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국보급 미술품과 금괴…“5공화국 비자금 있다”

입력 2017.07.12 (15:38) 수정 2017.07.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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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국보급 미술품과 금괴…“5공화국 비자금 있다”

[사사건건] 국보급 미술품과 금괴…“5공화국 비자금 있다”

화물 트럭에 금괴와 그림들이?.. 영화같은 검거 현장

지난 3월, 울산의 한 공원에 1톤 화물 트럭이 섰다. 트럭 안에는 백자와 청자, 금괴와 그림들이 가득했다. 기다리고 있는 김 씨에게 트럭을 몰고 온 장 씨 일행이 다가왔다. 트럭 안에 실린 그림과 금괴를 받기 위해 김 씨는 100억 원을 준비했다.

그림과 금괴를 확인해보겠냐는 제안에 김 씨는 흔쾌히 금괴를 받아들어 이빨로 깨물어봤다. 이빨이 들어가기는 커녕 쇠맛이 진하게 나는 금괴를 보며 김 씨는 혼란에 빠졌다. 화물칸에 보이는 도자기들도 마찬가지.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릇들이었다.

다행히 현장에는 김 씨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김 씨의 제보를 받고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있었던 것. 경찰은 트럭과 장 씨 일행을 덮쳐 현장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 조사에서 트럭 안의 물건들은 모두 가짜임이 밝혀졌다. 감정 결과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경찰은 장 씨 일행을 사기미수혐의로 구속했다.


'5공화국 비자금 있다'.. 기막힌 사기 사건의 전말

이 기막힌 사기 사건의 시작은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장 씨 일행을 만났다. 이들은 5공화국 시절 비자금을 가지고 있다며, 그 비자금을 물건 형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해왔다. 국보급 문화재들인데다, 은밀한 비자금이라 당국에서도 손을 쓸 수 없다며 실제 금괴와 미술품까지 보여주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를 구입한 뒤 정가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이후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열흘 동안 매일같이 김 씨를 만나며 설득했다. 그리고 100억 원이 들은 통장을 요구했던 것이다.


사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의 추가 제보

그런데 기자는 불과 1주일 전, 그렇게 해결된 것 같았던 '5공화국 비자금 사기 사건'의 추가 피해자 제보를 받았다. 피해자는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그도 똑같은 수법으로 6천만 원의 피해를 당했다. 금괴와 그림 등 골동품 사진을 보여주고, 5공화국의 비밀 자금이라며 현금을 요구한 것이다.

이미 피의자가 구속된 시점에서 어떻게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당시 울산경찰청에 공원 화물트럭 현장을 처음 제보한 김 씨가 기자에게 추가 제보를 해왔다. 구속된 장 씨 일행 이외에 또다른 공범이 아직 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장 씨 일행을 처음 소개시켜 준 사람이 바로 그 공범이라는 것.

김 씨가 지목한 공범 김 씨 동향 선후배다. 장 씨 일행에게 피해자를 소개해 준 사람도 김 씨다. 김 씨는 동종 사기 전과 13범으로 최근 교도소에서 복역을 마치고 서울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최근 건설현장 '함바집' 사기 운영으로 서울 동작경찰서 경제팀에서 수사도 받았다.

김 씨 뿐 아니라 추가 피해자는 총 4명. 김 씨는 울산경찰청에 끊임없이 수사 제보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이고 여전히 공범과 추가 피해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비자금 관리', '지하자금'은 모두 전형적인 사기 수법"

당시 장 씨 등은 판매업자로부터 그림 1점에 100여만원 등 총 1억1천만원가량을 주고 도자기와 그림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장씨 등이 김 씨에게 보여준 금괴와 달러 사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금만 신경쓴다면 금방 알 수 있는 사기 정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비자금 관리나 지하경제 자금 운운하며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큰 돈을 요구하는 경우 실물 등을 꼼꼼히 검증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던 사기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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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2 15:38:41
    • 수정2017-07-12 17:57:23
    사사건건
화물 트럭에 금괴와 그림들이?.. 영화같은 검거 현장 지난 3월, 울산의 한 공원에 1톤 화물 트럭이 섰다. 트럭 안에는 백자와 청자, 금괴와 그림들이 가득했다. 기다리고 있는 김 씨에게 트럭을 몰고 온 장 씨 일행이 다가왔다. 트럭 안에 실린 그림과 금괴를 받기 위해 김 씨는 100억 원을 준비했다. 그림과 금괴를 확인해보겠냐는 제안에 김 씨는 흔쾌히 금괴를 받아들어 이빨로 깨물어봤다. 이빨이 들어가기는 커녕 쇠맛이 진하게 나는 금괴를 보며 김 씨는 혼란에 빠졌다. 화물칸에 보이는 도자기들도 마찬가지.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릇들이었다. 다행히 현장에는 김 씨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김 씨의 제보를 받고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있었던 것. 경찰은 트럭과 장 씨 일행을 덮쳐 현장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 조사에서 트럭 안의 물건들은 모두 가짜임이 밝혀졌다. 감정 결과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경찰은 장 씨 일행을 사기미수혐의로 구속했다. '5공화국 비자금 있다'.. 기막힌 사기 사건의 전말 이 기막힌 사기 사건의 시작은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장 씨 일행을 만났다. 이들은 5공화국 시절 비자금을 가지고 있다며, 그 비자금을 물건 형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해왔다. 국보급 문화재들인데다, 은밀한 비자금이라 당국에서도 손을 쓸 수 없다며 실제 금괴와 미술품까지 보여주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를 구입한 뒤 정가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이후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열흘 동안 매일같이 김 씨를 만나며 설득했다. 그리고 100억 원이 들은 통장을 요구했던 것이다. 사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의 추가 제보 그런데 기자는 불과 1주일 전, 그렇게 해결된 것 같았던 '5공화국 비자금 사기 사건'의 추가 피해자 제보를 받았다. 피해자는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그도 똑같은 수법으로 6천만 원의 피해를 당했다. 금괴와 그림 등 골동품 사진을 보여주고, 5공화국의 비밀 자금이라며 현금을 요구한 것이다. 이미 피의자가 구속된 시점에서 어떻게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당시 울산경찰청에 공원 화물트럭 현장을 처음 제보한 김 씨가 기자에게 추가 제보를 해왔다. 구속된 장 씨 일행 이외에 또다른 공범이 아직 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장 씨 일행을 처음 소개시켜 준 사람이 바로 그 공범이라는 것. 김 씨가 지목한 공범 김 씨 동향 선후배다. 장 씨 일행에게 피해자를 소개해 준 사람도 김 씨다. 김 씨는 동종 사기 전과 13범으로 최근 교도소에서 복역을 마치고 서울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최근 건설현장 '함바집' 사기 운영으로 서울 동작경찰서 경제팀에서 수사도 받았다. 김 씨 뿐 아니라 추가 피해자는 총 4명. 김 씨는 울산경찰청에 끊임없이 수사 제보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이고 여전히 공범과 추가 피해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비자금 관리', '지하자금'은 모두 전형적인 사기 수법" 당시 장 씨 등은 판매업자로부터 그림 1점에 100여만원 등 총 1억1천만원가량을 주고 도자기와 그림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장씨 등이 김 씨에게 보여준 금괴와 달러 사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금만 신경쓴다면 금방 알 수 있는 사기 정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비자금 관리나 지하경제 자금 운운하며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큰 돈을 요구하는 경우 실물 등을 꼼꼼히 검증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던 사기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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