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직’이 어려운 이유는?…깊어지는 청년들의 ‘한숨’

입력 2017.07.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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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취직’이 어려운 이유는?…깊어지는 청년들의 ‘한숨’

‘20대 취직’이 어려운 이유는?…깊어지는 청년들의 ‘한숨’

청년층 실업률 역대 최고

지난달 청년층의 실업률이 10.5%로 6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습니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도 23%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청년 10명 중에 2명은 취직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실제 느끼고 있다는 얘깁니다. 취업을 아예 포기한 20대도 늘었습니다. 방에 틀어박혀 집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고시촌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살아가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겁니다.

활기차게 일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20대 청년들이 왜 이렇게 축 쳐져 있는 걸까요? 학창 시절 입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겨우 넓은 세상에 나온 청년들에게, 취직이 안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두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젊은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경력직 채용 선호하는 대기업

가장 큰 이유로는 물론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전체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기업들의 이익도 줄어들면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늘어나고 있는 '경력직 채용'입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력직으로 부족한 인원을 수혈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20대 청년들이 갈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력직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편리한 채용방식 일 수 있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채용이 되는지, 어떤 인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또 결정적으로 채용 사실 조차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펙'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

일자리는 이렇게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취직을 원하는 젊은 층은 늘어나면서 이른바 '스펙 경쟁'이라는 불필요한 경쟁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붓게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스펙을 높여주는 사교육 업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사교육에 시달렸는데, 취직을 위해서도 사교육의 힘을 빌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보니, 구직 활동을 하는데도 돈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취직이 될지 안될지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각종 학원비까지 충당해야 하는 청년들은 결국 구직을 포기하게 됩니다.

학원비를 아껴서 차라리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이렇게 '하루살이' 악순환에 빠져버리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게 될 확률은 점점 희박해지고 구직활동을 멈춰버린 '그냥 쉬고 있는' 청년층이 됩니다.

청년층 실업률은 10.5%로 1년 전보다 0.2% 포인트 상승해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대부분 연령층에서 감소했지만 유독 20대에서 증가했습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8만 천 명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습니다. 구직활동조차 고단한 청년들은 '실업자' 조차도 아닌 '쉬었음' 인구로 흡수되고 있는 겁니다. 구직 시장에서 길을 잃어버린 청년들은 결국 한국 사회로 흡수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업소개소, 20대 청년은 없어

그런데도, 사람을 구하는 현장에서는 젊은층 인력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직업을 찾아 헤메고 있는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우선, 직업소개소 등 전통적인 구직 활동이 이뤄지는 곳에서는 젊은 청년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직업소개소는 이미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드나드는 곳이 돼 버렸습니다. 직업소개소 측은 '구직을 하러 오는 20대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일단 젊은 세대는 고학력층이 많아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의 경우에도,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을 찾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직업소개소 측은 '직업을 찾는 청년들은 아마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직업을 찾는 것 같다'라고 추측했습니다. 시작은 미약해 보이지만, 하다보면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나타나더라도 직업을 찾는 청년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청년층의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해결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한 곳,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일자리를 발굴해서, 청년들에게 소개하고,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물론, 이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충분히 보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축 쳐진 어깨에 한숨을 내쉬는 청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국경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실업률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특히,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젊은 세대의 손에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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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취직’이 어려운 이유는?…깊어지는 청년들의 ‘한숨’
    • 입력 2017-07-12 15:49:13
    취재K
청년층 실업률 역대 최고

지난달 청년층의 실업률이 10.5%로 6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습니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도 23%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청년 10명 중에 2명은 취직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실제 느끼고 있다는 얘깁니다. 취업을 아예 포기한 20대도 늘었습니다. 방에 틀어박혀 집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고시촌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살아가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겁니다.

활기차게 일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20대 청년들이 왜 이렇게 축 쳐져 있는 걸까요? 학창 시절 입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겨우 넓은 세상에 나온 청년들에게, 취직이 안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두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젊은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경력직 채용 선호하는 대기업

가장 큰 이유로는 물론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전체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기업들의 이익도 줄어들면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늘어나고 있는 '경력직 채용'입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력직으로 부족한 인원을 수혈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20대 청년들이 갈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력직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편리한 채용방식 일 수 있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채용이 되는지, 어떤 인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또 결정적으로 채용 사실 조차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펙'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

일자리는 이렇게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취직을 원하는 젊은 층은 늘어나면서 이른바 '스펙 경쟁'이라는 불필요한 경쟁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붓게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스펙을 높여주는 사교육 업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사교육에 시달렸는데, 취직을 위해서도 사교육의 힘을 빌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보니, 구직 활동을 하는데도 돈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취직이 될지 안될지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각종 학원비까지 충당해야 하는 청년들은 결국 구직을 포기하게 됩니다.

학원비를 아껴서 차라리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이렇게 '하루살이' 악순환에 빠져버리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게 될 확률은 점점 희박해지고 구직활동을 멈춰버린 '그냥 쉬고 있는' 청년층이 됩니다.

청년층 실업률은 10.5%로 1년 전보다 0.2% 포인트 상승해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대부분 연령층에서 감소했지만 유독 20대에서 증가했습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8만 천 명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습니다. 구직활동조차 고단한 청년들은 '실업자' 조차도 아닌 '쉬었음' 인구로 흡수되고 있는 겁니다. 구직 시장에서 길을 잃어버린 청년들은 결국 한국 사회로 흡수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업소개소, 20대 청년은 없어

그런데도, 사람을 구하는 현장에서는 젊은층 인력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직업을 찾아 헤메고 있는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우선, 직업소개소 등 전통적인 구직 활동이 이뤄지는 곳에서는 젊은 청년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직업소개소는 이미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드나드는 곳이 돼 버렸습니다. 직업소개소 측은 '구직을 하러 오는 20대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일단 젊은 세대는 고학력층이 많아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의 경우에도,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을 찾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직업소개소 측은 '직업을 찾는 청년들은 아마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직업을 찾는 것 같다'라고 추측했습니다. 시작은 미약해 보이지만, 하다보면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나타나더라도 직업을 찾는 청년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청년층의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해결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한 곳,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일자리를 발굴해서, 청년들에게 소개하고,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물론, 이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충분히 보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축 쳐진 어깨에 한숨을 내쉬는 청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국경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실업률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특히,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젊은 세대의 손에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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