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의 역설…‘미세먼지’ 청구서

입력 2017.07.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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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지난 봄,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보다 낮은 날은 '6일'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건 미세먼지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한국의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중 173위에 머물렀다.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석탄 화력발전이 우선 꼽힌다.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2015년 기준)은 석탄이 48%로 가장 높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는 1.1%에 불과하다. OECD 34개국 평균 신재생 에너지 비율 9.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1990년부터 한결같이 1%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매체인 '클라이밋 홈'(CLIMATE HOME)은 한국을 '기후 악당 국가'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란 뜻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에너지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화력 발전 비중을 높여왔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 비용은 절대 적지 않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르는 미세먼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16년 OECD 발표를 보면 의료비 증가와 노동생산성 감소에 따른 경제 손실비용은 11조 원을 넘어섰다. 11조 원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가 경정 예산으로 편성한 액수와 맞먹는 금액이다. 추가 대응 없이 대기오염을 버려둘 경우, 2060년엔 사회적 비용이 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먼지세'만 연간 58만 원이 드는 셈이다.


KBS 1TV '명견만리'(14일,금요일 밤 10시)는 값싼 전기의 역설에 갇혀 값비싼 환경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한국 에너지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와 함께 짚어본다.

세계 최대 규모 당진 화력발전소에 가다


한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있다. 충청남도 당진에 있는 당진 화력발전소다. 당진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 매일 청소를 해도 까만 석탄가루가 쌓이고, 질병 발생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주민들은 화력 발전소가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임윤택 씨는 한번 찾은 손님은 다신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방 빌려줄 때 그 소리부터 한다니까. 당신들 나한테 세탁비 달라고 얘기하지 말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전교로 2리 청장년 회장은 마을에 미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러나 다음 세대는 유리 온실이나 바닷속에서 사는 현실이 될 거예요."

실제로 충청남도에서 발표한 건강검진 결과, 당진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질병 발생률이 높았다. 지역 주민의 건강이 우려되는 수준인데도 지난 정부에서 화력발전소 2기 추가 설치 계획이 발표됐다.


‘산업혁명’ 영국, 신재생에너지를 택하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사용한 나라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화력 발전소를 폐쇄했고, 135년 만에 '석탄 없는 하루'를 보냈다.


영국은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렸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에너지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 경제에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영국은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재생에너지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탄소 경제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가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저탄소 경제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마이크 톰슨-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현주소는?

태양광 발전기 기판 생산업체 '넥솔론'은 6,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육성한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을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한 해 투자규모만 11조 원에 이른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보급률을 높이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넥솔론의 생산설비는 3곳에서 1곳으로, 근로자 수는 반 이상 줄어들었다.

신석 넥솔론 생산본부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가 가장 컸는데 거의 원가 경쟁력에서 20% 이상 차이 나기 시작하니까 몇 년 동안 지속하다 보니 계속해서 출혈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전국에 신재생에너지 시범마을을 만들고,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은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 주도형 보급 정책이 낳은 한계다. 경남 양산시의 풍력발전소 또한 주민들 합의 없이 발전소 터를 선정해 갈등을 빚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생각해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거대 전력회사와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력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력 시장이 개방되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소수력, 지열 등 지역 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나카노조 마을은 자치단체 전력업체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며 비용 절감, 일자리 증가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

사마세이류 온천 대표인 타무라 사토시 씨는 "전기료가 약 10% 저렴해졌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지역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 자체 생산 전기를 쓰고 있다"라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변화를 택했다. 일본의 시민과 자치단체가 건설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는 천 개가 넘는다. 이는 정부와 주민들과의 오랜 합의 끝에 이뤄낸 결과다.

수동적인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농부’로

충청남도 아산에는 화력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예꽃재 마을'이 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지열로 난방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한 가정에서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량은 4인 가족 평균 전기 사용량보다 많다. 고지서 속 전기 사용량은 '0'. 남은 전기 생산량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예꽃재 마을 주민 권세은 씨는 전원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유지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한다. "저희가 다락까지 포함해 47평이거든요. 천장 높이도 높아요. 24도 정도 맞춰놓고 그런데 난방비가 15만 원 (평균보다 ¼ 낮은 가격) 정도 나와요."

