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100만 채 시대…현실이 된 ‘빈집 쇼크’

입력 2017.07.12 (15:13) 수정 2017.07.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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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인 마쓰도 시. 50㎡ 넓이의 방 3개짜리 아파트가 '190만엔' 매물로 나와있다. 우리 돈 약 2천만 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저성장·고령화 시대. 설상가상 노후화한 주택들이 방치되면서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아 결국 '빈집'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빈집은 약 107만 호에 이른다. 빈집 100만 채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지역 쇠퇴의 기준, '빈집' 증가


인천시 도원역 주변,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도심 속 섬처럼 남은 숭의동. 한때 인천의 구시가지를 대표하던 이곳은 1940년대 이후 공업단지와 경인고속도로 개발로 대규모 주거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백년 세월이 흐른 지금은 물리적 쇠퇴가 가속화하면서 상권이 죽고 인구가 감소했다. 대로와 맞닿은 집 몇 곳을 제외하고는 일대가 거의 빈집인 상황. 인천 남구의 빈집 1/3 가량이 이 동네에 몰려있다.


"살기 싫어서 떠났겠죠. 아, 재개발 바람. 솔직한 얘기로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거예요. 그게 빨리 되면 좋은데 성사가 안 되니 말이 15년, 그냥 20년 됐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지."
-지용규(81·인천 남구 숭의동 주민)-

한국의 도시 쇠퇴는 부동산 방치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개발 이익을 기대한 외지인들이 집을 사들인 후 방치하면서 빈집 발생이 가속화하고 있다.

빈집률 13%…일본을 통해 보는 우리의 미래는?


일본 돗토리현 니치난초. 공무원 가토 토모코 씨가 지은 지 70년 된 빈집 한 채를 소개한다. 집주인이던 노부부가 사망한 뒤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집은 현재 니치난초에서 운영하는 '빈집뱅크'에 등록돼 있다.

일본 중년들에게 팔리지도 않는 빈집 상속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익재단에 기부하려 해도 재산 가치가 없어 거부당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도쿄 신주쿠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인 오쿠타마마치는 연간 출생자 수가 15명에 불과하다. 1년 전에 비해 빈집은 30채나 늘었다.

이 지역에서는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부부의 정착을 돕는 '빈집뱅크'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젊은 부부가 마을 빈집으로 이주하면, 수리비 지원과 함께 어린이집 등 교육비 무료, 고등학교까지 의료비와 급식비를 전액 지원하고 교통비 혜택까지 제공한다. 15년을 거주하면 소유권과 함게 축하금으로 50만 엔을 지급한다.

"15년간 살면, 토지도 건물도 무상으로 증여를 한다는 계약입니다. 본인의 사정으로 나갈 때 위약금도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니지마 카즈다카(오쿠타마군 청년정착과 대책실장)-


일본 정부는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특정 빈집의 강제 철거 등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빈집의 자산화를 고민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일본의 지역 역시, 늘어가는 빈집을 이용해 마을을 재생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빈집 100만 채 시대…한국의 미래 전략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는 총 1천637만 호로 5년 전보다 11%(162만 호)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 보급률은 지난 2008년 이미 100%를 넘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다. 빈집은 2010년 79만 호에서 2015년 107만 호로 급증했다.

앞으로도 빈집은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내 빈집은 2025년 약 13%까지 증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일본의 빈집 비율과 맞먹는 수치다.


문제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육박하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노후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규모다. 이 때문에 노후 시설을 제때 보수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빈집'은 고령화·저출산·저성장 시대 등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상징이다.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이자 그 지역을 재생할 자산이 되는 빈집. 급증하는 빈집의 위협 앞에서 우리의 미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자세한 내용은 7월 13일(목) 밤 10시 KBS 1TV 'KBS 스페셜-불안한 미래, 빈집쇼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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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집 100만 채 시대…현실이 된 ‘빈집 쇼크’
    • 입력 2017-07-12 15:13:52
    • 수정2017-07-12 15: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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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인 마쓰도 시. 50㎡ 넓이의 방 3개짜리 아파트가 '190만엔' 매물로 나와있다. 우리 돈 약 2천만 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저성장·고령화 시대. 설상가상 노후화한 주택들이 방치되면서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아 결국 '빈집'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빈집은 약 107만 호에 이른다. 빈집 100만 채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지역 쇠퇴의 기준, '빈집' 증가


인천시 도원역 주변,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도심 속 섬처럼 남은 숭의동. 한때 인천의 구시가지를 대표하던 이곳은 1940년대 이후 공업단지와 경인고속도로 개발로 대규모 주거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백년 세월이 흐른 지금은 물리적 쇠퇴가 가속화하면서 상권이 죽고 인구가 감소했다. 대로와 맞닿은 집 몇 곳을 제외하고는 일대가 거의 빈집인 상황. 인천 남구의 빈집 1/3 가량이 이 동네에 몰려있다.


"살기 싫어서 떠났겠죠. 아, 재개발 바람. 솔직한 얘기로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거예요. 그게 빨리 되면 좋은데 성사가 안 되니 말이 15년, 그냥 20년 됐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지."
-지용규(81·인천 남구 숭의동 주민)-

한국의 도시 쇠퇴는 부동산 방치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개발 이익을 기대한 외지인들이 집을 사들인 후 방치하면서 빈집 발생이 가속화하고 있다.

빈집률 13%…일본을 통해 보는 우리의 미래는?


일본 돗토리현 니치난초. 공무원 가토 토모코 씨가 지은 지 70년 된 빈집 한 채를 소개한다. 집주인이던 노부부가 사망한 뒤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집은 현재 니치난초에서 운영하는 '빈집뱅크'에 등록돼 있다.

일본 중년들에게 팔리지도 않는 빈집 상속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익재단에 기부하려 해도 재산 가치가 없어 거부당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도쿄 신주쿠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인 오쿠타마마치는 연간 출생자 수가 15명에 불과하다. 1년 전에 비해 빈집은 30채나 늘었다.

이 지역에서는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부부의 정착을 돕는 '빈집뱅크'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젊은 부부가 마을 빈집으로 이주하면, 수리비 지원과 함께 어린이집 등 교육비 무료, 고등학교까지 의료비와 급식비를 전액 지원하고 교통비 혜택까지 제공한다. 15년을 거주하면 소유권과 함게 축하금으로 50만 엔을 지급한다.

"15년간 살면, 토지도 건물도 무상으로 증여를 한다는 계약입니다. 본인의 사정으로 나갈 때 위약금도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니지마 카즈다카(오쿠타마군 청년정착과 대책실장)-


일본 정부는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특정 빈집의 강제 철거 등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빈집의 자산화를 고민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일본의 지역 역시, 늘어가는 빈집을 이용해 마을을 재생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빈집 100만 채 시대…한국의 미래 전략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는 총 1천637만 호로 5년 전보다 11%(162만 호)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 보급률은 지난 2008년 이미 100%를 넘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다. 빈집은 2010년 79만 호에서 2015년 107만 호로 급증했다.

앞으로도 빈집은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내 빈집은 2025년 약 13%까지 증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일본의 빈집 비율과 맞먹는 수치다.


문제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육박하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노후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규모다. 이 때문에 노후 시설을 제때 보수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빈집'은 고령화·저출산·저성장 시대 등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상징이다.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이자 그 지역을 재생할 자산이 되는 빈집. 급증하는 빈집의 위협 앞에서 우리의 미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자세한 내용은 7월 13일(목) 밤 10시 KBS 1TV 'KBS 스페셜-불안한 미래, 빈집쇼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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