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입찰업체에 특혜 주고 조카 취업시킨 서울교통공사 간부 해임 요구

입력 2017.07.13 (14:01) 수정 2017.07.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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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 간부가 2호선 전동차 구매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고선 그 대가로 이 업체 자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고 조카 취업까지 청탁한 사실이 감사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오늘(13일) 지난 2015년 2천100억 원 규모의 2호선 전동차 계약을 수주한 업체로부터 각종 대가를 챙긴 서울교통공사에 조모(57) 처장에 대해 해임을,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2015년 2월 서울메트로는 노후한 지하철 2호선 열차 200량을 교체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고, 같은 해 3월 말 A사 컨소시엄이 계약을 따냈다.

그런데 당시 A사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밟고 있어 단독 입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회사가 제작해 납품한 7호선 전동차(48량)는 다른 전동차보다 고장이 잦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A사 제작 전동차의 고장률은 다른 5∼8호선 열차와 비교할 때 2013년 20배, 2014년 14배, 2015년 10배에 이르렀다.

단독 입찰이 어렵다는 사실을 안 A사는 전동차를 한 번도 제작한 적이 없는 다른 회사와 컨소시엄을 결성한 뒤 입찰에 참여했고, 서울메트로 측에 전동차 제작실적이 있는 업체로 입찰 참여 조건을 제한하지 말아 달라고 미리 요청했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2004∼2007년 전동차 구입 때는 단독이든 공동(컨소시엄)이든 객차 제작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전동차 구매업무를 주관하는 차량처장 자리에 있던 조 씨는 A사의 요구대로 제작실적이 없는 회사도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평가방법을 변경하고 공동수급업체 중 한 곳이라도 전동차 1량만 납품하면 만점을 받도록 세부평가기준을 바꿨다.

그 결과 열악한 재무 상태로 단독입찰이 불가능한 A사는 객차 납품실적이 없는 부품공급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입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씨는 A사에 철도 관련 인력 충원 계획이 있는지, 자신의 조카가 입사 가능한지 물었다.

얼마 후 A사가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자 전화를 걸어 '신규 사원을 채용하느냐'고 물은 뒤 관련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조카의 입사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조씨 조카는 A사 면접에서 "서울메트로에 근무하는 조모 씨가 고모부다"라는 답변을 하고서 채용돼 지금까지 2년간 일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조씨는 A사 자회사가 암 치료 기기 등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서 비상장 주식을 사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조 씨 처남은 비상장주식 10만주를 시세보다 저렴한 액면가 500원에 사들였다.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조 씨는 "A사가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라 조카 취업을 청탁할 만한 회사가 아니며, 비상장주식 취득은 처남 판단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전동차 구매계약 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에 납품한 전동차 고장률이 높아 비판이 제기되는 업체에 (입찰 조건을) 유리하게 한 것은 계약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한 정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조 씨의 경우 비위의 정도가 아주 중하다고 판단되므로 해임 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알맞다"고 밝혔다.

감사원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요구받은 직원 2명은 조 씨 밑에서 일하던 부장과 팀장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구의역 김 군 사고 이후 경찰이 '메피아(서울메트로와 마피아의 합성어)'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호선 전동차 발주 비리' 혐의를 포착하자 전동차 구매 과정이 타당했는지 따져보는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조사와는 별도로, 경찰은 지난 4월 조 씨를 포함한 서울메트로 직원, A사 임직원 등 발주 비리 관련 인물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조 씨는 계속 서울교통공사 간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구매계약 당시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는 올해 5월 5∼8호선을 맡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함께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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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7-13 14: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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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 간부가 2호선 전동차 구매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고선 그 대가로 이 업체 자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고 조카 취업까지 청탁한 사실이 감사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오늘(13일) 지난 2015년 2천100억 원 규모의 2호선 전동차 계약을 수주한 업체로부터 각종 대가를 챙긴 서울교통공사에 조모(57) 처장에 대해 해임을,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2015년 2월 서울메트로는 노후한 지하철 2호선 열차 200량을 교체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고, 같은 해 3월 말 A사 컨소시엄이 계약을 따냈다.

그런데 당시 A사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밟고 있어 단독 입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회사가 제작해 납품한 7호선 전동차(48량)는 다른 전동차보다 고장이 잦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A사 제작 전동차의 고장률은 다른 5∼8호선 열차와 비교할 때 2013년 20배, 2014년 14배, 2015년 10배에 이르렀다.

단독 입찰이 어렵다는 사실을 안 A사는 전동차를 한 번도 제작한 적이 없는 다른 회사와 컨소시엄을 결성한 뒤 입찰에 참여했고, 서울메트로 측에 전동차 제작실적이 있는 업체로 입찰 참여 조건을 제한하지 말아 달라고 미리 요청했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2004∼2007년 전동차 구입 때는 단독이든 공동(컨소시엄)이든 객차 제작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전동차 구매업무를 주관하는 차량처장 자리에 있던 조 씨는 A사의 요구대로 제작실적이 없는 회사도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평가방법을 변경하고 공동수급업체 중 한 곳이라도 전동차 1량만 납품하면 만점을 받도록 세부평가기준을 바꿨다.

그 결과 열악한 재무 상태로 단독입찰이 불가능한 A사는 객차 납품실적이 없는 부품공급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입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씨는 A사에 철도 관련 인력 충원 계획이 있는지, 자신의 조카가 입사 가능한지 물었다.

얼마 후 A사가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자 전화를 걸어 '신규 사원을 채용하느냐'고 물은 뒤 관련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조카의 입사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조씨 조카는 A사 면접에서 "서울메트로에 근무하는 조모 씨가 고모부다"라는 답변을 하고서 채용돼 지금까지 2년간 일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조씨는 A사 자회사가 암 치료 기기 등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서 비상장 주식을 사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조 씨 처남은 비상장주식 10만주를 시세보다 저렴한 액면가 500원에 사들였다.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조 씨는 "A사가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라 조카 취업을 청탁할 만한 회사가 아니며, 비상장주식 취득은 처남 판단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전동차 구매계약 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에 납품한 전동차 고장률이 높아 비판이 제기되는 업체에 (입찰 조건을) 유리하게 한 것은 계약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한 정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조 씨의 경우 비위의 정도가 아주 중하다고 판단되므로 해임 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알맞다"고 밝혔다.

감사원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요구받은 직원 2명은 조 씨 밑에서 일하던 부장과 팀장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구의역 김 군 사고 이후 경찰이 '메피아(서울메트로와 마피아의 합성어)'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호선 전동차 발주 비리' 혐의를 포착하자 전동차 구매 과정이 타당했는지 따져보는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조사와는 별도로, 경찰은 지난 4월 조 씨를 포함한 서울메트로 직원, A사 임직원 등 발주 비리 관련 인물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조 씨는 계속 서울교통공사 간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구매계약 당시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는 올해 5월 5∼8호선을 맡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함께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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