예꽃재 마을처럼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농부'들이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명견만리'는 수동적인 에너지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에너지 프로슈머로 변신한 시민들의 움직임을 통해 한국 에너지 시장의 미래상을 그려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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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싼 전기의 역설…‘미세먼지’ 청구서
    • 입력 2017-07-13 14: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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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지난 봄,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보다 낮은 날은 '6일'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건 미세먼지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한국의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중 173위에 머물렀다.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석탄 화력발전이 우선 꼽힌다.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2015년 기준)은 석탄이 48%로 가장 높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는 1.1%에 불과하다. OECD 34개국 평균 신재생 에너지 비율 9.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1990년부터 한결같이 1%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매체인 '클라이밋 홈'(CLIMATE HOME)은 한국을 '기후 악당 국가'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란 뜻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에너지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화력 발전 비중을 높여왔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 비용은 절대 적지 않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르는 미세먼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16년 OECD 발표를 보면 의료비 증가와 노동생산성 감소에 따른 경제 손실비용은 11조 원을 넘어섰다. 11조 원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가 경정 예산으로 편성한 액수와 맞먹는 금액이다. 추가 대응 없이 대기오염을 버려둘 경우, 2060년엔 사회적 비용이 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먼지세'만 연간 58만 원이 드는 셈이다.


KBS 1TV '명견만리'(14일,금요일 밤 10시)는 값싼 전기의 역설에 갇혀 값비싼 환경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한국 에너지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와 함께 짚어본다.

세계 최대 규모 당진 화력발전소에 가다


한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있다. 충청남도 당진에 있는 당진 화력발전소다. 당진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 매일 청소를 해도 까만 석탄가루가 쌓이고, 질병 발생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주민들은 화력 발전소가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임윤택 씨는 한번 찾은 손님은 다신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방 빌려줄 때 그 소리부터 한다니까. 당신들 나한테 세탁비 달라고 얘기하지 말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전교로 2리 청장년 회장은 마을에 미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러나 다음 세대는 유리 온실이나 바닷속에서 사는 현실이 될 거예요."

실제로 충청남도에서 발표한 건강검진 결과, 당진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질병 발생률이 높았다. 지역 주민의 건강이 우려되는 수준인데도 지난 정부에서 화력발전소 2기 추가 설치 계획이 발표됐다.


‘산업혁명’ 영국, 신재생에너지를 택하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사용한 나라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화력 발전소를 폐쇄했고, 135년 만에 '석탄 없는 하루'를 보냈다.


영국은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렸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에너지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 경제에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영국은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재생에너지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탄소 경제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가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저탄소 경제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마이크 톰슨-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현주소는?

태양광 발전기 기판 생산업체 '넥솔론'은 6,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육성한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을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한 해 투자규모만 11조 원에 이른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보급률을 높이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넥솔론의 생산설비는 3곳에서 1곳으로, 근로자 수는 반 이상 줄어들었다.

신석 넥솔론 생산본부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가 가장 컸는데 거의 원가 경쟁력에서 20% 이상 차이 나기 시작하니까 몇 년 동안 지속하다 보니 계속해서 출혈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전국에 신재생에너지 시범마을을 만들고,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은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 주도형 보급 정책이 낳은 한계다. 경남 양산시의 풍력발전소 또한 주민들 합의 없이 발전소 터를 선정해 갈등을 빚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생각해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거대 전력회사와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력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력 시장이 개방되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소수력, 지열 등 지역 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나카노조 마을은 자치단체 전력업체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며 비용 절감, 일자리 증가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

사마세이류 온천 대표인 타무라 사토시 씨는 "전기료가 약 10% 저렴해졌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지역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 자체 생산 전기를 쓰고 있다"라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변화를 택했다. 일본의 시민과 자치단체가 건설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는 천 개가 넘는다. 이는 정부와 주민들과의 오랜 합의 끝에 이뤄낸 결과다.

수동적인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농부’로

충청남도 아산에는 화력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예꽃재 마을'이 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지열로 난방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한 가정에서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량은 4인 가족 평균 전기 사용량보다 많다. 고지서 속 전기 사용량은 '0'. 남은 전기 생산량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예꽃재 마을 주민 권세은 씨는 전원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유지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한다. "저희가 다락까지 포함해 47평이거든요. 천장 높이도 높아요. 24도 정도 맞춰놓고 그런데 난방비가 15만 원 (평균보다 ¼ 낮은 가격) 정도 나와요."

예꽃재 마을처럼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농부'들이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명견만리'는 수동적인 에너지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에너지 프로슈머로 변신한 시민들의 움직임을 통해 한국 에너지 시장의 미래상을 그려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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