갓 태어난 아기가 치명적인 위험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녹취> 송OO(피해 아기 어머니) : "신생아를 다루는 간호사가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안 받고 이거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데……."

의료인은 1년에 한 번씩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채용될 때 검사 결과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녹취>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건강진단이 사업주가 질병이 있는 사람들한테 고용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점이 있다.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2006년도에 폐지가 되었더라고요."

법의 사각지대에서 애꿎은 신생아들만 결핵 위험에 놓이게 된 건데요.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해당 병원이 사과는커녕 형식적인 말만 늘어놨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정기태(피해 아기 아버지) : "정확히 두 번 단체 문자로 이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법적으로 잘못은 없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은 질 수 있다.이런 식으로 얘기했고……."

보건 당국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칩니다.

<인터뷰> 민혜린(피해 아기 어머니) :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서는 보건소에 물어 봐라. 보건소에 물어보면 보건은 00병원에 물어봐라. 저희가 어디에다가 문의를 하고 따져야 좋을지……."

보건 당국은 800명이나 되는 피해자에게 빠르게 조치를 취하느라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해당 병원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습니다.

<녹취> 해당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근무하던 간호사에 의해서 초래된 문제기 때문에 그거는 응당 도의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따로 책임을 져야겠죠."

그러나 이와 별개로 부모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당장 뭘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심태선(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 "전문가분들을 초청해서 이런 분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거나 그런 것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정도로 나눠서 하면 아마 이런 혼란스러운 일들이 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보건 당국은 오늘 피해자 부모들과 보건소 담당자가 만나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산부인과 근무자의 결핵 검진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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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신생아 80명 잠복결핵…부모들 분통
    • 입력 2017-07-12 08:36:31
    • 수정2017-07-12 09:42:36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80명이 '잠복 결핵'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핵에 걸린 신생아실 간호사와 '접촉'이 의심되는 아기 8백 명 가운데, 일부를 검사한 결과인데요.

결핵균에 감염된 아기는 앞으로, 길게는 아홉 달 동안, 매일 치료제를 먹어야 합니다.

현재 아기 110명에 대한 역학조사도 진행되고 있어서, 감염 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는데요.

어제 피해 아기 부모들이 모여 병원과 보건당국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아기를 안은 엄마, 아빠들이 항의의 뜻으로 산부인과 앞에 모였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결핵균에 감염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혜경(피해 아기 어머니) : "누가 우리 아이가 받지 않아도 될 힘든 검사를 받게 하고 결핵에 감염 노출이라는 위협에 빠트린 걸까요."

평판이 좋은 병원을 일부러 찾아가서 아기를 낳았는데, 아이가 결핵 보균자가 돼 버린 겁니다.

<인터뷰> 이경란(피해 아기 어머니) : "소중한 아이가 결핵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그 누구도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현 상황에서 피해 가족들은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 병원에서 올해 2월, 아들을 낳은 민혜린 씨.

지난달 말, 청천벽력 같은 문자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민혜린(피해 아기 어머니) :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결핵으로 확진돼서 지금 그때 접촉했던 신생아들 검사 예정이니 보건소에서 연락이 오면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

영문을 모를 내용에, 병원에 여러 차례 확인 전화를 해 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도 접속이 안 되는 상황.

그제야 민 씨는 허둥지둥 아들을 안고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자지러지는 아이를 달래며 X레이를 찍고, 피부 반응 검사를 한 결과는 잠복결핵 양성.

<인터뷰> 민혜린(피해 아기 어머니) : "한 달에 한 번씩 채혈해서 간 수치를 본다고 들었어요. 무조건 9개월 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거로 들었어요."

최지욱 씨의 아내는 29일 전, 문제의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는 아예 검사도 못 해 보고 약 처방부터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지욱(피해 아기 아버지) :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4주 미만이기 때문에 약을 3개월 동안 무조건 먹여야 한다."

신생아에게 약을 먹이는 게 걱정됐지만, 어디서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지욱(피해 아기 아버지) : "좀 생각해볼 수 없냐. 약 같은 거를 안 먹였을 때는 어떻게 되냐 했을 때 (보건소에서) 부모님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부모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약간 그런 느낌이었죠."

이번 사태는 이 병원 신생아실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사가 결핵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간호사가 몸에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은 건 지난달 23일.

검사 나흘 만에 결핵이 확진되자, 이 간호사가 일했던 일곱 달 동안 신생아실에 있었던 아기 약 800명이 검사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아기는 530명 가량.

결핵 진단을 받은 신생아는 다행히 없었지만, 80명은 잠복 결핵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심태선(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 "감염된 이후에 체내에 균이 아주 소수만 살아 있는 경우에는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X-ray를 찍어도 깨끗하고. 다만 몸 안에 숨어서 거의 동면하듯이 숨어 있는 작은 결핵균이 존재하고 있을 때 그런 경우는 잠복 결핵 감염이라고 얘기를 하죠."

잠복결핵은 증상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성인의 경우 10%만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지만, 영유아는 발병 가능성이 최대 50%에 이른다는 겁니다.

<인터뷰> 심태선(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 "2세 미만의 신생아, 영유아들은 감염되면 발병의 위험도 높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신생아, 영유아에서 결핵이 발생하면 중증 결핵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결핵성 내막염이나 아니면 손입성 결핵같이 중증 계열이 발생해서……"

갓 태어난 아기가 치명적인 위험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녹취> 송OO(피해 아기 어머니) : "신생아를 다루는 간호사가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안 받고 이거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데……."

의료인은 1년에 한 번씩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채용될 때 검사 결과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녹취>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건강진단이 사업주가 질병이 있는 사람들한테 고용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점이 있다.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2006년도에 폐지가 되었더라고요."

법의 사각지대에서 애꿎은 신생아들만 결핵 위험에 놓이게 된 건데요.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해당 병원이 사과는커녕 형식적인 말만 늘어놨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정기태(피해 아기 아버지) : "정확히 두 번 단체 문자로 이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법적으로 잘못은 없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은 질 수 있다.이런 식으로 얘기했고……."

보건 당국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칩니다.

<인터뷰> 민혜린(피해 아기 어머니) :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서는 보건소에 물어 봐라. 보건소에 물어보면 보건은 00병원에 물어봐라. 저희가 어디에다가 문의를 하고 따져야 좋을지……."

보건 당국은 800명이나 되는 피해자에게 빠르게 조치를 취하느라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해당 병원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습니다.

<녹취> 해당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근무하던 간호사에 의해서 초래된 문제기 때문에 그거는 응당 도의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따로 책임을 져야겠죠."

그러나 이와 별개로 부모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당장 뭘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심태선(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 "전문가분들을 초청해서 이런 분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거나 그런 것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정도로 나눠서 하면 아마 이런 혼란스러운 일들이 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보건 당국은 오늘 피해자 부모들과 보건소 담당자가 만나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산부인과 근무자의 결핵 검진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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